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Tyrant's Resignation RAW novel -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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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되려나…….”
두 번째 꿈을 꾸기 하루하고도 몇 시간 전.
몽주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열띤 고민 중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아마 현재상이 직장을 관둬도 될 만큼의 상담료를 원한다는 말을 했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을 구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나, 그렇다고 돈을 벌 궁리에 몰입할 정도로 그 사람이 궁한 건 아니었는데, 한 가지 작은 사건을 겪으면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작은 사건이란, 바로 접시를 깨먹은 것이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고, 그 접시가 쨍그랑 소리와 함께 조각나 버렸다.
때마침 가게에서 일찍 들어오던 어머니가 그 소리에 놀라 급하게 오며, 다치진 않았느냐며 서둘러 유리 파편을 빗자루로 쓸어 담으셨다.
그런데, 접시가 깨지고 어머니가 걱정을 하시면서 유리 조각을 치우는 모습을 바라보던 몽주는 문득 과거의 기억을 하나 떠올렸다.
중앙 박물관 청동검 도난 사건.
그러니까, 지금의 국립 중앙 박물관이 아닌, 역사가 바뀌면서 지워진 현대 고려의 중앙 박물관에서 초기 가야 문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보물이었던 청동검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사건이 있었다.
몇 호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국보로 지정되어 있던 그 청동검이 철저한 보안 시스템으로 지켜지고 있는 중에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던 것이다.
아마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박물관 관장이 잘리고 대대적인 감찰감사도 진행되는 등 나라 전체가 들썩거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쨍그랑 소리에 그 청동검 도난 사건을 떠올린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 청동검을 도난 상태로 만든 게 과거의 자신이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청동검 도난 사건이 있기 전, 당시 막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몽주는, 꿈속에서 청동검 하나를 박살 냈었다.
당시 몽주가 다스리는 땅이 넓어지고, 공물을 바치는 부족들이 늘어나던 참에 어느 부족의 족장이 자기네 신물이라며 청동검을 하나 바쳤었다.
실용적인 사용과는 거리가 먼, 마치 타오르는 불을 형상화한 듯 은근히 두툼하고, 구불구불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던 제례 의식용 청동검.
그 부족장은 그걸 바치며 마음으로 신복할 테니, 공물의 양을 줄여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물론, 몽주는 거절했다.
그 거절의 방법이란, 그 청동검을 철검으로 내려쳐 부러뜨리고, 바닥에 쨍그랑 소리와 함께 떨어진 청동검 조각들을 발로 걷어찬 후, 녹여 버리라고 수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상징 하나를 바쳤다고 공물을 줄이는 걸 허락한다면, 주변 부족들 모두가 그렇게 하려 들 것이기에 당시의 그에게는 너무 당연한 거절이었다.
다만, 그 거절의 방법으로 청동검을 부러뜨리고 녹여 버린 건, 아직 소위 ‘중2병’이 남아 있던 탓에 표출된 다소 과한 반응이었지만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생생한 꿈 정도로만 생각했었으니, 별로 개의치 않았었다.
게다가 나중에 현실에서 청동검 도난 사건으로 난리가 났을 때도 꿈속에서 없애 버린 청동검과 박물관에 있던 청동검을 연관시키지도 않았다.
꿈속에서 봤던 청동검은 깨끗하게 닦여 보관이 잘되어 있었던 것이고, 교과서나 사건 발생 후에 TV 뉴스나 신문 기사에 자료 화면으로 등장했던 국보 청동검은 2천 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며 부서진 부분도 많았고, 전체적으로 크게 부식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몽주가 그 사건에 그리 관심을 두지도 않았었으니, 그 두 청동검이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그 가능성을 역사가 바뀐 지 6년이 지난 지금 깨달았다.
국보를 사라지게 해서 미안한 마음 같은 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어차피 이미 사라진 역사 속에서 벌어졌던 해프닝일 뿐이고, 그는 그보다 다른 가능성에 몰두하였기 때문이다.
그 다른 가능성이란, 바로 과거의 물건에 변형이 생긴다면, 현대에 바로 적용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역사 전체가 바뀌는 것은 꿈속 삶이 끝난 후에 한꺼번에 일어났다.
한데, 만약 그 청동검 도난 사건이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물건의 변화는 바로 적용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몽주는 머릿속 기억에 집중하여, 그가 꿈속에서 봤던 청동검과 국보였던 청동검의 잔상을 비교하며 같은 것이 맞는지 열심히 가늠해 보았다.
그가 내린 결론은 바로.
‘……잘 모르겠다.’
당시에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탓인지 기억이 너무 흐릿했다. 같다고 생각하면 같았고,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 아닌 것 같았다.
사실 그 가능성을 유효하게 생각하게 할 만한 유일한 근거는, 도난 사건이 꿈속에서 청동검을 없애고 난 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기억에 남은 바로는 그 간격에 며칠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았지만, 국보 도난 사건이 바로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꿈속에서 청동검을 없앤 직후, 바로 현대의 국보 청동검이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그 선후 관계가 정말 인과 관계라면…….
“칠백 년짜리 골동품, 아니 보물을 얻을 수도 있는 건가?”
물건의 변화가 바로 현대에 적용되는 것이라면, 꼭 물건 자체의 변화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물건의 위치 같은 것 말이다.
만약 고려 말에 자신이 튼튼한 상자에 보물들, 꼭 당대에 보물은 아니더라도 후대에 보물이 될 만한 것들을 넣어서 7백 년은 족히 보관될 만한 곳에, 그리고 자신만 찾을 수 있는 곳에 놓아두면, 현대의 자신이 그걸 찾아내 소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떠올리기 무섭게 몽주의 몸 여기저기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가능한 일이라면 그걸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후다닥!
몽주는 곧바로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위성 지도 화면을 펼쳤다.
꿈속에서 그가 살고 있는 집의 위치는 이미 대략적으로 파악해 두었다.
남양주시 호평동.
한양부이고 남경이라고 해서 당연히 서울시 사대문 안쪽일 줄 알았건만, 어째 좀 아니다 싶어 조사해 봤더니, 현재 남양주시 일대가 당시의 한양부였다.
물론, 7백 년짜리 시간의 간격만큼 사람 사는 구역의 넓이도 달라질 테니, 정확히 어디가 그의 집, 남양 석씨 호장네 집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천마산이라…… 그 산인가.”
호평동 동북쪽에 위치한 산을 지도 화면으로 살피던 몽주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천마산의 유래가 고려 말 이성계가 사냥을 왔다가 산이 험하고 높은 게 올라서 손을 뻗으면 하늘에 닿을 것 같다고 한 말 때문이라고 하니, 꿈속 당대에서도 산의 이름이 천마산일 가능성이 컸다.
설마 개경이나 동북면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성계가 거기까지 사냥 왔을 것 같지는 않으니, 몽주는 이름의 유래가 그저 전설일 거라 판단했다.
어쨌든 몽주는 천마산을 훑으며 오래된 절을 찾았다.
고려 이전 시기부터 존재한 절이 있다면, 그 근처는 시간이 흘렀어도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고, 위치를 찾기도 비교적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천마산에도 절이 몇 군데 있었지만, 대부분 조선 시대에 창건되었거나 창건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절이었다.
“성관사가 낫겠군.”
군립 공원으로 지정된 천마산 내 등산로 중 한 곳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절이었다.
정확한 창건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 태조 이성계가 어렵게 구한 불경을 그곳에 보냈다고 하니, 고려 말에도 있었을 것이고, 무명의 절도 아니었을 것이다.
“꺽정 바위라…….”
성관사의 북쪽에 능선을 넘은 곳에 꺽정 바위라고 적혀 있었다.
아마 임꺽정에서 이름이 유래된 모양인데, 아무리 임꺽정이 서울 근방에도 출몰했었다고는 하지만, 정말 그것과 꺽정 바위와 관련이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이름이 붙을 정도의 바위라면 고려 시대에도 존재감이 분명할 것이다.
“아냐, 아무래도 내일 한번 가 봐야겠어.”
성관사와 꺽정 바위를 기준으로 삼아, 그 근처에 보물 상자를 묻을 만한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7백 년은 족히 땅속에 가만히 잠들어 있어 줄 만한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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