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9)
전직용병 재벌서자-9화(9/305)
9화. 주면 받아야지
신우는 원룸 구석에 설치한 철봉으로 운동 중이었다.
웃통을 벗은 채로 철봉을 잡은 오른팔이 빠르게 굽혀지기를 반복했다.
“팔십삼, 팔십사, 팔십오… 구십육, 구십칠, 구십팔…….”
몸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방바닥에 고여갔다.
그러면서 잘게 찢어질 듯한 신우의 팔뚝과 어깨, 가슴 근육이 깊게 갈라졌다.
띵동― 띵동―
“아씨― 배액―! 누구세요?”
바닥으로 땀이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 인터폰을 누르고서 묻는 말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다.]인터폰 화면에 비친 것은 임희연의 얼굴이었다.
이에 신우는 옆에 걸어둔 수건으로 몸과 바닥의 땀부터 대충 닦아낸 후 벗어두었던 티를 입고서 문을 열어주었다.
“…이 시간에 웬일이십니까?”
“내가 여길 어떻게 찾아온 건지는 궁금하지 않은가 보구나.”
“누가 저희 집 주소를 전단지로 붙인 건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잘 찾아오더라고요.”
박상규 실장이 찾아왔던 일을 말함이었다.
그건 임희연도 뒤늦게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들어가도 되겠니?”
“그러시죠.”
임희연은 뒤에 서 있던 송태훈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땀으로 젖어가는 신우의 티셔츠를 보았다.
“운동 중이었나 보구나.”
“요즘 바빠져서 운동을 잠깐 쉬었더니 몸이 찌뿌둥해서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회장님을 만났다면서.”
“아, 저랑 상관도 없는 당신의 입적 이야기를 하던데요.”
신우에게는 굉장히 귀찮은 만남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딱히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그런 모습에 임희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회장님이 회사로 들어오라고 제안도 하셨다던데.”
“그랬죠.”
“승낙한 것이 맞니?”
“기왕 자리를 주실 거면 높은 걸로 달라고는 했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걸 서로 어떤 식으로 이해하느냐는 다를 수 있겠지만…….
하지만 임희연에게는 기가 찬 대답이었다.
“오늘 회장님이 내부에서 명 씨 일가 사람들에게 공식적인 발표로 네 존재까지 밝히셨어.”
“저는 그 집 사람이 아닌데요.”
“그렇다고 회장님의 핏줄이 아닌 것도 아니지. 그보다 외국에 나간다고 하지 않았니? 나가서 다시는 들어오지 않는다며!”
카페에서 회귀로 정신을 차리기 전에 말했던 내용이었다.
물론 그전까지 신우는 정말 한국을 떠날 생각이었다.
“할 일이 생겨서요.”
“무슨 일인데?”
“그걸 왜 제가 그쪽한테 말해야 합니까?”
“돈 문제라면 얼마든지 해줄게.”
대기업 내에서 오너 일가의 계승권 문제는 정적인 싸움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카페 일처럼 신우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게 걱정되어서 어떤 방법을 쓰든 외국으로 보내려 했다.
“그런 문제없어요.”
“그럼 대체 뭐가 문제인데? 저번에 내가 무슨 일을 겪을 뻔했는지도 봤잖아. 너도 그런 꼴을 당할 수 있어!”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그래서? 정말 MH그룹에 들어오겠다고?”
“어차피 취업 준비 중인 백수인데 못 들어갈 이유도 없죠.”
“신우야!”
잔뜩 흥분한 임희연의 앞으로 송태훈이 가로막듯 걸어 나왔다.
“백신우 군이 어떤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회사 일이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낙하산 인사라면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이 주어집니다. 본부장님은 그걸 걱정하시는 겁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제 문제입니다.”
대화는 계속 도돌이표였다.
이에 임희연은 긴 한숨을 흘렸다.
“알았어. 네 마음대로 해. 자리도 적당한 곳으로 해줄게. 거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고맙네요.”
“일은 언제부터 할 수 있겠니? 아니, 그보다 다른 곳으로 이사할 생각은 없니? 매매도 가능하니까 여기보다 안전한 곳으로 구해줄게.”
임희연의 시선이 좁은 원룸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게다가 신우의 집 위치는 청계천 근처 세운전자상가 거리의 한복판이었다.
지난번처럼 명인철의 사람이 위험한 짓을 벌일 수도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
“신경 끄시죠.”
“…알았다. 그래도 필요하게 되면 언제든 말하렴.”
대화를 마친 임희연은 송태훈과 같이 원룸을 빠져나갔다.
* * *
【MH그룹 명중환 회장의 혼외녀 공개? 명중환 회장은 부인이 사망한 후 수개월 동안 한 여성과 만남을 가졌다. 그러다 성격 차이로 이별하였고, 당시 여성은 태중에 명중환 회장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대기업 회장의 부성애 스토리! 부인 사망 후 만났던 여성에게서 딸이 태어났다. 이후 여성은 난치병으로 사망했고, 명중환 회장은 자신에게 찾아온 아이를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않고 품었다. 이후 바로 입적하려 했지만, 혼외녀인 당사자가 부담을 가지며 거절한 것으로…….】
【명중환 회장의 혼외자 임○○ 씨는 현재까지 MH그룹의 직원으로 일해왔으며, 바닥부터 시작하여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현재는 그룹 본사 전략투자본부장 직위에 있는 것으로…….】
【MH그룹 본사 임○○ 전략투자본부장은 명중환 회장의 혼외녀이며 미혼모로 슬하에 아들을 하나 두고…….】
.
.
MH그룹의 공식 발표를 토대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의 반응도 엄청났다. 동시에 MH그룹의 주가는 요동치긴 했지만, 솔직한 입장 표명으로 인해 동정 여론도 함께 형성되었다.
신우는 아침이 되자마자 노타이인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여의도에 있는 MH그룹 본사 1층에 도착했다.
잘그락― 잘그락―
손에는 장만수가 만들어준 주사위 두 개가 쥐어져 굴려졌다.
본사 건물 안은 새롭게 편성된 전략기획운영본부로 인해서 소란스러웠다.
그사이 신우의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우우웅― 우우웅―
장만수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궁금해서 전화했지.]“뭐가 그렇게 궁금해?”
[MH그룹이란 대기업에 낙하산으로 들어간다고 하니까. 너, 정말 괜찮겠냐? 지금까지 회사 생활은 해본 적도 없잖아.]장만수가 아는 백신우의 과거는 전투로 시작해서 전투로 끝났다.
당연히 책상 앞에서 일하는 모습이 쉽게 연상되지는 않았다.
“그놈들이 모습을 다시 드러내려면 명인철에게 위협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스스로 미끼가 되는 거냐?]666부대는 명인철이란 추측성 단서만을 남기고서 흔적이 끊겼다.
그 상황에서 명인철을 자극할 만한 수단은 임희연과 신우의 존재였다.
그들에게 위협이 될 만큼 MH그룹 내에서 인지도를 쌓는다면 명인철과 666부대의 흔적이 다시 드러날지도 몰랐다.
물론 스스로 미끼가 되는 것이긴 하지만…….
“당장은 이것밖에 없어. 지금의 나라면 덥석 무는 대로 작살낼 수도 있으니까.”
[에혀… 고생해라.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고.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찢어 죽이려 하지는 마. 여기는 전쟁터 아니고 대한민국이야. 너 잘못하면 쇠고랑 찬다.]“시끄럽고. 연락망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
트라이드 아이의 다른 동료들을 찾기 위한 시스템을 장만수가 다시 만드는 중이었다.
[기초적인 것들은 거의 구축했고, 중요한 부품들만 남았어. 자체 제작이 필요해서 좀 더 걸릴 거야.]“얼마나 예상해?”
[그건 나도 모르겠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몇 년 뒤에야 개발되는 부품들이라… 개발 중인 부품이라도 구한다면 모를까. 아, MH테크에서 개발됐던 것도 있긴 한데. 찾아봐줄 수 있겠냐? 산업 기밀이겠지만.]“일 치르기 전에 국정원한테 걸리고 싶냐?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녀석들이 우릴 찾아오지는 않으려나?”
[너랑 내가 한국 출신인 건 알겠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김 서방 찾기야.]“아무튼 Ok. 계속 고생해라.”
통화를 마친 신우는 손으로 주사위를 굴리면서 1층 로비의 안내 데스크로 다가갔다.
그러자 여직원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사에 용건이 있으십니까?”
“전략투자본부 임희연 본부장님을 뵈러 왔는데요.”
근래 갑자기 신설된 전략투자본부에 대해서 말이 나오자 여직원은 놀란 표정이었다.
물론 그곳의 본부장인 임희연이 오너 일가의 사람이란 것도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약속되셨을까요?”
“예. 되었습니다.”
“전락기획본부에 확인해보겠습니다. 소속 회사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회사는 없고, 이름은 백신우입니다.”
“아,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직원의 통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확인되었습니다. 전략투자본부에서 직접 내려오신다고 하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러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전략투자본부장의 비서인 송태훈이 내려왔다.
“잘 오셨습니다. 바로 올라가시죠.”
그의 안내로 데스크 옆 출입구가 사원증으로 열리면서 통과했다.
“출근 이후부터는 핸드폰에 MH전자에서 개발한 보안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셔야 합니다. GPS 좌표에 따라 회사 안에서는 개인용 핸드폰으로 회사 내부 자료 보관과 전송이 막힐 겁니다. 카메라 작동도 되지 않을 것이고요.”
“…철저하군요.”
“MH그룹이니까요. 다른 대기업도 이와 같은 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송태훈을 따라갔다.
잘그락― 잘그락―
그러다 송태훈의 시선이 주사위를 굴리던 신우의 손으로 향했다.
눈이 마주친 신우는 그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버릇입니다. 손이 심심한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지압도 되고요.”
“그러시군요.”
송태훈의 안내로 전략투자본부가 새롭게 자리 잡은 32층에 도착했다.
송태훈은 복도를 걸으면서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짧게 설명드리자면… 원래 MH무역이 인천 쪽으로 독립하면서 32층을 저희 전략투자본부에서 사용하게 됐습니다.”
“신설된 부서치고는 인원 배치나 규모가 상당하네요.”
“대외적으로만 신설된 겁니다. 원래 그룹 내에서 비밀리에 운영되던 본부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일 뿐이니까요.”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언젠가는 올라와야 했습니다.”
대화 중에 본부장 사무실 앞까지 도착했다.
똑똑―
“본부장님. 백신우 군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가자 임희연이 버건디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결국 왔구나.”
“어차피 백수였는데, 취직시켜 준다면 당연히 와야죠.”
신우는 그녀가 다가오자 같이 소파에 앉았다.
동시에 임희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일이 쉽진 않을 거야. 그리고 네 직책에 맡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사내 규정에 따라 징계 또는 해직시킬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어떤 편의도 봐주지 않을 거야.”
“당연히 낙하산이라고 적당히 일하면 안 되죠.”
덤덤한 신우의 대답에 임희연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실직자가 취직하려는 거죠. 겸사겸사 이십 년 넘게 혼자였던 삶에 득 좀 보려는 것이고요.”
“…정말 모르겠구나.”
“그래서 제가 회사에서 맡게 될 직급이랑 직책은 뭔가요? 설마 복도에 책상 하나 놔주는 건 아니죠?”
더 할 이야기가 없었기에 진심으로 궁금해져서 물은 것이다.
임희연은 그런 신우를 빤히 쳐다보고서 한숨을 흘렸다.
“하아… 네가 최종 결정을 한다면 전략투자운영실장으로 배치될 거야. 공지도 바로 올라갈 거고.”
“실장이라면 낮은 위치는 아니겠네요.”
“…결정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나요. 그렇게 하죠.”
“그렇다고 하네요. 송 부장님.”
신우의 대답에 송태훈이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서 읽기 시작하자 임희연이 설명을 덧붙였다.
“직급은 차장, 직책은 실장직이지만 네 경력이 없다 보니 연봉은 5,000만 원으로 책정했어. 그 외에는 일반 근로 계약과 별반 다르지 않고.”
“나쁘지 않네요.”
용병으로 살았을 때 받았던 성공 보수만 해도 한 번에 최소 억 단위였다.
그렇다 보니 연봉 5,000만 원이라는 금액은 크게 감흥이 오지 않았다.
“업무는 투자 관련 일이 될 거야. 전략투자기획실이 계획한 일을 진행하면 되니까 인계한 대로 처리하면 될 거고.”
회사에서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의미와 같았다.
신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조건 하나만 추가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