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47)
전직용병 재벌서자-47화(47/305)
47화. Back of the Head (2)
TSF Investment 한국 지사장 곽치영은 집처럼 사용 중인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오한성이 가져온 태블릿을 받았다.
안에는 일본 코가제약에 대해 조사한 모든 자료가 들어 있었다.
이미 한 번 검토를 마친 자료이지만, 오늘은 날도 날이다 보니 다시 확인이 필요했다.
“아직까지 딱히 반응은 없는가?”
“큰 변화는 없습니다.”
코가제약의 주가 변동을 말한 것이었다. 현재 일본 증시는 열심히 거래되면서 여러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코가제약은 부동인 채로 조용했다.
이에 곽치영은 침음을 흘리며 다시 자료로 시선이 갔다. 혹시나 자신이 놓친 것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흐음… 개발 중인 신약이 있긴 하지만, 이제 막 초기 임상 실험이 들어간 데다가 혈관 확장제라면 획기적인 신약도 아니니…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부분일 텐데.”
“기존에 출시한 약품도 건강 보조제 개념으로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곽치영은 만족하지 못한 표정으로 다른 자료들도 훑어봤다.
“현재 주가는 한화로 2만 5천 원 정도. 시가총액도 4천억이 조금 넘는군.”
TSF에서 굴리는 자금을 생각한다면 큰 가치가 지닌 회사는 아니었다.
이에 옆에서 오한성도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솔직히 백신우 대표가 이곳에서 뭘 보고 투자 가치가 있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되네. 으흠…….”
“백신우 대표가 말한 투자 기한이 별로 남지 않았는데 어찌할까요? 주식이라면 높지 않다 보니 확보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곽치영은 고민하며 태블릿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러다 일본 증시로 화면을 바꾸어봤다. 코가제약의 주식 차트가 떠오르면서 변화를 지켜봤다.
“…응?”
코가제약의 주식 그래프 끝이 꿈틀거리듯 붉은색 띠를 보이더니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뭐지?”
그사이 오한성은 TSF 한국 지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곳에서도 코가제약에 대해 관찰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방금 차트의 움직임을 보고 조사한 것을 알려주기 위해 연락한 것이었다.
“지사에서 원인을 분석한 사항을 메일로 보냈다고 합니다.”
곽치영은 곧장 태블릿으로 내용을 확인하고서 눈이 점점 크게 뜨여졌다.
“…이게 정말이라고?”
【코가제약, 고인물에서 빗어낸 새로운 발견 ‘코라판’! 기존에 판매하던 영양제에서 비염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효능을 발견하여…….】
기사와 더불어 코가제약이 공식적으로 해당 약품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나왔다.
일단 비염은 전 세계적으로 재발률이 높은 증상 중 하나였다. 코라판은 그런 비염 증상의 재발을 막는 데 탁월한 효능까지 보이니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일본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효과를 입증하는 홍보까지 더해지면서 ‘코라판’의 판매율이 급증하는 중이었다.
“현재 코가제약의 주가는?”
“2,933엔. 한화로 2만 8천 원 선으로 10% 정도 올랐습니다.”
“지금도 계속 오르는 중이군.”
곽치영도 태블릿의 화면을 주가 차트로 바꿔두었다.
정말 백신우가 말한 상황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그것도 자신들은 답을 찾아내지 못했던 코가제약의 주가로 말이다.
“지금 추세로 홍보가 끊이지 않는다면 상한 기간은 짐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합니다.”
“신약이 아닌 기존의 약품으로 상황을 역전한다라… 이에 관해서 왜 찾아낸 것이 없었지?”
그 물음에 오한성은 조심스럽게 생각한 것을 꺼냈다.
“코라판의 비염 효능에 관해서는 자료에 첨부되어 있긴 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홍보가 된다고 해서 유명해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홍보가 시작된 지점을 확인해보도록 하지.”
“주식은 어떻게 합니까?”
원래 백신우가 기브 앤 테이크로 준 정보였다. 그러나 이미 상한선을 그리기 시작한 주식에 뛰어들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백신우의 실력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니 상황만 지켜보도록 하지. 조건으로 요청받았던 기술 특허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영국의 웨스트롭이란 시스템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 특허입니다. 전파 교란 시스템 칩이라는 군사기술인데,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니 다른 기수에 비해 출력 범위가 너무 낮아서 상용화는 어렵다고 합니다.”
신기와 같은 투자 재능을 보여준 백신우가 조건으로 내건 기술 특허였다. 그렇기에 곽치영은 웨스트롭이란 회사나 특허 쪽에 뭔가 대단한 것이 있다고 기대했었다.
“그런 특허를 웨스트롭에서는 왜 만든 건가?”
“전파 스텔스 기술의 일부입니다. 일단 기술 확보를 위해서 기초 기술만 특허를 따둔 듯하답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할 방법은 없고?”
“저도 그 점을 문의해보긴 했습니다. 일단 출력 범위를 높일 수 있을 기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시중에 개발된 제품은 없습니다.”
결국 쓸모가 없는 기술 특허라는 의미였다.
이에 곽치영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설마… 아무 필요도 없는 걸 가지고 우리 능력을 시험해보려고 한 것인가?”
당장 백신우는 방금 입증된 확실한 투자 정보를 TSF에 건네준 것이다. 그렇다면 TSF는 명목상으로나마 백신우가 요청한 조건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만약에 그걸 들어주지 못한다면……?
TSF는 능력도 없이 손을 내밀었다는 오명만 쓰게 될 것이었다.
“백신우 대표가 우리를 떠보려는 것이란 말입니까?”
“하하하―! 이거 한 방 제대로 먹었군. 자신이 우리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걸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그래도 범상치 않은 듯합니다. 아니면 저희를 믿지 못했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곽치영은 계속 웃음이 흘러나왔다.
“후자에 가깝겠지. 내가 다짜고짜 손부터 내밀었으니. 그걸 보고서 누가 쉽게 믿을 수 있겠나. 우리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코가제약의 주식을 미처 사지 않아서 상한가 치는 지금도 지켜만 보았다.
서로 믿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그럼 웨스트롭의 기술 특허는 문제없도록 사들이겠습니다.”
“이거, 거래 전부터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군.”
만약 코가제약의 주식을 매도하여 이윤을 남겼다면 처음부터 남는 장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에서 그걸 후회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이번 거래로 신뢰를 쌓아 더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했다.
우우웅― 우우웅―
그런 이야기가 계속 오가던 중에 오한성은 박상규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통화를 마치고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지사장님, 백신우 대표에게 살짝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
“어제저녁, 에스원파이낸스 안승주에게 납치당했다가 구출되었답니다.”
동시에 곽치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안승주? 이번에 명운석이란 놈과 농간을 부리던 녀석 말인가?”
보고받았던 사항이었기에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다.
“맞습니다. 부상은 없고, 오히려 안승주가 백신우 대표에게 당해서 양쪽 무릎이 완전히 부러졌답니다. 그리고 납치에 동원되었던 에스원파이낸스 대출회수팀 직원 12명도 어디 하나씩 부러지거나 급소를 맞아 같이 입원했다고 합니다.”
곽치영은 너무 어이가 없어진 표정으로 쳐다봤다.
“허어, 그걸 백신우 대표가 혼자서 했다고?”
“특수부대 출신이었다면 건달 12명 정도는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도 백신우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비밀부대 출신이라는 것까지만 짐작하는 중이었다.
“이거… 정말 대단한 사람이로군. 여러 방면으로 쓸모가 많겠어.”
어떤 사람이든 하나가 특출나면 나머지는 조금이나마 부족하기 나름이었다.
하지만 백신우는 성향, 기술, 능력, 배경 등등… TSF가 보는 필요 관점에서 부족함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에스원파이낸스 쪽이 문제 삼게 되면 큰일이지 않을까요?”
MH그룹과 달리 에스원파이낸스 유지영 회장은 TSF Investment의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과하다 싶으면 적당히 진정시켜야지.”
“하지만 유지영 회장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서 말입니다.”
“그 성질을 아들이 빼다 박았으니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진 거 아니겠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시하고는 있지.”
곽치영은 지시를 내린 후, 장 중에 계속 올라가는 코가제약의 주식을 지켜보았다.
***
【인사 발령 공지】
▷ 전략투자운영1부장 명운석 → MH전자 미래기술기획3부장
▷ 전략투자운영1부 차장 나정현 → 전략투자운영1부장(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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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도 없던 인사 발령에 MH그룹 본사는 크게 술렁거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명중환 회장의 장손, 명인철 사장의 외동아들인 명운석이 다른 곳도 아닌 계열사로 발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차차기 후계자로 낙점인 인물이 본사에서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니 수많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부장님이 왜 MH전자로 가는 건데?”
“무슨 잘못이라도 하신 건가?”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게 가능해? 계열사 하나를 말아먹었다면 모를까.”
“범죄라도 저지르신 건 아니겠지?”
“그럼 전략투자운영1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
온갖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그사이 명운석은 자신의 방에서 개인 물품을 챙기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시키려고 했었지만, 회장인 명중환이 명운석에게 직접 가져가라는 지시까지 내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것도 무조건 근무 시간에…….
“크윽…….”
물건을 하나하나 챙겨 넣으면서 느껴지는 치욕스러움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지금도 유리 벽 너머에서 전략투자운영1부 직원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명운석의 현재 상황을 누가 차차기 후계자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사건의 시발점은 자신이 제공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안승주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진짜 그 새끼를 묻어버릴 수도 없고…….”
아무리 그래도 안승주는 에스원파이낸스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현 회장인 유지영이 물러나면 안승주가 앉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끝내 명운석은 개인 물품을 전부 챙기고서 유리문을 열고 나갔다.
방금까지 술렁대던 직원들이 입을 싹 다물고서 고개까지 파티션 밑으로 처박았다. 누가 봐도 좌천인 상황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
명운석은 조용히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신우가 내렸다.
눈이 살짝 마주친 신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전략투자운영2부 사무실로 걸어갔다. 그때 명운석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지 않고 말했다.
“이걸로 이긴 거 같냐?”
신우는 고개를 돌려서 덤덤한 표정으로 명운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넌 이길 수 있을 거 같냐?”
“크윽… 에스원파이낸스에서 너를 가만히 둘 거 같아?”
“가만히 안 뒀으니 그런 꼴을 당한 거겠지.”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신우의 대답에 명운석은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너는 아무리 발악해봤자 자격이 없는 놈일 뿐이다.”
“자격도 없는 놈한테 발려서 기분 좋냐?”
“…….”
“개소리 적당히 지껄이고 내려가기나 해. 오늘 자로 발령이던데, 지각 아니냐? 부장이 되어서 지각이나 하고 말이야. 쯧―!”
신우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던진 후에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