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93)
전직용병 재벌서자-93화(93/305)
93화. 궁극의 인플루언서
넓은 파티장 한쪽에서는 TSF 한국 지사장인 곽치영이 오한성과 함께 있었다. 사업 관계의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수선해진 KITE 경비원들의 움직임을 보았다.
회장인 명중환도 구상호를 통해 뭔가 전해 듣더니 갑자기 자리를 비웠다. 다만, 오너 일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파티를 즐겼다.
‘근데 왜 생각보다 잠잠한 거지?’
임희연이 살해당한 것이라면 지금보다 더 큰 소란이 벌어졌어야 했다. 동시에 MH그룹 40주년 기념 파티에도 타격을 입힐 생각이었다.
그런 계획으로 파티 날 임희연을 죽이도록 사주한 것이다.
잠시 후 상황을 확인하러 갔던 휘하의 사내가 돌아왔다. 오한성에게 다가가 상황을 전달하는데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곽치영의 물음에 오한성이 조용히 말했다.
“삼흉이 실패했습니다.”
“…뭐?”
“림도화가 임희연의 경호원들에게 잡혀 있다가 방금 경찰들에게 인계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행방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삼흉은 가격은 비싸지만 일 처리만큼은 확실한 살수였다. 특히 셋이서 단계별로 적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지금까지 실패한 의뢰가 한 번도 없기로 유명했다.
다만, 칠원회에서 자주 쓰는 이들이라 TSF의 흔적이 드러나면 골치가 아플 수 있었다. 그래서 일이 끝나는 대로 깔끔하게 치워버릴 계획도 세워둔 후였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은 경찰 조사가 끝난 후에 그쪽 자료를 확보해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정말 실패했다고?”
곽치영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일단 살아남은 림도화는 어떻게 할까요? 바로 처리할까요?”
경찰로 넘어간 림도화가 쉽게 불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소식이 칠원회 쪽으로 넘어간다면 문제의 심각성이 달라진다.
당연히 칠원회에서 이번 의뢰처를 뒤지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의뢰를 맡겼던 오한성도 착수금을 넘기는 과정부터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일차적으로 자금이 오갔으니 어떻게 해서든 꼬리가 드러날 수 있었다.
거기서 더 큰 문제는 TSF 중국 지사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TSF 중국 지사장인 도로시 맥다니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가능하겠나?”
“경찰이라면 수월합니다.”
“상황을 확인해보고 문제없다면 처리하지.”
사건이 더 커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리수라고 해도 꼬리가 잡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사이 이전부터 보이지 않았던 백신우의 모습이 보였다. 파트너처럼 보였던 릴리안 포스터는 어디로 갔는지 혼자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곽치영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서 오한성과 함께 그런 백신우에게 다가갔다.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백신우 대표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신우는 그런 인사에 자신보다 더한 뻔뻔함을 느끼면서 웃어 보였다.
“이번 40주년 기념 파티 보안 책임을 저희 KITE에서 맡고 있어서 신경 쓸 것이 많네요. 곽 지사장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셨습니까?”
“저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요. 그래도 일이 얽혀 있으니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똑같이 웃으면서 말한 곽치영의 행동은 신우는 속으로 더한 웃음이 나왔다.
‘속이 꽤나 쓰릴 거 같은데. 관리를 잘하는 편이네.’
야구자 위수안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임희연의 암살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정보료는 레이셩그룹의 비자금 안에 전부 포함된 것일 테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셨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한데. 바깥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 느낌이군요.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일부러 떠보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곽치영 정도의 정보력이면 경찰 쪽으로도 알아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속이 타들어간다는 증거였다.
“일이 있긴 했습니다만, 다행히 잘 수습되어서 문제는 없습니다.”
“정말 문제가 있었다는 말입니까?”
어떤 문제인지 설명해달라는 물음이었다. 원래라면 경찰을 통해 기사가 나갈 때까지 조용히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신우는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이에 그에게 조심히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임희연 상무가 위험한 일을 당할 뻔했습니다.”
“…네? 그게 진짜입니까?”
중년의 남성이 놀란 척 연기하는 모습이란…….
그럼에도 신우는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며 계속 이어갔다.
“확인해보니 중국어를 쓰는 살수였습니다. 정황만 봐서는 중국 쪽 일과 연관된 일이겠죠.”
“어허… 어떻게 그런… 폐공장 사건의 배후가 보낸 거란 말이군요.”
“정확한 것은 경찰에서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움직이긴 할 거고요. 아까 수상한 웨이터를 하나 발견했다가 쫓았는데 놓쳤거든요.”
곽치영도 신우의 정보력 수준을 잘 알았다. 그 원천을 아직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으니 나름의 방비가 필요했다.
“괜찮다면 저도 도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TSF에서요?”
“중국 쪽에 정보통이 있습니다. 자주 이용하는 건 아니지만, 위험한 인물을 확인해보는 것이라면 가능할 듯도 합니다. 물론 백 대표님 정보 라인의 수준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니 오해는 안 하셨으면 합니다.”
자신이 암살을 사주해놓고서 자신이 범인을 찾아준다고 한다.
물론 신우는 그 의도를 잘 알았기에 티 내지 않고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럼 부탁드리죠. 물론 임희연 상무의 일이다 보니 청우그룹에서도 움직이긴 하겠지만, 정보 라인이야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요.”
순간 곽치영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가 풀린다.
신우가 말하기 전까지 청우그룹의 존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청우그룹이 뒷세계 쪽과도 깊게 연관된 것이다.
그런 청우그룹에서 삼흉을 거꾸로 타고 올라간다면 곽치영의 존재가 드러날 수도 있었다.
“일이… 생각보다 수월해질 수 있겠군요.”
“그러게요. 아무튼 파티는 문제 없이 마저 진행될 테니 충분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까의 일은 잘 부탁드립니다.”
신우는 인사와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그사이 곽치영은 표정을 서늘하게 가라앉히며 오한성에게 말했다.
“의뢰처에 남아 있을 만한 흔적이 있나?”
“착수금을 보내준 계좌 기록이 있긴 하지만, 추적은 불가능할 겁니다.”
“그 외에 더는 없고?”
“의뢰처 사무실에 CCTV가 있긴 할 겁니다.”
곽치영은 결정을 내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면 임희연을 죽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부 지워버리도록 하지. 그리고 삼흉의 나머지는 도망친 듯하니 찾아내서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해.”
아까 신우에게 들었던 웨이터 이야기 때문이었다.
“바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뻔했던 임희연도 몸을 추스르고서 송태훈과 함께 파티장에 복귀했다.
다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파티는 계속 진행되었다.
* * *
경기도 남부 모처의 산속.
신우는 파티를 무사히(?) 마치고서 그곳에 도착했다. 지난번 666부대원인 남인황과 문태범을 처리했던 아지트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먼저 도착해 있던 웬 웨이와 장만수가 앉아 있었다.
“릴리안은?”
가장 먼저 출발했던 릴리안이 보이지 않았다.
“옷이 불편하다고 갈아입으러 갔어.”
“응? 대장! 왔어?”
때마침 안쪽 문이 열리며 익숙한 빨간색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릴리안이 걸어 나왔다.
“그 옷은 만수 거 아니야?”
“당장 입을 만한 게 이거밖에 없잖아.”
릴리안은 잔뜩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장만수도 기분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불만이면 벗든가!”
“어머! 변태니? 어디서 옷을 벗으래?”
“죽을래?!”
신우는 다시 시작된 두 사람의 싸움에 한숨이 나왔다.
반면, 웬 웨이는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넌 뭐가 그렇게 좋아?”
신우의 물음에 웬 웨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옛날 생각나잖아. 솔직히 저 모습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원래 인생대로였다면 7년은 더 있었어야겠지.”
“그렇지. 아, 지금은 어디서 지내는 거야? 유령이란 암살자로 살았던 건 뭐고?”
파티장으로 돌아간 신우를 대신해서 장만수가 중국 쪽 위수안에게 메시지를 넣어 유령에 관한 정보를 넘겨받았다.
중국에서의 이름은 무흔사신(無痕死神). 갑자기 해결사 시장에 나타나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암살자. 그러나 무흔사신이란 이름처럼 그의 정체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신우는 웬 웨이가 그런 활동 중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보니.”
“원래 인생에서도 하던 거였어? 하지만 그런 이명은 들은 기억이 없었는데.”
무흔사신 정도의 유명세라면 회귀 전에도 분명히 알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기에서는 원래 뒷골목 건달이었어. 그래서 책임질 사람들도 있고, 먹고살기는 해야 하다 보니 한 거지.”
원래 웬 웨이의 성격은 쾌활하고 수다스러웠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너무나 차분해진 모습에 신우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지금 시기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내가 고아원 출신인 건 알지?”
“그거야 알지. 네가 지내던 곳은… 아……!”
신우는 말을 이어가려다가 예전 웬 웨이가 말했던 과거사 하나가 떠올랐다.
이에 웬 웨이가 설명을 이어간다.
“고아원 부지를 노리던 놈들이 방화를 저질러서 동생들이 전부 죽었지. 놈들도 내 동생들까지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1층 가스통이 폭발하면서 동생들은 나올 수가 없던 거였고.”
그게 원래 벌어졌어야 할 미래였다. 동시에 웬 웨이에게는 너무 가슴 아픈 과거였기에 동료였으면서도 그 고아원의 위치나 상황을 더 자세히 묻지 못했었다.
물론 웬 웨이는 그 미래대로 진행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부지를 노리던 놈들부터 아작냈지. 다만, 부지를 사들이려면 돈이 필요했고… 당장 내가 할 만한 일은 하나뿐이었으니까.”
원래 인생에서는 가족과 다름없던 동생들을 잃고서 뒷골목을 전전긍긍하다가 칠원회에 들어갔고, 이후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방황하며 살던 중에 트라이드 아이의 동료가 된 것이다.
그 인생에서 웬 웨이가 했던 일은 사람의 목숨을 손아귀에 쥐는 것뿐이었다.
“나름 나쁜 놈들만 노리긴 했더라.”
“벌써 내 뒷조사까지 한 거야?”
“정확히는 무흔사신이라 불리는 유령에 관한 조사지. 근데 고아원은 완전히 깔끔하게 해결된 거야?”
“거의. 생각보다 고아원 부지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 있더라고. 최근에 부동산 사태인지 뭔지도 터져서.”
레이셩그룹의 부동산 개발을 말하는 것이었다.
신우는 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웬 웨이의 모습에 탄식 섞인 웃음이 나왔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만수가 해결해줄 테니까.”
웬 웨이가 장만수를 쳐다봤다. 아까부터 시작된 말싸움은 크게 번져서 릴리안이 장만수에게 코브라 트위스트를 걸고 있었다.
“이래도 계속 까불래?”
“아아악―! 내 허리! 허리!”
괜히 신우가 미안해지는 상황에 웬 웨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잘 해결해줄 거야. 믿어.”
“…정말 되겠어?”
웬 웨이도 신뢰가 뚝 떨어진 듯한 표정이었다.
“저래 보여도 지금 우리 회사 부장이야. 릴리안은 본부장이고. 물론 나는 대표.”
동시에 웬 웨이는 계속 궁금했던 사항을 꺼냈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대장 친모에 대한 정보랑 같이 MH퓨처시큐리티란 회사 대표라는 걸 봤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솔직히 거기서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보내준 사진이 아니었으면 이름만 같은 사람인 줄 알았을 거야.”
장만수와 릴리안도 그렇게 알았었다.
당연히 웬 웨이도 신우의 과거를 대충은 알고 있었기에 의아했다.
“좀 사정이 있었어. 일단 너나 다른 애들도 찾아야 해서 회사에 들어간 거고.”
“나도 대장이나 다른 녀석들 찾으려고는 했어. SNS에 우리가 아는 단어를 태그해서 올려놨기도 했고.”
“응? SNS?”
동시에 코브라 트위스트 중이던 릴리안과 장만수도 그 말을 듣고서 멈췄다.
“SNS 몰라?”
웬 웨이는 자신의 굿스타그램이란 SNS로 들어가 자신의 계정을 보여주었다.
이에 신우와 더불어 릴리안과 장만수도 가까이 가서 화면을 보았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웃통을 벗고서 찍은 상체 사진 밑으로 왼쪽 손목 아래에 그려진 눈 문신 사진이 있었다.
【오운완!】
【#Theordealisnotover #TRIEDEYE】
신우는 그걸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운완은 뭐야?”
“뭐야, 대장… 이것도 몰라? 오늘의 운동도 완료라는 말이잖아.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이라고 해서 대장이 알아보라고 쓴 건데.”
동시에 웬 웨이의 계정 사진 옆으로 팔로워 수가 보였다.
【게시물 103개/팔로워 183.4만】
참고로 신우나 릴리안, 장만수는 SNS의 ‘S’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