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91)
전직용병 재벌서자-91화(91/305)
91화. 불행한 불청객
패션왕…….
신우는 명중환이 장만수를 그렇게 본다고 생각하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 그 친구는 중요한 일이 생겨서 많이 늦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장만수… 과장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명중환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워낙 휘황찬란하다고 들어서 살짝 기대했지.”
[역시 내 패션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니깐―!] [닥쳐.]귓가로 장만수의 외침과 함께 살기 실린 릴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귀가 시끄러워지자 신우는 잠시 이어폰을 꺼둘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셨군요…….”
“아무튼 요새 정신도 없었을 테니 오늘만큼은 편하게 즐겨라. 사람들과 면식도 좀 트고.”
“…알겠습니다.”
명중환은 구상호와 함께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다른 가족들은 신우에게 인사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에 신우의 부탁으로 조금 늦게 도착한 임희연이 안으로 들어섰다.
원래는 명중환에게 먼저 가서 인사부터 해야 했지만, 늦은 이유가 있다 보니 곧장 신우를 찾았다.
“일은 해결된 거니?”
“아직요. 그래도 당장은 괜찮을 겁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송태훈 부장님은 꼭 붙이고 다니시죠.”
암살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 대상의 위치(Location), 시간(Time), 경로(Route)이다.
임희연에 대해서 사전 조사 진행이 얼마나 됐는지 모르지만, 일단 원래 예정보다 틀어지도록 만들어두었다.
“그러도록 할게. 근데 너는 괜찮은 거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화 중에 릴리안과 눈이 마주쳤다. 귓가로 손가락을 두드리는 걸 보니 이어폰을 켜라는 신호였다.
[수상한 놈 발견. 5시 방향 웨이터 복장의 젊은 동양계 남자. 왼쪽 눈 아래의 눈물점.]신우는 티 나지 않게 시선만 살짝 돌려서 사내의 모습을 확인했다. 맞은편에서 릴리안도 본 것인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이만 가봐야겠네요. 면식이 없는 사람의 접근은 절대 허용하지 마시고요. 그게 누구든지요.”
그렇게 말한 신우는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옆에 있던 릴리안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신우의 팔짱을 꼈다.
“오랜만에 커플 임무네.”
“엘자디다 작전 때였지.”
“그때 춤추다가 기폭 장치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애 좀 먹었잖아. 총격전 중에 바닥 기어가서 겨우 찾았고.”
평범하게 대화하면서도 시야 끝으로는 정체불명의 웨이터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릴리안의 외모 때문인지 다가갈 타이밍을 재는 사내들도 몇몇 보였다. 그러나 옆에 신우가 떡하니 있으니 입맛만 다시다가 시선을 거뒀다.
[그때 나는 떨어진 기폭 장치를 CCTV로 찾느라고 눈깔 빠지는 줄 알았다.]“넌 아까부터 왜 그렇게 시끄러워? 타깃이나 놓치지 말고 잘 쫓아.”
[무지개 반사∼!]순간 신우의 팔을 잡고 있던 릴리안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둘 다 작전 중이니 그만하고. 타깃 행동은 어때?”
[주위만 어슬렁거리네. 아주머니 주변에 경호원들 때문인지 기회를 엿보는 거 같아.]“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움직이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놈이 생각할 방법은 하나뿐이겠네.”
신우는 릴리안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팔짱을 풀고서 갈라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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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연은 초조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 탓에 사업적인 관계로 다가온 사람들과도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제가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나 보네요. 이만 실례할게요.”
“그러셨군요. 조심히 다니시길 바랍니다.”
“어머… 몸조리 잘하세요.”
다들 아쉬운 표정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송태훈이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로 다가왔다.
“상무님, 괜찮으십니까?”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어요.”
“안내하겠습니다.”
송태훈도 프로 경호원인 만큼 기본적으로 호텔의 평면도를 전부 파악해두었다. 이에 다른 경호원들과 함께 임희연을 둘러싸고서 파티 참석자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갔다.
다들 파티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탓인지 사람 수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안으로 임희연이 들어서자 그녀를 알아본 여성들이 살짝 눈치를 보며 밖으로 나갔다.
조용해진 화장실 안에 혼자 서 있던 임희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갑작스러운 암살 예고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렵게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도록 시원하게 세수라도 하고 싶었지만, 파티장으로 다시 가야 하는 탓에 화장이 지워질까봐 손댈 수가 없었다.
임희연은 계속해서 긴 한숨만 내뱉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파티장에 온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초췌해진 느낌이었다.
딸칵―
고요하던 분위기 속에서 안쪽 화장실 칸이 열리더니 검은 드레스 차림을 한 동양인 여자가 나와 임희연의 옆으로 섰다. 차분히 세면대 물을 틀어 손을 씻더니 뒤로 돌아서 나가려 했다.
그때였다.
여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짐과 함께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칼을 임희연에게 휘둘렸다.
탁―
하지만 옆에서 튀어나온 검은색 막대기로 인해 그녀의 칼질은 막혀버렸다.
“누가 화장실에서 화장은 안 고치고 칼을 휘둘러?”
막대기를 들고 있던 건 릴리안이었다.
그녀가 화장실에 있던 이유는 장만수가 또 다른 암살자의 존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장실 다른 칸에 같이 숨어 있다가 기회를 보고 끼어들었다.
그사이 거울을 통해 그 상황을 지켜본 임희연은 너무 놀라서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여기서 빨리 나가세요.”
임희연은 다리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 틈에 여인은 칼을 떨어뜨려 반대쪽 손으로 잡은 후 다시 휘두르려 했다.
릴리안은 그 행동을 놓치지 않고서 막대기로 그녀의 팔을 쳐낸 후 사이로 끼어들었다.
“?是什?? ???有女保?. (넌 뭐지? 여자 경호원이 있다고는 못 들었는데.)”
여자의 입에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뭐긴 뭐야. 너 잡으러 온 사람이지.”
그사이 화장실 안이 시끄러워진 것을 들은 송태훈과 경호원이 뛰어 들어오려 했다.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꺄아아악―!”
동시에 여인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서 비명을 지르더니 송태훈 무리를 밀치면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릴리안은 뒤늦게 들어온 송태훈을 보고서 혀부터 찼다.
“저 여자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아주머니나 지켜주세요.”
“…예?”
그의 반문을 들을 새도 없이 릴리안은 힐을 벗은 후 발목 밑으로 내려왔던 녹색 머메이드 드레스를 허벅지까지 찢고서 한쪽으로 짧게 묶었다.
“아이씨―!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로 산 건데! 아, 제 힐도 좀 챙겨주세요!”
외침과 함께 반대쪽 허벅지에 접혀 있던 나머지 톤파도 펼쳤다.
촤륵―
릴리안은 송태훈과 경호원들을 밀어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갔어?”
[3시 방향. 보통 애들이 아니니 조심해라.]“위치나 빨리빨리 불러줘.”
이어폰으로 상황을 전해 들으며 직원용 입구를 통해 파티 음식을 준비 중이던 주방까지 가로지르더니 힘껏 뛰었다.
퍼억―
릴리안의 발이 직원용 통로를 달리던 여자 암살자의 팔뚝을 거세게 밀어 찼다.
장만수 내비게이션 덕분에 앞지를 수 있던 것이다.
“?的!(젠장!)”
여자는 칼을 놓치지 않고서 다급히 일어나 앞으로 내세웠다.
“후우! 쫓아오느라 죽는 줄 알았네.”
“감히 혼자서 따라와?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릴리안은 땀이 흐르던 머리를 톤파로 긁었다.
“너야말로 죽고 싶어서 혼자 다니는 거 아니야? 삼흉의 림도화?”
그 순간 여인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서 표정이 굳어졌다.
중국 뒷세계에서 잔인하기로 유명한 3인의 암살자 삼흉(三凶). 그들은 기괴한 살인 행각을 공통점으로 똘똘 뭉친 의남매였다.
림도화는 거기서 막내를 담당한 암살자였다.
“뭐야? 동종 업계 사람이었나?”
“에이∼ 그럴 리가.”
“시끄럽고 비키기나 해!”
임무 실패의 결과는 퇴각뿐이었다. 물론 림도화는 목격자 최소화를 위해 릴리안을 죽일 생각이었다.
이에 림도화는 칼을 더 빠르게 휘두르면서 릴리안에게 달려들었다.
카각― 카가가각―
칼과 두 자루의 톤파가 부딪치면서 쇠 긁는 소리가 바쁘게 울렸다. 릴리안은 양손에 든 톤파로 그녀의 공격을 쉽게 막아내며 반격까지 넣었다.
퍽― 퍼퍼퍽―
틈틈이 들어간 공격에 림도화는 옆구리를 부여잡고서 고통스러워했다.
‘대체 이런 년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림도화는 처음 의뢰 내용을 확인했을 때 지금까지 맡았던 어떤 일보다 쉽다고 생각했다. 고작 경호원에 둘러싸인 여자 하나만 죽이면 되는 의뢰. 게다가 마침 경호에 구멍이 생기기 쉬운 대규모 파티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릴리안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양쪽에서 톤파가 바람처럼 비집고 들어왔다. 게다가 톤파의 가로·세로 손잡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리치까지 복잡해지니 반격보다 방어하기 급급했다.
“크억―!”
한순간 림도화의 방어가 느슨해지자 릴리안은 톤파를 거꾸로 쥔 채로 림도화의 명치에 찔러넣었다.
이내 림도화는 지금까지 쌓인 데미지에 급소까지 맞고서 눈이 풀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릴리안은 그런 모습을 보고서 마무리로 완전히 보내버리려다가 급히 손을 멈췄다.
“아, 여기서는 죽이면 안 되지.”
임희연의 암살 시도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니 경찰에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장만두. 여기로 사람 좀 보내줘.”
[Ok―!]그동안 릴리안은 림도화의 양팔을 뒤로 당기듯 들더니 무릎으로 한 번에 눌러버렸다.
우드득―
“끄아아아악!”
기절했던 림도화는 그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국 암살 업계에서 유명한 삼흉이었기 때문이다. 포박한다고 해도 온갖 방법을 써서 도망칠 수 있으니 양팔을 사용하지 못하게 팔꿈치를 역으로 꺾어버린 것이다.
“휴우―! 이제 좀 안심이 되네.”
릴리안은 고통에 발버둥 치는 림도화를 깔아뭉갠 후 사람들을 기다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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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신우는 릴리안과 갈라진 후 웨이터 차림이던 삼흉의 둘째 계종위를 쫓는 중이었다.
[거기서 좌측, 계단 내려가서 오른쪽. 응?]길을 열심히 알려주던 장만수의 목소리에 신우도 의아했다.
“왜 그래?”
[고삼우가 누군가랑 싸우는 중인데? 얼굴은 복면을 써서 모르겠고, 계종위도 방향을 보니 지금 그쪽으로 가는 중인 거 같아.]“뭐?”
반문과 함께 신우는 달리던 속도를 더욱 올렸다. 빠르게 복도와 계단을 지나 장만수가 말한 위치 근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계종위는 고삼우와 합세하여 복면인과 싸웠다.
2대 1의 싸움. 두 사람 전부 칼을 들고서 복면인에게 휘둘러댔다.
그런데 복면인은 옆으로 재빠르게 피하더니 등으로 그들을 힘껏 밀쳤다.
쿠웅―
복면인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벽에 박힌 손잡이를 밟고서 뛰어올라 무릎으로 맨 앞에 있던 고삼우의 목을 찍었다.
“크읍―!”
벽에 겹치듯 찡겨 있던 계종위는 바닥으로 쓰러져가는 고삼우의 머리 옆으로 칼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복면인은 예상했는지 발로 벽을 박차고서 한 바퀴를 돌아 거리를 벌렸다. 물론 그것도 잠시였다.
언제 땅에 닿았냐는 듯 앞으로 낮게 튀어 나가 팔꿈치로 계종위의 복부를 강타했다.
퍼억―
묵직한 일격은 계종위의 눈까지 돌아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몸이 회전하더니 팔꿈치로 그의 목, 늑골, 명치를 물 흐르듯이 연결해서 가격했다.
퍼퍽―
“으윽…….”
두 사람을 쓰러뜨린 복면인은 한쪽으로 서 있던 신우에게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