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5)
전직용병 재벌서자-5화(5/305)
5화. 그래서 뭐?
회귀 후 며칠이 흘렀다.
한국에 남기로 한 신우는 청계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원룸을 하나 구해서 이사했다.
집에 같이 들어온 장만수는 안을 둘러보며 한숨을 흘렸다.
“너무 휑한 거 같은데… 다른 가구는 아무것도 안 들여놔?”
10평짜리 원룸에는 아무것도 안 덮인 매트리스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당장 딱히 필요한 건 없어서. 봐서 옷이나 좀 사야지.”
“맨날 군복만 입고 살아서 옷도 없는 거야?”
“툭하면 작전 나가는 통에 뭘 사 입을 시간이 있었어야지. 근데 아지트는 정말 괜찮은 거야? 국정원에 들키지 않겠어?”
국정원은 LEUCO 바이러스 존재 때문에 장만수를 구속하듯이 데려가서 오랜 세월 붙잡아뒀다. 그들도 얕게 준비한 계획이 아닐 것이기에 신우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LEUCO 바이러스를 알았던 건 내가 호기심 삼아 IT 논문 저널에 기초 알고리즘을 올려서였어. 일단 그 짓은 내가 하지 않을 거고, 아지트는 나랑 전혀 관계없는 차명으로 매입해둔 거라서 문제없어.”
“너도 살 만큼 살고서 과거로 돌아왔으니 대비는 잘해놨겠지.”
신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몇 벌 되지 않은 가방 속의 군복과 사복을 옷장에 걸어두었다.
“군복은 안 버리냐?”
“6년짜리 동원 훈련 딸린 예비군 있다.”
“아― 부사관은 더 길지?”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민망해진 장만수는 괜히 주방 가스레인지 위를 손가락으로 슬쩍 훑었다. 먼지가 살짝 묻어나오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윽… 근데 666부대를 쫓으려면 우리도 준비를 좀 해야 하잖아. 어떻게 할 거야? 세워둔 계획은 있어?”
“일단 자금부터 마련해야 하는데… 기초 자금이 없으니 걱정이네.”
미래에서는 용병으로 살면서 벌어둔 재산이 상당했었다. 특히 트라이드 아이에서 받았던 임무는 한 번에 수십억짜리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군대에서 모은 월급과 위험 수당, 퇴직금으로 모은 약 1억 원 중 집을 전세로 구하면서 얼마 남지 않았다.
“돈? 그게 무슨 걱정이야.”
“모아둔 돈이 꽤 되나 봐?”
“나도 많지는 않아. 근데 우리가 어디서 왔냐?”
“…2023년?”
“그럼 답은 쉽잖아. 판타지 소설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국내 자본의 흐름대로 투자만 해도 돈 먹고 돈 먹기일걸?”
신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나간 이후로 다시 들어온 적이 없는데.”
황당해진 장만수는 그런 신우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예 없어? 한 번도?”
“딱히 들어올 일이 없었어. 여기 다시 찾아올 만한 연고가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그러니 친모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었는지도 전혀 몰랐었다.
이에 장만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사실 그간 예전에 국정원에서 사찰했던 내용 중 MH그룹에 대한 것을 떠올려봤어.”
“뭐가 있었어?”
“그때도 아주머니에 대한 내용은 없었어. 대신 앞으로 1∼2년 동안 MH그룹은 여러 문제가 발생해. 그러다 TSF Investment란 사모 펀드에 흡수되고.”
“아주머니는 뭐야?”
“너희 어머니이니까 아주머니 아니야? 어머님이라고 할까?”
“죽을래? 근데 TSF란 회사는 뭐야?”
발끈하던 신우는 전투라면 모를까, 기업 쪽 일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The Sixth Finger. 직역하면 여섯 번째 손가락이란 의미를 가진 외국계 거물급 투자회사야. 운영되는 자본도 최소 단위가 수백억 원에 달하고.”
대답과 함께 장만수는 챙겨왔던 태블릿으로 TSF Investment를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사이트는 불어로 되어 있었지만, 신우는 아무렇지 않게 읽어 나갔다.
오랜 용병 생활로 세계 각지를 돌며 익힌 언어가 상당한 덕분이었다.
“딱히 나온 정보는 없네.”
회사 소개와 대외적으로 협업하는 몇몇 파트너 기업에 관한 설명뿐이었다.
“대형 고객들만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사모펀드이니까. 지금까지 TSF에서 인수해서 찢어 팔기 한 기업만 수백 개야. 원래 미래에서 MH그룹도 그 꼴을 면치 못했고.”
“명중환 회장이 지키지 못했다는 거네.”
“당시 명중환 회장은 병환으로 사망한 후였어.”
“…응?”
깜짝 놀란 물음에 장만수가 설명을 이어갔다.
“뉴스에 보도된 것은 급성 심근경색이었어. 언론 통제도 되지 않아서 MH그룹 주가는 급격히 떨어졌고, 동시에 둘째 아들인 명성철이 사장으로 있는 MH푸드의 제품에서 곰팡이 문제도 터졌고. 얼마 안 있다가 MH전자는 핸드폰과 노트북을 포함한 여러 가지 디자인 카피와 기술 특허 무단 사용 문제까지 벌어졌거든.”
신우는 그 말을 듣다가 의문이 생겼다.
“넌 왜 이렇게 자세히 기억해? 시기로 따지면 10년도 넘은 일 아니야?”
장만수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상당한 세월이 지났는데 어제 일처럼 상세하게 기억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나 왜 이렇게 기억이 잘 나지? 내가 기가 막힐 정도의 천재라서?”
잘난 척하듯 뿔테 안경을 치켜올린 장만수의 모습에 신우는 어이가 없어졌다.
“미친 소리 하고 자빠졌네. 컴퓨터 쪽이라면 모를까, 지 안경도 머리에 올려놓고서 못 찾던 놈이… 너 그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는 않았어.”
“그랬나? 근데 진짜로 왜 이렇게 기억이 잘 나지? 아, 국정원 반상원 차장 그 X발 새끼 얼굴도 떠올랐네. 나 잡아가고서 설렁탕 시켜 달라니까 청국장 시켜 줬던 새끼…….”
신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혹시 과거로 돌아온 영향인 건가?”
“영향? 난 기억력이 좋아졌다 치고, 너는?”
“이걸 나한테 던져봐.”
뒷주머니에서 호신용으로 사둔 접이식 카람빗 나이프를 꺼내어 펼쳐 내밀었다.
“야! 여기서 이 칼을 너한테 던지라고?”
지금 장만수와 신우의 거리 차는 두 발자국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실력자라고 해도 피하기 어려웠다.
“던져보기나 해.”
“이게… 몸이 어려졌다고 대가리까지 어려졌나? 진짜 너 다친다고!”
“시끄럽고 던지기나 해. 대충 말고 제대로.”
“아씨― 다쳐도 난 모른다!”
순간 장만수는 신우가 첫사랑 사건으로 장난쳤던 것을 떠올리며 나이프를 던졌다.
솨아악―
동시에 신우는 나이프가 그의 손을 떠나 회전하는 걸 보고서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집중해서 쳐다보다가 손만 뻗었다.
착―
“…뭐, 뭐야! 너! 그걸 어떻게 잡았어?”
다른 곳도 아니고 빠르게 회전하던 카람빗 나이프의 손잡이가 신우의 손에 잡혀 있었다. 그리고 나이프의 칼날 끝은 신우의 눈 바로 앞이었다.
“너, 너무 진심으로 던진 거 아니냐?”
“내가 너나 다른 녀석들처럼 노리고 던질 수 있으면 말이라도 안 하지. 근데 진짜 어떻게 잡은 거야? 설마… 그게 네 회귀 특전 같은 거야?”
“동체 시력이랑 반응 속도가 예전보다 높아졌어. 기억력도 너만큼은 아니지만 꽤 예전 일도 잘 생각나고.”
장만수는 그 말을 듣고서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럼 나도 반응하는 속도가 좋아졌으려나? 그 나이프, 나한테도 던져봐 봐.”
“진짜?”
“아, 대신 머리 말고 발 쪽으로…….”
말을 기다릴 새도 없이 신우는 칼을 던졌다.
솨악― 팍!
빠르게 회전한 카람빗 나이프는 장만수의 왼쪽 어깨 옷깃만 살짝 스치며 지나갔다. 이에 장만수는 천천히 고개가 돌아가더니 싱크대 선반 문에 박힌 나이프를 보고 외쳤다.
“이, 이―! 미, 미친 새끼야! 심장 떨어져 죽을 뻔했잖아!”
“내가 진짜 널 맞히겠냐.”
“이거 완전 또라이네? 아까 내가 세게 던졌다고 복수한 거 아냐?”
신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복수는 무슨… 그리고 내가 빗맞히는 거 봤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와― 씨! 내가 놀라서 움직였으면 어쩔 뻔했어. 대가리에 칼 꽂힐 뻔했잖아!”
“그것도 당연히 계산에 넣었지.”
지난번 친모를 만났던 카페에서 제압했던 사내와 싸웠을 때도 지금과 같았다.
대신 과거로 돌아온 만큼 용병으로 한창 활동했던 전성기 때보다 근력과 몸에 익은 전투 습관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그런데 사내와 싸우면서 그런 부족함이 회귀 특전으로 인해 충분히 커버되어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도 이런 거겠지?”
“그거야 모르지. 아무튼 자금은 네가 책임진다는 거지?”
“문제없을 거야.”
“그럼 666부대에 청부했을지 모르는 명인철 사장의 뒤부터 파봐야 하나?”
신우의 중얼거림에 장만수는 놓친 것을 떠올렸다.
“MH그룹이 무너지는 건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보면 너희 외가잖아. 신경 안 쓰여?”
“거기 문제는 생각해볼게.”
아직 친모 쪽 문제보다 과거 트라이드 아이로서 상대했던 666부대가 중요했다.
조용한 것을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접촉도 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그들이 언제 다시 움직일지 몰랐다.
“일단 명인철 쪽을 파볼게. 666부대에 의뢰한 것이라면 어떤 쪽으로든 기록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물론 그쪽도 쉽게 들키도록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겠지만.”
우우웅― 우우웅―
신우의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지?”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번호를 알 만한 사람은 군대 사람들을 제외하고서 몇 안 되었다.
친모의 번호는 이전에 저장해둬서 모르는 번호일 수도 없었다.
“누군데 그래?”
“기다려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물음과 함께 수화기 너머로 낯선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신우 씨 되십니까?]“누구시죠?”
[저는 박상규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면 잠시 뵐 수 있을까요?]“무슨 용건 때문에 그러시죠?”
[직접 뵙고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너무 다짜고짜 내미는 요청에 신우는 기분이 불쾌해졌다.
“딱히 볼 이유는 없는 듯싶은데요.”
[잠깐이면 됩니다. 곧 문 앞에 도착하니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죠.]점잖은 듯한 박상규의 말투에서 서늘함이 느껴졌다.
이에 신우는 인터폰을 켜보았다.
문밖에는 방금 도착한 듯한 정장 차림의 사내 세 명이 서 있었다. 대충 분위기만 봐도 조용히 대화하러 온 느낌이 아니었다.
“잠깐 기다려주시죠.”
통화는 그렇게 끝냈다.
옆에서 영문을 모르던 장만수는 인터폰 화면을 같이 보고 깜짝 놀랐다.
“누가 찾아온 거야?”
“박상규란 사람이라고 하네. 말투나 분위기만 봐서는 좋은 일로 찾아온 건 아닌 듯한데.”
“설마 666부대인 거 아니야?!”
“거기면 차라리 다행이지.”
정말 그런 것이라면 굳이 찾아낼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안에 들이게?”
“피할 이유는 없으니까. 분위기를 봐선 조용히 물러나지 않을 거 같고. 혹시 모르니까 너는 화장실에 들어가 있어. 문도 잠그고.”
“…알았어.”
장만수는 신발과 가방까지 챙겨서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딸칵―
그렇게 화장실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던 신우는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앞에는 명인철 사장의 경호원인 박상규 실장이 부하들과 함께 서 있었다.
“말씀하시죠.”
“통로가 좁으니 잠시 들어가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신우는 안으로 물러나면서 사람들을 안으로 들였다.
저벅― 저벅―
그들은 굳게 닫힌 화장실 문과 함께 싱크대 옆을 지나가다가 선반에 박힌 카람빗 나이프를 보고 깜짝 놀랐다.
“……!”
“아, 던지는 연습을 하느라요. 그보다 예의가 너무 없으신 거 아닙니까?”
순간 사내들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사이 나이프를 뽑아서 챙긴 신우는 그들과 거리를 벌려 섰다.
그러다 구두가 신겨진 채로 들어온 그들의 발을 보았다.
“예의는 백신우 씨가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서 차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그래서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러자 박상규는 무거운 표정으로 신우를 보며 말했다.
“저희는 MH그룹에서 나왔습니다.”
“용건은요.”
“백신우 씨. 얼마 전 남양주 모 카페에서 임희연 본부장님을 만나셨죠? 어떤 용건 때문에 만나신 건지 대답 부탁드립니다.”
절대 부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