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86)
전직용병 재벌서자-86화(86/305)
86화. 등잔 밑은 어둡다
도로시 맥다니엘은 지금 자신이 보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추이쉰이 협박당해서 영상통화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영상의 녹화 일자는 추이쉰의 사망일 이후였다.
이에 도로시가 쉐이오란을 노려봤다.
“추이쉰의 시신. 정말 그 여자 본인이 맞나요?”
“예? 그거야 당연히…….”
“직접 확인했냐는 말이에요.”
당장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건 추이쉰의 배신이다. 그녀가 스스로의 죽음을 위장하고서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의 자금을 빼돌린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이쉰의 부하인 쉐이오란은 TSF 중국 지사 내에서 큰 권한을 가지지 못했다. 애초에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도 추이쉰이 직접 관리했기에 자세한 것까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시신의 처분은… 그곳에 도착한 지원 병력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아―!”
가장 큰 문제는 추이쉰의 시신이 차량 폭발로 인해 완전히 전소된 것이다. 당연히 얼굴로는 그녀가 추이쉰이 맞는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다른 방법은 유전자 감식과 치아 대조인데 시신을 완전히 처리한 상태라 확인이 어려울 것이었다.
“설마… 추이쉰 전 지사장이 이번 일을 꾸민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 영상, 안 보이나요?”
도로시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 속 추이쉰은 본인으로밖에 안 보였다.
“하지만 추이쉰 전 지사장이 직접 나설 거였다면 굳이 대표자를 바꿀 필요까지 있었을까요?”
그 부분은 도로시도 이해되지 않긴 했지만, 추이쉰의 입장을 고려하면 조금 꼬아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웬만하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인간이 꼼꼼하게 확인하는 바람에 영상통화를 할 수밖에 없었겠고요.”
“조금만 확인해보면 알게 될 사항인데도 말인가요?”
“어차피 돈만 확보하고서 몸을 숨기면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도로시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루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놈들이 창고를 어디로 옮겼는지는 알고 있나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하아. 지금 자신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네요. 뭐, 쓸모가 없다면 어쩔 수 없죠.”
그와 동시에 브래든이 어느새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으로 그의 머리를 꿰뚫었다.
푸슉―
브래든은 흙바닥으로 얼굴이 처박힌 루웬스를 보며 도로시에게 말했다.
“일단 영상통화 발신지부터 인근 CCTV 확보와 하이신무역의 변경된 대표자까지 추적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추이쉰이 다른 흔적을 남겼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상부에 지금의 가능성으로 보고할게요. 추이쉰이 진짜 살아 있는 거라면… 배신자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려줘야 할 테니까요.”
다시 차에 올라탄 도로시는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추이쉰의 배신… 솔직히 TSF Investment의 뒤에 어떤 존재가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 상황으로 가능성을 본다면 MH그룹 임희연의 납치 사건도 연막이라고 감안해야 했다. 일부러 공안부에 정보를 흘린 후 그들에게 자신이 확실히 죽었다고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만약에 추이쉰이 정말 죽은 거라면…….”
도로시는 다른 가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적의 정체가 완전히 다른 쪽이라면 문제의 심각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건 TSF Investment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TSF Investment는 용병부대 SHASS와 모국의 사업을 기반으로 수많은 나라에 뿌리를 내렸다. 그걸 기점으로 시작해서 만든 플랜이 블랙 그라운드였다.
그런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는 조직의 새로운 모습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제동이 걸려서는 안 됐다.
“이 일에 관계된 외부인들을 전부 처리하는 수밖에…….”
물론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될지 모르는 사항이라 그녀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었기에 상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 * *
레이셩그룹은 금융 상품으로 시작해 부동산 쪽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크게 흔들리는 중이었다.
그사이 신우는 청우그룹과의 미팅을 빌미로 중국에 들어와 광저우 난사신강항구의 세관 창고에 도착했다.
밤이 늦은 시각이라 주변은 캄캄했다. 세관 창고 정무 앞에 서 있던 중에 여러 대의 차가 다가와 야구자 위수안이 내렸다.
“일찍 도착하셨구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보다 다행히 메이안은 떼어놓고 오셨나 보네.”
“다른 지역에 출장 보내놨지. 근데 정말 여기로 괜찮은 건가?”
지금 와 있는 난사신강항구는 정부에서 관리하는 곳이면서 칠원회의 영향력이 끼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등하불명(燈下不明).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대로야. 그들도 자신들이 맡겼던 곳에 창고를 옮겨놨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거고.”
“허어… 정말 어이가 없군.”
TSF 중국 지사에서 루웬스를 통해 맡겨둔 창고를 난사신강항구에 옮겨둔 것이다.
물론 광저우를 벗어나 몇 번이나 우회한 후 컨테이너 외관을 완전히 바꾸는 것으로 흔적을 지워버렸다.
거기다 장만수가 이동 경로를 포함한 인근 CCTV를 교란, 난신신강항구 세관 창고의 기록까지 전부 바꿔두어서 추적당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사이 신우와 위수안은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포섭해둔 직원이 통과시켜 주자 창고 구역 안쪽의 컨테이너 박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용케 돈을 가지고 도망치지 않았네. 욕심이 생기진 않던가?”
“솔직히 안 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무려 100억 위안. 허튼짓만 하지 않는다면 인생을 수십 번 다시 살 수 있을 금액이었다.
“잘 뿌리치셨네.”
“그쪽이 겁나기도 했고, 내가 이 돈을 가지고 도망쳤다면 지옥 끝까지 쫓아왔을 거 아냐.”
위수안은 앞에 있던 컨테이너를 활짝 열었다. 그 안에는 입구 앞까지 상자가 가득 놓여 있었다.
상자 하나하나에 100위안 짜리 지폐가 빼곡히 채워져 있는 것이다.
“들고 도망쳤어도 딱히 쫓지는 않을 생각이었는데.”
“뭐?! 진짜야?”
“나는 거기서 돈을 빼오는 것까지가 목표였어서.”
지금쯤 100억 위안을 빼돌렸던 TSF 중국 지사와 레이셩그룹의 내부자는 난리가 났을 것이 분명했다.
“허어… 괜히 의리를 지켰군. 아니면 지금이라도…….”
“이미 늦었어. 그리고 이 돈을 들키지 않고 사용하려면 내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어?”
중국이 아무리 넓다지만 자금의 흐름은 추적당하기가 쉬웠다. 게다가 100억 위안이나 되니 함부로 운용했다가는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있다고 했었지? 근데 정말 문제가 없는 건가?”
“그쪽만 잘 따라와준다면 없을 거야. 그게 싫다면 알아서 처분해도 상관없고. 대신 문제가 생긴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위수안도 그 부분에 대해서 오래 고민했다. 지금까지 신우가 수를 내놓은 것만 본다면 나쁜 의도가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위수안은 배신과 의심이 가득한 뒷세계에서 살아왔다. 당장은 신뢰가 있어 보인다고 해서 전부 믿을 수는 없었다.
최근에 형제처럼 지내던 아우들에게 배신당한 것처럼 언제라도 뒤통수를 맞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어떤 방법인지 들을 수 있나? 예전에 내가 해야 하는 일과 어떤 식으로 연결 지을 수 있을지도 봐야 하니.”
“간단해. 일단 회사부터 하나 세워. 대신 자본금은 이 돈이 아니라, 내가 준비시켜 둔 회사를 통해서 투자가 될 거야.”
자본 사용을 위한 회사 설립은 이해가 됐지만, 눈앞의 100억 위안을 두고서 다른 자금을 쓴다고 한 부분은 이해가 어려웠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제일 추적당하기 쉬운 돈이 출자금이야. 게다가 당신은 칠원회에서도 요주의 인물이고. 갑자기 회사를 차리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하지만 페이퍼 컴퍼니도 위험하잖아?”
“페이퍼 컴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뒷세계에서 페이퍼 컴퍼니는 자금을 굴리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였다. 위수안은 당연히 신우가 그런 방식을 쓸 것이라고 판단했다.
“준비시켜 둔 회사라면 페이퍼 컴퍼니를 말하는 거잖아. 아닌가?”
“정식 투자야. 물론 그에 따른 조직의 재정비도 필요하겠지.”
“…진짜 회사라고? 그럼 나는…….”
“거기 대표님이 되는 거야. 일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한국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 일했는지 안다면 이해가 쉽겠지.”
신우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위수안은 그간 알아본 정보를 떠올렸다.
MH그룹에서 신우는 실패한 투자가 없었다. 오히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 MH퓨처시큐리티의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솔직히 위수안도 그런 내용을 보고 감탄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나보고 양지로 나가라는 건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 아니었나?”
그 순간 위수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당신이 나에 대해 조사한 것처럼 나도 해봤지. 원래는 돈을 벌 만큼 번 후에 배신한 아우들하고 양지로 나가서 살려고 했잖아. 뭐, 안 좋게 마무리되었지만.”
물론 그 정보는 신우가 회귀하기 전 위수안과 만났을 때 들었던 것이다. 대신 당시에는 아우들의 배신이 성공했고, 위수안은 그때의 충격으로 더 깊은 음지로 들어가버렸지만…….
“그놈의 정보력은 대체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건지… 징글징글하구만.”
“판단은 아직인가?”
“다음 설명이 남았잖아. 회사는 회사고, 이 돈을 어떻게 할지를 말해줘야지.”
탁― 탁―
위수안은 괜히 말을 돌리려는 것처럼 손바닥으로 상자를 두드렸다.
“나머지는 쉬워. 당신 조직에서 믿을 만한 놈이 있다면 그들을 통해서도 회사를 만들어서 당신이 만든 회사에 투자하라고 하면 돼. 한꺼번에 큰 금액은 어렵겠지만. 그들이 돈을 넣고, 회사에서 불리고, 이익은 나눠주고. 어때? 깔끔하지?”
“그 정도로 투자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자신이 없다면 이렇게 말도 못 하지.”
어차피 투자자 명단이야 회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면 새어 나갈 일은 없었다. 그리고 분산되어 들어가는 자금이라 의도적으로 타깃을 지목한다고 해도 추적하기 어려웠다.
“이론대로만 된다면 부하들도 먹고살 걱정이 없겠군.”
“당신처럼 양지를 바라는 이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물론 위수안은 그 이론에서 문제점도 발견했다.
“회사의 수도 한계가 있는 거 아닌가? 내 밑에 식구들이 한둘도 아닌데 말이야. 그 녀석들에게 전부 회사를 만들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잖나.”
“당연히 안 되지. 어차피 당신이 만들 회사는 계속 성장할 거야. 처음에는 투자, 이후 부동산과 숙박, 유통, 무역 등등으로 확장시켜 나가면 그 자리를 누가 채우겠어. 물론 그만큼 당신 부하들도 따라와줘야겠지만.”
“정리도 필요하겠군.”
리웬과 후완처럼 다른 부하들에게도 욕심이 생길 수 있었다.
게다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니다. 그만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기에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었다.
“알아서 해주면 좋고.”
신우는 배신을 경험한 위수안이라면 걱정하던 부분을 스스로 잘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여간내기가 아니군.”
“아, 마지막으로 중국 국무원 건설부장인 왕훙과는 접촉이 가능할 것 같나?”
“정말 중국 정부에 비자금의 일부를 돌려줄 생각인가?”
레이셩그룹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기업만이 아니었다. 그룹이 부동산 사업을 모체로 운영되던 것인 만큼 문제가 생기면서 모든 건설 작업과 분양이 중단됐다.
주택 매입금을 지급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피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손에 돈이 안 들어왔다면 모를까. 들어온 이상 조치하지 않는 것도 문제잖아.”
“오지랖이 넓은 건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그때였다. 어딘가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울렸다.
“LOX―!”
목소리의 주인공은 메이안이었다.
신우는 심각해진 표정으로 위수안을 쳐다봤다.
“멀리 보냈다고 했잖아!”
“분명 그랬는데… 부하 중에 한 놈이 말해준 건가?”
“에이씨! 일단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신우는 반대쪽으로 달렸다. 그러다 탁 트인 곳이 나오자 미간이 구겨졌다. 세관 창고의 벽을 타고 넘어봤자 메이안은 쫓아올 것이었다.
결국 도망칠 곳은 하나뿐이었다.
“젠장!”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