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95)
전직용병 재벌서자-95화(95/305)
95화. 이간질의 정석
MH그룹 40주년 기념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오후.
곽치영이 머무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오한성은 지시를 내렸던 부하와 통화를 마쳤다.
“림도화는 처리 완료했습니다.”
양팔이 부러진 림도화가 입원 중인 병원에 사람을 보내서 죽인 것이다.
이에 곽치영은 조금은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MH그룹 쪽에서도 회사 이미지 때문에 끝내 기사를 보도하지는 못했다.
동시에 경찰에서도 난감한 상황일 테니 나름 나쁘지 않게 일단락되었다.
“나쁘지 않군. 하면, 나머지 두 놈은 어디 있는지 아직 추적 중인가?”
“경찰 쪽으로 넘어간 CCTV 증거를 확보해서 방금 확인을 마쳤습니다. 근데 놈들이 다른 놈들에게 당한 듯합니다.”
갑자기 의외의 대답이 나오니 곽치영은 다시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오한성은 태블릿으로 건진 CCTV 영상을 보여주었다.
“…당해?”
“누군가 CCTV를 건든 것 같습니다. 다만 조금 복구되었는데, 호텔 직원용 통로 쪽에서 고삼우와 계종위가 한 명에게 당한 영상이 잡혔습니다. 그 외에 한 명이 더 나타나 그들을 데려갔습니다.”
“추적은?”
“두 사람을 데려간 쪽에서 주차장 쪽 CCTV도 건드린 것인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일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상황. 면목이 없어진 오한성의 고개가 깊숙이 가라앉았다.
이에 곽치영은 침음을 흘리고서 주먹을 세게 쥐었다.
“대체 제대로 되는 일이 뭐지?”
“…죄송합니다.”
“의뢰처 쪽은?”
“중국 쪽으로 미리 보내뒀던 녀석들이 곧 처리할 겁니다.”
그사이 곽치영은 노이즈가 잔뜩 낀 복도에서의 싸움 장면을 재차 확인했다.
“…한데, 삼흉을 혼자서 처리한 놈. 설마 백신우를 처리하려 했을 때 방해한 놈은 아닐까?”
지금까지 찾지 못한 남인황과 문태범. 그들을 처리했을 거라고 추측한 의문의 조직을 말함이었다.
물론 그들의 존재도 흔적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저번에 국정원이 아닐까 의심하긴 했지만, 그쪽의 움직임에도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색은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놈들이 어디서 정보를 캐치했을지가 의문입니다.”
이번 계획은 준비 기간도 짧았다. 림도화의 일은 개인의 실패로 판단할 수 있을 테지만, 나머지 삼흉까지 처리할 정도라면 계획 초기보다 구멍이 났을 확률이 높았다.
“의뢰처에서 나불거렸을 확률은?”
“놈들의 의뢰를 담당한 곳은 칠원회입니다.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의뢰 내용을 불 리는 없을 겁니다.”
곽치영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아니면 우리와 칠원회 사이의 일이 틀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
“네? 하지만 저희는 거기와 틀어질 일이… 혹시 중국 지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한성도 그 말의 의미를 어렵지 않게 캐치했다.
이에 곽치영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정보가 유출될 만한 곳은 거기뿐이야. 하지만 놈들이 큰 자금을 주고받는 우릴 배신할 수는 없어. 그게 가능하려면 문제가 있는 거겠지.”
이내 오한성은 중국 쪽 암살자를 알아보던 중 칠원회에서 흘러나온 정보 하나를 떠올렸다.
“얼마 전 마카오 사금고 관리 지역 쪽에서 사고가 하나 있었다고 듣긴 했습니다.”
“사금고? 거길 누가 담당하고 있지?”
“마카오 지부의 간부인 루웬스입니다. 사고로 루웬스와 부하들이 전부 죽은 탓에 칠원회에서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곽치영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어졌다.
“빌어먹을―!”
“…왜 그러십니까?”
오한성의 물음에 곽치영은 입을 떼려다가 멈췄다.
“다른 놈들은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해라.”
눈짓과 함께 방 안 경호를 담당하고 있던 666부대원들이 전부 복도로 뛰어나갔다.
문이 굳게 닫히자 곽치영은 잠깐 흥분했던 가슴을 진정시키고서 입을 뗐다.
“칠원회 마카오 지부는 중국 지사의 블랙 그라운드 자금을 보관하기로 한 곳이다. 루웬스가 그걸 책임지고 있던 놈이고.”
“예? 그 말은… 중국 지사 쪽 자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겁니까?”
TSF의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조직의 대업이었다.
물론 자세한 흐름은 담당 구역의 지사장과 최소한의 관계자만 알고 있었다. 원래라면 곽치영도 중국 자금의 보관처를 몰라야 맞았다.
하지만 곽치영은 조직 내에서 네메아의 사자라고 불리는 만큼 일반 지사장 이상의 정보력을 갖췄다.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그럴 확률이 높겠지. 게다가 도로시 맥다니엘이 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던 정황도 있으니까.”
직접 중국을 찾아갔을 때 도로시는 곽치영에게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활약 중인 2인조 용병 스카우트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의문만 가지고 조용히 들었는데, 지금 상황과 맞춰보니 아귀가 딱 들어맞는 듯했다.
“솔직히 상황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결국 비지니스 관계인데 틀어질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보관 중이던 자금이 묶였다고 하더군. 원인은 레이셩그룹 사건이 예정보다 빨리 올라온 탓이라고 하지만, 루웬스가 죽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겠지.”
곽치영은 머릿속에서 맞춘 퍼즐을 입 밖으로 계속 내놓았다.
“…중국 블랙 그라운드 자금을 보관 중이던 칠원회 마카오 지부 루웬스의 죽음과 임원희 암살 계획 유출… 당장 연관 짓기는 무리가 있지만, 아예 관계가 없다고 보기도 어려워.”
“저도 그렇게는 생각하지만 칠원회라는 것 외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없습니다. 거기서 문제 삼았다면 정보 유출이 아니라 중국 지사를 직접 쳤을 것이지 않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곽치영도 자신의 추측이 심하게 어긋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일단 임희연 쪽은 놔두지. 의뢰처와 삼흉만 정리하면 상관없으니까. 하지만 마카오 쪽 일은 차원이 달라. 만약 고삼우와 계종위를 처리한 놈들과 중국 지사 문제의 원흉이 같다면…….”
물론 그렇게나 광범위한 연관성이 확인된다면 조직의 근간이 예상보다 더 크게 드러났다는 걸 의미했다.
현재 준비 중이거나 진행된 모든 일을 접어야 할 수도 있었다. 심각성의 차원이 달라지는 일이기에 곽치영은 쉽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아무튼 아까 말한 대로만 움직여라. 중국 쪽 블랙 그라운드의 일은 절대 함구하고.”
“명심하겠…….”
우우웅― 우우웅―
오한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을 보니 인천 쪽 정보 라인에게 온 연락이었다. 보통은 이렇게 연락 올 일이 없었지만, 고삼우와 계종위를 쫓다 보니 열어둔 것이었다.
“받지.”
곽치영의 승낙에 오한성은 핸드폰을 귀로 가져갔다.
“들어온 정보가 있나?”
통화를 이어가던 오한성의 표정이 점점 사색으로 변해갔다.
그 반응을 옆에서 지켜보던 곽치영은 표정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내 통화를 끝낸 오한성이 침을 깊게 삼키고서 말했다.
“계종위가 인천 차이나타운 부근의 모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답니다.”
“…뭐?”
놀랄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근데 문제가 생긴 것이… 계종위가 저희 666부대 마크 견장을 쥔 채로 죽어 있었답니다.”
곽치영의 굳어졌던 얼굴은 주름이 잔뜩 생길 정도로 굳어졌다.
그사이 오한성의 핸드폰으로 이미지가 전송되었다. 색이나 모양, 누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SHASS에서 사용하는 666부대의 견장이었다.
사진을 같이 확인한 곽치영은 분노를 넘어서 탄식을 흘렸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그보다 견장은 문제없이 회수한 거겠지?”
“시신이 발견된 곳이 칠원회 조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텔이랍니다. 경찰이 오기 전에 그쪽에서 확인을 마친 후였답니다.”
“일이 더럽게 꼬이는군―!”
칠원회에서도 계종위의 죽음을 알게 된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그가 손에 쥐고 있는 666부대 견장은 누가 봐도 범인의 흔적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지금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 의뢰처부터 빨리 정리해서 암살 의뢰 건부터 숨겨. 그것만이라도 정리되면 칠원회의 시선은 우리가 아니라 중국 지사 쪽으로 향하겠지.”
모조리 도로시 맥다니엘에게 덮어씌울 계획이었다. 당장은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곽치영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계종위가 어떻게 죽은 건지도 확실히 조사하고.”
이 정도면 666부대의 존재와 칠원회의 관계를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걸 이간질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판이니 배후의 존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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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신우는 외근(?)을 마치고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MH그룹 본사로 들어섰다.
그때 로비에 있던 이두헌과 경호원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대표님! 왜 그렇게 혼자 돌아다니시는 겁니까?”
이두헌은 아침부터 신우의 자택 앞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보다 20분이 지나도 신우가 나오지 않자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이내 연락으로 MH테크에 다녀온다고 듣긴 했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엇갈리지 않기 위해 본사로 출근해 대기 중이었던 것이다.
“귀찮으니까요.”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그러니 최대한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같이 움직이셨으면 합니다.”
“생각해볼게요.”
신우는 대충 대답하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 옆으로 같이 선 이두헌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생각만 해보실 것이 아니고요. 어제도 그렇고, 툭하면 사라지시니 경호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러다 저번처럼 사고라도 당하시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파티 때도 신우는 계종위를 쫓느라고 사라졌다. 이후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서 또 이두헌과 경호원들을 따돌렸기에 뿔이 날 만도 했다.
“어째… 요즘 잔소리가 심해지시는 거 같습니다.”
이두헌은 신우의 무모한 행동을 몇 번이나 겪어왔다.
경호원인 입장에서 막무가내인 신우가 좋을 수 없었지만, 임희연의 신신당부가 있었던 탓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극상이라고 하더라도 할 말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려는 것이었다.
“할 만하니까요.”
“아무리 뭐라 하셔도 사생활까지 따라붙는 건 사절입니다.”
“회사도 생각하셔야죠.”
엘리베이터는 32층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서던 중에 옆으로 지나가던 KITE 업무 쪽 비서인 장진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 대표님! 잘 오셨습니다. 이번에 KITE 내년 예약된 경비·경호 예약사항 결재랑 훈련 일정 검토 부탁드립니다.”
“그런 사항은 유형진 이사님한테 결재받아도 된다고 했잖아요.”
“유 이사님은 안 된다고 하셔서요. 무조건 최종 결재는 대표님한테 받으랍니다.”
신우는 KITE만이 아니라 MH퓨처시큐리티의 대표였다. 당연히 그쪽 업무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그나마 릴리안이 본부장으로 있어서 웬만한 일은 장만수와 논의해 처리해주니 다행이었다.
“휴우! 확인하죠.”
“예산 책정이랑 4분기 점검도 맞물려 있으니 빨리 부탁드립니다.”
장진호는 원래 경호원이었다. 처음 비서를 시킨다고 했을 때는 굉장히 싫어하는 눈치더니, 요즘은 거의 즐기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저희는 내려가 있겠습니다. 외부로 이동하실 때는 필히 호출 부탁드립니다.”
이두헌과 경호원들도 물러났다.
이에 신우는 다시 한숨을 내쉬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동시에 그 안의 풍경을 보고서 말문이 막혔다.
릴리안과 장만수가 또 무슨 일로 싸운 것인지 헤드록을 걸고서 엉켜 있던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