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4)
전직용병 재벌서자-4화(4/305)
4화. 불길한 존재
서울 영등포의 MH전자 본사 사장실.
명인철은 책상 위의 핸드폰만 쳐다보며 초조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왜 아무런 연락도 없는 거지?”
MH그룹의 전신이자 아버지인 명중환은 명인철을 후계자로 점찍었던 것과 달리, 현재까지 어떠한 주식도 승계해주지 않았다.
말만 후계자일 뿐이기에 명중환의 말로 언제든지 판도가 바뀔 수 있었다.
게다가 바깥에서 태어나 명 씨 집안으로 들어온 임희연은 바닥부터 시작해 그룹 총괄감사팀이나 다름없는 전략기획본부장이란 자리까지 올랐다.
그사이 명인철은 비자금을 만들어 MH그룹 모 회사 주식들을 조금씩 사들였다.
하지만 첩의 자식인 임희연이 냄새를 맡고 쫓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돌아버리겠군… 김 비서! 박상규 실장은 아직 안 들어왔나?”
내선 전화로 묻는 말에 대답이 들려왔다.
[아직입니다. 연락해볼… 지금 들어왔습니다. 바로 들일까요?]“그렇게 해.”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훤칠한 키에 탄탄한 몸,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렇게나 기다리던 명인철의 경호 책임자인 박상규였다.
“박 실장! 어떻게 된 거야?”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장님.”
“빨리 말해봐. 처리됐나?”
박상규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뭐?! 그걸 실패하면 어쩌라고! 대체 왜 실패한 건데!”
더욱 초조해진 명인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자 박상규는 살짝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불청객이 있었답니다.”
“그게 누군데?”
“아직 파악하지는 못했고, 임희연 본부장에 관한 일은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듯싶다고 전해달라 했습니다.”
당장 위험한 상황에서 그런 설명까지 듣게 된 명인철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확실하다며!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고 했잖아! 근데 이건 뭔데!!”
“…면목이 없습니다.”
“하아… 그래서? 지금 그년은 어디에 있고? 설마 추적당할 만한 흔적을 남긴 건 아니겠지?”
임희연이 그 장소를 무사히 빠져나간 것이라면 재무재표 실사를 위해 MH전자 본사에 진작 도착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층에서 임희연 쪽의 소식은 지금까지 들려오지 않았다.
“한 놈이 그쪽 경호팀에 잡히긴 했지만, 아는 것이 없으니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임희연 본부장은 일단 그룹 본사로 돌아갔습니다. 그쪽도 오늘 상황 때문에 다시 시기를 잡으려는 듯합니다.”
“정말 문제없는 거 맞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아…….”
이번 MH전자 실사는 그룹 본사 전략기획본부가 명중환의 지시를 받아 시행하는 연간 정기 업무 중 하나였다.
임희연이 어디까지 꼬리를 잡은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장 일정이 미뤄졌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시 진행될 것이니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명인철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오늘 만난다고 한 사람은 누구지? 그것 때문에 실사 시간도 갑자기 미루지 않았나.”
임희연은 하나뿐인 가족이던 친모를 잃고 MH그룹의 지원을 받아왔다.
그 탓에 명중환의 지시를 충실히 실행해온 사냥개로만 살다 보니 임희연을 흔들 만한 약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 알아봤습니다.”
대답과 함께 박상규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내밀었다.
“…백신우? 군인?”
“최근까지 육군 특수작전사령부에 있긴 했지만 군수과 부사관으로 복무하다가 전역했습니다.”
“임희연과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고?”
“카페에 본부장의 경호팀이 있던 터라 대화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임희연이 실사 시간까지 미룬 것만 봐도 가벼운 사이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명인철은 백신우의 신상 정보에서 나이를 살펴보았다.
“올해 스물셋이면… 설마 모자 관계일 수도 있지 않나?”
“백신우라는 사내는 진도에 있는 보육원 출신이고, 출생 연도를 계산해봤을 때 임희연 본부장은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하버드에서 재학 중이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었다. 쉽게 연결 짓기 어려운 시간대이니 명인철도 고민이 많아졌다.
“그년이 미국에 있을 때의 상황은 당장 알기가 어려우니… 그 기간에 한국에 들어온 적은 없고?”
“출입국 관리 사무소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상규는 잠시 물러서서 누군가와 통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끝났다.
“기간을 보면 백신우가 보육원에 맡겨진 시기보다 더 이전에 들어왔었답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떤 관계인지는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지. 확인도 해보고 말이야. 최대한 빨리 잡아와.”
그 순간 박상규는 알았다고 대답하려다가 멈칫하고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백신우는 얼마 전까지 군대에 있던 터라 현재 전입 신고된 주소지가 없습니다. 일단 경찰 라인을 통해서 개통된 핸드폰으로 추적해보겠습니다.”
“별게 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군.”
* * *
MH그룹 본사 전략기획본부 사무실.
대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보니 지하 4층에, 누구도 쉽게 출입할 수 없도록 관리되었다.
그런 사무실로 방금 돌아온 임희연은 눕듯이 의자에 앉았다.
“후우…! 오늘 복잡한 일이 너무 많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아요. 그보다 그 남자는 창고에 도착했나요?”
“곧 있으면 도착할 겁니다.”
창고는 그들만의 은어로 비밀 안가를 의미했다.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전략기획본부에서 비밀리에 처리할 업무가 있을 때 이용하는 곳이었다.
“다른 놈들은 전부 놓쳤다고 하니 조금 아쉽네요.”
“두 명뿐이었지만, 심상치 않은 실력을 가진 놈들이었습니다.”
임희연의 전속 경호팀은 다들 최소 6단 이상의 유단자이면서 경찰, 군인 출신의 실전 경험자였다. 그런 이들이 적의 존재를 먼저 알아차리고서 급습까지 했었다.
하지만 적은 실력으로 다섯 명의 경호원에게 부상까지 입히고서 도주해버렸다.
“신우가 잡은 사람도 말인가요?”
“미리 포박해두지 않았다면 제압이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설명과 함께 임희연은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그럼 신우는 그 사람을 어떻게 제압한 거죠? 상처 하나 없이 잡은 것 같던데요.”
“저도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카페에서도 손님으로 위장한 경호팀의 존재를 인식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신우가 특수 훈련… 같은 걸 받았다는 말인가요?”
송태훈은 무술 12단의 유단자에 UDT 출신이면서, 해외 파병으로 실제 전투도 경험했었다.
그런 눈으로 본 백신우의 움직임은 조그만 빈틈도 찾기가 어려웠다. 전쟁터에서 만났던 경험 많은 베테랑들에게 느낄 수 있었던 것과 비슷했다.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군대에서 군수과 부사관으로 지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신우를 찾아줬던 국방부 라인으로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알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확인해보겠습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송태훈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창고로 보낸 동료 중 하나에게 온 전화였다.
통화를 연결하면서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창고에는 잘 도착했나?”
[…시, 실장님!]고통에 찬 신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송태훈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김승훈! 무슨 일이야!”
[크읍… 사고가 나서 그놈을 놓쳤습니다……!]목소리는 힘겹게 이어졌다.
이에 더욱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놓치다니? 그보다, 김 과장은 괜찮은 거야?!”
[부상이 좀 있지만 죽지는 않을 정도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장소는 어디고?”
[창고에 거의 다 와서 당했습니다. 일단 창고는 폐쇄 조치해야 할 듯싶습니다.]“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너희들은 곧장 병원으로 가도록 해.”
통화를 마친 송태훈은 임희연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그자가 습격으로 인해 탈출했다고 합니다. 안가로 가는 길목에서 당했다는 걸 봐서는… 아마도 정보가 어딘가에서 유출이 된 듯싶습니다.”
임희연도 방금의 대화를 옆에서 들었기에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명인철 사장도 만만치 않네요. 그리고 부상당한 분들은 제대로 회복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세요.”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창고는 다른 곳도 사용하지 말도록 하죠.”
적은 안가 근처에서 경호원들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전략기획본부의 정보가 웬만큼 넘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야 할 듯합니다. 실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차라리 지금까지 모은 자료만이라도 회장님께 보고를 올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 문제는 송태훈의 의견처럼 임희연도 고민해보았다.
“회장님이 우리가 말하지 않았다고 모르실까요?”
“그럼… 아시면서도 명인철 사장의 행태를 지켜보고만 계신다는 말입니까?”
회장인 명중환은 현재 MH그룹의 초석을 혼자 쌓아 올렸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경쟁을 치러야 했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잃었다.
당연히 그런 노력 끝에 세운 MH그룹 내에서 벌어진 일을 알 수 없기가 어려웠다.
“회장님은 누구도 믿지 않으시는 분이니까요. 물론 얼마만큼인지는 저도 모르지만, 최소한 짐작은 하고 계실 거예요.”
“결국 본부장님께서 칼을 휘두를 만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그 유무가 중요하겠군요.”
“과정이 아닌 결과만 보시는 분이니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송태훈은 한 가지 사항이 걱정되었다.
“…아드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 외국에 나가도록 놔두실 건가요?”
“어쩌겠어요. 이제야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전쟁 치르는 중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명 씨 집안의 핏줄이지 않습니까. 물론 불화가 있긴 하겠지만…….”
임희연이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그만하세요. 저는 신우를 지옥 같은 이 집안에 들여놓을 생각 없어요. 원래는 저도 이번 일만 마치고서 떠나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외국에 나간다는 건 차라리 잘된 일이기도 해요.”
외국에 나간 사람을 명 씨 집안에서 굳이 찾아 나설 필요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임희연은 생각이 많아졌다.
명 씨 집안에 임희연이 들어왔던 것은 열일곱 살 때… 그로부터 26년 동안 MH그룹의 그림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많이 지친 상태였다.
원래는 이번 일만 마무리하고서 한국을 떠나 신우와 함께 조용히 살려고 했었다. 그래서 카페에서 처음 만났을 때 같이 살자고 했었다.
“…제가 좀 더 신경 쓰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일단 내부 단속부터 다시 하고서 움직이죠. 그쪽에서 시간을 번 동안 손을 쓰긴 하겠지만, 우리도 확실한 때를 봐야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노리는 걸 알게 된 만큼 틈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임희연은 깊은 한숨을 흘렸다. 오래 고대했던 순간이 날아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낮에 보았던 아들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수천억의 자금을 움직이고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기회는 또 오겠죠.”
“최대한 빨리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명인철 사장님이 고용한 이들에 대해서도 조사하겠습니다.”
“부탁할게요. 아, 그리고 신우의 출국 일자도 확인해주세요. 이번 주 중으로 나간다고 했으니 확인되는 대로 알려주시기만 하면 돼요.”
신우와의 만남을 명인철 쪽에서도 알았을 것이다.
그건 약점이 될 수도 있으니 신우가 해외에 나가야 안심할 수 있었다.
“요청해두겠습니다.”
“부탁할게요.”
송태훈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게 된 임희연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그러다 내선 전화가 울리더니 방금 나간 송태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부장님. 회장님께서 내일 아침에 본가로 방문하시랍니다.]오늘 예정이었던 MH전자 실사 때문일 것이었다.
이에 임희연의 입에서는 아까보다 더욱 길어진 한숨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