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60)
전직용병 재벌서자-60화(60/305)
60화. BaeSung (4)
배성물산 본사 보안팀은 비상사태로 인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단 37층에서 발견된 부상자를 수습하면서 해킹된 보안 시스템을 복구하려 했지만 안간힘을 써봐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서버실의 외부 회선을 차단한 후 리셋시켰다.
CCTV가 화면들이 다시 복귀되고 있었다. 그러다 지하 주차장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차량을 보고 셔터부터 작동시켰다.
동시에 보안팀장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A팀은 지하 주자창 출구, B팀은 지하 주차장 1층으로 가!!]1층 로비에서 대기 중이던 보안팀부터 움직였다.
주차장 입구에 도착한 이들은 내려가기 시작하는 셔터를 보며 침이 삼켜졌다.
셔터와 바닥의 간격이 가까워지면서 차량의 엔진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촤아악―
하지만 셔터 밑으로 페르쉐911이 튀어나오더니 지상을 향해서 달렸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신우는 주차장 입구를 지키고 선 보안팀원들을 보고서 더욱 속도를 올렸다.
부아아아앙―
커다란 배기음에 보안팀원들은 옆으로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신우는 주차장 출구를 통과해 빠르게 턴해서 지그재그로 놓인 바리케이드까지 빠져나갔다.
[나이스―!] [무사히 빠져나온 거야?]걱정 가득한 릴리안의 목소리도 들여왔다.
신우는 백미러로 건물 외부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들을 보았다.
“끝난 거 아니야. 놈들이 따라붙었어.”
[그건 네 전문이잖아. 충분히 따돌릴 수 있지?]“난 문제 없으니 플랜 D 포인트에서 기다려줘.”
추적해오기 시작한 차량은 3대였다. 그들도 속도를 올리면서 신우의 차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신우는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사이드브레이크와 액셀을 사용해서 코너가 나올 때마다 빠르게 방향을 바꿔 나갔다.
그러다 좁은 골목 도로에 들어서서는 180도 턴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가 시동을 꺼버렸다.
용병이었던 시절에는 이런 추격 전이 다반사였다. 당연히 상대를 따돌릴 수 있을 기술도 누구보다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슉― 슈슉―
앞으로 뒤를 따라오던 차들이 지나갔다.
이에 신우는 차량에 달린 블랙박스를 통째로 뜯고서 밖으로 나갔다. 재킷을 뒤집어 입은 후 복면을 벗고서 한참을 걸어갔다.
컴컴한 새벽이 된 한적한 도로 한쪽에는 만수 세탁소라고 커다랗게 적힌 승합차가 서 있었다.
“네 가게도 그렇고, 차까지 굳이 네 이름으로 도배해야겠냐?”
차 뒷문을 열고 들어가니 운전석에 장만수가 앉아 있었다.
“뭐 어때서. 그보다 장부는?”
“진짜인 거 같아.”
가방에서 붉은색 가죽 커버로 된 수첩을 꺼냈다. 그걸 받아 든 장만수는 내용을 확인하면서 긴 탄식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미친놈들이 한가득이네… 그동안 배성물산에서 얼마나 받아 처먹은 건지.”
“네가 봤던 거랑 같아?”
“나도 그때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 외에는 수첩으로 확인했던 건 없었어. 근데 이걸 보니 필터가 걸러졌었네.”
“목록이 달라?”
“거물들 이름이 빠져 있어. 지들 딴에는 대한민국 정부와 경제를 위해서라고 지껄였겠지. 그보다 안에서 일이 좀 커지는 바람에 내일 주주총회가 어떨지 모르겠네.”
신우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배성환이 하루라도 빨리 회장 자리에 앉으려고 강행하겠지.”
“김상훈은 어떻게 해? 장부가 없어진 걸 알고 오너 일가에게 말하지 않을까?”
“말할까? 그리고 오너 일가는 주주총회가 시작되면 어차피 끝나.”
지금까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물론 예상외의 변수가 있긴 했다.
“아, 길로틴 안덕칠은 어떻게 됐어? 죽인 거야? 아까 보니 구급차를 부른 것 같긴 하던데.”
“일단 살인까지 나면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 죽지 않을 만큼만 찔렀어. 운이 좋으면 살았겠지.”
“어떻게 그 자식을 여기서 봐? 예전에 건너 건너 듣기로는 한국에서 큰 사고 한 번 제대로 치고서 밀항했던 걸로 아는데. 아직 그때는 아닌 건가.”
“모르지.”
신우는 장만수에게 다시 수첩을 건네받았다. 그사이 차는 출발해서 자택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놈이 살아 있으면 어떻게든 너를 찾겠네. 예전에도 악연이더니, 여기서도 이러냐.”
“예전은 맞고?”
“응? 나중? 예전? 아이씨― 몰라!”
원래 미래에 생겼던 악연이었다. 좋지 못한 관계로 얽힌 이후에 안덕칠은 틈이 날 때마다 트라이드 아이의 일을 방해했었다.
물론 그때마다 뭉개주긴 했지만 여간 귀찮았던 것이 아니었다.
“나도 죽여버릴까도 했지. 근데 애써서 세운 계획을 그놈 하나 때문에 무너뜨릴 수는 없잖아.”
사람이 죽으면 경찰이 관여하고, 그건 이슈가 되기 때문에 주주총회까지 미뤄질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다음에는 필히 처리하도록!”
“노력해볼게. 근데 릴리안도 문제없이 철수한 거지?”
혹시 몰라서 이어폰을 통해서도 말했다.
[무사히 이탈했어. 대장은 다친 곳 없지?]“멀쩡해. 일단 오늘은 집에 들어가고, 내일 회사에서 보자.”
[Ok―!]이어폰으로 연결된 통신은 그렇게 끊겼다.
그 모습을 백미러로 지켜보던 장만수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실전 뛴 거였지?”
“그러고 보니 그렇네.”
저번에 상대했던 666부대원이나 안승주의 부하들은 실전 축에도 들기 어려웠다.
반면 안덕칠은 예전에 봤을 때보다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긴 해도 진짜 살기가 묻어 있었다. 만약 신우가 과거의 경험치와 특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되려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너는 후회 같은 거 안 하냐?”
“갑자기 무슨 후회?”
“12년이나 과거로 돌아온 거잖아. 예전이랑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을 거고.”
능청스러우면서도 뭔가 찜찜한 느낌이 담긴 질문이었다.
“왜? 너는 후회되냐?”
“나야 뭐, 후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장만수는 원래 인생에서 강제로 국정원에 들어가 온갖 고생을 다 했다. 그러다 끝에는 배신밖에 없었고 목숨을 건졌지만, 국정원 때문에 한국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로 해외에서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의 인생은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으면 말해. 릴리안이나 다른 동료들이 이해해주지 못할 것도 아니고.”
다들 은퇴를 꿈꾸며 살았다. 그러던 중에 새 인생을 살게 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신우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지금은 눈앞의 목표가 중요했다.
“그냥 넋두리다.”
“웬 청승?”
“가을이 되어가니 좀 시크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나 없이 너희들끼리 뭘 하려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여름이 지나간 냄새가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러게 말이다. 너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텐데.”
신우는 웃으면서 운전 중인 장만수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배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시작하는 중이었다.
어제 일이 오너 일가에게 보고되긴 했지만, 주주총회를 위해 언론과 경찰 쪽에 엠바고를 걸어두었다.
인명피해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오늘은 배성물산의 새로운 회장이 결정되는 날이었다.
날카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여러 대주주의 표정이 무거웠다.
그 속에서 배민숙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자신에게 3.1%의 지분을 위임해주기로 했던 에스원파이낸스의 유지영이 배신한 탓이었다.
지분까지 다른 곳으로 양도해버려서 그녀를 계속 탓하기에는 시간마저 부족했다.
결국 주주총회 날짜가 닥치고 말았다.
‘어떻게든 주주총회를 뒤로 미뤄야 해…….’
배민숙은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없는 돈까지 끌어모아 총회꾼까지 불러들였다.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때 주주총회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난리를 피울 예정이었다.
그런 배민숙의 옆으로 배성환이 앉아 있었다. 남매임에도 배영철이 살아 있을 때나 가끔 집안 식사 자리로 보던 사이였다.
그 외에는 회사 내에서 회의와 업무적인 일이 아닌 이상 만났던 적이 없었다.
둘 사이에 벽이 세워진 것처럼 조용하던 중에 배성환이 먼저 능글맞게 웃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누님. 적당히 좀 하지 그러셨습니까.”
누가 들어도 놀리면서 여러 뜻이 담긴 말이었다.
순간 배민숙은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최대한 차분히 말했다.
“상황은 끝까지 가봐야 하는 거 아니겠니. 판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다.”
“지금에 와서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보로 확보된 지분은 배성환이 32% 이상 되었다. 그에 반하여 배민숙은 약 5% 넘게 부족한 26.2%에서 그쳤다.
73,000원으로 시작해 42,000원까지 하락했음에도 5%의 지분의 자금은 700억 원이 넘었다. 그런 차이를 주주총회까지 시작된 지금 상황에서 뒤집기는 불가능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배영철이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탓에 유서의 지분 상속이 잠시 보류되어 배성환의 지분이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끝날 때까지 모르는 일이야.”
“그게 마지막으로 소원이라면 누님의 바람대로 됐으면 하네요.”
“…….”
배민숙은 총회꾼이 주주총회를 잘 파토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는 시작되었다. 진행은 배영철 회장의 직속 비서인 김상훈 부장이 맡았다.
김상훈은 아침부터 안색이 좋지 못했다. 매일 출근하면서 확인하는 소화전 안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배영철 회장이 만들고서 맡겨둔 장부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주주총회 진행을 맡았기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큼, 큼. 임시 주주총회의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일 주주총회에서는 배영철 현 회장님께서 직무 불가능 판정이 내려진 바, 우리 배성물산을 위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기 위함임을 말씀드립니다.”
깊게 가라앉은 인사말이 흘러나온 가운데, 배민숙은 김상훈의 뒤통수를 쳐다보면서 주주들이 앉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슬슬 총회꾼이 문제를 일으켜주면 되는 상황이 다가왔다.
그 순간 주주석 쪽에서 점잖은 목소리가 울렸다.
“이의 있습니다.”
명운석은 명인철에게 배성물산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들었음에도 상황이 궁금했기에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배성물산 주식이야 예전에 사뒀던 것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중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가 돌아갔다.
‘뭐지…? 주주총회를 방해하려는 건가?”
배민숙 상무가 밀릴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판을 뒤집으려면 시간을 버는 방법밖에 없으니, 가능성이 큰 예상이었다.
그사이 방금 말한 사람에게 마이크가 건네졌다.
“저는 배성물산 지분 164만 5천 주를 보유한 TSF Investment의 대리인 오한성이라고 합니다.”
다들 그 말을 듣고 술렁거렸다. 방금 말한 지분은 현 배성물산 주식의 4.7%에 달했다.
5%를 모은 부회장 배성환 다음으로 최대 주주였기에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사회자인 김상훈 부장도 그걸 알기에 그의 발언을 막기가 어려웠다.
“말씀하시죠.”
“저희 TSF Investment는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중대한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김상훈은 슬쩍 뒤를 돌아 단상 한쪽을 길게 채우고 있던 오너 일가를 쳐다봤다. 그중에서 부회장 배성환과 눈을 마주친 것이다.
하지만 배성환은 TSF Investment에게 꼬투리 잡힐 만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계속 말씀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