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7)
전직용병 재벌서자-7화(7/305)
7화. 보자는 사람이 많네
임희연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면서도 아들인 백신우가 해외에만 나간다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사이 명중환이 임희연을 차분히 쳐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네 딴에는 이번 일을 마무리 짓고서 조용히 물러날 생각이었겠지.”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너는 우리 MH그룹이 현재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써주었어. 그런 네가 물러날 생각을 했다는 건 여러모로 아쉽더구나.”
현 MH그룹의 회장인 명중환이 유일하게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은 자식 농사였다.
본처 오진숙이 낳은 자식 셋.
그중 둘째 명성철과 셋째 명수연은 학창 시절 때부터 오만가지 사건 사고를 몰고 다녔다.
장남인 명인철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가슴에 품은 욕심보다 실력의 그릇이 작았던 탓인지 업무적인 면에서 실패가 잦았다.
물론 다른 자식들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임희연만 명중환의 핏줄로서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곳에… 제가 마지막까지 설 자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서녀는 서녀였다. 전대 회장의 치부이면서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한 만큼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를 사람에게 불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인철이 녀석의 일과 생각은 내가 잘 다독여볼 테니, 앞으로도 네가 이곳에 있어주면 좋겠구나.”
“아무리 그래도 명인철 사장이 저를 가만히 놔둘까요?”
임희연은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MH그룹의 모든 치부를 꿰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명중환 회장도 임희연이 회사를 나간다는 것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그런 마음을 품는다고 해서, 네가 쉬이 어떻게 될 사람도 아니지 않으냐.”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제 힘도 결국 MH그룹에서 나오는 것이잖아요.”
“만약 네 존재를 내가 대외적으로 인정해준다고 해도 그럴까?”
“…네?”
순간 임희연은 너무 놀라서 벙찐 얼굴이 되었다.
“조금 포장이 필요하겠지만… 희연이 너와 네 아들을 우리 명 씨 일가의 호적에 넣어주겠다는 말이다. 물론 네 아들의 장래도 책임져주지.”
“명인철 사장이 안심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책이신 걸까요?”
혼외자 모자인 임희연과 백신우를 장남인 명인철의 위기감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쓸지 모른다는 의미였다.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어떠냐. 네게도 자격이 주어지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인철이가 너와 네 자식을 함부로 하지는 못하겠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명 씨 일가의 핏줄이란 것만 인정받아도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충분해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임희연은 MH그룹의 그림자로서 쌓은 입지도 단단했다. 그게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그룹 수뇌부에게도 그녀의 존재가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제가 회장님의 자제분들을 밀어내면 어쩌려고 그러시죠?”
“그럼 밀리는 것이지. 나는 아무 능력도 없는 놈에게 내가 평생 동안 일군 MH그룹이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
“진심이신가요? 자제분들이 듣는다면 심히 섭섭해할 겁니다.”
“들으라면 들으라지. 지금은 네 생각이 중요하다.”
임희연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제게 선택권이 있긴 한가요? 말씀만 들으면 이미 결정을 내리신 것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든 임희연의 발목을 MH그룹에 묶어놓겠다는 뜻이었다.
“결정은 네 생각에 따라 달라질 것이야.”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제 아들은 그 계획에서 빼주세요. 어차피 한국을 떠날 아이예요. 이미 떠났을 수도 있고요.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MH그룹과 영원히 관계될 일이 없을 거예요.”
임희연은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했다.
그런 설명에 명중환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아직 한국에 있더구나. 내가 알기로는 서울에 집을 구해서 전입 신고까지 마쳤고, 그런 행보만 봐도 한국을 떠날 것 같진 않던데.”
“…그랬군요. 제 아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회장님께서 계획하신 일은 제 선에서만 끝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생각해보마.”
대화를 마친 임희연은 서재에서 나와 곧장 밖에 세워둔 차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여전히 거실에 앉아 있던 명인철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아버지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나 나눴지?”
“…직접 물어보시죠. 저는 일이 바빠서 실례할게요.”
밖으로 나가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보조석에 오른 송태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본부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신우의 소재에 대해서 파악된 사항이 있나요?”
“출입국 관리 사무소 쪽은 아직 연락이 없었습니다. 오늘까지만 해도 접수된 사항이 없었고요.”
“회장님이 신우의 존재를 알고 계세요. 서울에 전입 신고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무엇 때문인지 마음이 바뀐 것 같아요. 바로 확인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들이 탄 차량은 MH그룹 본사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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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혼자 남아 있던 명중환은 전담 비서인 구상호를 불러들였다.
임희연의 아들인 백신우에 대해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얼마 전 명인철 사장 휘하의 박상규 실장 부하 둘이 백신우 군에게 된통 당했다고 합니다.”
“…당해? 군수과 부사관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도 그렇게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당한 방식이 전문적인 격투 기술인 듯하다고 합니다.”
더욱 의문이 깊어지는 대답이었다.
이에 명중환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국방부에서 넘어온 신원 조회 자료가 잘못되었다는 의미인가?”
“혹시 몰라서 제가 아는 국정원 라인으로도 확인해봤지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상규 실장의 휘하라면 보통 실력이 아니지 않나? 자네도 상당한 실력자로 알고 있네만.”
MH그룹 산하의 경호팀은 MH테크라는 방산기업 계열사의 자회사였다. 거기서 명 씨 일가와 그룹 수뇌부 인원대로 독립적으로 팀이 나뉘어져 운영된다.
물론 모든 인원이 기본적으로 유단자에 내로라하는 특수부대나 경찰 또는 국정원 출신이었다.
당연히 그런 인물들이 부대에서 군수과 업무나 담당하던 백신우에게 당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봐야 할 듯싶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잠시 뜸을 들이는 그의 행동에 명중환은 고개를 들어 보았다.
“무엇이든 괜찮으니 계속 말해보도록 하지.”
“…간혹 3군에서 독립적으로 부대를 편성해서 운영한다는 걸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국군본부나 국방부에서도 모르게 말인가?”
“예를 든다면 국정원에서 운영하는 특수 프로젝트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저도 듣기만 했을 뿐,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명중환은 그 설명을 듣고 침음을 흘렸다.
“자네 말은… 희연의 아들이 그런 부대에 편성되었었다고 본다는 말이군.”
“정말 그런 것이라면 박상규 실장의 부하들이 상대하기 어려웠던 것도 조금이나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나?”
“특급 기밀에 해당되는 주요 작전을 수행했던 만큼 포상이 크기 때문에 기본 복무 기간만 마치고 전역하는 일이 드물 겁니다. 게다가 작전의 기밀성이 높다 보니 출국 또한 최소 2∼3년 정도 제한됩니다.”
그 설명대로라면 지금 백신우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적었다.
“묘하군, 묘해. 정확히 파악해볼 방법은 없는 건가?”
“추측한 상황을 토대로 조사해보려 한다면, 백신우 군이 속했다고 추정되는 특수부대 관계자와 직속 지휘관 또는 팀원을 알아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 장병 수는 최소 수십만… 거기서 백신우와 관계된 인물을 추려볼 수도 있지만,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될 수 있었다.
“허어…….”
“하지만 여기까지도 전부 추측일 뿐입니다. 백신우 군이 대인 격투에 탁월한 실력을 가진 사람일 수 있습니다.”
명중환은 백신우의 존재를 임신 사실과 함께 알았다.
다만, 그 후에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내다가 임희연이 백신우를 찾는다는 걸 알고서 다시 조사한 것이다.
일단 임희연의 경영 능력은 다른 자식들보다 월등했기에 어떤 이유로든 놔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녀가 쉽게 떠나지 못할 구실로 백신우란 카드를 내밀었다.
“조만간 집안이 시끌벅적해지겠군.”
“따로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그 아이를 직접 만나봐야겠어.”
“바로 연락해서 빠른 시일 내 일정을 잡아보겠습니다.”
구상호는 그렇게 대답하고서 밖으로 나갔다.
* * *
신우는 장만수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가운데 테이블에는 빨강, 파랑, 노란색의 8면 주사위 12개가 4개씩 나눠서 놓여 있었다.
“내가 썼던 거랑 같은 물건이야?”
몇 개를 손에 쥐고서 굴려보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가능한 선에서 좀 더 개량했어. 그중에 파란색은 예민하니까 꼭 설명서 읽어보고 사용해.”
“괜찮네. 무게 중심도 적당한 거 같고.”
주사위는 회귀 전에 사용하던 장비였다.
물론 겉으로만 주사위일 뿐이고 추적과 도청 외에 다수의 기능이 숨겨져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지금의 몸으로 그거 만드느라 눈깔 빠지는 줄 알았다. 당장은 많이 못 만드니까 남용하지는 말고.”
“알았어. 아, 혹시 백정훈이란 사람에 대해서는 조사됐어?”
“주사위 설명서 옆에 놔뒀어.”
그의 말대로 봉투가 있었다.
봉투 안의 내용을 확인한 신우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거구나…….”
“일반 사고로 마무리됐더라고. 시신은 가족이 없어서 복지 시설이 위임받아 장례를 치렀고. 근데 이 사람이 누군데 알아봐달라고 한 거야?”
장만수는 신우가 부탁했을 때도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물은 것이다.
“내 아버지.”
“아, 응∼ 아버… 응? 너희 친아버지? 그러고 보니 성이 같구나. 얼굴도 좀 닮은 거 같고.”
그사이 신우는 서류 맨 앞에 놓인 백정훈의 사진을 보았다.
갸름한 턱선, 오뚝한 코, 연한 쌍꺼풀. 전체적으로 곱상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닮기는 무슨… 저번에는 그 여자랑 닮았다고 하더니.”
“대충 봐도 닮았구만, 뭘. 근데 기분은 괜찮냐?”
동료로서도 신우의 가족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었다.
그런데 회귀하고서 그런 가족 이야기가 터진 댐처럼 몰려들었다.
일반 사람이면 여러모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멀쩡해. 그리고 이 사람에 대해서는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존재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까.”
“마음 씀씀이가 좋으시네. 아, 저번에 카피한 핸드폰에서 박상규라는 사람 쪽 번호를 따봤어. 확인해보니 명인철이란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역시 그렇네. 666부대 관련 사람 번호는?”
장만수는 양팔을 들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기기도 대포폰 같고, 저번 작전을 실패한 것 때문인지 바로 폐기한 거 같아. 아니면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걸 수도 있고.”
“이후로 연락 온 것도 없었고?”
“없어. 철저하게 숨은 거 같아. 이놈들은 나중이나 지금이나 철두철미하네.”
“쉽지 않은 놈들이야. 그러니 우리도 편하게 지내려면 확실히 준비해야 하고. 자금 조달은 어때?”
지난번에 장만수는 자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했었다.
그 후로 며칠이나 지났으니 성과가 있는지 궁금했다.
“매우 순조로워. 판타지 소설에서나 보던 회귀라는 치트키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더라고.”
“그 정도야?”
“뭐, 과거 기억이 뚜렷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상당해.”
신우는 그렇게 듣다가 궁금해진 부분이 있었다.
“기초 자금은 어떻게 마련한 거야? 너나 나나 이제 스물셋인데 많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현재 신우도 군대에서 모은 월급과 위험 수당을 모은 돈이 전부였다. 그나마 다른 또래보다는 저축한 금액이 꽤 되었다.
“나야 그동안 외주로 만든 프로그램을 판 돈도 있고, 살던 집도 팔았어. 혹시 모르니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는 국정원의 눈을 피하는 게 좋으니까.”
“철저하네.”
“이래 봬도 인생 2회차 아니냐.”
우우웅― 우우웅―
신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에는 모르는 번호가 떠 있었다.
“요즘 내 핸드폰이 참 바쁘네.”
“왜?”
“전화 좀 받아보고 말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