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67)
전직용병 재벌서자-67화(67/305)
67화. 뒤집어버릴까?
방금까지 괜찮았던 식사 자리가 신우의 대답으로 무거워졌다.
이에 명운석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신우의 태도를 지적했다.
“백신우, 너야말로 본사를 생각하지 않고서 독재 경영하려는 거 아니야?”
“뭐가 독재라는 거지?”
“지금 네가 하려는 걸 말하는 거잖아. 회사는 대표 혼자서 경영할 수 없어. 그래서 임원들과 관리직들이 필요한 거고.”
“회사를 회 처먹을 임원과 관리자라면 사양하고 싶은데.”
명운석은 가뜩이나 신우의 성공적인 행보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언변으로나마 꼬투리를 잡아보려던 것인데 쉽지 않았다.
“그럼 다른 임원들이라도 구성해야지.”
“주구장창 내 선택에 태클을 걸어올 네 아버지의 파벌들로 말이야?”
신우의 대답에는 필터가 없었다. 애초에 지금 식사 자리도 불쾌했고, 하는 일마다 떡고물 떨어지는 게 없는지 살피는 하이에나 같은 인간들 때문이었다.
“지금 파벌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솔직히 네가 경영에 대해서 알아? PEST 분석이나 EPR, BPR, IPO 같은 걸 분석할 수 있냐는 말이야.”
전부 경영 전문 용어들이었다.
명운석은 지금 그간 실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으니 지식적인 부분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신우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Political, Economic, Social, Technological.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Initial Public Offering. 외부 환경 분석과 비지니스 프로세스 재설계. 기업 관리 자원은 이해가 되는데, 마지막 초기 공개 상장은 이제 막 시작한 회사에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순간 명운석은 표정이 굳어졌다. 신우가 전부 정확하게 해석해서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 걸… 알아?”
“아니까 대답했겠지. 설마 여기서 다른 경영 용어들을 줄줄이 읊어대면서 구두시험 같은 걸 할 생각은 아니지?”
방금 한 것도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던 명운석은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MH퓨처시큐리티는 회사 지분이 69%야. 그만큼 출자금이 들어갔다는 의미이고. 그런 회사를 너만 믿고서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우면 네가 대표하든가. 나는 지분 털고서 내 사람들 데리고 나가면 그만이니까.”
계속되는 두 사람의 언쟁에도 명중환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래서 명인철을 비롯한 어른들도 입을 떼지 못하고 기다렸다.
누가 이길 것인지 보자는 느낌이었다.
명운석은 그런 분위기를 읽고서 더 강하게 말했다.
“그게 대표라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할 말인가? 책임감이라는 게 없어?”
“누가 누구한테 책임감은 논하는 건지…….”
신우는 질린다는 듯이 귀를 한번 후비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명운석은 더욱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네 밑으로 들어간 직원이 수십 명이야. 그들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거고.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걸 책임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틀린 말은 아니네. 근데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할 직원의 실적을 빼앗은 걸로 모자라서 좌천까지 시킨 대가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잘라버려야 하나?”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신우는 가소롭다는 듯이 한숨을 흘렸다.
“3년 전, 네가 미래기획전략기획실장으로 있을 때 MH건설과 합작으로 성공시킨 테마파크인 문경리 버스월드 프로젝트. 초안 기획자였던 이성문 과장을 프로젝트가 확정도 되기 전에 MH리테일 대구 지사로 보내버렸잖아. 잊어버린 거야?”
방금 신우가 말하면서 3년 만에 듣게 된 이름이었다.
“그 일을 네가 어떻게…….”
“본사에 있다 보면 이런저런 말들이 수도 없이 들리더라고. 설마 그걸 아무도 기억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시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명운석은 그 일을 신우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신우도 오늘 만나고 온 이성문의 일을 이렇게 빨리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명운석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네가 잘못 알고 있어서 그렇지. 그 기획은 내가 한 거야. 이성문 과장은 근무 태만과 프로젝트 진행에 비협조적으로 나와서 발령을 요청했던 거고.”
“내가 아는 거랑 많이 다르네. 이성문 과장은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그 프로젝트 초안과 자료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던데.”
명운석은 순간 표정이 구겨졌다.
방금 그건 이성문에게 확인했던 것이 아니었다. 미래의 벌어질 일… 국정원에서 노예처럼 지내던 장만수가 기억하는 일들 중 하나였다.
“거기 가서도 미래기획 프로젝트에 한이 많아서인지 만들어둔 포트폴리오도 꽤나 많더라. 이번에 그 이성문 씨를 MH퓨초시큐리티 투자본부 기획부장으로 앉힐 예정이거든.”
“…뭐?”
“열성 넘치는 인재잖아.”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문제가 많은 인사라고 했을 텐데.”
“네가 하는 말이야 내가 알 바 아니잖아.”
탁―
그 순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명중환이 젓가락을 세게 내려놓았다.
“언쟁이 꽤나 복잡해지는구나.”
“…….”
급히 조용해지던 중에 신우만 입을 뗐다.
“열심히 지켜보기만 하시던데, 재미는 있으셨을지 모르겠네요.”
그런 물음에 명중환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쁘지 않더구나.”
“근데 정말 밥만 먹자고 부르신 겁니까?”
명중환의 저녁 식사 연락은 신우가 대구에 내려가면서 받았던 것이었다.
원래 예정에 없던 것이니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밥만 먹으면 안 되냐?”
“공적이 이유가 아니면 딱히 대면하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 많아서요.”
신우는 명인철, 명운석, 명성철, 명진석, 명수연을 연결하듯이 훑어보았다. 눈을 마주친 그들의 눈 끝이 씰룩거렸다.
명중환은 차가워진 분위기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물론 할 이야기가 있어서 부른 거긴 하다.”
다들 대답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일단 MH퓨처시큐리티 임원진 문제는 인철이가 손을 떼라.”
“아버지. 그건 안 될 일입니다. MH그룹에서 지분을 보유한 이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룹 내 임원들의 반발도 심할 겁니다.”
앞으로 MH퓨처시큐리티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게다가 신우는 MH홀딩스 지분 1%까지 가졌다.
최대한 견제를 위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명중환의 표정이 그의 말을 이어지게 놔두지 않았다.
“내가 MH시큐리티 지분을 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냐?”
매우 근엄해진 목소리에 명인철은 조심스러워졌다.
“그거야 출자금을 본사에서 대준 것이지 않습니까.”
명중환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원래 그 출자금 100%를 신우 혼자서 내려던 걸 내가 만류한 거다. 그 의미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백신우에게 그런 돈이 어디서…….”
말을 이어가려던 명인철의 입이 멈췄다.
“처음 신우가 MH그룹에 들어왔을 때 인센티브 조항을 달았지. 순이익의 5%. 리비오 소프트 지분으로 인해 우리가 이익을 본 것이 얼마나 되지?”
“…4천억 정도 될 겁니다.”
“그럼 신우에게 넘어가는 인센티브 5%가 얼마나 되겠나?”
“200억이 좀 넘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지분을 매각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전산상의 지분 자산이 5천억 넘게 잡혔을 뿐, 실질적인 순이익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신우는 지금까지 투자 이익으로 받은 인센티브만으로 31%의 출자금만 댔던 것이다.
“그래서 그게 없는 돈이 되나? 리비오 소프트는 계속해서 성장 중인데?”
“…….”
명인철은 할 말을 잃었다.
이에 명중환은 무거워진 눈빛으로 가족들을 훑어봤다.
“회사는 인력이고, 인력에서 능력이 나오는 것이다.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이치이지.”
설명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너희들 욕심 때문에 회사를 위해 발휘되는 능력을, 인력을 져버리고 싶은 것이냐?”
눈빛의 끝이 명인철과 명운석을 향해 번갈아 움직였다. 아까 신우가 말한 이성문이란 사람의 일이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죄송합니다.”
명인철을 비롯한 대부분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거기서 신우와 임희연, 명유희만이 덤덤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아무튼 아까 말한 문제는 거기서 마무리하는 거다. 괜히 이러쿵저러쿵 계속 따진다면 MH퓨처시큐리티의 지분을 전부 신우에게 넘기는 줄 알아라.”
“…알겠습니다.”
식사 자리는 그렇게 끝났다.
거기서 차까지 마실 여유는 없었다. 저택에 같이 사는 명인철의 가족 외에 다른 이들은 전부 돌아갔다.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로 가던 신우는 뒤에서 부르는 임희연의 목소리를 들었다.
“잠깐 이야기할 수 있겠니?”
“오래 걸리는 내용입니까?”
“그건 아니야.”
“차로 이동하면서 이야기하시죠.”
그렇게 신우는 임희연의 차 뒷좌석에 같이 올라탔다. 차량이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임희연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성문에 관한 건 어떻게 안 거니.”
사실 임희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명운석의 일에 훼방을 놓기에는 걸리는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던 걸 들었죠. 혹시나 해서 알아본 건데 실력이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명운석 때문에 데려온 것은 아니고?”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다고 할 수는 없죠.”
영혼이 실리지 않은 덤덤한 대답이었다.
“이야기하자고 한 건 다른 게 아니고, 이번 너도 중국에 가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까 명운석이 간다던 출장 말인가요?”
“다른 일 때문이야. 네가 맡은 MH퓨처시큐리티와 관계된 중요한 일이기도 하니, 중국으로 같이 들어가자.”
이미 신우의 동행을 결정해버린 듯한 대답이었다.
“뭐, 당장 중요한 일은 없으니 그렇게…….”
신우도 임희연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살짝 궁금해졌다. 그래서 대답하려던 중에 문제를 떠올렸다.
UAD에서 복무했던 경력 때문에 출국이 제한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임희연은 차분히 대답했다.
“네가 걱정하는 문제라면 회장님이 해결하셨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런가요. 해결됐다면 문제없죠. 갈게요.”
명중환과 임희연은 신우의 경력을 웬만큼 파악한 상태였다. 물론 비공식적인 기록까지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그로 인해 걸린 제약 정도는 해결이 가능했다.
“…고맙네.”
작은 목소리였다. 신우는 그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예?”
“…아니야.”
차 안은 조용해진 상태로 신우의 집을 향해 달렸다.
그러다 임희연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이사하는 건 어떠니? 아무리 그곳이 편하다고 해도 네 위치를 생각해야지. 경호에도 불편이 있을 거고.”
“10평 남짓한 원룸에 사는 대표. 뭐, 나름 신박하지 않나요?”
“사람들이 욕해. 그리고 사람은 버는 만큼 써야 하는 거야.”
지금 신우에게 연봉은 지금까지의 투자로 인한 인센티브 수익이 훨씬 넘어선 상태라서 의미가 없었다.
당연히 이번에 MH퓨처시큐리티에 들어간 출자금 외에는 장만수가 관리해주면서 계속 불어나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이사는 생각해보고 있었어요.”
곧 있으면 겨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두헌과 특수경호팀원들은 신우의 원룸 건물의 옥상에서 텐트를 친 채 교대 근무를 섰다.
“집은 내가 알아봐줄까? 내 소유의 오피스텔도 있어.”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사 갈 집도 위치, 안전, 탈출로 확보 등의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대화가 끝나던 중에 신우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후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에서 몰래 나와서 만수전구를 찾아갔다.
책장 뒤의 비밀 통로를 지나가자 안쪽에서 큰 언성이 들려왔다.
장만수와 릴리안이 말다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 내기하자고!”
“좋아! 장만두! 나는 웨이! 너는 릭이라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