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98)
전직용병 재벌서자-98화(98/305)
98화. 비루해진 X새끼 (2)
TSF Investment 한국 지사는 배성물산 인수에 고초를 겪는 중이었다. 늦게라도 발을 뺄까 고려했지만, 두 번째 장부 사태에 이어서 세 번째까지 터지면서 손실 금액은 3,000억이 넘어갔다.
검찰과 금융감독원까지 움직인 상황. 그로 인해 잠시 보류해두었던 배성물산과 거래 중인 은행들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런 와중에 또 다른 일이 TSF 한국 지사장 곽치영의 뒷목을 울렸다.
“MH유통에서 뭘 해?”
옆으로 서서 보고하던 오한성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서 다시 대답했다.
“리비오 소프트에서 개발한 유통 시스템입니다. 미국 초대형 물류배송기업인 KEDEX에서도 테스트를 마무리해서 내년부터 사용하기로 계약을 마친 상황이랍니다. 그걸 MH유통에서도 사용하기로 발표했습니다.”
곽치영은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혀를 찼다.
“쯧―! 근데 리비오 소프트라면 백신우 대표가 연줄을 달면서 크게 이득을 봤던 곳이었던가?”
“맞습니다.”
“우리가 배성물산 인수에 열을 올리는 동안 그런 식으로 움직인 건가? 유통 시스템 계약은 국내 독점이고?”
“미국에서는 KEDEX, 한국은 MH유통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다른 국가의 물류기업에서도 KEDEX의 소식을 확인한 후 리비오 소프트에 접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획기적인 유통 시스템이란 의미였다.
이에 곽치영은 머리가 아파왔다.
“정 안 되면 배성 유통 계열사만이라도 MH그룹에 헐값으로 넘기려 했는데, 그것도 어렵게 되었군.”
“인수를 포기하실 생각입니까?”
“고물도 원자재 가치가 남아야 값이 되는 법이잖나. 그런데 지금 배성물산은 고물보다 못한 신세가 되고 있으니…….”
지금은 TSF 중국 지사 일도 신경 써야 했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자 곽치영은 오한성을 보며 물었다.
“…삼흉 의뢰처는 확실히 처리되었다고 했지?”
“어떤 흔적도 남지 않도록 관계자들을 전부 처리한 후 내부 시설까지 소각했습니다. 그리고 죽이기 전에 관련 내용의 발설 여부도 확인을 마쳤습니다.”
“흐음… 아직까지 중국 지사가 잠잠한 것을 보면 문제가 없는 건가.”
오한성은 보고 내용을 이어갔다.
“안 그래도 칠원회 쪽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중국 지사 쪽에서도 마카오 사금고의 자료를 처리해둔 덕분인지 조용한 듯합니다.”
“이런… 조용하면 안 되지. 칠원회 쪽으로 정보를 흘리도록 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이야.”
순간 오한성의 얼굴에 걱정이 맴돌았다.
“상부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문제 삼지 않겠습니까?”
“언제 알게 되느냐가 중요하겠지. 물론 그 전에 도로시 맥다니엘이 칠원회와 결판을 내지 않겠나. 그리고 어차피 상부에서도 언젠가는 칠원회를 정리할 생각이었고 말이야.”
칠원회는 중국 내 블랙머니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통로이지만, TSF Investment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물론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 시작 전에 정리하려던 계획이 있긴 했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자금의 추적에 대비해 혼선을 주기 위해서는 칠원회의 존재가 꼭 필요했기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처리하려 했던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바로 지시하겠습니다.”
일단 곽치영도 중국 쪽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 자금의 문제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 중국 지사가 칠원회와 부딪치는 걸 이용해서 그 문제의 유무를 제대로 짚어보려는 것도 있었다.
즉, 일거양득(一擧兩得).
“중국 지사 일은 그걸로 기다려보면 되겠고, 이제 명인철이 문제군.”
“결정하실 생각입니까?”
여전히 곽치영의 저울에는 명인철과 백신우가 올라가 있었다.
“백신우야 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지만, 명인철은 솔직히 너무한 거 아닌가 싶군.”
“리비오 소프트의 유통 시스템 때문에 그러시군요.”
“내부에서 분명 말이 먼저 나왔을 텐데 언질도 없었단 말이지… 그게 배성물산 인수 작업 중인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될지 뻔히 알면서 말이야.”
“명인철도 간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쪽에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니 심보를 부리는 것이겠지.”
명인철은 백신우의 입지가 점점 커지면서 초조했다.
하지만 지난번 계획의 진행을 곽치영이 보류시키면서 더 닦달하지 않았다. 일부러 조용히 있으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치하여 시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당장 명인철은 그렇게 해석했다.
“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초조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명인철이야. 하지만 명중환 회장을 가만히 둘 수는 없으니 우리도 움직여야지.”
“결정하지 않고서 말입니까?”
“명인철과 백신우. 두 사람 가운데로 공만 던져주면 판세를 가늠할 수 있지 않겠나.”
임희연을 건너뛰고서 명중환부터 정리하겠다는 의미였다.
“방법은 이전에 세워둔 계획대로 하면 되겠습니까?”
“그러지. 대신 명인철에게는 조건을 하나 두자고.”
“…배성물산 말씀이군요.”
TSF 한국 지사에게 배성물산은 골칫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손해까지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서 중국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구멍부터 메꿀 필요가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보자고 하지.”
“그렇게…….”
우우웅― 우우웅―
대답을 이어가던 중에 곽치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을 확인한 곽치영은 순간 묘한 표정이 지어졌다.
“어허… 이런 시기에 나한테 전화라.”
오한성은 그런 곽치영의 얼굴을 보며 의아해했다.
“누구길래 그러십니까?”
“백신우. 잠시 기다리지.”
통화가 연결되자 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 괜찮으시면 찾아뵈어도 괜찮겠습니까?]“지금 말입니까?”
[중요하게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어려우시다면 다음에 찾아뵙죠.]방금까지 백신우를 저울질 중이었다.
그런 갑작스러운 요청은 곽치영의 호기심을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가능합니다. 언제쯤 도착하시겠습니까?”
[30분 안이면 될 듯하네요.]“기다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치자 옆에서 오한성은 더 의아한 표정이 지어졌다.
“백신우 대표가 무슨 일로 온다는 겁니까?”
“중요한 일이라고 하더군. 대체 무슨 일인 거지?”
.
.
.
얼마 지나지자 않아 신우는 이두헌과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TSF Investment 한국 지사에 도착했다.
밑으로 내려온 오한성의 안내를 받아 지사장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동시에 곽치영은 그런 신우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갑자기 연락을 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쩐 일이신 겁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중요한 용건이 있어서요.”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곽치영은 방금까지 신우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이었기에 호기심이 더욱 커진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백 대표께서 이렇게 찾아오신 적이 없다 보니 조금 겁이 나는군요.”
“제가 여태까지 무리인 걸 말씀드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이에 따로 같이 들어왔던 이두헌을 내보냈다.
그러자 분위기가 만들어지고서 곽치영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말씀하시죠. 어쩐 일이신 겁니까?”
“배성물산 건 때문입니다. 요즘 상황 때문에 골치가 아프실 것 같아서요.”
곽치영은 TSF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썹을 씰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입꼬리에 걸린 미소는 풀지 않고서 반문을 이어갔다.
“솔직히 주가가 연일 하락세라서 아니라고는 말씀드리기 어렵겠네요. 그래서 배성물산은 왜 꺼내신 겁니까?”
“이제라도 인수를 포기하고 처분하실 생각이라면 도움을 드릴까 해서 왔습니다.”
“어째서 저희가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살짝 도발적인 물음에 신우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3차 장부 공개까지 터진 마당에 배성물산을 계속 안고 갈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손실도 막심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건 부정하기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백 대표 쪽에서 방법이 있겠습니까? MH그룹에서는 리비오 소프트 측에서 새로 유통 시스템을 들이기로 해서 필요도 없을 텐데요.”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곽치영이 지금처럼 골머리 썩고 있지도 않았다. 그 정도로 배성물산은 어떤 방법으로든 회생이 불가능했다.
“손해를 아예 감수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배성물산을 지금 가격보다는 조금 높게 사들일 회사가 있다면요?”
“국내에 그런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떠보시는 겁니까?”
곽치영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닥까지 떨어져가는 배성물산을 누가 사들이려 할까. 그런 상황에서 MH그룹이 KEDEX와 같은 유통 시스템까지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경쟁사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마이너스가 될 배성물산 인수를 추진할 리가 없었다.
“저는 국내를 말한 것이 아닙니다.”
“해외는 더더욱 말이 되지 않죠. 배성물산은 한국에 유통망 기반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걸 어느 나라 회사에서 사가겠습니까?”
“있다면요? 그렇다면 파실 의향은 있긴 합니까?”
신우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곽치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동자에 조금의 떨림도 없으니 지금 물음이 거짓은 아니란 것을 받쳐주었다.
“어느 정도 금액까지 가능한 겁니까?”
“현재 배성물산에 투입된 자금과 손실률이 얼마나 됩니까?”
민감한 질문이기에 곽치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뗐다.
“지분 매수에 들어간 자금은 약 7,000억. 손실률은 62% 정도입니다.”
원래 TSF 한국 지사는 예산을 1조로 잡고서 배성물산을 인수하려 했다.
물론 배성물산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더 빨리 진행해보려 했지만, 장부로 인한 여파가 예정보다 더 빨리 진행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연히 투입된 자금은 묶일 수밖에 없었고, 지금과 같이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벌써 4,300억 정도 손실이 난 상황이군요.”
“좋지 못하죠. 그래서 배성물산 인수가 가능한 회사는 얼마나 제시하는 겁니까?”
“5,000억 어떠십니까? 그러면 2,000억은 손해라고 하더라도 늦게라도 발 빼지 못한 실책은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가격에 저희가 매수한 배성물산의 지분을 전부 넘기라는 말씀이군요. 대체 어디인 겁니까?”
“최근 중국 쪽에서 연이 닿아 알게 된 사모펀드입니다. 그곳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쪽에서 헐값에 사들여 쪼개기로 비싸게 팔 곳을 찾던 중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타깃이 한국 기업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TSF Investment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회사란 의미였다.
하지만 어떤 나라든 해외 자본에 편견을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라도 각국에 지사를 두고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곽치영은 고민하면서 입 주변과 턱을 손으로 문질렀다.
“언제까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걸까요?”
“배성물산의 주가 하락세에 따라 그쪽에서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제시한 금액도 떨어지겠죠.”
이미 시작된 카운트다운. 다만, 시간 단위로 수십억이 왔다 갔다 할 것이었다.
“이런… 제안이 있었다면 진작 좀 말씀 주셨으면 좋지 않았습니까.”
“저는 TSF가 배성물산을 문제 없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정보도 알려드렸던 거 아니겠습니까.”
배성물산 장남 배성환이 가진 출생의 비밀. 그건 기존에 배성물산 후계 구도를 크게 뒤흔들어놨다.
덕분에 원래 회장 자리를 노리던 배민숙도 밀려났다. 그러고서 차남 배성욱이 회장 자리를 꿰차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모래성 위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대체 그 장부를 가진 사람은 무슨 생각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괜히 배성물산을 권한 탓에 곽 지사장님께서 곤욕을 치르고 계시니, 그 사람한테는 불쾌감만 느껴지네요.”
곽치영은 그 말을 들으며 미소가 지어졌다.
“아닙니다. 어차피 배성물산은 저희 타깃이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백 대표님은 힘을 좀 더 실어주셨던 것뿐이죠. 아무튼, 아까 말씀드린 건은 5,000억에 저희가 가진 배성물산의 지분 전부를 건네는 것으로 하죠.”
결정은 빠르게 내려졌다.
이에 신우도 입꼬리가 길어지며 곽치영과 악수를 나눴다.
그러던 중에 신우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릴리안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통화 버튼을 누른 신우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릴리안의 외침에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돌아와야 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