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65)
전직용병 재벌서자-65화(65/305)
65화. 미친놈 스카우트
경기도 시흥의 오래된 창고.
곽치영은 오한성과 함께 그곳을 방문했다. 666부대원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는 창고 안에는 사지가 포박된 김상훈과 안덕칠이 안대를 쓴 채로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걸 본 곽치영은 얕은 한숨을 흘리면서 김상훈에게 다가갔다.
“배성물산 김상훈 부장.”
앞이 보이지 않던 김상훈은 깜짝 놀랐다.
“누, 누구십니까?”
“그건 궁금해할 필요 없고. 배영철 회장의 장부는 어디 있나?”
“저는 진짜 모릅니다! 주주총회 날 확인해보니 숨겨둔 장소에서 사라져 있었습니다!”
쉽게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곽치영은 조금 답답해졌다. 이에 넥타이를 가볍게 당겨서 풀었다.
옆에서 오한성이 김상훈에게서 나온 USB를 화면에 띄운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안에는 배영철의 장부 내용 스캔본이 파일로 들어 있었다.
“그럼 이 USB는 뭐지? 장부를 스캔한 다음에 숨겨놓은 거 아닌가? 이걸로 당신이 게시판에 제보 글까지 올렸잖나.”
“제, 제가요? 그건 제가 올린 게 아닙니다! 그리고 USB는 피시방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주머니에 있었다고요!”
“피시방에서 정신을 차려?”
“장부를 훔쳐간 놈이 불러서 갔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김상훈은 당시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보았던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를 떠올렸다.
“그, 그놈입니다! 장부를 훔쳐간 놈이 저랑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얼굴이 똑같다고?”
다급해진 김상훈은 피시방에 가게 된 경위와 그 안에서 벌어진 상황들을 랩 하듯이 말했다.
그걸 조용히 듣고 있던 곽치영은 김상훈의 성향을 파악하고서 스스로 장부를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부를 배성물산 본사 지하 2층 주차장 소화전에 넣어놨었다는 건가? 그걸 훔쳐간 놈이 당신한테 공사를 쳐서 이 꼴이 된 거고 말이야.”
“마, 맞습니다!”
곽치영의 시선은 안덕칠에게로 돌아갔다.
“안덕칠, 네놈을 그렇게 만든 놈에 대해서 말할 생각이 좀 드나?”
“…….”
지금까지 대화를 전부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건 뭔가 걸리는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국정원 민영만 국장하고 만났던데. 무슨 거래를 한 건가?”
민영만은 그에게 국정원의 존재를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곽치영이 그걸 알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뭐지?”
“자네의 생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지.”
“죽일 수는 있고?”
곽치영은 그 물음에 손을 까닥거렸다. 뒤쪽에 있던 오한성이 안덕칠에게 다가가 안대를 풀어주었다.
시야가 드러난 안덕칠은 벌게진 얼굴로 주변부터 확인했다. 곽치영과 오한성, 그 주변을 둘러싼 사내들이 보였다. 분위기만 봐도 이런 상황에 익숙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TSF Investment의 곽치영이라고 하네. 자네는 길로틴이라고 불린다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데?”
“일단 이걸 보여주기 위해서이지.”
대답과 함께 곽치영은 손을 들었다.
푸슉―
오한성이 어느새 꺼낸 권총으로 김상훈의 머리를 쏜 것이다.
“…….”
“아까 죽일 수 있냐고 묻지 않았나. 이걸로 대답은 되었겠지?”
그 상황에서 안덕칠은 두려움보다 희열을 느끼며 미소가 지어졌다.
“당신들…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건가?”
“오호, 이런 걸 좋아하나?”
“솔직히 이 나라는 너무 답답해서 말이야. 그래서 외국으로 나가려고 했더니 민 국장이란 인간이 날 붙잡아서 조건까지 걸더군.”
이제야 대화가 성사되면서 곽치영은 흐뭇한 표정이 되었다.
“거기서 뭘 시킨 거지?”
“아까 저 인간이 말한 배영철 회장의 장부 때문이지. 그걸 찾아서 가져다주면 나를 새 신분으로 세탁해 해외로 보내준다고 했거든.”
“뭔가 덜미를 붙잡혔나 보군.”
그게 아니라면 밀항으로도 충분히 외국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뭐… 심심풀이로 몇 놈 목을 그었던 게 걸린 탓이지.”
“큭큭큭. 완전 미친놈이었군.”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뭐, 나는 총보다는 칼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안덕칠의 시선이 오한성의 손에 쥐어진 총으로 향했다.
“내가 그 자격을 줄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나?”
“자격보다는 그 새끼를 찾아줄 수 있나?”
“자네는 이렇게 만든 사람을 말하는 거겠지?”
지금 안덕칠은 거꾸로 매달려 있던 탓에 왼쪽 옆구리와 겨드랑이, 오른쪽 허벅지와 쇄골, 가슴 아래쪽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전부 신우에게 칼을 맞은 부위였다.
“처음에는 와이어만 쓰는 놈인 줄 알았는데, 나이프랑 근접 격투까지 프로였어. 처음부터 날 봐주고 있던 거지.”
이를 가는 안덕칠의 반응에 곽치영은 고민이 깊어졌다.
아까 김상훈의 말이 진짜라면 최소 변장술과 와이어, 나이프에 통달한 인물. 또는 그런 전문성을 따로 갖춘 복수의 인물이 모인 곳일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놈에 대해서 알아낸 것은 전혀 없는 건가?”
“없어. 있었다면 민 국장한테 말했겠지. 그 인간한테도 찾아달라 했거든.”
“와이어에 나이프, 거기다가 변장술… 오 과장, DPL(Dangerous People List, 위험인물 리스트)에서 부합되는 인물이 있나?”
“나이프와 근접 격투로는 안덕칠을 이길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다만, 변장술은 특이성이 강합니다. DPL에서 굳이 꼽자면 러시아에서 활동한다던 미라지가 있긴 합니다.”
곽치영도 들어본 이름인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미라지는 KGB 출신으로 너무 늙지 않았나. 수년 전에 은퇴했다고 들은 거 같은데.”
“제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혼자서 일하지만 실력도 제법이고요. 근데 미라지의 제자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우리가 영상으로 본 변장술이라면 그가 가장 유력한가?”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그라면 추적이 가능하겠고, 아니라도 최소한 자문은 받아볼 수는 있겠죠.”
아무것도 발견하기 어려웠던 피시방 CCTV 영상 하나로 나름의 흔적을 찾아낸 것이었다.
“바로 수배해보도록 하지.”
대화를 마친 곽치영은 그대로 일어났다.
그 모습에 계속 거꾸로 매달려 있던 안덕칠이 몸을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저기! 난 뭐 어떻게 하라고! 이거라도 좀 풀어주든가!”
“아, 깜박했군. 오 과장. 안덕칠은 캠프로 데려가서 기본 교육부터 시키지.”
오한성은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캠프로 말입니까?”
“진짜 맛도 모르고 내보낼 수는 없지 않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옆으로 서 있던 사내가 오한성의 눈짓을 받아 안덕칠의 발에 묶인 줄을 잘라버렸다.
쿠웅―
“아오! 조심히 좀 내려주지.”
“앞으로 시키는 대로만 움직여라. 만약 지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지는 잘 알겠지?”
안덕칠은 오한성의 시선을 따라 도축장에서 분해된 돼지처럼 피를 흘리며 매달린 김상훈을 보았다.
“내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고.”
“어떤지는 캠프에 가서 알게 되겠지. 그리고 이동 중에는 입부터 다물도록.”
주변에 있던 사내들 중 하나가 안덕칠의 머리에 두건을 씌워서 밖으로 끌고 갔다.
그사이 오한성은 창고 입구까지 걸어간 곽치영의 옆으로 천천히 다가섰다.
“CELLA 출신도 아닌 사람을 키워보시려는 겁니까?”
“세상에서 어떤 종류의 사람이 제일 다루기 쉬운 줄 아나?”
“원하는 것이 뚜렷한 사람 아닙니까?”
예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곽치영이 한 적이 있었기에 기억해냈다.
“맞아. 목적이 뚜렷할수록 다루기가 쉬울 수밖에 없지. 안덕칠도 그런 인간이야. 다만, 그의 목적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살인에 대한 갈망인 거지.”
“666부대는 목적을 위해 철저하게 움직이는 이들입니다. 조절이 어렵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캠프로 보낸 거 아닌가. 제대로 가르쳐주라고 말이야. 대신, 그 욕망을 폭발시킬 때는 어느 누구보다 잔혹하도록 말이지…….”
곽치영은 안덕칠이 어떤 무기가 되어줄지 기대하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 * *
웬일로 신우는 회사가 아닌 대구에 와 있었다.
경호 담당인 이두헌과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MH리테일 대구 지사를 방문했다.
리테일 계열사는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MH편의점을 관리하는 곳이다. 그리고 대구 지사는 수도권과 경기도를 제외한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를 담당했다.
“여긴가요?”
차에서 내린 신우의 물음에 이두헌이 옆으로 다가왔다.
“맞습니다. 그런데 여긴 왜 오신 건지…….”
이유도 없이 목적지만 말했기에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스카우트할 사람이 있어서요.”
“여기서 말입니까?”
MH리테일 대구 지사는 해당 계열사 내에서 유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방 발령인 데다가 수도·경기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편의점을 관리하기 위해서 돌아다녀야 하니, 천직이 아닌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MH리테일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심한 처분을 내릴 때 파견식으로 보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일단 들어가시죠.”
출장과 외근이 잦은 곳인 만큼 8층짜리 지사 건물은 조용했다.
안내 직원도 따로 없었다. 그래서 신우는 엘리베이터 옆, 층별로 쓰인 이름을 확인했다.
“5층이네요. 올라가죠.”
신우는 이두헌과 2명의 경호원만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다른 경호원들은 안전 확보를 위해 계단으로 빠르게 뛰어 올라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경호원들의 분위기 때문에 주변을 지나던 다른 직원들이 힐끗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올라올 걸 그랬네요.”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이두헌은 꽤나 고지식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던 중에 위치가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이두헌을 향해서 물었다. 남자가 보기에 40대인 이두헌이 제일 연장자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저희 대표님께서 찾으시는 분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이두헌은 대답과 함께 옆으로 살짝 비켜났다.
동시에 남자는 엄청 젊어 보이는 신우가 대표라고 불리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굴 찾아오신 겁니까?”
“여기 MH리테일 영업3팀의 이성문 대리님을 뵙고 싶은데요.”
“3팀 이 대리요? 혹시 어디서 오신 건지…….”
“MH퓨처시큐리티에서 온 백신우라고 합니다.”
중년의 남자는 MH리테일 영업3팀장인 김병수 차장이었다. MH리테일 근속만 본사 2년에 대구 지사 10년. 위치와 경력이 있다 보니 본사 쪽 소식은 간간이 들었다.
거기서 최근 따끈한 화제 속에서 신설된 계열사인 MH퓨처시큐리티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었다.
“아까 대표님이라고 하시던데… 그럼 혹시, MH퓨처시큐리티의 대표님이신 겁니까?”
김병수의 물음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이에 신우는 얼마 전에 나온 따끈따끈한 새 명함을 한 장 꺼내서 내밀었다.
【MH Future Security】
【Ceo 백 신 우】
그걸 받아 든 김병수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성문 대리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요. 안 계실까요?”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 아, 아니! 일단 회의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곳으로 불러오죠.”
“그럼 감사하겠습니다.”
신우는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회의실에 들어가 앉았다.
그사이 김병수는 회의실에 신우를 앉혀둔 뒤 다시 사무실로 헐레벌떡 뛰어가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소리쳤다.
“이성문! 이성문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