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46)
전직용병 재벌서자-46화(46/305)
46화. Back of the Head (1)
밤이 늦은 시각.
신우는 이두헌의 차로 MH그룹 본사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량에 GPS가 설치되어 있을 테니 목적지까지 타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가던 중에 지하 주차장 입구를 통과해서 들어와 앞에 세워진 차를 발견했다.
그 차에서는 임희연이 내렸다. 동시에 잠시 서 있던 신우를 발견하고서 다급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왜 여기에 있는 거니?”
신우도 그녀를 보고서 놀라는 중이었다.
“이두헌 과장님의 차를 잠깐 빌려서 놔두러 왔습니다.”
“…빌려? 회장님께서 이두헌 과장에게 네 임시 경호를 담당하라고 시켰을 텐데?”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부족한 판국에 왜 혼자 있냐는 물음이었다.
“불편해서요. 제가 원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두 번이나 일이 터졌어.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는 거고.”
“첫 번째는 예상하지 못하긴 했지만, 두 번째는 일부러 잡혀간 거예요.”
“일부러?”
어이없어진 임희연의 반문에 신우는 이두헌에게 해줬던 설명을 다시 했다.
“저를 미행한 놈들이 누군지 궁금했고, 그래서 확인했어요.”
“고작 그런 이유로 위험을 감수했다는 거니?”
“딱히 위험하지도 않았어요.”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모르는 게 문제인 거지!”
걱정이 극에 달한 임희연의 언성이 지하 주차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런데도 신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제가 결정한 일이 잘못된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겠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그렇다고 꽁꽁 숨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진짜 죽게 될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보호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자연재해가 아닌 이상, 누군가 죽일 의도로 접근한다면 실력과 상황에서 판가름이 난다.
결국 약한 사람은 죽고, 강한 사람이 살아남게 되는 것.
스스로 선택한 사활(死活)인 것이다.
“최대한 대비는 해야지!”
신우는 임희연의 역정에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눈을 마주쳤다기보다는 그보다 더 먼 곳을 향한 느낌이었다.
“그 대비가 지금 이 사람들 같은데… 만약 제가 여기서 본부장님의 목숨을 노린다면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물음과 함께 공허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가 신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순간 너무 놀란 임희연은 말을 제대로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뭐? 지금 그게 무슨…….”
지금 주변에는 송태훈을 비롯하여 특수경호5팀원 10명이 둘러싸고 있었다. 다들 최소 실전을 겪어본 특수부대나 경찰, 경호원으로 일했던 사람들이었다.
동시에 송태훈이 신우의 앞에 벽을 치듯이 끼어들었다. 방금 신우에게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뿜어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백신우 대표님, 여기까지만 하시죠. 본부장님도 알아들으셨을 겁니다.”
“그런가요? 뭐, 송 부장님이라도 이해하셔서 다행인 듯하네요. 저는 이만 실례하죠.”
신우는 분위기를 바꾸듯 입꼬리를 한 번 씰룩이고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한순간 숨 쉬는 걸 깜박했던 임희연과 주변의 다른 경호원들의 입에서 긴 호흡이 흘러나왔다.
“본부장님! 괜찮으십니까?”
송태훈의 우려 섞인 물음에 임희연은 방금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뭐였던 거죠? 신우가 왜 그런 표정으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살의(殺意) 같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신우가 저를 진짜 죽이려고 했다는 말인가요?”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방금 말한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던 듯합니다.”
그건 임희연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느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물었던 것이다.
“신우 나이대에 그런 것이 가능한 건가요?”
“솔직히 저도 해외 파병 중에 경험이 많은 군인에게서나 비슷한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방금 송태훈은 부하들과 같이 나서서 신우를 막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었다.
“대체 신우에게 뭐가 더 있는 거죠?”
“또래들과는 확실히 다른 듯합니다.”
절대 평범한 스물셋의 사내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비범하고 호전적이었다.
동시에 임희연은 23년 만에 찾은 신우의 과거가 어땠었는지 궁금해져만 갔다.
“군대 쪽의 기록은 여전히 답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었죠?”
“그렇습니다.”
“신우의 학창 시절 특이사항에 대해 좀 더 알아봐주세요. 조금이라도 놓치는 것 없이요.”
눈빛이 아련해진 임희연은 신우가 타고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주시하면서 경호원들과 함께 움직였다.
* * *
명인철은 명중환의 호출을 받아 집에 도착했다.
거실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명운석이 앉아 있었다.
“너도 할아버지가 부른 거냐?”
“…그렇다고 하네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고?”
“예…….”
불길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다 서재 문이 열리고서 구상호가 얼굴을 내밀었다.
“회장님께서 들어오라 하십니다.”
안으로 들어간 명인철과 명운석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뗐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자 명중환이 소파에 앉은 채로 무거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중이었다.
“내가 너희들을 왜 부른 것인지 아느냐.”
그 물음에 명인철이 나섰다.
“…죄송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집안의 분위기도 어수선한 것 같던데…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어수선할 만하지. 방금 전 신우가 납치를 당했으니 말이다.”
명인철과 명운석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납치요? 갑자기 그게 무슨… 지금은 괜찮은 겁니까?”
“다행히 다친 곳 없이 돌아오긴 했다. 그리고 범인도 확보했고 말이다.”
그사이 앞으로 모아둔 명운석의 양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명중환은 바닥으로 깔고 있던 눈으로 그것을 슬쩍 보고서 계속 말했다.
“운석아.”
“예? 아, 예… 할아버님.”
“범인이 에스원파이낸스의 안승주라고 한다. 신우를 납치한 이유는 투자 문제로 인한 보복이라고 하던데. 이래도 아는 것이 없는 거냐?”
지금 설명으로 인해 명인철도 무슨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문제는 저도 압니다. 그래서 운석이에게 곧바로 손을 떼라고 말해두었습니다.”
“너한테 안 물었다.”
명중환의 시선은 여전히 명운석에게 꽂혀 있었다.
이에 명운석은 아랫입술은 이빨로 잡아 뜯다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아버지 말대로 해당 주식 투자는 철회시켰습니다. 다만, 안승주가 제 말을 듣지 않고서 버티다가 예상 수익보다 손실을 보면서 저한테 화를 냈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대답을 원하는 것일까.
머리를 빠르게 굴려대던 명운석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많이 흥분해서 무슨 짓을 벌일 것 같긴 했습니다.”
“결국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다는 말이구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도 안승주가 백신우를 납치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명운석은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동시에 납치를 실패한 안승주에 대한 원망만 커져갔다.
‘시발 새끼… 일을 처리할 거면 제대로나 하든지.’
그사이에도 명중환은 명운석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하면, 다른 걸 물으마. 주식 투자 정보는 어떻게 된 거냐? 그걸 길 가다가 주웠다고 하지는 않을 테지?”
진작 나왔어야 할 질문이자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 물음에 명운석은 머릿속에서 맺힌 식은땀이 구레나룻과 턱선을 타고서 바닥에 떨어졌다.
“외부에서 우연히 얻게 된 정보였습니다. 그런데 투자 진행 중 전략투자운영2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게 됐고요.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아시고 철회시킨 겁니다.”
“…허어, 우연히?”
명운석이 거짓말을 한 이유는 이상경 자금운영본부장이 실질적으로 명중환 회장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관계가 돈독하다 보니 이번 실수로 쉽게 내칠 사람이 아니었다.
그 외에는 전략투자본부 내에서 정보를 얻었다는 정황밖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재된 투자 자료의 책임자인 임희연 본부장이 관리 소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름 걸린다고 해도 혼자 죽지 않겠다는 식의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투자회사에 대해 알아보니 가치가 있었습니다. 다만 회사 안에서 프로젝트로 굴리기에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서 저를 포함한 친구들끼리 굴려보려 했습니다.”
순간 명중환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허허허허―!”
계속 이어지던 웃음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뚝 그쳤다.
의미 모를 상황에 명운석은 명인철과 함께 침을 삼키고서 기다렸다.
명중환은 아까보다 풀어진 표정으로 명운석과 눈을 마주쳤다.
“운석이가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잔머리가 많이 늘었구나.”
“…….”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내 명중환의 질문은 명운석이 아닌 명인철에게로 향했다.
“명인철 사장은 이번 상황을 어찌하면 좋겠나.”
처벌? 해결책? 무엇을 묻는 것일까.
물론 명인철도 명운석이 던진 거짓말의 의도를 잘 알았다.
그러나 명중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물은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방금 부름에 명운석처럼 이름만이 아닌 직급까지 붙였다는 것…….
“투자 정보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부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상황은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계속 말하지.”
명인철은 침을 크게 삼켰다.
“출처 확인의 미흡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던 문제를 방치한 명운석 부장은 무기한 다른 계열사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깜짝 놀란 명운석이 곧장 고개를 돌려서 명인철을 돌아봤다.
하지만 명인철은 그런 시선을 무시하고서 말을 이어갔다.
“…대신, 전략투자본부의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도 가볍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전략투자본본부의 총괄감사본부를 통한 보안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확실히 단속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하지.”
“운영2부는 현재 우리 MH그룹 내에서 자금 이익이 월등히 뛰어난 곳입니다. 그만큼 정보 관리의 필요성도 중요시되는 곳이니, 이번에 확실한 점검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명인철은 자신의 아들인 명운석을 넘겨주는 것으로 전략투자본부란 말을 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동시에 개편 이후 더욱 보안이 철저해진 전략투자운영2부를 확인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그 계획은 총괄감사본부가 명인철의 라인이었기에 선택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구나. 한데 말이다… 자료가 운영되는 모든 라인을 확인해야 맞지 않나?”
“…예?”
“전략투자본부 내의 자료는 최종적으로 자금운영본부의 승인까지 받을 텐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어서 말이다.”
순간 명인철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이야기를 꺼낸 것만 봐도 한 가지가 더 확실해진 셈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알고 계셨구나…….’
명인철은 명운석이 이상경 자금운영본부장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모든 흔적을 최대한 빨리 지웠다. 물론 이상경에게도 입조심을 시키고 서로 거래가 오간 것이 드러나지 않게 몇 번이나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면 이제라도 제대로 확인하면 되겠지. 총괄감사본부를 통해서 보안감사에 들어가라. 대신 최종 보고에서 수확이 없다면 그만한 각오가 필요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둘 다 나가봐라.”
명인철은 명운석과 함께 거실로 나갔다. 답답함에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시원한 냉수를 꺼내어 마셨다.
그사이 뒤를 따라온 명운석은 물병을 내린 명인철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버지, 제가 다른 계열사로 가다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네가 벌인 일이다. 그걸 책임지는 것도 당연히 너여야지.”
“제가 아니라 안승주가 그런 거죠. 저는 아버지가 시킨 대로 처리하려 했습니다.”
“주식 투자 정보는? 아까 회장님 말씀 못 들었어? 이건 알면서도 눈을 감아준 것이나 마찬가지야! 대신 그에 합당한 대가도 필요한 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중얼거림 속에서 명인철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일단 최대한 빨리 발령이 날 거다. 적당한 곳으로 내려가 있으면 기회 될 때 다시 올려줄 테니까 그때까지 조용히 지내라.”
“아무리 그래도 계열사는 너무 심한 처사입니다. 아버지 휘하의 임원들도 불만을 가질 테고요.”
본사에서 계열사로 내려간다는 건 좌천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연히 주변에서도 보는 눈이 많을 테니, 후계자 라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었다.
“내가 내려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명인철의 단호한 목소리에 명운석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