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44)
전직용병 재벌서자-44화(44/305)
44화. Trap of the Trap (3)
신우는 30분 전까지 퇴근과 함께 회사 근처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그러다 골목에서 납치(?)를 당한 후 지금은 두건이 머리에 씌워진 채로 이동되어서 어딘가에 앉혀져 있었다.
‘방식이나 실력을 보면 많이 어설픈 놈들 같은데…….’
머리에 두건만 씌워지고 양쪽 손목이 앞으로 모아져 두꺼운 케이블 타이로 묶인 상태였다.
주변에서 험악한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협박할 기세와 허세만 가득할 뿐이었다.
‘666부대나 명인철이라면 이런 방식은 쓰지 않을 거 같고… 애꿎은 놈이 사주한 건가?’
귀를 더욱 쫑긋 세운 신우는 묘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울리는 정도를 봐서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 같은데… 제일 가까운 곳의 인원은 다섯 정도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열 명 정도 더 있는 건가.’
회귀 이후 이전보다 오감이 예민해진 덕분이었다. 물론 말소리와 발소리를 종합해서 유추한 결과였다. 조용히 있는 이들이 더 있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멀찍이서 다가오는 구두 발소리가 울렸다.
인원은 셋. 그중 맨 앞에서 걷던 이가 계속 가까워지더니 신우의 앞에 섰다.
“안녕하냐고 인사할까 했는데, 그닥 안녕하지는 못할 것 같네. 그치?”
앞의 선 사내는 명운석의 친구이자 에스원파이낸스의 후계자인 안승주였다.
“…누구지?”
“와, 이런 상황에서도 말이 반토막일 수도 있구나. 싸가지가 없다고 듣긴 했는데, 생각보다 건방지네. 뭐, 나쁘지 않아.”
안승주가 옆에 서 있던 사내에게 손짓하자 두건이 벗겨졌다. 간이 조명에 밝혀진 주변은 예상했던 대로 공사장 안이었다.
신우는 불빛에 눈을 찡그리다가 안승주의 모습을 바로 알아보았다.
“에스원파이낸스의 안승주였나?”
“오… 날 알아?”
“이쪽 바닥에서 유명해서 알고는 있지.”
생각보다 침착해서일까.
안승주는 그런 신우의 모습에 불쾌감이 느껴졌다.
“보통 이런 곳에서 눈을 뜨면 벌벌 떨기 바쁜데, 우리 백신우 씨는 이런 상황이 꽤나 익숙한가 봐?”
“딱히. 납치해본 적은 많긴 하지만.”
대부분 적의 중요 인물이 목표물이었다. 최대한 은밀히 납치해다가 중요한 정보를 빼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진짜 웃기는 새끼네. 그보다 궁금하지 않아? 내가 널 왜 데려왔는지 말이야.”
“원하는 것이 있어서 협박하려고 데려왔겠지.”
안승주는 감탄하면서 신우를 빤히 쳐다봤다.
“오오, 눈치가 제법 빠르네.”
“이런 분위기는 익숙한 편이라.”
물론 협박받는 쪽이 아닌 하는 쪽을 의미했다.
“간단하게 말할게. 내 밑으로 들어오는 거 어때? 솔직히 MH그룹의 후계자도 못 되는 핏줄이잖아. 차라리 돈이라도 부족함 없이 벌면서 사는 것이 좋지 않겠어? 물론 그만한 대우는 내가 약속하지.”
입꼬리가 길게 늘어진 안승주의 얼굴에 신우는 순간 한 대 칠 뻔한 걸 참으며 미간만 씰룩거렸다.
“벌이는 지금도 나쁘지 않아.”
“뭐… 투자 실력은 인정해. 근데 말이야. 내가 너 때문에 만만치 않은 손해를 봤단 말이지. 5배까지 오른다던 주식이 갑자기 고등어 머리 떼듯 날아가버렸어.”
“아∼ 텔리콤 말인가? 난 거길 너한테 알려준 적이 없는데. 혹시 명운석이 말해준 건가?”
이번에는 안승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명운석이 아니면 누구겠냐? 하지만 그 출처는 네 녀석이잖아. 그럼 그쪽이 책임을 져야지.”
“누구한테 처맞고서 나한테 화풀이하는 건지…….”
그 대답과 함께 안승주의 옆으로 각목을 든 덩치의 사내 둘이 다가왔다. 그들은 험악한 분위기를 잔뜩 내뿜으면서 언제든 신우를 칠 듯이 노려보았다.
“어이, 백신우! 지금 분위기가 장난하는 거 같아? 뭐, 내 밑으로 들어오기 싫으면 정보 뽑아내는 라인이라도 내놓든가. 그럼 사지는 멀쩡하게 놔줄게.”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미행도 허술해서 내가 일부러 뒷골목으로 가주니까 겨우 납치해놓고서는. 분위기?”
“뭐, 뭣?!”
순간 사내들은 뜨끔했다.
애초에 신우가 나온 MH그룹의 본사나 주변은 고층 기업 빌딩 단지였다. 당연히 퇴근 시간에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기에 누군가 조용히 납치하기란 불가능했다.
물론 신우도 그들이 따라오는 걸 처음부터 눈치챘다. 다만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틈이 많다 보니 누군지 궁금해서 일부러 잡혀준 것이었다.
“살짝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툭―
그 순간 신우의 손목을 감싸고 있던 케이블 타이가 칼에 잘린 듯 갈라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그걸 어떻게…….”
신우는 찌뿌둥해진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기지개까지 켰다.
“아으! 지금 그게 중요해? 이제부터 너희들이 어떻게 될지는 중요하지 않고?”
“이 미친 새끼가…! 어디 하나 부러져봐야 알겠다는 거지?”
사내들은 안승주의 외침과 함께 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여간… 뻔한 레퍼토리하고는…….”
대답과 동시에 신우는 각목을 휘두르려던 사내의 손목을 잡아채 팔꿈치까지 연결해서 비틀어 꺾었다.
그가 놓친 각목이 허공으로 떨어지자 신우의 반대쪽 손이 낚아채어 옆의 사내의 무릎을 향해 후려쳤다.
우드득― 빠악!
“아악―!”
“아아아악!”
무릎과 손목이 하나씩 아작난 사내들이 주저앉았다.
그런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던 이들은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진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요즘 뭐 때문에 짜증이 좀 나서 봐줄 생각은 없으니까.”
짜증의 원인은 명운석과 TSF. 그리고 여전히 찾지 못한 장만수의 옷장이었다.
아마도 비밀의 방을 여는 스위치 위치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것 같았다.
신우는 특히 마지막 사항에서 제일 짜증이 치솟아 안승주와 덩치의 사내들을 둘러봤다.
“왜 안 들어와? 테이크아웃 아니었어? 서빙이라도 해줘?”
사내들은 신우가 자존심을 긁어대자 표정이 마구 구겨졌다.
“본부장님! 저 새끼… 죽여버려도 됩니까?”
안승주의 옆으로 와서 말한 사내는 다른 사내들의 행동대장인 문근철이었다.
“죽이지는 말고, 다리 정도만 부러뜨려 놔. 바닥을 사정없이 기어봐야 정신 차리겠지.”
“뭐 하냐! 본부장님 말씀 못 들었어?!”
주변으로 몰려온 사내들은 열 명이었다.
그사이 신우는 손목과 팔꿈치가 비틀렸던 사내가 슬금슬금 일어나려 하자 발로 턱을 차버렸다.
퍼억―
“크억!”
신호탄처럼 사내가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다른 사내들이 지나쳐 달려들었다.
이에 신우는 자신에게 손을 뻗어온 사내들의 움직임 사이로 몸을 집어넣었다.
팍, 파팍! 우드득― 퍼퍽!
코앞까지 들어간 신우는 사내들의 주먹과 각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관절만 낚아채어 꺾거나 후려쳤다.
“아악―!”
“크업!”
팔꿈치와 주먹으로 턱, 목을 가격당한 이들은 외마디와 함께 숨소리가 껄떡거리며 쓰러져갔다.
일격필살(一擊必殺).
물론 손속에 사정을 두어서 죽지 않을 만큼의 데미지만 주었다. 이에 사내들은 신체 한 부분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누워서 부들부들 떨어댔다.
“뭐야. 입가심 거리도 안 되잖아.”
신우는 열 명의 사내들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서 안승주와 문근철에게 시선을 던졌다.
“너는 안 덤벼?”
눈이 마주친 문근철이 품속에서 서슬퍼런 사시미를 뽑아 들었다.
“이 새끼가…!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시끄러우니까 빨리 오기나 해라.”
“배때기에 구멍 좀 나야 그딴 개소리가 들어가겠지!”
문근철은 사시미를 날카롭게 세워서 신우의 몸통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신우는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실 같은 것이 날아가더니 칼을 쥔 문근철의 손목에 휘감겼다.
동시에 신우는 발을 들어 그 실을 힘껏 밟았다.
“뭐, 뭐야!”
의문이 가득한 물음과 함께 문근철의 손부터 시작해서 몸까지 와이어의 의해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콰당―
“대답해주지 않을 걸 알면서 뭘 계속 물어.”
뻐억―
신우는 영문도 모른 채 바닥으로 엎어진 문근철의 머리를 축구공처럼 차버렸다.
충격에 의해 문근철은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신우는 한쪽으로 서 있던 안승주를 쳐다봤다.
“용케 안 도망갔네? 뭐, 사실 중간에 도망쳤으면 뒤통수부터 박살내줄까 했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각목을 하나 주워들고서 천천히 다가갔다.
안승주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서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자, 잠깐! 우리 이러지 말고 대화로 하자고. 대화로. 지성인답게 대화 좋잖아!”
“이미 대화 중이잖아. 몸으로 하는 대화.”
빠악―
신우가 쥔 각목은 안승주의 무릎을 직격했다.
“아악―!!”
비명과 함께 안승주는 무릎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뭘 이거 가지고 아파해? 솔직히 쟤네들보다는 덜 아프잖아. 안 그래?”
뒤쪽 바닥에서 뒹구는 중인 사내들 몇몇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했기 때문이다.
“너, 너! 대체 뭐야! 왜 이렇게 싸움을 잘하는 건데?”
“내가 잘하는 거냐? 쟤들이 못 하는 거지. 그리고 우리는 하던 거 마저 해야지? 아까 내 다리를 부러뜨려서 바닥을 기게 만들겠다며.”
신우의 시선이 안승주의 반대쪽 무릎으로 향했다.
그걸 본 안승주는 누워서 포복 후진하며 도망치듯 물러났다.
“오,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군대도 안 간 새끼가 낮은 포복은 잘하네. 이러다 각개전투도 하겠다?”
앞으로 천천히 따라간 신우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각목을 들어 보였다.
얼굴이 공포로 물들기 시작한 안승주는 양손바닥을 번쩍 내밀었다.
“잠깐!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다 들어줄 테니 여기까지만 하자! 응?”
“내가 원하는 건 하나야.”
“뭐, 뭔데?”
“뭐긴 뭐겠어. 네 무릎이지.”
빠악―
이번에 안승주의 무릎에 갈겨진 각목은 반토막이 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악―!”
주변이 떠나가라 질러진 비명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귀가 쩌렁쩌렁 울리자 신우는 미간을 잔뜩 구긴 채 다른 각목을 하나 더 주워서 가져왔다.
“빨리 입 다물지 않으면 다음은 대가리다.”
“흐읍―!”
안승주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서 눈물을 흘려댔다.
그사이 신우는 정신이 남아 있던 사내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리면서 물었다.
“내 핸드폰 누가 가지고 있냐? 3초 안에 대답 안 하면 반대쪽 팔도 평생 못 쓰게 될 줄 알고.”
“그, 그건… 저, 저기……!”
아까 싸커킥으로 기절시킨 문근철을 가리켰다.
신우는 그에게 다가가 품속에서 납치(?)당하면서 빼앗긴 핸드폰을 찾아서 켰다.
“어디서 보고 배운 건 있었네. 그래도 많이 어설펐지만.”
중얼거림과 함께 신우는 핸드폰으로 장만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녹음해둔 것 좀 보내줘.”
[써먹을 줄 알고 편집해줬지. Ok―! 확인해봐.]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걸 확인한 신우는 안승주에게 첨부된 녹음 파일을 틀어주었다.
【뭐… 투자 실력은 인정해. 근데 말이야. 내가 너 때문에 만만치 않은 손해를 봤단 말이지. 5배까지 오른다던 주식이 갑자기 고등어 머리 떼듯 날아가버렸어.】
【아∼ 텔리콤 말인가? 난 거길 너한테 알려준 적이 없는데. 혹시 명운석이 말해준 건가?】
【명운석이 아니면 누구겠냐? 하지만 그 출처는 네 녀석이잖아. 그럼 그쪽이 책임을 져야지.】
.
.
방금 신우와 안승주가 나눈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그걸 조용히 듣고 있던 안승주는 무릎의 통증을 참으며 덜덜 떨었다.
“그, 그게 어떻게…….”
“방법은 궁금해할 필요 없고. 이걸 들려준 이유는 이해되지? 오늘 일이 밖으로 흘러 나가면 재미없을 줄 알아. 굳이 고소한다든가 공론화시킨다면 이 내용도 같이 풀리겠고. 정 아니다 싶으면 네 모가지를 따고서 이 나라 뜨면 그만이야.”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었다면 허세로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승주는 사내 열 명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신우의 실력을 두 눈으로 보았다.
“이해했냐?”
안승주는 재차 이어진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은 멀쩡하니 구급차부터 부르든가. 아, 이번 일에 대한 대가는 톡톡히 받아낼 테니까 그렇게 알고.”
그렇게 말한 신우는 문근철에게 사용했던 와이어를 회수한 후 놓고 가는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서 자리를 떴다.
쓰러진 이들과 남게 된 안승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핸드폰을 꺼내던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