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6)
전직용병 재벌서자-6화(6/305)
6화. 어디까지
방금 이사 온 방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무거워졌다.
신우는 박상규를 빤히 쳐다보면서 덤덤히 말했다.
“말하기 싫은데요.”
“정중히 부탁드릴 때 말씀해주시죠. 임희연 본부장님과 어떤 관계인지도 말입니다.”
대답과 함께 뒤쪽에 있던 사내들이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왔다. 대답 여하에 따라 무력까지 쓰겠다는 의미였다.
“요즘 대기업은 일을 머리가 아니라 힘으로 하나 봅니다.”
“업무 능률은 적재적소가 중요하니까요. 물론 제 결정은 백신우 씨의 행동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박상규의 시선이 신우가 들고 있는 카람빗 나이프로 향했다.
“아, 이거요? 보기가 불편하셨나 보네요.”
곧장 칼을 접어서 매트리스 위로 던져놓았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자, 그럼 풀어보시죠.”
“말해주겠다고는 안 했는데요.”
“괜한 오기를 부리시는군요. 죄송하지만 저는 인내심이 좋은 편은 못되어서 조금 불편한 방법을 쓰겠습니다.”
결국 양쪽의 두 사내가 신우를 향해 다가왔다.
동시에 신우는 왼쪽 사내의 넥타이를 빠르게 잡아채 당기면서 팔꿈치로 관자놀이를 찍었다.
“컥!”
그의 몸이 무너지는 중에 신우는 넥타이 쥔 손으로 목을 잡아 재끼며 휘둘렀다.
우측의 사내가 그에게 덮쳐지면서 함께 쓰러져갔다. 동시에 신우는 무릎으로 사내의 머리를 올려 찼다.
퍼억!
신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들고 있던 발의 뒤꿈치로 턱을 밟듯이 찍었다.
빠악!
확인 사살(?)까지 완벽하게 끝낸 것이었다.
“…….”
순간 방 안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박상규는 눈이 크게 떠지면서 얼굴을 굳혔다.
부하들의 실력은 666부대만큼 못 되지만, 그래도 혼자서 최소 장정 다섯은 상대할 정도였다.
그런 이들이 신우에게 맞고서 쓰러져버린 것이다.
“부사관이라고 확인했는데, 보통 군인 출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내가 군대에서 뭘 했든 그쪽이 상관할 바는 아니고. 이제라도 예의를 차려보는 건 어때? 아니면 바로 돌아가든가.”
신우는 바닥에 겹쳐서 쓰러져 있던 위의 사내의 발목을 밟았다.
“아아아악―!”
“아악!
밑에 깔려 있던 사내도 같이 다리가 눌리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무자비한 신우의 행동에 박상규는 깜짝 놀랐다.
“그쪽도 인내심이 좋지 못한 듯하군요.”
“저는 그냥 안 기다립니다. 곧바로 들이받고 말지.”
머리가 복잡해진 박상규는 직접 움직일까도 싶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선 백신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게다가 부하들을 더 동원하려 해도 원룸 주변이 유동 인구가 많은 상가 밀집지대라 눈에 띄기 쉬웠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딱히 더 보고 싶지는 않네요.”
신우는 발을 떼며 물러났다.
이에 고통으로 정신을 차렸던 사내들이 비틀거리며 박상규의 옆으로 돌아갔다.
“어떻게든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백신우 씨.”
“아, 바닥은 닦으면서 나가주시죠. 오늘 이사 온 집이라서요.”
“…….’
박상규의 눈짓을 받은 사내 하나가 횡설수설하더니 넥타이를 풀어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과 함께 구두 발자국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밖으로 나갔다.
이내 문이 닫히면서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와도 돼.”
딸칵―
장만수는 화장실 문을 조심히 열었다.
“정말 다 갔어?”
“갔어. 그보다 너, 노트북 가져왔지?”
“응? 여기 있긴 한데.”
장만수가 가방을 내밀었다.
이에 신우는 주머니에서 핸드폰 하나를 꺼내어 장만수에게 던졌다.
“이거 안에다가 스파이웨어 좀 심어서 털어봐.”
“누구 핸드폰인데?”
“아까 그놈들 중 하나. 알아차리면 찾으러 올 테니 빨리.”
사내들을 쓰러뜨리면서 안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챙긴 것이다.
“진짜 능력도 좋네.”
대답과 함께 장만수는 핸드폰을 노트북에 연결하고서 비밀번호부터 풀었다.
그가 직접 개발한 해독 프로그램 덕분에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됐다.”
“Ok―!”
띵동―
때마침 현관문 벨 소리가 울렸다.
“딱 맞춰서 왔네. 안 보이게 구석으로 가 있어.”
신우는 핸드폰을 챙겨서 현관문을 열었다.
앞에는 아까 신우에게 넥타이가 잡아 당겨졌던 사내가 서 있었다.
“떨어뜨린 핸드폰 때문에 왔죠? 구석에 있던데.”
“아… 예.”
“여기요.”
핸드폰을 내밀자 사내는 곧장 받아 들고서 밑으로 내려갔다.
다시 안으로 들어온 신우는 노트북을 보던 장만수에게 말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주소록이랑 통화 목록부터 털어줘.”
“이미 하고 있다. 겁나 깨지다가 지금은 대장에 대해 말하는 중이네.”
스파이웨어로 도청도 하는 중인지 장만수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나도 듣게 해줘 봐.”
“알았어.”
이어폰을 귀에서 뺀 후 노트북 스피커로 바꾸었다. 동시에 박상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우는 폼이 예사롭지 않던데. 너희가 생각하기에 어땠지?] [굉장히 순식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전문적인 전투 기술을 배운 느낌이면서 상당히 거칠었습니다.].
.
신우의 전투 실력을 평가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던 중에 박상규가 한숨을 흘리면서 말했다.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일단 한동안은 조용히 지내도록 하지. 지루하다고 괜히 눈에 띄는 행동하지 말고. …그래, …그러지…….]도청이다 보니 박상규의 목소리만 소리만 들려왔다. 설명 없이 단답만 들려와서 소득이 없었다.
그러다 통화가 끝나고서 조용해졌다.
신우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지금 통화는 그놈들 같네.”
“666부대?”
“역시 저번 계획이 실패한 거 때문에 한동안은 조용하게 지낼 거 같아. 최근 GPS 좌표 딸 수 있어?”
“그건 나도 확인해봤는데, 놈들도 철저한지 핸드폰 GPS 자체를 꺼놨어. 이 정도면 스파이웨어도 오래 걸리지 않아 들킬 거 같은데.”
박상규는 신우가 이사 온 당일 집까지 찾아내서 올 정도로 철두철미했다.
그건 장만수도 핸드폰을 털면서 느낄 수 있었다.
“안에 있는 정보, 전부 복사 끝내면 스파이웨어는 깔끔하게 지워버려.”
“Ok―!”
타다다다닥―
키보드 위로 장만수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 * *
주말이 되었다.
임희연은 평창동 명중환의 저택을 방문했다.
거실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있던 명인철과 눈이 마주쳤다.
“요즘 얼굴 보기가 어려운 거 같다.”
그가 먼저 던진 말에 임희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좀 바빠서요. 그보다 웬일로 집에 계셨네요. 주말마다 볼 치러 나가시는 걸로 아는데, 명 사장님도 많이 바빠지셨나 봐요.”
그룹을 뒤집는 중인 건 임희연이었다.
명인철은 그 때문에 신경 쓸 것이 많아져서 조용히 지내는 중이었다.
“MH전자 실사는 어떻게 할 거지? 준비시켜 놓고서 미루는 건 아니지 않아?”
“자신감이 넘치시는 걸 보니 꽤나 철저하게 준비하셨나 보네요.”
“실사야 직원들이 준비하는 일이지. 내가 뭘 할 게 있나.”
이죽대는 그의 표정에 임희연의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
“회장님이 부르셔서 이만 실례하죠.”
“…아, 혹시 백신우라는 남자 아나?”
그 순간 임희연의 발이 멈춰 섰다.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와 명인철을 쳐다봤다.
“그게 누군데요?”
“몰라? 으흠… 모르면 됐고.”
명인철이 신우에 대해 파악했을 건 이미 예상하던 바였다.
“이만 실례하죠.”
머리가 복잡해진 임희연은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서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 안 소파에는 MH그룹의 회장인 명중환이 신문을 보며 앉아 있었다.
새하얀 머리에 근엄한 표정. 투명한 반무테 돋보기안경을 코끝에 걸친 그의 눈이 천천히 임희연에게 향했다.
“임 본부장은 요즘 복잡한 일이 많은가 보구나.”
“…적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MH전자 실사는 돌아오는 주에 진행한다고? 다른 곳은 마무리되었나?”
“MH전자만 남았어요.”
“고생이 많겠군.”
조용히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아닌 것을. 그보다 실사 중에 MH리테일 쪽에서 일이 좀 있었다지?”
임희연은 그 물음에 차분히 대답했다.
“MH리테일 휘하 MH편의점에서 부산 책임자인 임원과 담당 MD의 리베이트 문제가 있었습니다. 관련 자료는 감사팀으로 인계를 마쳐둔 상태입니다.”
“부산이면… 주성만 전무던가? 리베이트 금액은?”
“현재까지 파악된 금액은 32억입니다.”
그 대답에 명중환은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성만은 명중환이 MH리테일의 기반을 만들 때 함께 일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3년 전 서울 본사에 있던 중 지금과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고서 부산으로 좌천되었다.
“이런… 주성만 그 친구, 지방으로 내려가더니 푼돈에 눈이 멀어버렸군.”
“어떻게 할까요?”
대답을 기다리며 침묵이 흘렀다.
“기회는 한 번이면 족하지. 그리고 회사에 해를 끼쳤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고. 그러니 규정대로 진행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야기가 잠시 끊겼다.
그러다 명중환은 계속 읽어가던 신문을 접고서 임희연과 눈을 마주쳤다.
“아까 거실에서 인철이와 언성이 높아진 듯싶더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묻는 것이었다.
임희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떤 사람에 대해 묻는 대화였어요. …저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 것이고요.”
“백신우…라고?”
문 너머까지 그렇게 정확히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가 아니었다.
동시에 임희연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최대한 차분히 명중환을 쳐다봤다.
“…그렇다고 하네요.”
“으흠…….”
묘한 한숨 소리가 명중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왜… 그러시나요?”
소파에서 일어난 명중환은 서재 가운데 끝에 놓인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서 앉았다.
“희연아.”
언제나 직급을 붙여서 불러왔었다.
그런데 얼마 만인지 이름만 불러오니 임희연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나요. 회장님.”
“네가 우리 집과 연을 이어온 것이 벌써 26년 째던가?”
“그렇습니다.”
“벌써 그렇게나 되었군. 세월도 참 빠르지…….”
“…….”
명중환의 시선이 나무가 숲처럼 우거진 창밖 정원으로 향했다.
“18년 전, 나는 네가 MH그룹을 벗어날 기회를 줬었지.”
그때는 하버드에서 재학 중이던 임희연이 졸업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명중환이 내민 자유의 기회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셨죠.”
“솔직히 나는 네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 MH그룹에 들어와 지금까지 그림자로 살아왔지.”
“회장님께 받은 은혜가 있으니까요. 그걸 저버리기 싫었을 뿐이에요.”
나름 진심이었다.
이에 명중환은 묘한 표정과 함께 의자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툭― 툭― 툭―
“우리 MH그룹이 네 아들을 어떻게 할까 걱정되었던 건 아니고?”
무거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역시… 회장님은 알고 계셨군요.”
임희연도 예전부터 짐작은 했었다.
그러나 명중환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기에 지금까지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네가 밖에서 태어난 자식이라 해도 내 핏줄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네가 유학을 간 후의 소식을 내가 듣지 않을 수 없지.”
“…그러셨군요.”
학업으로 미국에 나가 있던 때에는 MH그룹에서 돈만 보내왔다. 나름 신경도 써서 시야에서 벗어났다고 여기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