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54)
전직용병 재벌서자-54화(54/305)
54화. 새로운 계열사 (1)
별장 안의 분위기는 무거워져만 갔다.
처음부터 계획은 MH그룹의 충견인 임희연을 처리한 후, 명중환 회장을 조용히 보내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였다. 임희연이 죽었더라도 다른 형제들이 남았기에 최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건강검진도 조작해왔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감이 있었기에 곽치영은 이번 해까지만 기다려보자고 설명했다.
“지금 임희연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송태훈과 특수경호5팀 때문에 말입니까?”
“저번 카페 프로젝트도 그들 때문에 실패한 거 아닙니까.”
“솔직히 그건 당신네 쪽의 실력이 부족해서겠죠.”
지금의 임희연은 매사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렇기에 당시는 유일한 틈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기회였다.
다만, 진짜 실패 원인이 카페를 감시 중이던 666부대원이 신우에게 당한 것이었다. 그 상황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그들에게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건 인정합니다. 저희가 안일했던 탓이죠.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들먹이기보단 지금 상황부터 생각하죠.”
명인철은 묵직한 답답함에 한숨을 흘렸다.
“후우… 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당장 중요한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곽치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명인철의 모습에 설명을 이어갔다.
“배성물산을 손에 넣을 생각입니다.”
“거긴 요즘 배영철 회장이 쓰러지고서 배민숙 상무가 실권을 쥐었다고 하던데요. 그녀와 손을 잡았던 겁니까?”
명인철도 배성물산의 상황을 들었다. 물론 배영철 회장이 밀고 있던 것이 셋째이자 장남인 배성환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TSF가 정당한 권리로 거래가 어려운 배성환을 밀어줄 리 없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배성물산을 집어삼킬 계획은 나오기 어려웠다. 그러니 이전부터 협력하던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 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곤란하겠네요.”
“어째서 말입니까? 우리는 한배를 탄 것일 텐데요.”
“본사의 방침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고받은 것이 많다고 해도, 아직 확실하게 넘겨받아야 할 것이 남지 않았습니까.”
TSF Investment와의 거래.
그들이 명인철을 예정보다 회장 자리에 빨리 앉혀준다면, 그 대가로 몇몇 계열사에서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술들을 넘기기로 했었다.
“크음… 하지만 그 외에 주기적으로 자금도 넘겨주지 않았습니까.”
“그건 MH홀딩스와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차명으로 꾸준히 매집하기 위해서였죠. 게다가 이번 자금은 문제가 생겨서 빌려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명인철을 향한 질책이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명인철도 허술한 점이 많았기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
“뭐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시기가 있는 법이죠.”
명인철도 재촉만 해서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한데… 배성물산은 가능하겠습니까? 배영철 회장이 일어나면 전부 제자리로 돌아갈 텐데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이제 진정하시고서 돌아가시죠.”
그렇게 대화를 마친 곽치영은 명인철과 박상규를 배웅해주었다.
* * *
명운석은 정오가 조금 지나고서 에스원파이낸스 회장실에 들어섰다.
회장실은 온통 흑백으로 깔린 인테리어로 가득했다. 그러다 책상에서 일어난 유지영이 명운석의 앞으로 걸어왔다.
“승주를 통해서 나를 보자고 했다죠.”
“그렇습니다.”
“편히 연락했어도 됐을 텐데. 어려운 방법을 썼네요.”
그녀의 손짓에 명운석은 소파에 앉았다.
“중요한 일이기에 실례를 무릅쓰고서 편히 뵐 수 있는 방법을 썼습니다.”
“…그렇군요. 아, 커피 괜찮으신가요?”
“좋습니다. 그리고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어찌 보면 친구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명운석은 자신이 밑의 사람이란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럴까?”
잠시 후, 뜨거운 커피가 두 사람의 앞으로 놓아졌다.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신 유지영이 명운석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에 우리 승주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지?”
“저보다는 승주가 고생했죠.”
“자업자득이지. 나이 좀 먹으면 정신 좀 차릴까 했더니,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으니 말이야…….”
명운석은 일 때문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유지영은 안승주를 통해 미리 들은 것인지 사적인 이야기로 화두를 유지하려 했다.
“그보다.”
“나는 운석이 네가 우리 부족한 승주랑 친하게 지내주는 것이 참 좋더라. 앞으로 여러 면에서 도움도 줄 수 있을 테지.”
“…….”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명운석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오늘 찾아뵌 이유는 배영철 회장님의 일입니다.”
“운석아!”
“배성물산 배민숙 상무와 손을 잡으신 걸로 압니다. 하지만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라면 이야기하고 싶지 않구나.”
유지영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하지만 명운석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배성환 부회장이 모은 위임 지분이 15%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배영철 회장님의 지분과 그분을 지지한 임원들의 지분, 대주주까지 합치면 총 30%가 되겠죠.”
“…뭐? 그게 정말이니?”
“그건 배민숙 상무가 말하지 않던가요?”
배영철 회장의 지분은 3%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대주주와 개미 주주들에게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이에 배민숙이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면 총지분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배영철 회장이 사망한다면 그를 따르던 대주주들은 당연히 배성환을 지지할 것이었다.
일단 과반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은 배민숙에게 좋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무슨 꿍꿍이인지… 왜 이리 조용한가 싶더니…….”
“안 좋게 흘러가는 상황을 들키지 않고 싶었겠죠. 이 정도면 배를 갈아타실 명분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명운석은 자신만만했다.
이에 유지영의 눈빛에서 서늘함이 걷히더니 조용히 눈을 마주쳤다.
“지금의 정보는 배한준에게 나온 거겠지?”
“생각보다 이번 지분 경쟁에 깊이 관여한 덕분이죠.”
“너는 그런 배한준을 도우면서 배성환 부회장의 눈에도 들고 또한 나에게도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것이겠고… 그렇지?”
굳이 확인이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제가 얻을 건 배성물산과 에스원파이낸스를 저희 MH그룹과 잇도록 만들 연결고리입니다.”
“그걸로 뭐가 되겠니?”
“일단 MH건설에서 용인의 대형 택지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그곳에 대해서도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유지영은 꿍꿍이가 가득한 명운석을 흘기듯이 쳐다봤다.
“으흠… 요즘 MH그룹이 꽤나 시끄럽던데. 혹시 그게 가장 큰 이유인가?”
기업인 중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MH그룹의 소식은 누구나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유지영도 마찬가지였기에 명운석의 목적을 쉽게 예상했다.
“맞습니다. 물론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수 있기에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치우려는 것뿐입니다.”
“우리 승주도 이런 성격 좀 닮아야 할 텐데… 툭하면 화부터 내고서 달려들기 바쁘니…….”
갑자기 말을 돌린 그녀의 태도에 명운석은 살짝 걱정되었다.
“언제든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운석이가 그래 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그래서 회장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유지영은 잠시 고민했다.
“중요한 문제를 확인도 없이 결정할 수 있나.”
“하지만 그때가 되면 늦을 겁니다. 최대한 빨리 배성환 부회장으로 돌리셔야 그쪽에도 뒷북이 되지 않을 테고요.”
배성물산의 부회장 배성환도 수완이 없지 않았다. 일찍부터 배성물산에 자리 잡은 배민숙과 경쟁하기 위해서 열심히 기반을 쌓았다.
다만, 기존 회장인 배영철의 경영 방침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상당해서 배민숙이 그들을 규합하는 데 구심점이 될 수 있었다.
동시에 배성환은 이번에 지분을 모으는 대로 주주총회와 함께 반대파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계획이었다. 당연히 그의 편을 늦게 들게 된다면 유지영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알겠습니다. 연락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끝내 명운석은 힘이 실린 그녀의 대답에 더 이상 토를 달기가 어려웠다.
이에 회장실을 나서서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때 핸드폰으로 아버지인 명인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받았습니다.”
[너 지금 어디냐?]명인철은 굉장히 흥분한 목소리였다.
불길함을 느낀 명운석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외부 업무가 있어서 나와 있습니다.”
[어디로 새지 말고 당장 나한테 와라!]뚝―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로 향하던 명운석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빨라져서는 뒷좌석으로 올라탔다.
“혹시 아버지한테 전화왔었어?”
보조석에 앉아 있던 특수경호2팀 소속인 이창선에게 물은 것이었다.
“아닙니다.”
“그럼 내가 여기에 온다고 알린 적도 없고?”
“상부에 보고는 해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명운석이 왜 에스원파이낸스에 온 것인지 알아내기 어려웠다. 애초에 경호원들에게도 그 목적을 말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일단 본사로 가자.”
차는 그렇게 출발했다. 그리고 30분 정도 걸려서 얼마 전까지 매일 출근했던 MH그룹 본사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명운석은 걱정을 한가득하면서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거친 노성이 들려오자 명운석은 더욱 어두워진 안색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왔습니다.”
“명운석!”
책상에서 일어난 명인철은 그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손바닥으로 뺨부터 후려갈겼다.
짜악―
“…….”
명운석은 지금까지 살면서 아버지한테 맞아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놀랐다.
“너,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냐!”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에스원파이낸스와 배성물산의 일은 아직 드러낼 것이 아니라서 일단 모르는 척했다.
하지만 명인철의 다음 대답은 그걸 완전히 무너뜨렸다.
“에스원파이낸스 말이다! 네가 왜 거길 통해서 배성물산의 경영권 싸움에 끼어들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한순간 말을 잃었던 명운석은 대신 둘러댈 것이 없었다.
“아버지, 그게…….”
“내가 분명히 조용히 지내라고 하지 않았냐? 그런데 왜! 오히려 일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사장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걸 예상한 박상규는 문 앞의 비서진들을 잠시 치워놓았을 정도였다.
명인철은 그만큼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진심으로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냐?”
“…….”
“다른 일도 아니고 경영권 분쟁이야! 그 판에 다른 기업이 끼어들면 무슨 꼴이 벌어지는지를 모르는 거야?!”
“…압니다.”
결국은 파벌이다. 원하는 대상이 꼭대기에 오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거꾸로 된다면 역지사지는 둘째치고 그곳과 불구대천지원수가 될 수도 있었다.
“안다는 놈이 이 꼴이냐? 이 꼬라지야?!”
“그럼 이대로 있다가 백신우, 그 새끼한테 완전히 밀리란 말입니까?”
“뭐?”
“이번에 전략투자본부를 계열사로 분리시키고, 그곳 대표로 백신우를 앉힌다면서요.”
명인철도 그것 때문에 골치였다.
하지만 회장인 명중환이 승인한 일이면서, 백신우가 이룬 공의 포상이었다. 임원들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보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할아버지의 결정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요!”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너는 지금 네 앞가림이나 제대로 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명운석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미 판은 다 깔아놨습니다. 유지영 회장님도 배민숙 상무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요!”
“배한준을 통해서 얻은 배성환 부회장 측 정보로 말이냐?”
“그건…….”
“배성환 부회장도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배민숙 상무가 회장 자리를 차지할 것도 아니야.”
“…네?”
그 둘이 아니면 누가 된다는 것일까.
너무도 뜬금없는 대답 탓에 명운석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웠다.
“더는 설명해줄 수 없으니 돌아가서 아무것도 하지 마라. 그리고 백신우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지금 명운석의 계획은 TSF Investment를 방해하는 행위였다. 그걸로 문제가 생긴다면 가뜩이나 틀어진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었다.
동시에 백신우의 일도 간과하기 어려웠다. 그 발목이라도 붙잡아 놓을 전략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