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51)
전직용병 재벌서자-51화(51/305)
51화. 포상이 아닌 거래 (1)
며칠 후.
신우는 늦은 저녁, MH그룹 명중환 회장의 호출을 받아 평창동 저택을 방문했다. 이두헌과 경호원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리던 중에 다른 차량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 들어와 옆에 세워졌다.
그 차에서는 명인철과 박상규, 휘하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내렸다.
“회장님이 부르셨구나.”
“…그렇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신우는 그를 무시하듯이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명인철이 다급히 입을 뗐다.
“요즘 TSF 곽치영 지사장과 만남이 잦다고 하던데.”
지난번도 그렇고 최근에 만났을 때도 경호원들을 대동했으니 정보 유출은 당연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
“TSF Investment는 기업 백정이라고 불리는 놈들이다. 그건 알고서 만나는 거냐?”
누가 누구한테 뭐라고 하는 것일까. 물론 명인철은 TSF와의 관계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박상규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던질 수 있는 말이었다.
“어쩌다 보니 일 때문에 만나게 되네요. 그쪽에서 먼저 보자고 한 것도 있었고요.”
이에 명인철은 비릿한 실소를 흘렸다.
“이래서 제대로 배워먹지 못한 티를 낼 수밖에 없는 거지.”
“좋으시겠어요.”
“뭐가 말이냐?’
“배워먹지 못한 놈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MH그룹의 기업 자산이 많아졌잖습니까.”
대놓고 비꼰 대답에 명인철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같잖은 정보력과 지식만 가지고 이 바닥에서 평생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제 걱정을 해주시는 건가요? 그 같잖은 정보도 가지지 못한 아드님 걱정부터 하는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발인지 시비인지…….
잠시 조용해졌던 명인철은 평정심을 되찾고서 미간을 곱게 폈다.
“너나 운석이는 사촌이 아니냐. 좀 더 수월하게 일을 처리했어도 좋았을 일이고. 굳이 그런 방식을 써가면서 내쳐지도록 할 필요가 있었느냔 말이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텔리콤을 리비오 소프트에 소개한 것이랑 저를 납치했던 놈을 혼내준 거밖에 없는데요? 뭐가 잘못된 건가요?”
텔리콤의 주가 변동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
그건 명운석과 친구들의 독단으로 편승했던 일이다 보니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나름 큰 이익을 보았다.
하지만 안승주가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니 기업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서먹한 분위기가 흘렀다.
“너는 몰랐단 말처럼 들리는구나.”
“안승주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전혀요.”
텔리콤의 주가는 명운석이 편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떨쳐내려는 듯이 크게 출렁거렸다.
물론 다른 작전 세력을 노린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명인철은 그 목표가 명운석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능글맞은 구석이 있구나.”
“딱히요. 그보다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신우는 그렇게 말한 후 정원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구상호가 신우를 보고 고개 숙였다.
“아까 도착하셨다고 연락받았는데 늦게 들어오시는군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냥 날파리 한 마리가 윙윙거려서요.”
구상호는 CCTV로 주차장 상황을 확인했었다. 당연히 신우가 말한 날파리가 명인철을 의미하는 것도 잘 알았다.
“…그러셨군요. 안에서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신우는 그의 안내를 받아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에서 서류를 결재하던 명중환은 신우를 발견하고 돋보기안경을 벗어서 내려놨다.
“네 큰외삼촌이랑 이야기가 길어졌나 보구나.”
지금까지 신우는 MH그룹 오너 일가 사람 중 누구도 가족이란 테두리로 호칭을 붙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명중환은 일부러 더 가깝게 붙이려는 듯한 중얼거림이었다.
“솔직히 그런 호칭은 불편합니다.”
“어차피 가족인데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딱히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나 그런 걸 강요할 생각은 마시죠.”
명중환도 거기서 더 강요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신우가 칼같이 잘라내니 살짝 아쉬운 기분에 휩싸였다.
“…그러지.”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부르신 겁니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전화나 메일로 주셔도 좋았을 텐데요.”
신우의 목표는 MH그룹이 아닌 자신과 동료들을 죽게 만들었던 배후인 666부대. 거기서 더 나아가 666부대를 이끈 미래의 브릴리언트그룹이었다.
그 목표에 있어서 MH그룹의 자리는 위장용 기반일 뿐이다.
“내가 너를 귀찮게 만들었구나.”
“안 귀찮았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허허허. 가족 중에 내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어.”
“…….”
신우가 조용히 있자 명중환은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 다시 입을 뗐다.
“오늘 이렇게 부른 이유는, 상을 주기 위해서다. 원하는 것이 있나?”
“MH그룹에서는 실적에 관한 포상을 이런 식으로 주시나 봅니다.”
KITE의 대표 자리도 저번 식사 시간에 받았었기 때문이다.
“본사 강당에 사람들을 모아놓고서 줄 걸 그랬나? 그걸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추진하도록…….”
“…아닙니다. 그냥 여기서 하시죠.”
순간 신우도 괜한 말을 꺼냈다 싶었다.
이에 명중환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해보도록. 이번에는 뭘 원하는 것인지 말이야.”
“한 가지 있습니다.”
“뭐지?”
“MH테크 내에서 사업을 진행할 자리가 필요합니다.”
굉장히 의외의 대답이었는지 명중환이 살짝 놀라면서 쳐다봤다.
“그곳이 방위산업 계열사인 것을 알고 말하는 거겠지?”
“모를 수 있나요.”
“이유는?”
“그쪽 사업에 대한 아이템이 몇 가지 있습니다.”
흥미가 동한 명중환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투자 정보에만 빠삭했던 것이 아니었나 보군.”
“그냥 생각나는 것이 많아서요.”
“허나 방위산업은 일반적인 사업과 결이 다르다. 그 자리가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제대로 어울릴 수 있을지 증명되어야겠지.”
신우가 구상한 방위산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보여달라는 의미였다.
“Radar Radiant Expansion Device. 줄여서 RRED. 또는 R2ED. 레이더 방사 확장 장치란 것으로, 기존 레이더의 측정 반경과 속도를 향상시켜 주는 장치입니다.”
“…예를 들자면?”
“하늘과 바다에서 각각 차이가 있겠지만, 이론상으로는 최소 150%에서 최대 180%의 증폭비가 주어질 겁니다.”
살짝 놀란 명중환은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것이 장치 하나로 정말 가능하다는 건가? 특히 하늘과 바다의 조건 차이는 둘째치고서 레이더의 목적에 따라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용병을 떠나서 군인의 삶을 살았던 신우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첨두전력의 차이는 높게 증가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펄스 길이와 반복 주파수, 빔폭, 물표 등을 증가시키죠. 게다가 레이더의 기본 원리는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호환도 가능하고요.”
전문 용어가 섞인 설명을 듣던 명중환이 이상함을 감지한 듯 말했다.
“네가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니구나.”
아무리 군인이었다고 한들 지식의 영역이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신우가 투자 정보를 잘 아는 것도 신기할 노릇이지만, 사업의 경영과 기계적 전문 지식은 궤를 달리했다.
“제 지인 중에 이쪽으로 능통한 인재가 있습니다. 방금 원한 자리에 그 사람이 들어갈 겁니다.”
바로 장만수를 말함이었다. 그걸 알지 못하는 명중환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짓게 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국방과학연구소 사람을 빼오는 건 아니겠지?”
ADD(Agency for Defense Developmen)라고 불리기도 하는 국방과학연구소는 대한민국 국방을 위해 첨단무기 체계 개발과 과학기술 조사, 분석, 연구를 전담하는 곳이다.
시설과 인력에 대해서 엄청난 보안을 자랑했다. 당연히 그곳의 인재를 빼온다는 건 국방부를 떠나 정부와 싸우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인재가 많은 곳이기에 방위산업을 담당한 회사들은 그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된 장비를 위탁하여 생산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곳 연구원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MH테크는 방위산업을 다루는 만큼 신원에 문제가 없어야 하는 걸 알고 있겠지?”
“제 휘하에 있는 장만수 과장입니다.”
“…장만수 과장? 하지만 그 친구는 고졸이지 않나? 학창 시절 성적에서도 특출난 것이 없던 것으로 아는데.”
명중환은 신우의 휘하에 사람이 들어갈 때마다 신원을 조사했었다.
릴리안 포스터야 미국에서 우수한 학업 성적을 이룬 데다가 스탠포드 공과대학교에서 박사와 석사까지 취득한 인재였다.
하지만 장만수는 그에 비해서 너무 비교되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매일 달라지는 휘황찬란한 패션 정도……?
그건 명중환도 사진을 받아 보고서 눈살이 찌푸려졌을 정도였다.
“방금 말한 R2ED에 대해서는 장만수 과장이 전부 구상한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쪽 분야에 관해서는 유능한 인재죠.”
신우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게다가 명중환은 그런 신우가 허튼소리를 하던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방금 말한 R2ED에 대한 자료를 보여줘야 확인 가능하겠군.”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말씀드리면 R2ED에 관해서는 특허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순간 명중환은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 들은 R2ED의 설명대로라면 진짜 획기적인 아이템이 된다.
그런데 기업이 아닌 개인이 해당 특허를 쥐고 있다면 복잡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었다.
“소속만 MH테크에 두고 사업은 따로 진행하겠다는 의미처럼 들리는구나.”
“상용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MH테크에서 3년 단위로 독점 사용하게 진행하겠습니다. 물론 그만한 대가는 따로 지불해야겠지만요.”
“…역시 사업 수완이 제법이구나. 상을 주려고 불렀더니 나를 상대로 거래를 제안할 줄이야.”
신우는 그 말을 들으면서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제 일로 에스원파이낸스에서 공장 부지를 헐값에 매입하신 분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듯싶은데요.”
“훗. 회사에서 네 어미 외에 인맥이 많지 않을 텐데. 그건 어디서 들었는지 궁금하구나.”
“이 바닥에서 소문은 한 번 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으니까요. 특히 기업 간에 걸린 돈이랑 싸움은 말이죠.”
둘 사이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지는 것 같았다.
“MH테크의 자리는 일단 R2ED에 대해서 연구진이 확인을 마치고서 진행하마. 자료는 구상호 부장에게 전해주면 된다.”
“그러도록 하죠.”
신우는 인사를 마치고서 나갔다.
그사이 명중환은 조용히 있다가 신우를 배웅해주고 돌아온 구상호를 보면서 말했다.
“장만수 과장에 대해 최근까지 파악된 동향이 있던가?”
“일전에도 특이사항이 없던 관계로 노마크였습니다.”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어.”
방금 신우에게 들었던 R2ED(레이더 방사 확장 장치)는 실현만 된다면 기존 군사용 탐지 장비를 신품 교체가 아니더라도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다.
당연히 신품만 내놓는 여타 방위산업회사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조사에 착수하겠습니다.”
“그리고 MH테크 쪽으로 자료를 넘기고서 최대한 빨리 검토해보라고 하지.”
“필히 전하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구상호도 서재를 나갔다.
다시 혼자 남게 된 명중환은 신우가 했던 말과 장만수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러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장만수의 트로트 가수보다 화려한 옷차림이 강하게 뇌리를 스치며 미간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