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43)
전직용병 재벌서자-43화(43/305)
43화. Trap of the Trap (2)
에스원파이낸스의 본부장 안승주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어제 새벽에 끝난 미국 주식장을 확인하고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와 동시에 곧장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 MH그룹의 본사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아아악―! 시발!”
【텔리콤(TELLICOM) ― ▼47.63(USD)】
장이 진행되던 중에 확인했던 주가는 83달러. 한화로 11만 원 선이었다.
거기까지 본 수익은 59억 원…….
그랬던 주가는 출근하자마자 확인하니 65,000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수익에 따른 손실만 본다면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때보다 15억이 빠져서 34억 정도였다.
초기 매수 때보다 19억가량 이익이었지만, 안승주는 손실이라고만 생각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초조해진 안승주는 MH그룹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위로 올라갔다.
비서실을 통해 미리 연락받았던 명운석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온 안승주를 보며 말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야! 명운석!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다짜고짜 던져진 말에 명운석은 이해가 어려웠다.
“뭔지 제대로 설명해야 알 거 아니야.”
“텔리콤! 왜 갑자기 주가가 계속 하한가 치는 건데!”
“오늘 새벽에 빼라고 했잖아! 안 뺐던 거야?”
동시에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가능했다.
명운석은 전날 회사에서 아버지인 명인철에게 지시받은 대로 친구들에게 돈을 빼라고 전화했었기 때문이다.
그때 안승주는 분명 알았다고 했었다.
“누가 봐도 계속 오를 각이었잖아! 그리고 너도 5배까지는 뛸 거라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명운석은 명인철이 말했던 함정이란 상황이 떠올랐다.
“설마… 진짜 그 말대로 우리를 노리고 있던 건가?”
“그게 무슨 말이야? 노리다니?”
명운석은 미처 설명해주지 못했던 명인철과의 대화 내용을 말해주었다.
“텔리콤 주식이 거기서 네가 끼어들 것을 알고서 파둔 함정이라는 말이야?”
“…일단은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너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 말을 따랐어야지!”
짜증이 치솟던 안승주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 기회가 흔해? 무려 5배짜리야! 어제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문제없었다고!”
명운석은 자리에 앉아 어제 진행되었던 텔리콤의 주가 차트를 보았다.
방금 안승주의 말처럼 일정 구간까지는 크게 빠질 이유가 없었다. 그 시간대에 텔리콤의 대한 찌라시 같은 것도 없었고 말이다.
누군가 대량의 주식을 매도해서 일부러 떨어뜨리지 않는 이상…….
“진짜 이상하긴 이상하네. 의도적으로 하락세를 만든 거 같아.”
“일부러 그랬다고? 하지만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텔리콤의 주가는 계속 상향세였다. 그걸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물량을 매도가를 낮춘 상태에서 던지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만큼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저 명운석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고는 너무 무리수였다.
“미쳐도 쉽지 않은 일이야. 게다가 이 정도 금액을 회사 안에서 움직일 수 있을 리도 없고.”
백신우는 운영2부의 자금으로 텔리콤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다른 자금이 백신우에게 있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우니 이해가 어려웠다.
“그럼 백신우란 놈 때문에 생긴 상황이 아니라는 거야?”
“아니면 MH그룹 말고 다른 세력을 끼고 있을지도 모르지.”
가장 단순하면서도 납득되기 쉬운 이유 중 하나였다. 또한 백신우의 출처 불명인 정보력도 그곳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뭐야! 그럼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건데―! 내 돈은 어쩌고!”
“지금 주가 정도면 손해는 아니잖아. 오히려 19억은 벌었고. 더 떨어지기 전에 털고서 나와.”
“너희들보다 한참 못 벌었잖아!”
“그러게 왜 빠지라고 할 때 안 빠졌는데?”
순전히 안승주의 욕심과 불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걸 본인도 잘 알았지만, 표정으로는 전혀 납득하지 못한 듯했다.
“크윽… 그래서, 나만 이렇게 손해 보고서 빠지라는 거야? 네가 5배까지 오른다며! 안전하다며!”
“나도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명운석은 백신우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물론 전략투자본부장인 임희연부터 떠올려보긴 했지만, 텔리콤의 주가를 떨어뜨리면서 그녀가 이득 볼 일은 없었다.
오히려 가만히 두는 것이 몇 배의 이익을 봤을 것이었다.
“시발―! 결국 이 사달이 백신우란 새끼 때문에 벌어졌다는 건 확실한 거지?”
“…100%는 아니야. 근데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긴 하겠네.”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세력으로 인한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명운석은 안승주가 백신우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졌다.
“일단 알겠어.”
안승주는 그렇게 말하고서 서늘해진 표정으로 명운석의 사무실을 나섰다.
* * *
신우는 오전에 KITE를 들렀다가 MH그룹 본사로 출근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중에 주머니 속의 핸드폰으로 임희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받았습니다.”
[본사 안인가요?]“방금 들어왔습니다. 사무실로 가는 중이고요.”
[그럼 잠시 내 방에 좀 들러주세요.]통화를 끝낸 신우는 32층에서 내렸다. 그런데 맞은편에 낯익은 사내가 서 있었다.
방금 명운석에게 노발대발하고서 나온 안승주였다.
신우는 그 얼굴을 알아보고서 조용히 지나쳤다.
‘만수가 텔리콤 주가를 제대로 흔들어놨다고 하던데. 그거 때문에 왔나 보네.’
마지막까지 안승주만 주식을 빼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리고 방금 지나치면서 본 안승주의 표정만 봐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것 같았다.
‘우리 프로젝트에 편승한다면서 누군지 확인도 안 하다니. 적을 대하는 자세부터 글러먹었구만.’
엘리베이터가 내려간 것을 확인한 신우는 고개를 흔들면서 임희연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녀는 송태훈과 업무 이야기 중이었는지 같이 있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온 신우의 모습에 임희연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진행 중인 텔리콤에 관한 주가 상황 보고를 들었어요. 따로 설명이 필요할 듯싶은데요.”
전략투자운영2부가 텔리콤 주식을 매수한 자금은 30억 정도였다. 그렇게 확보한 지분은 0.64%. 어젯밤까지 수익은 약 97억 원으로 투자금을 제외한다면 60억 정도의 수익이었다.
하지만 새벽에 급락하게 되면서 약 29억이 떨어졌다. 아직 30억 원의 순수익이 남긴 했지만, 투자 예정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임희연은 본부장으로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일시적인 상황일 뿐입니다.”
“어떻게 확신하죠?”
상승세이던 주가에서 3만 원 가까이 빠져버린 상황으로 주식 장이 마감했다. 이번 상황으로 끝난다는 확실한 자료가 없으면 납득하기 어려웠다.
“시발점은 어제 새벽 장 중에 1.15% 정도의 지분이 매도된 사항입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분을 던진 것으로 보이고요.”
“누군가의 방해 공작이 있었다는 의미인가요?”
신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을 이어갔다.
“보고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텔리콤 투자 프로젝트의 내용이 유출된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우리 전략투자본부 안에서 말인가요? 입증할 정황과 자료가 있나요?”
“제 정보망에 의한 결론입니다. 이번에 빠진 1.15%의 지분이 저희 운영2부가 투자를 시작한 시점에 같이 진입한 인물과 같기 때문입니다.”
순간 임희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회사의 주식 매도·매수에 관해서는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아내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건 어떻게 안 거죠?”
“자세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으니 믿으시고 말고는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운영2부는 어떻게 할 생각인 건가요?”
“투자는 지금처럼 진행될 겁니다. 정보의 유출에 관해서는 본부장님이 알아서 해주시면 됩니다.”
임희연은 깊게 고민했다.
만약 신우의 말처럼 정말 정보가 유출된 것이라면 문제의 규모가 작지 않았다.
게다가 전략투자본부를 비롯한 MH그룹 내부를 의심해야 하는 사항이니, 유출자를 찾지 못하면 되레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었다.
“신중해야 할 문제네요. 백신우 부장의 말대로 제가 확인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볼일은 끝나셨을까요?”
신우의 물음에 임희연은 속으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처음 신우를 찾아내서 만났을 때는 지금의 자리를 털어버리고 같이 살아갈 일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상황이 꼬일 대로 꼬여서 지금까지 와버렸다.
게다가 펑범한 초·중·고 생활과 군대에 관한 기록이 전부였던 신우는 MH그룹에 들어와 누구도 믿기 어려운 실적을 이루기까지 했다.
“일단 좀 앉아볼래요?”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요즘 백신우 부장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신우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소파에 가서 앉았다.
“말씀하시죠.”
“…지금 집은 어떤가요? 저번에 말한 대로 불편하면 새로운 곳을 구해줄 수 있어요.”
“딱 좋습니다.”
“아… 그런가요?”
임희연은 나름 어렵게 떠올린 질문이 단답으로 끝나자 조용해졌다.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임희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 KITE도 잘 운영되는 거 같던데요. 문제는 없나요?”
그녀의 말처럼 KITE는 유하연 경호를 성공하며 경비·경호 의뢰가 급격히 늘어갔다.
“일이 조금 많다는 거 외에는 딱히 없습니다.”
“대표라는 자리가 가볍지는 않죠.”
“그렇긴 하네요.”
대화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다 임희연은 처음부터 묻고 싶던 일을 겨우 꺼냈다.
“…TSF Investment에서 접촉한 일은 어떻게 된 건가요?”
임희연도 특수경호5팀 외에 KITE의 다른 경호원들도 포섭해뒀다. 그중에는 신우가 호출했던 상주경비팀도 있었기에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회사 사람을 만난 이유야 뻔하죠. 그쪽에서 같이 일해볼 생각이 없겠냐면서 제안했습니다.”
“영입 제안을 했다는 말인가요?”
“그냥 손을 잡아볼 생각이 없냐고 하던데요.”
신우는 여전히 덤덤했다.
현재 신우는 투자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동종업계에서 그런 신우의 실력을 탐내는 것도 당연했다.
“뭐라고 답했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일단 생각해보겠다고만 했습니다.”
MH그룹에서 신우를 잡을 만한 명분이라고는 혈연 관계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서자라는 점 때문에 명확하지 못했다.
신우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줄 곳으로 가겠다고 하면 친모인 임희연이라고 해도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백신우 부장의 생각은 어떻죠? 그곳에서 부른다면 갈 마음이 있는 건가요?”
신우는 손가락으로 볼을 살짝 긁었다.
“당장은 별생각이 없네요. 여기서 해야 할 일도 있어서요. 그게 끝난 후라면 모르겠지만요.”
“어떤 일을 말함이죠?”
“제가 거기까지는 말씀드릴 이유가 없는 듯하네요. 이제 하실 말씀은 다 끝났을까요?”
결국 둘이 나눈 대화라고는 일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래요. 가보셔도 돼요.”
신우는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임희연은 한숨을 내쉬고서 뒤쪽으로 서 있던 송태훈에게 말했다.
“신우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요? 해야 할 일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있나요?”
“저도 계속 알아보고는 있지만…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까 신우가 들어오기 전까지도 비슷한 대화를 나눴었다. 그리고 신우를 통해 몇 가지 문답을 해봤음에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임희연은 전화가 걸려온 핸드폰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액정에 ‘회장님’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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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명중환의 저택.
퇴근 후 그곳에 도착한 임희연은 곧장 서재 문을 두드리고서 들어갔다.
“일단 앉아라.”
“예, 회장님.”
대각선 가운데로 앉은 명중환은 진지한 표정으로 임희연을 쳐다보고서 말했다.
“요새 회사가 정신 없다지.”
“…언제나 그렇죠.”
“전략투자본부 개편 때문에도 고생이 많았겠더구나.”
“해야 할 일이었어요.”
고만고만한 대화가 이어지던 중에 명중환이 본론을 꺼냈다.
“신우에게 날파리들이 꼬였다지?”
TSF Investment와의 접촉 소식이 흘러들어간 것이다.
임희연도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챌 수 있었다.
“저도 그거 때문에 신우를 불러서 물어봤어요.”
“이유야 뻔할 듯싶네만… 뭐라고 하던가?”
“영입 제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손을 잡고 싶다고 했다네요.”
“으흠… 그 TSF가 신우를 욕심낸다는 의미로군.”
TSF Investment는 고객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유명한 글로벌 투자회사였다.
하지만 수많은 회사의 입장으로는 ‘기업 백정’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악랄한 곳이었다.
“좋지 못한 신호죠. 하지만 신우가 옮긴다고 해도 막을 명분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명중환도 그 사실을 잘았다.
물론 KITE의 지분 5%와 더불어 대표 자리에까지 앉혀주긴 했지만, 그건 TSF에서도 비등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침음을 흘리는 사이, 다급한 노크 소리와 함께 명중환의 비서인 구상호가 들어왔다.
“회장님! 백신우 대표가 납치를 당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