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70)
전직용병 재벌서자-70화(70/305)
70화. MOTHER (1)
신우는 임희연을 따라 중국 칭다오 자오둥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그때까지 두 사람은 딱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창밖을 계속 보던 신우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목적지는 아직도 비밀인 건가요?”
“따라와 보면 알아.”
굉장히 비밀스러운 이동치고는 도로 위에서 그들이 탄 차량을 경호원들의 차량이 둘러싸서 따라왔다.
다만, 이번 경호원들 구성은 임희연 휘하의 특수경호5팀원뿐이었다.
그만큼 두 사람이 어딜 가는지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차량은 계속 달려 칭다오시 남동쪽으로 향했다. 얼마 후 언덕을 계속 올라가더니 산 중간에 지어진 커다란 저택으로 들어갔다.
칭다오 도시와 바다와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중국의 대부호 같은 인물이 사는 곳인가?’
저택 정문에서부터 안쪽 저택까지 난 길과 마당 곳곳에 무장한 듯한 경비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분위기만 봐도 심상치 않은 곳이라는 걸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차량은 계속해서 올라가 저택 앞에 세워졌다.
“송 팀장님은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경호원들은 차에서 대기 명령이 떨어졌다.
그때 저택 현관으로 집사 차림을 한 노인이 걸어 나와 중국어로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그러게요. 황 집사님. 잘 지내셨죠?”
저택의 집사인 황진유였다. 그의 시선은 임희연의 옆으로 선 신우에게로 향했다.
“저야 늘 똑같지요. 옆의 분은 도련님이시군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우도 입을 뗐다.
“我叫白信飛.(백신우라고 합니다.)”
유창한 중국어 발음 때문에 황진유와 임희연은 살짝 놀랐다.
“소개 감사합니다. 이곳의 집사인 황진유입니다. 편히 황 집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황진유는 그렇게 말하고서 저택 안으로 안내했다.
그사이 임희연은 신우에게 조용히 물었다.
“…중국어도 할 줄 알았니?”
“조금요.”
“조금이 아닌 거 같은데.”
방금 전, 간단한 소개이긴 했지만 발음 자체가 중국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렵지는 않더라고요.”
대화가 끊어진 사이 황진유의 안내로 저택 1층 왼쪽 끝의 커다란 유리문이 열렸다.
그 안은 식물원처럼 녹빛이 가득한 온실이었다. 정원처럼 꾸며진 가운데에는 한 중년의 여인이 메이드의 시중을 받으며 독서와 함께 차를 마셨다.
“회장님. 아가씨가 오셨습니다.”
“고마워요. 가서 일 보셔도 돼요.”
황진유가 물러나자 임희연은 그녀의 앞으로 가서 섰다.
“너무 늦게 찾아뵈어서 죄송해요. 회장님.”
중년의 여인은 책갈피를 꽂고서 임희연을 쳐다보았다. 짧은 갈색 머리에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외모의 여인이었다.
“섭섭하게 볼 때마다 이럴 거니?”
“…….”
“정말 그럴 거야?”
계속되는 재촉에 임희연은 탄식을 내뱉고서 다시 말했다.
“죄송해요. 너무 늦게 찾아뵈었죠. …어머니.”
그제야 여인은 환하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임희연을 꼭 끌어안았다.
“맞아. 딸. 엄마는 그렇게 불러야지. 진짜로 섭섭할 뻔했잖아. 그리고 엄마한테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죄송하다는 말 하는 거 아니야.”
“…알겠어요.”
이번에 여인은 신우와 눈을 마주쳤다.
“그쪽이 우리 희연이 아들?”
“…청우그룹 천혜린 회장님이시군요. 백신우라고 합니다.”
“발음 좋네. 그런데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
중국의 청우그룹 천혜린 회장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자택의 위치도 명확하지 않아서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이상 그녀의 얼굴을 알기는 어려웠다.
물론 신우는 그녀를 만나본 적이 있기에 알고 있었다. 지금이 아닌 회귀 이전에…….
“아니요. 없습니다.”
“그런데 나를 어떻게 알지?”
당장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했다.
“저도 정보력이 나쁜 편은 아니라서요.”
천혜린은 자신을 앞에 두고서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신우의 모습에 감탄사를 흘렸다.
“오호. 한국에서 사업 수완이 제법이라고 들었는데, 당당하기까지? 역시 우리 희연이 아들이구나.”
“그런 말은 달갑지 않습니다.”
“까칠한 것도 똑 닮았네.”
자꾸만 연결시키는 그녀의 칭찬 같지 않은 칭찬에 신우는 살짝 짜증이 났다.
“그보다 두 분이 어떤 관계이신지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분명 엄마와 딸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임희연의 친모는 26년 전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청우그룹 회장인 천혜린은 결혼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자식도 없었다.
“들었잖니. 희연이는 내 딸이란다.”
천혜린은 환하게 웃으면서 임희연을 잡아당겨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임희연은 상당히 불편한 표정이었다.
“내 의모님이셔.”
“의모요?”
의모(義母).
여러 사전적인 의미가 있었다. 아버지가 재혼함으로써 생긴 어머니, 자기를 낳지는 않았으나 길러주신 어머니, 의로 맺은 어머니.
명중환이 천혜린과 결혼했을 리는 없을 테고, 임희연이 중국에서 오래 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의미가 제일 적절했다.
“미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 인연이 생겨서 지금처럼 지내고 있어. MH그룹에서 일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았고.”
“그게 보통 인연이니? 내 목숨을 구해줬잖아. 우리 딸이 아니었으면 나는 길바닥에서 객사했을걸.”
조금 생각해보면 임희연이 MH그룹에 들어간 후 아무런 기반도 없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던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그녀의 사업적인 능력은 굉장히 뛰어났다.
하지만 명중환의 자식들이 그런 임희연을 가만히 뒀을 리가 없다. 어떤 식으로든 밟아놓기 위해 온갖 수를 썼을 것이었다.
“…두 분이 의모녀 관계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네요.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것도요.”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거든.”
인사(?)를 마친 세 사람은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메이드가 따라준 따뜻한 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어렵게 구한 무이산 모수 대홍포야. 둘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
킬로당 한화로 19억에 달하는 고급 차였다. 당연히 물량도 구하기 힘든 것인데 천혜린은 아무렇지 않은 것을 넘어서 덤덤했다.
“향이 좋네요.”
“신우는? 아, 내 딸의 아들이니 편하게 불러도 되겠지?”
이미 말을 놓고 있었다.
“…마음대로 하시죠. 차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행이네.”
잠시 세 사람 사이로 차 마시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러다 천혜린은 흐뭇한 표정으로 임희연에게 말했다.
“우리 딸이 웬일로 이렇게 방문한 걸까? 한국에서 아들한테 흉흉한 일이 있었다고 듣기는 했는데. 혹시 그 일 때문?”
신우에게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은 잠시 크게 보도되기도 했지만, 오래 가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천혜린이 알고 있다는 건 그만큼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였다.
“맞아요. 그리고 그룹 내 분위기가 좋지 못해서요.”
“명인철 때문이지? 그러게 빨리 처리하지 그랬어. 예전에 내 도움을 받았다면 어렵지 않았을 텐데.”
“그건 불가능하다는 거 아시잖아요.”
천혜린의 청우그룹. 더 나아가 중국 쪽 자본과 권력이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인 MH그룹을 흔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천혜린이 임희연을 위해서 움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상황의 수준이 달라진다.
“하면,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니?”
임희연은 잠시 생각하고서 입을 뗐다.
“만약… 제가 잘못되었을 때 신우를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그 순간 천혜린의 얼굴은 살얼음이 맺힌 것처럼 굳어졌다.
“누군가 네 목숨을 노린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맞을까?”
“올해 초에 일이 한 번 있었어요. 이후로 노려진 적은 없지만, 그쪽의 조직력을 봐서는 다음번 실패가 없을지도 몰라서요.”
카페에서 신우를 만났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신우가 잡아주었던 남자는 추적까지 당해서 놓쳐버렸다.
여전히 그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보니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길한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어떤 자식들인데! 그리고 왜 그때 바로 말하지 않았어?!”
천혜린은 당장이라도 한국에 쳐들어가 모조리 뒤집어버릴 기세였다.
“이러실까 봐요. 게다가 일전에 그놈들이 제가 아닌 신우를 노리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신우가 죽을 뻔했다던 사건 말이니? 그 녀석들도 못 잡았었지?”
“맞아요.”
임희연 나름대로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자각한 것이다.
이에 천혜린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네가 일을 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중국으로 온다고 했던 걸 취소했을 때, 어떻게든 데려왔어야 했어.”
“제 상황을 아시잖아요.”
“그러니 더욱 그랬어야지! 당장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해!”
임희연이 신우를 설득해서 같이 살자고 했던 이유였다.
그건 신우도 지금의 대화를 듣고 알아챘다.
하지만 그게 성립되지 않은 채 혼자 떠났다면 신우는 혼자 대한민국에 남아 명인철의 먹잇감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불가피했으니 이해해주세요.”
“그보다 신우를 나한테 부탁할 것이 아니라 놈들이 누군지 확실히 알아내야지. 그게 우선순위잖아?”
“당시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명인철 사장의 주변을 확인해봐도 연결점이 나오지 않았고요.”
천혜린은 친딸처럼 생각하는 임희연이 고통받지 않길 바랐다. 그렇다고 무작정 중국으로 끌고 오기에는 MH그룹의 명중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았다.
“내가 힘을 보태주는 건?”
“안 되는 이유를 저보다 잘 아시잖아요.”
“대신 실력 좋은 사람을 빌려줄 수는 있어. 흔적이 남지 않는 사람을 연결해줄 수도 있고.”
청우그룹 천혜린은 중국 내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사업가이기 전에 뒷세계 자금 지분이 상당한 자본가였다.
당연히 그녀가 말한 인맥은 어둠에 속한 인물들일 확률이 높았다.
“그건 생각해볼게요.”
임희연도 지금 상황에서 조용히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그 정도 손길을 감수하려 했다.
신우는 두 사람이 잠시 침묵한 사이를 틈타 끼어들었다.
“왜 당사자를 앞에 두고서 두 분이 전부 결정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만 빼놓고 말해서 많이 섭섭했니?”
신우를 빤히 쳐다본 천혜린은 살짝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물론 그걸 본 신우는 불쾌감이 짙어졌다.
“딱히요. 그보다 놈들의 정체는 캐지 마시죠. 잘못하면 천 회장님의 목숨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임희연은 깜짝 놀랐다.
동시에 그 옆에서 천혜린은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내 목숨이? 어째 신우는 그놈들이 누군지 아는 것처럼 말하는 느낌이네?”
“알고 있으니까요.”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임희연이 신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상무님도 그들의 유일한 단서를 알고 계시죠?”
신우가 잡았던 사내에게서는 없던 흔적. 그러나 송태훈과 다른 경호원들이 정체불명의 사내들과 싸우면서 옷에 있던 그 흔적을 발견했었다.
“666 말이니?”
“맞아요.”
“역시 네가 뜯어갔던 거구나?”
“저를 노리던 놈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놈들은 상무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