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94)
전직용병 재벌서자-94화(94/305)
94화. 네 번째 동료
신우는 생각지도 못한 웬 웨이의 방법에 탄식을 흘리다가 그간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장만수와 릴리안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와 트라이드 아이의 주적이었던 666부대의 흔적, MH그룹에 들어온 과정.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을 말이다.
웬 웨이는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놈들이 대장의 목숨을 노리는 거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근데 TSF라는 회사가 그 브릴리언트그룹의 전신이라니… 그건 심히 의외네.”
대외적으로 브릴리언트그룹의 모체는 TSF Investment가 아닌 다른 사모펀트 기업이었다. 뒤로 자금을 모아서 세탁한 후 그곳을 통해서 몸집을 불린 것이 분명했다.
“일단 놈들을 잡을 기반은 만수와 릴리안이 웬만큼 준비해줬어.”
리비오 소프트와 MH퓨처시큐리티가 대표적인 예였다.
“근데 대장이랑 만수, 릴리안 누님이 회사라니… 진짜 출근이라는 걸 한다고?”
웬 웨이도 도심에서 직장인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걸 보았다.
하지만 전장을 함께 누비던 동료들이 그런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출근하지. 다들 나름 잘(?) 적응했고.”
“신기하네. 근데 웬만큼 덜미를 잡아놓은 거면 이제 슥삭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웬 웨이는 단순하게 생각한 것인지 목을 엄지로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지금 상황은 전장이랑 달라. 중국에서는 놈들이 임희연 상무를 먼저 납치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지만, 곽치영은 TSF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놈들까지 끌어낼 줄로 이용해야 해.”
“예전에도 찾지 못했던 그놈들 말이야?”
트라이드 아이는 전장에서 666부대와 부딪치는 일이 허다했다. 물론 666부대 쪽에서도 트라이드 아이의 실력을 인정해 브릴리언트그룹을 앞세워 포섭하려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우와 더불어 모든 동료가 거부했고, 이내 전부 죽음을 맞이했던 핵미사일 기지 임무까지 흘러가게 된 것이다.
“브릴리언트그룹이 전부가 아니니까. 놈들은 우리만큼 치밀해. 솔직히 전황을 알게 되기 전까지 TSF가 연관된 것도 알지 못했으니까.”
“더럽게 복잡하네. 그래서 내가 할 일은 뭐야? 설마 나도 출근하라는 건 아니지?”
웬 웨이는 불길한 생각이 든 것 같았다.
“왜 아니겠어. 설마, 계속 그 짓을 하고 다닐 건 아니잖아.”
암살자를 말함이었다. 그런 신우의 반문에 웬 웨이는 고민이 되었다.
“그거야 대장을 찾자마자 바로 때려치웠어. 하지만 회사라니. 내가 어떻게 회사에 다녀? 만수나 릴리안 같은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장만수는 국정원, 릴리안은 CIA.
그들과 달리 웬 웨이는 중국 최대 규모의 마피아인 칠원회에 있었다. 당연히 그곳에서 하던 일도 암살자와 다를 바가 없으니 회사와 연관 없었다는 걸 어필했다.
물론 신우도 잘 알았다.
“걱정하지 마.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내가 거기서 무슨 일을 한다고?”
신우는 그간 귀찮았던 일을 하나 떠올렸다. 물론 무작정 떠넘기는 건 아니었다.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누구보다 웬 웨이가 잘해낼 것이었다.
“너한테 딱 맞는 일이야.”
“아, 뭔가 불안한데… 안 그러냐? 만수… 너희는 뭐 해?”
방금까지 시끄럽게 싸우던 장만수와 릴리안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보았다.
그런데 그 핸드폰은 아까 SNS를 보여주었던 웬 웨이의 것이었다.
“야, 웨이. 너 SNS에서 이러고 놀아?”
“어머. 복근 갈라진 거 봐. 아주 빨래를 해도 되겠네.”
팔로워가 180만이 넘는 웬 웨이의 SNS에 대한 이야기였다.
웬 웨이의 굿스타그램 계정은 고아원에서 찍은 듯한 운동 과정이 대부분이었다.
지붕에 손가락 두 개만 사용하는 턱걸이, 벽돌 위에 세 손가락으로 물구나무서서 다리 찢기, 나뭇가지에 발끝만 걸치고서 윗몸 일으키기 등등…….
솔직히 신우는 왜 그런 걸 찍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악―! 누가 내 거 보래!”
“보라고 놔둔 거 아니야?”
얼굴이 벌게진 웬 웨이는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릴리안이 그의 손을 피하고서 장만수와 장난치듯 돌려봤다.
이에 웬 웨이가 그걸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자 릴리안은 장만수에게 핸드폰을 패스하면서 놀려댔다.
그 모습을 보던 신우는 살짝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째 초딩이 하나 더 늘어난 느낌도 드네… 아, 보고 싶다. 헥터.”
언제나 진중하고 조용하던 헥터 하몬드가 그리워지는 상황이었다.
그사이 웬 웨이는 장만수에게 달려들다가 빠르게 멈추고서 뛰더니 공중 묘기를 하듯이 허공에 던져진 핸드폰을 낚아챘다.
운동선수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 급선회는 달리던 속도로 무릎에 체중이 고스란히 실려서 십자인대가 찢어질 수 있을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웬 웨이는 그런 동작을 해 보이고서도 멀쩡히 서서 핸드폰만 확인했다.
“이것들이 누굴 놀려.”
“쳇! 어차피 남들 보여주려고 올린 거 아니야? 그러면서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니들 보라고 올린 거 아니거든?”
하지만 놀리는 걸 멈출 장만수가 아니었다. 어느새 옆에 놓인 노트북으로 웬 웨이의 굿스타그램 계정을 검색한 것이다.
“릴리안! 웨이 계정 찾았다.”
“역시 빠르네.”
평소에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더니 누굴 놀릴 때만큼은 합이 왜 이리 잘 맞는 건지…….
이에 웬 웨이는 소용없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고서 다시 신우의 옆으로 다가왔다.
“저것들은 여전하구나. 어째 옛날보다 더 한 거 같아.”
“똑같지 뭐.”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일은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오면 알려줄게. 그보다 먼저 고아원부터 문제없도록 만들어야지. 일단 익명으로 3,000만 위안 정도만 후원금을 보내둘게. 동생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조치부터 해.”
한화로 50억 원이 넘는 돈이었다. 웬 웨이가 그동안 유령이란 이름의 해결사로 돈을 벌긴 했지만, 수수료를 떼고서 받는 돈이라고 해봤자 건당 1억 원이 조금 안됐다.
중국이란 나라가 거대한 만큼 해결사 일을 하는 사람도 많았고, 고가의 해결사를 쓸 정도의 일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정체까지 숨기고서 일하다 보니 고아원 동생들이 굶지만 않게끔 만든 것이 전부였다.
물론 웬 웨이는 신우가 재벌 3세라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그 정도 자금을 쉽게 융통하는 것에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가능해?”
“장만수랑 릴리안 덕분에 많이 벌었다고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두 푼도 아닌 데다가… 내가 번 것도 아닌데…….”
“네가 내 입장이었다고 해도 안 그랬겠어?”
“그거야…….”
7년 동안 서로에게 등을 맡기고서 싸워온 동료.
처음 신우와 동료들이 트라이드 아이란 이름으로 뭉친 이유는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에 맞는 의뢰만 맡기 위해서였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용병 시장에서 내로라할 정도의 유명세를 가지게 되었다.
동시에 핏줄을 뛰어넘는,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전우애가 피어날 수 있었다.
“돈은 우리에게 수단에 불과해.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뭉치기로 한 이상, 누구의 어려움도 지나칠 수 없다는 거야.”
“후우… 하여간 대장은…….”
“멋지냐?”
갑자기 장만수가 옆으로 튀어나왔다.
“멋지긴 개뿔.”
“넌 릴리안이랑 오붓하게 갓스타인지 굿스타인지 보더니 왜 끼어들어?”
릴리안도 발끈하면서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미쳤어? 내가 만두랑 뭐가 오붓해?”
“같이 잘만 보더만.”
“오랜만에 웨이를 만난 게 반가워서 좀 놀려줄까 하다가 그랬지. 근데 고아원 챙기면서 이런 건 언제부터 한 거야? 팔로워가 180만이면 적은 거 아닌 게 맞지?”
웬 웨이는 헛웃음을 흘렸다.
“옛날에도 했거든? 말을 안 했던 것뿐이지.”
다들 개인 시간은 딱히 방해한 적이 없으니 모를 수도 있었다.
신우는 대단해 보이는 웬 웨이의 SNS에 탄식을 흘렸다.
“웨이도 나름의 방법으로 우리를 찾고 있었으니 다행이지. 우리가 방법을 몰랐던 게 문제이긴 해도.”
셋 중 하나라도 SNS에 관심이 있었다면 검색을 해봤을 것이다. 그랬다면 웬 웨이를 진작 찾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전투밖에 모르니 그렇지.”
“그래서 혹시 다른 녀석들한테 연락이 온 건 없었어?”
“헥터랑 릭? 걔들이 SNS를 할까? 대장이나 만수, 릴리안만 봐도 이런데?”
“크음…….”
신우는 괜히 민망해졌다.
“그래서 연락망은 언제쯤 되는 건데?”
다들 장만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연락망 구축을 그가 전담하고 있으니 정확한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일단 테스트용 기기가 나오려면 앞으로 2주. 그것도 예전처럼 작동될 수 있을지는 나도 몰라. 내가 사용했던 부품은 지금 것보다 버전이 업데이트된 거라.”
이에 릴리안이 투덜거리듯이 끼어들었다.
“하여간… 왜 그렇게 어려운 방식으로 만들어서는…….”
“너 때문이잖아! 너! 너! 금붕어야? 왜케 까먹어!”
“누님한테 너? 죽을래?”
두 사람의 싸움은 다시 시작됐다.
신우는 머리가 아파오면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무튼 상황이 이러네. 그러니 동생들 생계 문제부터 정리하고서 진짜 신원으로 한국에 들어와. 괜히 위장 신분을 사용하면 이상한 곳에서 꼬리가 잡힐 수 있으니까.”
“알았어. 어차피 일이야 대장이 못할 걸 시키지는 않겠지. 아, 저 녀석들은 어떻게 할 거야?”
웬 웨이의 손가락이 비닐하우스 구석에 묶인 채 처박혀 있던 고삼우와 계종위를 가리켰다.
“뭘 어떻게 해. 저 인간들로 국 끓여 먹을 것도 아닌데. 적당히 처리해서 뒤탈 안 생기게 묻어버려야지. 어차피 경찰에 넘긴 림도화도 놈들이 손을 쓸 테고.”
곽치영의 성격상 흔적이 될 만한 것은 무조건 없애버릴 것이 분명했다. 물론 신우도 그걸 충분히 예상한 상태였다.
“얻어낼 건 없겠어? 삼흉한테 의리 같은 게 있을 리 없으니 조금만 협박해도 술술 불 텐데.”
그것도 잘 알았다. 삼흉은 살인 중독자라고 불릴 정도로 잔악한 반면, 충심이나 의리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중개는 칠원회에서 했을 거고, 의뢰인은 TSF 한국 지사장 곽치영이야. 그 휘하의 오한성이 너한테 의뢰하려다가 실패했던 거고.”
“놈들이 나한테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던 거네.”
“그건 맞지.”
이번 일은 정말로 위험했다. 신우도 그만큼 TSF의 덜미를 잡았다고 생각하고서 살짝 방심한 탓도 있었다.
게다가 곽치영이 살수까지 써서 임희연을 죽이는 계책까지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완전히 예상 밖의 수였으니 앞으로 더 긴장할 필요가 있었다.
“가만히 있을 건 아니지?”
신우는 잠시 생각하고서 말했다.
“우리 쪽 스텝을 꼬일 뻔하게 만들었으니 그쪽은 엎어지게 해줘야지.”
“생각해둔 방법이 있어?”
“중국 들어가기 전에 일 하나만 하고 가. 지금 상황에서 알리바이를 확실히 비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니까.”
“어떤 계획인데?”
그런 웬 웨이의 물음에 신우는 고삼우와 계종위를 보며 그윽하게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은 아까부터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눈을 감은 채로 탈출할 기회를 엿보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우리를 가지고 뭘 할 생각인 거지?’
십수 년에 걸쳐 사람을 죽여온 고삼우는 뭐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