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96)
전직용병 재벌서자-96화(96/305)
96화. 하여간 볼썽사나워서
신우는 사무실 문부터 닫은 후 릴리안과 장만수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들어갔다.
“아까 연락 마치고서 얼마나 됐다고 이런 상황인 거야?”
그 물음에 릴리안이 장만수의 목을 감고 있던 팔에 힘을 주었다.
“이 자식이 파티 때 내가 입었던 드레스 가지고 아직도 놀리잖아!”
“켁―! 녹색 인어가 사람 죽인다!”
“입 좀 닥치라고!”
신우는 두 사람을 말릴까 하다가 그만두고서 릴리안의 책상 쪽으로 지나갔다. 그런데 책상 위로 파티 때 찍은 듯한 드레스 차림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걸 누가 놨는지는 뻔했다.
‘어휴, 장만수… 진짜 초딩도 아니고.’
회귀 전에도 툭하면 동료들의 작전 중 흑역사를 꺼내 장난치더니 웬 웨이까지 만나면서 그 버릇이 다시 도진 모양이었다.
“그만들 좀 하고. 명성철 쪽은 어때?”
“윽―! 응? 거기라면 배성물산 주가 떨어지는 속도만큼 속이 뒤집히는 중이겠지. 검찰이랑 금감원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2차로 익명 공개된 장부의 여파는 상당했다. 파티 전부터 주가 하락을 시작해서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타깃은 배성 유통 계열사였다 보니 별개의 추가 조사가 들어간 것이다.
장만수는 그런 설명을 릴리안에게 헤드록을 걸린 채 하는 중이었다.
“손해가 클수록 다른 곳으로 손 벌릴 수도 있겠네. 아니면 보유 중인 주식을 팔 수도 있겠고.”
“일단 장에 나오는 MH그룹 관련 주식은 전부 사들이고 있어.”
그의 대답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성물산 주식 상황을 확인했다.
【배성물산 ― ▼22,300(KRW)】
【배성유통 ― ▼9,800(KRW)】
각각 정상이었을 때보다 73%, 69%나 하락한 상태였다. 물론 그런 상황임에도 배성물산의 시가 총액만 7,800억 원이 넘었다.
기업 부채와 유동 자산을 감안하면 경영이 아슬아슬한 상황. 은행에서 압박까지 들어온다면 부도나는 것도 한순간일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네.”
띠리리리―
그때 내선전화가 울렸다. 웬일로 회장 비서실에서 온 연락이었다.
[회장님께서 올라오라고 하십니다.]평소 자택에서 업무를 보던 명중환이 회사에 온 것이다.
이에 신우는 계속 싸우는 중인 두 사람을 뒤로하고 회장실로 향했다.
회장실 안에는 명중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경영에 참가 중인 명 씨 일가의 남매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물론 임희연도 좋지 못한 표정으로 맨 끝자리에 앉아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잘 왔네. 백신우 대표. 일단 앉지.”
평소 편하게 부르던 호칭이 아니었다. 소파는 그들로 꽉 차 있었다. 이에 구상호가 간이의자를 가져다주자 덤덤히 엉덩이를 붙였다.
잠시 조용한 분위기가 흐르다가 명중환이 입을 뗐다.
“요즘 배성물산 때문에 이런저런 일이 많다고 들었다.”
순간 명성철의 표정이 안 좋아진다.
신우는 그 말만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되었다. 명중환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명성철 사장이 MH리테일 쪽에서 배성의 유통 계열사 인수를 준비한다지? 가능성을 몇 퍼센트로 보는 거냐?”
이에 명성철은 헛기침을 얕게 뱉으며 설명했다.
“크음! 배성유통의 배민성 대표와 가협의 인수가를 2,500억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물론 현재 주가를 생각하면 시가 총액보다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MH리테일과 식품의 유통망이 최소 3배 이상 확장될 것과 이후 현금 확보량을 감안한다면 절대 높은 금액이 아닙니다.”
신우를 통해 배성 유통 계열사 인수 진행이 어려우니 계획을 수면 위로 띄운 것이다. 게다가 벌써 협의까지 했다는 건 명성철 나름대로 플랜 B를 준비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런 배성 유통 계열사를 우리만 노릴 것도 아니라는 거겠지. 유통망 기반이 튼튼한 만큼 누구에게나 먹음직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야.”
문제는 배성물산 전 회장인 배영철이 계열사 이곳저곳에서 자금을 끌어와 장부를 만드는 데 쓴 것이다. 차라리 장부라도 확보하고 있었다면 새 회장인 배성욱과 배성물산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졌을지 몰랐다.
이에 논의하는 자리에 잘 끼지 않던 명수연이 조심스레 나섰다.
“가능하겠어요? 듣기로는 TSF에서 M&A하려고 전면적으로 나서는 중이라고 하던데요. 괜히 끼어들었다가 나중에 불이익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요?”
TSF는 배성물산의 지분을 웬만큼 집어삼킨 상태였다. 지금 그 판에 끼어든다는 건 경쟁이라기보다는 방해로 인식되기 쉬웠다.
게다가 자금 동원력이 상당한 TSF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기업적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명성철도 그걸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주가는 연일 폭락이야. TSF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고.”
“그래서 TSF가 포기한다고 했나?”
“적당히 해라.”
명중환은 길어질 듯한 두 사람의 논쟁을 중지시키고서 명인철을 쳐다봤다.
“명인철 사장의 생각은 어떤가?”
“흐음… 명성철 사장의 말처럼 TSF도 무한정 돈을 때려 넣긴 힘들 겁니다. 주가도 계속 하락세에 장부가 또다시 언제 터질지 모르고, 아까 오는 길에는 배성 유통 계열사의 검찰 조사까지 추가로 진행된다고 하더군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자 분위기는 명성철의 주장으로 살짝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명인철은 따로 손잡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TSF 한국 지사의 곽치영. MH그룹을 놓고서 저울질 중인 가운데 TSF의 계획을 방해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에 잠시 망설이다가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만큼 인수 후에도 터질 문제가 남았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수에 성공한다고 안고 가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죠.”
“그럼 반대라는 건가?”
“형님! MH그룹에 떨어질 이익도 생각하셔야죠!”
명성철은 모이기 전에 명인철을 찾아가 배성 유통 계열사 인수에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반대표가 나올 것을 생각하니 배신감이 든 것이다.
물론 명인철도 나중을 위해서 명성철의 힘이 필요하긴 했다. TSF에서 준비 중인 계획도 있으니 무작정 반대하는 것도 갈등되는 문제였다.
차라리 TSF가 하루라도 빨리 배성물산을 삼키길 바라는 것이 더 빠를지 몰랐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야. 인수가를 지금보다 좀 더 낮출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냐는 거지.”
“인수가는 좀 더 협의해봐야겠지만, 지금도 그쪽이 최대치로 낮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시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명중환의 시선은 임희연을 지나쳐 신우에게로 향했다.
“백신우 대표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름 우리 MH그룹의 투자 계열사를 맡은 입장에서 말이야.”
동시에 시끄럽게 말하던 이들이 전부 입을 다물고서 신우를 쳐다봤다.
신우는 그런 명 씨 남매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지금 문제의 요지는 유통망 확장이겠죠. 만약 다른 곳이 먹는다면 그만큼 MH리테일의 입지와 MH그룹 자체의 유통망도 압박받겠고요. 그래서 배성유통 인수는 필수 불가결이라는 의미라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명중환도 그걸 잘 알기에 에스원파이낸셜의 유지영 회장을 겁박하여 해남 공장 부지를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유통망 확장에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럼 유통망만 확장할 수 있으면 배성유통은 필요 없는 거 아닙니까?”
그 순간 명성철이 발끈했다.
“백 대표! 지금까지 우리가 한 말을 귓등으로 들었나? 그게 불가능하니까 인수 기회가 생긴 배성유통을 노리는 거잖아!”
신우는 그런 명성철을 힐끗 쳐다봤다. 현재 명성철은 본사 임원들을 앞세워 확보한 배성유통의 150원어치 지분으로 코가 꿰였다. TSF에서 배성유통을 빨리 인수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2차 장부 사태로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게다가 주식을 확보할 때 사용한 자금은 공금이라서 감사에 대비해 올해 말까지 메꿔둬야 했다.
그로 인해 명성철은 MH그룹의 힘으로 MH리테일의 유통망도 확장하면서 자금까지 한 번에 해결하려고 밀어붙이는 것이다.
“왜 불가능합니까?”
“백 대표는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제가 아무것도 없이 말하는 거 보셨습니까? 당연히 방법이 있으니 말하는 겁니다.”
깜짝 놀란 이들은 신우를 뚫어질 듯이 쳐다봤고 명중환이 대표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방법이 있다니?”
“유통망은 결국 분류와 속도입니다. 그 점에서 배성물산은 MH리테일보다 많은 물류센터와 그걸 연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유통한 것이고요.”
“정확히 그렇지.”
“그 점만 놓고 본다면 핵심은 시스템입니다. 배성물산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시스템만 갖추면 해결되는 일이잖습니까.”
이번에도 명성철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누가 그걸 몰라? 말이야 쉽지! 배성물산이 갖춘 시스템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야. 그걸 우리가 인수하면서 들여오겠다는 거고. 참고로 그 시스템은 미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유통회사에서도 사용 중이란 걸 알고 있겠지?”
그만큼 획기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의미였다. 물론 배성물산은 해당 회사에서 시스템 사용료를 받고 있긴 하지만, 지금 사태에 비빌 만큼 거액은 되지 못했다.
“리비오 소프트에서 시험 가동 중인 유통 시스템이 있습니다. 분류 오차율이 3.4%인 데다가 배성물산의 것보다 처리 속도는 220% 높습니다.”
명성철은 그 말을 듣고서 얼굴이 굳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믿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봤자 시험작이잖아.”
“가동 시험은 이미 KEDEX에서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시험 가동 중인 물류센터 다섯 곳에서도 문제는 없었고요.”
KEDEX는 아까 말한 배성유통의 시스템을 사용 중인 미국의 대형 유통회사였다.
“설마 거기서 배성유통의 시스템을 전부 갈아치울 생각이라는 거야?”
“성능 면에서 확실히 우세하니 그렇게 될 겁니다.”
시스템으로는 명성철도 말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졌다.
“시스템만 좋으면 뭘 해. 그걸 돌릴 센터가 확보되어야지. 배성유통은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우리에게 부족한 센터를 갖췄다고.”
“차라리 인수가 2,500억으로 우리 센터를 짓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인력이야 배성물산이 무너지면 경력자가 차고 넘칠 테니까요. 게다가 리비오 소프트의 유통 시스템의 사용료는 시중가의 30%로 책정될 겁니다. 효율만 본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네요.”
다들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 사용료는 용도에 따라 연간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달한다.
신우의 그런 제안을 모든 준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던진 것이다.
이에 명중환은 눈이 크게 떠진 채로 물었다.
“어떻게 그런 금액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거지?”
“제 인맥에 리비오 소프트의 메인 프로그래머인 대주주와 연이 닿은 사람이 있어서요. 최대한 편의를 봐주기로 했습니다.”
“허어…….”
사람들의 입에서 탄식이 흐르는 사이, 명성철은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고 쓴웃음만 지었다.
물론 신우의 제안으로 MH리테일이 더 성장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배성유통의 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자리를 보전하기가 어려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