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84)
전직용병 재벌서자-84화(84/305)
84화. 상대적 발탁감의 예시
명운석은 술집 룸에 혼자 앉아 있다가 참고 있던 화가 터져 나와서 술잔을 벽에다가 집어 던졌다.
쨍그랑―
“빌어먹을 새끼들… 일을 벌일 거면 확실하게 하든가!”
바이포와 계약을 마무리한 후에 임희연이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쾌거를 외쳤었다.
사실 임희연의 위치를 추이쉰에게 알려준 것은 명운석이었다. 다만, 명운석은 그들이 누군지 몰랐다.
그쪽에서 임희연과 백신우를 처리해준다고 제안했기에 흔쾌히 승낙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둘 다 멀쩡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자신에게 제안했던 이들의 연락도 완전히 끊겼다.
“설마… 나에 대해서 분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게 흘러 들어갔다면 지금 나도 무사하지 못했겠지.”
정보 유출의 출처가 자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예전처럼 훈계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백신우가 MH리테일 대구 지사로 좌천시킨 이성문을 본사로 데려왔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 일을 어떻게 캐낸 것인지… 그때의 일을 명중환이 있는 가족 식사 자리에서 폭로까지 해버렸다.
명운석 나름대로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근데 청우그룹은 뭐야? 진짜 돌아버리겠네…….”
또 다른 문제는 임희연이 다른 곳도 아닌 청우그룹과 연결된 사실이었다.
중국 내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대 기업. 그 영향력은 중국 정부에서도 무시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기에 누구라도 청우그룹과 손을 잡고 싶어 했다.
하지만 청우그룹의 회장 천혜린은 누구보다 깐깐한 데다가,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아서 면식조차 트기 어렵기로 유명했다.
특히 중국 뒷세계와도 깊게 연관되어 잘못 건드렸다가는 황해의 갈매기 밥으로 뿌려진다는 말까지 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임희연이 중국 쪽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수월했던 것이 청우그룹의 영향력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똑똑―
복잡한 생각이 빗발치는 가운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더니 언론사인 조선데일리 2세, 김병운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바닥을 반짝이며 장식한 술잔 조각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대로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부른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와?”
오늘 술자리는 김병운과 약속한 것이었다. 그런데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요즘 여간 시끄럽잖아. 물론 그 가운데에는 너희 MH그룹이 있고.”
임희연 납치 사건은 한국 정부에서도 나서서 중국 정부를 통해 정확한 사건 공조· 공유까지 요청했다.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인 MH그룹의 사람이 중국에서 일하다가 납치당한 것이니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언론사인 조선데일리 입장에서는 그 사건을 계속해서 다룰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면 보도 정신 투철한 정통 언론인인 줄 알았다.”
“왜 아니겠냐. 이래 봬도 조선데일리의 후계자인데.”
우우웅― 우우웅―
그때 테이블 위로 올려둔 김병운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을 본 김병운의 표정은 잔뜩 구겨졌다.
“이 새끼… 계속 전화질이네…….”
“누군데?”
“배한준. 배성환 부회장이 자리에서 쫓겨나고서 지 자리까지 휘청해지더니 계속 도와달라고 염병을 떠네.”
“나처럼 차단시켜 놓지.”
이미 그들에게 배한준은 친구가 아니었다. 일이 터짐과 동시에 끈 떨어진 연보다 못한 존재로 인식된 지 오래였다.
“언론인이 그럴 수 있나. 혹시 모르잖아. 이 새끼가 쓸모 있는 기삿거리라도 줄지.”
“그러고 보니 한준이네 기사, 너희 조선데일리에서 가장 세게 터뜨렸잖아. 지금도 계속 다루는 중이고. 그런데도 도와달라고 한다고?”
“그 새끼가 친구가 없잖아. 지금 걔네 꼰대는 배영철 회장이 죽기 전에 받았던 생전지분·재산 상속 무효 소송 때문에 정신없기도 하고.”
차남 배성욱은 회장 자리에 앉고서 잠깐만 행복했을 뿐, 배성환을 향한 재판과 함께 갑자기 등장한 배영철의 장부로 배성물산 자체가 휘청였다.
검찰 조사까지 들어간 판국이니 지금 상태에서 배성물산이 회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익명(?)으로 제보된 장부의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를 일이지만…….
“진짜 자존심도 없는 새끼네.”
“솔직히 이전에 만날 때도 재수 없었지. 배성물산 후계자라는 것 때문에 우리 중에서도 재력만 놓고 보면 너랑 제일 삐까삐까했으니까.”
“지금 따져서 뭐 해. 그래도 배한준이야 그간 빼돌려 놓은 자금도 꽤 되지 않나?”
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라는 말이 괜히 있지 않았다. 배한준인 아버지 배성환의 재산 소송으로 난리라고 하지만, 이전에도 회사 자금을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
당연히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두고서 조금씩 불려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김병운은 앞에 놓인 술을 따라 마시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몰랐냐?”
“뭘?”
“그 새끼, 안승주처럼 텔리콤 주식을 뒷주머니로 따로 굴렸다가 잘못 빼서 손해 보고, 최근에는 일본의 코가제약인가? 거기에 몰빵 투자했다가 제대로 날려 먹었잖아.”
명운석도 일본에서 터진 코가제약 신약 불법 임상실험 기사를 보았다. 실험 대상자들이 극심한 부작용을 겪고서 고소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당연히 주식은 연일 바닥을 쳐대기 시작해 서킷 브레이크까지 걸렸다고 보도될 정도였다.
“하필이면 코가제약…….”
탄식과 함께 중얼거리던 명운석은 그 이름이 기사를 봤을 때부터 낯익었던 것이 떠올랐다. 급히 핸드폰을 꺼내 지난번에 자금운영본부장 이상경을 통해서 빼냈던 백신우의 투자 자료를 확인해봤다.
그 모습을 보던 김병운은 의아했다.
“왜 그래? 갑자기 뭘 그렇게 찾아? 연락이라도 왔냐?”
“기다려봐.”
내용을 살피던 명운석의 눈이 점점 크게 떠졌다.
【투자 평가 WDD LIST】
WDD란, Warning·Dangerous·Delete의 약자로 투자 동향에 있어서 주의, 위험, 삭제 가능성이 높은 걸 의미했다. 그리고 해당 내용에는 코가제약에 관한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Category : Delete】
【코가제약 ― 성장세가 보이긴 하지만, 신약 개발 과정에서 위험성이 보임. 부작용 사례를 누락한 정황도 발견.】
명운석은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 코가제약에 관해서도 백신우는 정확히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새끼는 이걸 어떻게 알고 있던 거지……?”
옆에서 궁금해하던 김병운도 조심스레 옆으로 다가와 핸드폰의 내용을 보았다. 그리고 명운석처럼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텔리콤 때 네가 입수했던 자료 맞지? 그 백신우가 올렸다던.”
“…그렇지.”
“백신우는 코가제약이 그렇게 될 걸 처음부터 알았다는 거야?”
“직접 보고도 모르겠냐.”
이전에 WDD LIST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대충 보고 훑었다.
그런데 투자 가능 목록보다 더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겨 있던 것이다.
“지금 코가제약 때문에 일본은 난리가 났는데… 대체 백신우의 정보는 어디서 나오는 거야? ”
“그걸 알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냐?”
명운석은 지금도 자신이 가져야 했을 것들을 백신우가 뺏어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명운석이 가질 수 있었다면, 지금 백신우의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이 돌던 중에 김병운의 눈빛이 반짝였다.
“야! 이거 내가 기사로 올려도 되냐?”
순간 명운석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미쳤냐? 이거 내부 자료야. 가뜩이나 텔리콤 일 때문에 MH전자로 간 건데 그걸 올리기까지 하겠다고?”
“어허! 누가 안 좋은 의미로 올리겠대? 타이틀! 일본 코가제약 사태를 예견한 MH그룹! 신뢰할 수밖에 없는 MH그룹! 어때?”
코가제약의 일로 MH그룹의 이미지를 띄운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명운석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봤자 백신우의 MH퓨처시큐리티 이미지만 좋게 만드는 일이잖아.”
결과적으로 코가제약 일을 예견한 것은 MH퓨처시큐리티도 아니고 백신우였기 때문이다.
“에헤이∼ 장사 하루 이틀 하나. 불은 어디서 지피든 바람에 따라 번지는 방향이 달라지잖아.”
“네 말은… 그 바람이 나로 향하게끔 하겠다는 거야?”
“일만 잘 풀리면 본사 복귀도 가능한 거 아니야?”
명운석은 살짝 고민되기 시작하다가 명인철에게 들었던 꾸중들이 뇌리를 스쳤다.
“쯧! 됐어. 할아버지가 그 사실을 모르실 것도 아니고, 괜히 꺼냈다가 나만 죽 쓰게 될 수도 있어.”
동시에 김병운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우리 운석이가 백신우란 놈 때문에 겁쟁이가 다 됐네.”
“뭐? 겁쟁이?”
“어차피 WDD LIST 자료에 관한 건 MH그룹 입장에서 독 될 것이 없잖아. 네 말대로 백신우에게 떠 먹여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아니면 네가 추켜세워 주든가. 친구보다 적을 가까이 두라는 말도 있잖아.”
지금까지 명운석은 백신우를 매번 견제하기만 하다가 고꾸라졌다. 물론 김병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백신우에게 고개 숙이기에는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가까이라…….”
그렇게 중얼거린 명운석은 잔 가득히 술을 따라서 마셨다.
* * *
【일본 코가제약 사태, MH그룹 휘하 금융투자 계열사 MH퓨처시큐리티에서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한창 상승세였던 코가제약을 대상으로 작성된 투자 평가 WDD LIST에서 Delete 판정을 받아…….】
【이 시대의 미다스의 손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 지금까지 손을 대는 투자사업은 연일 성공적으로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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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일리를 필두로 시작된 기사는 여러 언론사를 통해 계속해서 올라왔다.
사무실에서 그걸 보던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들이 미쳤나…….”
조선데일리가 명운석의 친구 김병운의 부친 김문찬이 대표로 있는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당연히 호의적일 수 없는 곳에서 신우를 칭찬하는 기사가 뜬 것이니 마음에 안 들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그 내용을 공유해준 장만수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너한테 하도 당하다 보니 진짜 미친 거 아닐까? 아니면 다른 꼼수가 있겠지.”
“꼼수가 없으면 이상한 거지.”
릴리안은 자신의 자리에서 파티션 위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아니면 대장 옆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어서 뭐라도 뽑아 먹어보겠다는 거 아닐까?”
“그럴 확률도 없진 않겠네.”
지금 신우가 TSF Investment의 곽치영과 거래를 빌미로 손을 잡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진짜로 그런 의도라면 명운석의 수는 가장 얄팍한 수였다.
그러다 장만수가 손바닥을 마주 쳤다.
짜악―
“혹시 지가 아주머니 위치를 추이쉰한테 알려준 거 때문에 찔려서 잘해주는 거 아닐까?”
신우는 임희연 납치 사건을 해결한 후 추이쉰과 666부대원들이 소지한 핸드폰을 털었다.
그 안의 정보는 당연히 장만수에게 전송되었고, 메시지로 된 암호는 곧바로 해독되어 정보 유출의 출처가 명운석이라는 것까지 드러났다.
물론 그걸 증거로 내세울 수는 없으니 명운석에게 법적 조치를 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TSF 중국 지사에서 명운석과 접촉했던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녀석이 잘도 그러겠네. 차라리 앞에 추측이 더 들어맞을걸.”
임희연 납치 사건으로 명운석이 이끈 바이포 기술 특허 대여 계약 건은 눈에 띄지도 못했다.
만약 그 공로를 내세웠다가는 명중환의 노성부터 감당할 각오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이에 신우는 깔짝거리는 명운석의 발악을 보면서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