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90)
전직용병 재벌서자-90화(90/305)
90화. 빌어먹을 40주년
임희연은 드레스를 입고서 차 뒷좌석에 앉아 태블릿으로 오늘 낮의 경제 동향을 확인했다. 중국에서의 일 때문에 경호 차량도 2배로 늘려 앞뒤로 2대씩 따라붙어 있었다.
“이대로면 배성물산은 조만간 무너지겠네요.”
보조석에 앉아 있던 송태훈에게 한 말이었다.
“어제 2차로 공개된 장부 내용으로 잠시 머물러 있던 주가까지 폭락 중이랍니다. 특히 장부에 거론된 자금이 배성유통과 슈퍼 쪽이라서 타격이 금방 멈추지 못할 듯합니다.”
“직원들만 고생이겠죠. TSF 한국 지사에서 배성물산 인수 준비를 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상태라면 회생은 가능할지…….”
그녀의 말대로 배성물산은 2차 고전을 겪으면서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회사도 남길 게 있어야 재생시켜서 이익을 남길 텐데, 지금 배성물산의 이미지는 망가졌고 승계 싸움으로 자금조차 바닥을 보여서 걸레짝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우웅― 우우웅―
그러던 중에 신우에게 걸려온 전화를 보았다.
“얘가 왜…….”
잠깐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파티장에 오시는 중인가요?]“…그렇지. 근데 무슨 일이니?”
수화기 너머로 고민하던 신우가 말을 이어갔다.
[중국 쪽 정보 라인으로 상무님의 암살 의뢰가 접수된 걸 들었습니다.]순간 임희연은 너무 몰라서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대체 누가…….”
[폐공장과 관련된 사람이겠죠. 파티장 내외 경비는 좀 더 강화하겠지만, 암살자의 실력이 뛰어나다면 침입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상무님도 송 부장에게 말해서 신경 써주셨으면 합니다.]혼란스러워지는 와중에도 임희연은 정신을 똑바로 붙잡았다.
“내가 따로 해야 할 건 없고?”
[지금 통화한 내용은 비밀로 해주시죠. 암살자에 대해서는 제가 확인하고서 처리하겠습니다.]“그걸 네가 어떻……!”
미처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폐공장에서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금 들은 정보는 어디서 어떻게 전달되었는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묻는다고 순순히 대답해줄 신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아니다. 정말로 괜찮은 거니?”
[저보다 타깃이 된 상무님 걱정부터 하시죠. 아, 그리고 원래 도착 예정 시간보다 최소 15분은 늦춰주시죠. 길을 우회하는 방법도 좋고요.]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임희연은 핸드폰을 내리면서 긴 한숨을 흘렸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도착까지 얼마나 남았죠?”
“대략 10분 정도 걸릴 겁니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돌아서 가주세요.”
순간 송태훈은 반문을 던지려다가 그만두었다.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운전 중이던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우는 장만수와 함께 MH그룹 40주년 기념 파티가 열린 호텔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정장 차림의 KITE 배지를 찬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남성은 KITE의 시설경비부장 안승호였다. 파티가 개최된 호텔도 KITE에서 경비를 담당했다. 이에 추가 인원 배치와 더불어 총괄 책임을 그에게 일임해둔 상태였다.
“문제는 없었나요?”
“그렇습니다. 바로 파티장으로 들어가실 건가요?”
“아니요. 확인할 것이 있으니 보안실로 가죠.”
신우는 장만수와 함께 안승호를 따라 보안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신우를 보고 곧장 일어나려 했다. 이에 신우는 앉으라는 듯 손을 저은 후 장만수를 내세웠다.
“체크 가능하지?”
“어차피 못 해도 하게끔 만들 거잖아.”
장만수가 자리에 앉는 사이에 신우는 안승호에게 부탁했다.
“보안 점검을 위해 할 일이 있으니 잠시 자리를 비워주세요.”
“예? 그건…….”
“중요한 일입니다.”
신우의 말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나가자 장만수는 스트레칭을 하듯이 꺾고 있던 손을 털고서 USB 하나를 벨트 버클 안에서 꺼내 들었다.
“…넌 파티가 있는데도 그걸 챙기는구나.”
“너희들이 무장하는 거랑 비슷하지.”
장만수는 USB를 꽂고서 보안실의 메인 컴퓨터로 LEUCO를 가동시켰다.
“어떤 방식으로 할 거야?”
“Facial Recognition. 최근에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추가했거든. 여기에 참석자 명단과 직원, 경비 병력 명부를 입력하면!”
타다다다다다― 탁!
키보드를 쳐대다가 마지막으로 엔터를 눌렀다.
보안용 CCTV 화면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컴퓨터 화면의 이름 리스트를 하나하나 체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쓰던 프로그램이네.”
“좀 더 개량했지. 만약 명부에 없는 사람이 나오면 바로 경찰청 신원 조회 시스템과 연동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신우는 척하면 척인 장만수의 실력에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진짜 대단하네… 이거 잘못해서 걸리면 무기징역 감이겠는데.”
“안 걸리게 해야지.”
우우웅― 우우웅―
이번에는 명중환 회장의 비서인 구상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파티장에 도착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디 계십니까?]“확인할 것이 있어서 보안실 점검 중입니다.”
[오래 걸리실까요?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금방 올라가겠습니다.”
신우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난 가봐야 할 거 같은데… 혼자서 괜찮겠어?”
“솔직히 사람 많은 곳보다는 여기가 편하다. 옷도 마음에 안 들고.”
두 번째 이유가 진심에 가까웠다.
“경비원들은 입구 앞에 배치시켜 둘게. 수상한 사람이 생기면 바로 알려주고.”
“Ok―! 아, 이거 끼고.”
장만수가 주머니에서 이어폰 케이스를 던져주었다.
“골고루 챙겨서 다니네.”
“준비성은 철저해야지. 수고해라.”
신우는 장만수의 대답과 함께 보안실을 나가 파티장으로 들어섰다.
파티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 사이로 수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쪽 무리가 눈에 띄었다. 명중환과 그의 가족들이 모인 자리였다.
신우는 그쪽으로 걸어가려다가 앞을 튀어나온 이들을 보고 멈췄다.
“오랜만입니다. 백신우 대표.”
말을 건 것은 MH본사의 이명곤 이사였다. 그 옆으로 명성철 사장의 사람인 박태욱 상무도 있었다.
“…그러게요. 같은 건물에서 일하면서 자주 뵙지는 못했네요. 딱히 보고 싶지도 않지만요.”
지극히 도발적인 대답 탓에 이명곤의 넓은 이마 위로 힘줄이 잡혔다.
“여전히 말을 함부로 하시는군요.”
“회사 자금을 함부로 쓰는 것보다는 낫죠.”
이번에도 도발이었다.
이명곤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화를 참듯이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회삿돈을 함부로 쓰는 건 MH퓨처시큐리티 아닙니까? 임원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놈의 임원, 임원, 임원. 신우는 앵무새처럼 튀어나오는 이야기에 눈 끝이 찡그려졌다.
“요즘 뉴스 때문에 속이 쓰리실 텐데, 저희 회사까지 신경 써주시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네요.”
“그게 무슨… 아.”
순간 이명곤은 잠시 잊고 있던 배성유통의 지분을 떠올렸다. MH퓨처시큐리티가 인수전에 뛰어들면 이용하려고 사들였던 것이 어제부터 폭락하는 바람에 휴지 조각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박태욱 상무가 끼어들었다. 물론 그도 이명곤과 함께 배성유통의 주식을 사들인 장본인 중 하나였다.
“같은 회사 사람끼리 열기가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백신우 대표.”
“딱히요. 그보다 파티에 참석하실 겨를은 있으신가 보네요. 솔직히 구멍 난 자금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오지 못하실 줄 알았는데요.”
이번 목표는 박태욱이었다.
그들은 사재가 아닌 회삿돈으로 배성유통 지분을 사들인 것이었다. 현재는 그 주식에 문제가 생겼으니 속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신우의 앞에서 티를 낼 수 없으니 이를 악물고서 견뎌냈다.
“아까부터 계속 뭔가 넘겨짚듯이 말씀하시는데, 알고 그러시는 겁니까? 아니면 모르시는데 찔러보시는 겁니까?”
“그런 궁금증은 접어두시고 뒷수습이나 빨리 하시죠. 제때 메꿔두지 않으면 명성철 사장이 나 몰라라 할 테니까.”
“…….”
배후까지 정확하게 지목하니 박태욱과 이명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신우는 살짝 웃어 보였다.
“저는 이만 실례하죠. 회장님께서 부르셔서요.”
애초에 그들이 신우의 앞을 막았던 이유는 배성 유통 계열사 인수에 대해 떠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주식 이야기로 선방을 먹은 탓에 조금도 꺼내지 못했다.
신우는 그 자리를 벗어나 걸어가며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나온 건 없고?”
이어폰을 통해서 장만수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아직은. 그리고 방금 아주머니 도착하셨어. 2분 뒤면 파티장에 들어설 거야.]“그쪽에 좀 더 신경 써줘.”
[Roger―!]대답이 오고 간 사이에 명중환의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명중환은 그런 신우를 보고서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아까부터 찾았는데 빨리도 오는구나.”
“쓸데없는 인간들이 붙잡아서 늦었을 뿐입니다.”
덤덤한 신우의 대답에 명중환은 코웃음이 흘러나왔다.
“곧 죽어도 죄송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구나.”
“그럴 만한 일을 한 적은 없어서요.”
신우는 그렇게 말하며 명중환과 가족들을 훑었다. 다들 잔뜩 언짢은 느낌이 가득한 얼굴로 신우를 힐끔거리기 바빴다.
‘무슨 눈치를 저렇게나 보는지.’
그때 파티장 입구 쪽을 향해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신우의 시선도 옮겨졌다.
동시에 신우의 귓가로 장만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입구 쪽에 녹색 인어 출현. 녹색 인어 출현. 화장을 떡칠한 녹색 인어.]신우는 그 말의 의미를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무슨 연예인이 도착한 줄 알았더니 릴리안이었다. 그런데 복장이 오프숄더에 다이아 모양으로 가슴골 드러난 녹색 머메이드 드레스였다.
화장으로 미모까지 한껏 올린 탓인지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것이다.
‘쟤는 무슨… 영화제에 상 받으러 왔나.’
가끔 보면 장만수처럼 정도를 모를 때가 많았다.
그러다 릴리안이 마중 나오듯 걸어 나온 신우를 보며 인사했다.
“여기 계셨네요. 백신우 대표님.”
“그러게…요. 생각보다 늦으셨네요.”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있다 보니 경어를 사용했다.
대답과 함께 신우는 릴리안과 악수를 나누면서 이어폰을 건네주었다. 릴리안은 그런 이어폰을 옆 머리를 쓸어 올리는 척하면서 끼웠다.
[…하여간. 쟤는 어디서 저런 흉한 옷을 입고 와서는…….]신우는 릴리안이 몰래 이어폰 끼는 걸 보고서 굉장히 작게 중얼거렸다.
“…야. 그만해.”
순간 장만수도 눈치를 챈 것인지 다급히 멈췄다. 동시에 릴리안은 파티장 한쪽에 설치된 CCTV로 날카로운 시선을 날렸다.
“파티장이 꽤나 시끄럽네요.”
“뭐…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러던 중에 명중환이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소개를 바라는 듯이 빤히 쳐다보다가 눈을 마주쳤다.
“여기는 저희 MH퓨처시큐리티의 본부장, 릴리안 포스터입니다.”
“안녕하세요. 명중환 회장님. 처음 뵈어요.”
완전히 서양인 외모의 그녀에게서 유창한 한국어가 흘러나오자 명중환은 살짝 웃어 보였다.
“반갑네. MH퓨처시큐리티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고 있다지? 우리 신우가 고생을 시키지는 않고?”
“좋은 상사를 모신 덕분에 즐겁게 일하는 중이죠.”
“다행이군. 그런데 그 친구가 안 보이는구나.”
신우는 그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 말입니까?”
“그… 우리 MH그룹의 패션왕이라고 불리는 직원 말이다.”
누군지 단번에 알 만한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