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63)
전직용병 재벌서자-63화(63/305)
63화. Bloody Diary (1)
배성물산이 혼란에 빠져 있을 무렵…….
배영철 전 회장의 직속 비서였다가 낙동강 오리알이 된 김상훈 부장은 대낮부터 서울 외곽의 한적한 피시방을 방문했다.
【발신번호표시제한】
【장부를 찾고 싶다면 ○○월 ○○일 14시. 마천동의 ○○피시방. 1시간 사용권을 결제하고서 남자 화장실 왼쪽 칸 문을 두드려라. 꼭 혼자서 올 것.】
핸드폰으로 기묘한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영철 회장이 남긴 장부는 김상훈에게 마지막 희망이었다. 원래는 장남 배성환에게 넘겨주라고 받아두었던 것이지만, 배성물산에서 언제 팽당할지 알 수 없기에 손에 꼭 쥐고서 놓지 않았었다.
그런 물건을 주주총회 전날 밤에 도둑맞은 것이다.
“…여긴가?”
김상훈은 한적한 피시방 안을 지나 메시지의 지시대로 한 시간 사용권을 결제한 후에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왼쪽 칸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이 보였다.
침을 크게 한번 삼킨 김상훈은 떨리는 마음으로 손을 올렸다.
똑― 똑―
노크 소리와 함께 안쪽에서 잠금장치가 풀렸다. 그리고 천천히 문이 열리자 김상훈은 안에 있던 무언가를 보고 사색이 되어갔다.
“다, 당신은…! 크업!”
동시에 손이 튀어나오더니 김상훈의 멱살을 잡아채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퍽― 퍼퍽―
잠시 동안 대변기 칸이 소란스러워지다가 급격히 조용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열리더니 김상훈은 멀쩡한 상태로 걸어 나왔다.
초조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화장실 문을 조용히 닫고 차분하게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진짜 지저분하게도 생겼네.”
김상훈의 얼굴에서 얇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피식 웃어 보인 후 피시방 안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의 화면이 들어오자 김상훈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꽂았어.”
옆에 아무도 없는데도 누군가에게 대답하는 말투였다.
그때부터 김상훈은 키보드에 손만 올려놓고서 뭔가 하는 시늉만 했다. 화면은 빠르게 바뀌더니 어딘가에 접속해서 USB 안의 사진들이 업로드되었다.
“끝난 거지?”
PC 사용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상훈은 USB를 뽑아 주머니에 넣고서 일어나더니 다시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 문이 열리고서는 김상훈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아까 거울을 보고 정돈했던 옷매무새는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뭐, 뭐지? 꿈을 꾼 건가?”
잠시 얇아졌던 목소리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김상훈은 화장실을 처음 들어갔을 때 문이 열리고서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보았었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정신을 잃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그 화장실 칸 안이었다.
불길함을 느낀 김상훈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과 다른 소지품들을 확인해봤다. 그러다 왼쪽 바지 주머니에서 처음 보는 USB를 발견했다.
“이런 게 왜… 설마?”
중얼거림과 함께 피시방을 들어왔을 때 결제해둔 자리로 가서 앉았다. USB를 꽂아서 내용물을 확인하니 배영철의 비밀 장부의 일부가 스캔된 사진이 들어 있었다.
“나를 가지고 노는 건가…? 하지만 이거라도 있으면…….”
스캔된 사진 중에는 거물들과 거래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잘만 굴린다면 원하는 만큼의 퇴직금을 만들 수 있을지 몰랐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김상훈의 핸드폰으로 부하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부장님! 지금 큰일났습니다!]“무슨 일인데?”
[누군가 인터넷에 배성물산 게이트라면서 장부 내용이 적힌 사진을 올렸습니다.]순간 김상훈은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갔다.
“…그게 진짜야? 어디에 올라갔는데?”
부하 직원이 인터넷 주소를 메시지로 보내주었다. 통화를 급하게 마친 김상훈은 곧장 그곳으로 들어가 내용을 확인해봤다.
순간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핸드폰을 책상 위로 떨어뜨렸다.
방금 USB로 본 장부의 스캔본 사진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 이게 어떻게…….”
김상훈은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을 눈치챘다. 이에 USB부터 챙기고서 곧장 피시방을 빠져나갔다.
* * *
【배성물산 게이트? 법원, 검찰, 경찰 고위 인사 이름이 기재된 뇌물 장부가 공개되어… 장부는 얼마 전 사망한 배영철 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제보자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검찰에서는 조사 유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장부의 신빙성이 확실하지 못하다며…….】
장부의 스캔본이 올라간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공익 제보 게시판을 비롯하여 수많은 익명 사이트 게시판에 순차적으로 복붙이라도 한 것처럼 올라가 있었다.
거기다 더 많은 사람이 퍼 나르기까지 시작하니 틀어막기도 불가능했다.
이에 언론사에서도 상황 파악과 함께 계속해서 속보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콰앙―
한편, 그런 기사를 확인하던 TSF 한국 지사장인 곽치영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배성물산 ― ▼34,700(KRW)】
나날이 하락세를 치던 배성물산의 주식은 차남 배성욱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50,000원 밑으로 떨어지기 전에 멈췄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부 사건이 터지면서 최종적으로 주가는 58%까지 떨어져버렸다.
“장부를 터뜨린 놈이 누군지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나?!”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원흉은 장부였다.
그런 물음에 계속해서 핸드폰을 확인 중이던 오한성이 곧바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IP 추적으로 알아낸 피시방의 CCTV를 확인하니 배영철 회장의 비서인 김상훈 부장이라고 합니다.”
장부의 존재를 알자마자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마천동 피시방 CCTV에서는 김상훈이 자리에 앉아 무언가 하는 모습이 정확하게 찍혀 있었다.
“뭐? 김상훈? 배 회장이 그 인간에게 장부를 맡겨뒀던 건가? 그런데 왜 지금 그딴 짓을…….”
배영철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김상훈에게 장부 공개는 불필요한 일이었다. 욕심이 많은 인간이라면 차라리 그 장부로 돈을 우려먹는 데 쓰는 것이 나았다.
“소재는 파악해두었습니다. 지금 인천공항으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일을 벌인 다음에 도주하는 것인가? 어떻게든 잡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
“그러실 줄 알고 인천공항 인근에서 대기 중인 팀에게 지시해놨습니다.”
곽치영은 이를 갈았다. 배성물산과 계열사 주식을 확보하는 데 들어간 초기 자금이 1,000억. 이후에 계열사 주식까지 포함하면 3,000억을 넘겼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배성물산을 삼키는 건 둘째 치고서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이었다.
“일이 더럽게 꼬이는군.”
“배성물산 주식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장부부터 확보해야 해. 그거라도 가지면 관련자들을 압박해서 지금의 사태를 진정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
곽치영도 배영철 회장이 각 국가기관의 고위 인사, 정치인들하고 커넥션이 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물론 나중을 위해서라도 누구나 그런 장부 하나쯤은 만들어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허술하게 터지도록 장부를 관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든 찾아내겠습니다.”
“쯧! 이거 편하게 먹으라고 던져준 떡을 받기는커녕 바닥에 굴리고 있는 꼴이니…….”
오한성은 곽치영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눈치챘다.
“백신우 대표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게 아니면 누구겠나. 괜히 창피한 꼴을 당하게 되는군.”
그런 중얼거림을 듣던 오한성은 살짝 의구심을 가졌다.
“이번 사태 말입니다. 백신우 대표는 완전히 몰랐던 걸까요?”
의미심장한 물음에 곽치영은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런 질문을 하나?”
“아직 백 대표의 정보책이 어딘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이룬 것만 본다면 국내를 벗어나 해외까지 통할 정도로 범위가 넓습니다.”
일전에 텔리콤이 리비오 소프트에 인수된 것만 봐도 짐작은 충분했다.
“그래서?”
“배성환이 배영철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죠. 그런데 배성물산의 뇌물 장부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 많이 의외라고 생각됩니다.”
백신우가 의심된다는 말과 같았다.
이에 곽치영은 눈을 흘기면서 오한성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럼 자네는 백 대표가 고의로 그 정보를 누락시켰고, 우리가 궁지에 몰리도록 만들었다고 추측하는 건가?”
“일단 상황이 그렇게 되었으니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곽치영은 콧방귀가 흘러나왔다.
“흠, 만약 자네가 배성환과 뇌물 장부에 대해 전부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했겠나?”
“그건…….”
오한성이 차마 대답하지 못하자 곽치영은 대답을 이어갔다.
“나였다면 자네가 예상한 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거야. 오히려 배성물산을 더 쉽게 집어삼켰겠지. 물론 그건 배성환과 장부. 둘 다 확보되었다는 전제하에 가능하겠지만.”
“…맞습니다.”
“게다가 백신우 대표가 우리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 일을 벌이겠나? 물론 우리가 그와 임희연을 노리긴 했지만… 그 배후를 알고 있을 리도 없고 말이야.”
오한성은 또 다른 예상을 떠올렸다.
“백신우 대표 뒤에 누군가 있다고도 생각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들이 우리를 노리는 것이라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랬지…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누가 뒤에 있다고 보기가 어려워.”
“하지만 백 대표를 노리고서 움직인 남인황과 문태범이 사라졌습니다. 그들을 처리한 이들의 존재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 둘의 흔적은 동해안 해상에서 추적기의 신호가 사라진 이후로 나온 것이 없었다.
미리 옮겨둔 아지트도 장기간 감시했지만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이후 다른 움직임도 발견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들도 백신우 대표와 관계를 맺으려는 것일지도 모르지.”
“접촉한 걸까요?”
“따로 만난 사람은 없지 않았나?”
“툭하면 미행을 따돌리는 데다가 명인철의 특수경호2팀도 따라붙는 통에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복잡하군, 복잡해…….”
“아, 추가로 보고를 드리자면 배성물산 주주총회 당일 새벽에 본사 건물을 침입한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순간 곽치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침입자? 무슨 이유로 말인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배성환 측에서 주주총회 때문에 사건화도 시키지 않아서 도난 물품이 접수된 것도 없었고 말입니다.”
“그 외에는?”
“침입자와 난전을 벌인 듯한 보안팀원이 37층에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근데 해당 보안팀원의 신상이 수상합니다.”
오한성은 태블릿을 곽치영에게 내밀면서 계속 설명했다.
“서류상으로는 김철수라는 이름인데, 진짜 신원은 안덕칠이라고… 폭력 전과 3범이고 부산에서 어릴 때부터 조직 생활을 한 칼잡이입니다. 그 바닥에서는 안덕칠의 목뒤에 긴 칼자국 때문에 길로틴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답니다.”
“꽤나 거창한 인물이군. 그보다 중요한 것은 놈이 어떤 목적으로 신분 세탁까지 하고서 배성물산 보안팀에 들어갔냐는 것이겠지.”
“저도 그 점이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입원 중인 안덕칠의 병실에 이 인물이 찾아왔습니다.”
태블릿은 안덕칠의 신상 정보에서 사진으로 넘어갔다.
그 사진을 본 곽치영은 어떤 때보다 표정이 서늘하게 굳어졌다.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