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Tyrant's Resignation RAW novel - Chapter (234)
데카이(출해) 교역소로 입항한 탐라의 배 한 척은 닿자마자 급하게 발판을 내렸고, 그 발판이 포구에 닿기 무섭게 갑판 위에서 다급한 듯 서성이던 자들이 서둘러 내려왔다.
“오셨습니까.”
“아, 나와 주셨군요.”
앞서 내려온 자와 기다리고 있던 무리들 중 한 자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 인사는 반갑다는 표현이기 전에 할 이야기가 많으니 서둘러 나누는 수준이었다.
“어찌 되었습니까?”
차현유 외관대신이 인사를 나눈 직후에 물었으니, 모르는 자가 듣는다면 뜬금없다 할 물음이었지만, 그 상대인 다의홍에게는 아니었다.
“오우치씨가 응하였습니다.”
“정말입니까? 다행이군요.”
다의홍의 대답에 차현유가 안도하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고쳐 물었다.
“내해에서의 싸움 소식은 들어왔습니까?”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만, 익히 아시듯 주군께서 질 수 없다 하셨지 않습니까.”
“싸움의 승패보다도 주군의 안위가 더 걱정이라서 말이지요.”
“아, 그야 그렇습니다.”
차현유가 왜국으로 급하게 건너온 이유들에 대한 답을 듣자, 조금 편한 마음으로 두 사람은 나란히 말에 올랐다.
주군께서 차 대신에게 서찰을 보내어 오우치씨와의 협상을 진행하라 하신 것에 대해서는 오우치씨가 주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해결된 셈이었다.
거기에 내해에서의 수전 역시 적어도 아군이 패하거나 주군께서 상하셨다는 소식은 없었으니, 역시나 반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오우치씨의 가독도 대단한 자로군요. 말을 갈아타는 일이야 역사에 흔한 일이라지만, 이처럼 담대하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히로요는 그런 사람이지요.”
“…….”
차현유는 다의홍의 반응을 보고서야 아차 싶었다. 오우치씨의 가독이 다의홍의 아버지였음을 잠시 잊은 탓이었다.
이름을 바꾸고 탐라를 따른 지 오래되었으니, 그가 처음부터 서규슈의 사람이 아님을 깜빡한 것이었다.
차 대신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자, 오히려 담담한 다의홍이 말을 이었다.
“오우치 가독은 이번 싸움의 승패가 향후 왜국 정국의 향방을 가름할 것이라 여기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아시겠지만, 오우치씨가 주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건 곧 막부와의 인연을 끊겠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오우치씨가 말을 갈아타는 것도 막부를 배신하는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오우치씨가 막부와 대척하게 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하나, 주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 그건 막부와 오우치씨 간에 선명한 선을 긋는 일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건 몰라도, 축전국을 포기할 줄은 몰랐소.”
“그래도 풍전국은 남으니, 오우치씨가 규슈와 막부 사이에서 줄타기할 명분은 충분하지요.”
대답하는 다의홍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 아니 어찌 보면 비웃음 같은 웃음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아버지 히로요의 선택에 대한 그의 평가일 것이라 차현유는 여겼다.
규슈가 한창 막부와 대척할 때 규슈와 막부 사이에서 이득을 노렸고, 탐라의 진출로 인한 반작용으로 규슈가 막부와 가까워지자 오우치씨 역시 막부에 기울었다.
그리고 이제 탐라가 규슈의 거의 전역을 석권할 상황에 이르자, 또다시 막부와 선을 긋고 규슈의 탐라와 막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니, 그 변함이 너무나 뻔한 것이었다.
아무리 왜국의 정국이 변화무쌍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한점의 이익에도 몸을 가볍게 움직이니, 이제 세상에 오우치씨를 진정으로 신뢰할 자가 누가 있을까.
잠시 말없이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이동하는 차현유와 다의홍의 머릿속에 동시에 든 생각이 그러했다.
“아, 오우치씨가 아키의 다케다씨를 무너뜨렸습니다. 지금은 아와미를 공략중일 겁니다.”
“빠르군요.”
“그럴 수밖에요. 텅텅 빈 나라인데…….”
텅텅 비었다는 표현은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
3천 여의 군병과 많은 배를 수전을 위해 착출하긴 했지만, 아키국에는 여전히 2, 3천의 군병이 남아 있었다.
오우치씨가 1만 이상의 군병을 굴릴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적었지만, 그렇다고 삽시간에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성에서 버티면서 후방의 국주들이 사병을 이끌고 오길 기다린다면, 오우치씨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나, 오우치씨는 막부의 사령장을 위조하여 막부로 병력을 보낸다고 다케다씨를 속였고, 이와미국의 야마나씨로부터 오우치씨를 믿지 말라는 충고를 흘려 들은 다케다씨는 오우치씨의 군병을 영역으로 들였다가 갑자기 적군으로 돌변한 오우치씨의 군병에 허물어진 것이다.
그로 인해 오우치씨를 경계하던 이와미국의 야마나씨도 덩달아 위태로워졌으니, 오우치씨의 영토와의 국경인 쓰와노(津和野) 지방에 남은 군력을 몰아 대비하고 있던 것도 소용없이 남쪽 아키국에서 북진하여 공격해 오는 오우치씨의 군력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다.
“하나를 잃고 둘을, 아니 어쩌면 셋 이상을 얻는 것이니, 오우치씨로서는 오히려 이득이겠군요.”
“데카이에서 한 발 더 물러나게 된 것을 생각하면 그리 큰 이익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향후 서국의 국주들이 오우치씨에 대항하여 연합할 가능성이 높으니, 오우치씨는 자칫 막다른 길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다의홍이 답하면서 차현유를 응시하니, 외관대신으로서 그 시선에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막부와 손을 끊고, 주변 나라들을 침범하였으니, 오우치씨의 미래는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홀로 세상과 대적하거나, 규슈의 탐라와 어떻게든 손을 잡으려 하거나.
어느 쪽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지는 뻔했으니, 탐라국은 오우치씨의 상황을 잘 이용하면 장차 왜국의 정세를 유리하게 만드는 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상황이 머릿속에서 번잡하게 생각을 들끓게 하니, 차현유는 안장 위에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오우치씨를 향한 몽주의 여러 요구들 중에서도, 축전국을 할양하라는 요구가 통하면서 서국은 더욱 난세로 치닫기 시작했다.
* * *
“거긴 어딥니까?”
-어디긴요, 네덜란드죠. 출장 간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아, 그랬나.’
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채로 화상 통화를 하게 된 몽주는 까치집 생긴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네덜란드 출장에 대해 결제한 기억이 났다.
며칠 전이라곤 하지만, 몽주의 입장에서는 두 달 전의 일이니, 간혹 이런 일이 있곤 했다.
“근데 출장 간 것치곤 좋은 곳에 계시네요.”
-하하, 겸사겸사 시안이도 같이 왔습니다. 아, 걱정 마십시오. 시안이 여행 경비는 제 돈으로 했으니까요. 물론, 일도 처리하고 있고요.
강지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스마트폰을 돌려 그의 반대편을 비추었다.
‘아, 깜짝이야.’
흔들리는 화면 속에는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큰 썬글라스를 쓴 홍시안의 모습이 들어왔다.
‘자기야, 이사장님께 인사드려.’라는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에 홍시안이 손을 흔들며 뭐라 말하였다.
아마 ‘안녕하세요’쯤 되겠지만, 잘 들리진 않았고, 대신 그녀가 손을 흔듦과 동시에 흔들리는 무언가에 잠시 정신이 쏠렸다.
“거기가 해변이었습니까?”
다시 강지혁의 얼굴이 보이자 몽주가 물었다.
조금 전 비친 홍시안이 비키니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모르겠고 상의는 비키니 상의에 얇은 씨스루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강지혁은 그곳이 스헤베닝엔(Scheveningen)라고 하는 네덜란드의 흔치 않은 멋진 해변이라고 하였다.
-여기 날씨가 그리 좋지 않다는데 오늘은 우리가 온다고 그래서 그런지 햇빛이 쨍쨍하더군요. 하하하.
아마 낮동안 해변을 즐기고, 밤에 해변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도란도란 노닥대고 있던 중인 모양이었다.
“부럽네요.”
-하하, 저도 오늘에야 시간이 났습니다. 어제까지는 질란트사와 열심히 입씨름했지요.
“어떻게, 이야기는 잘되었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 쪽 요구 사항을 대부분 관철시켰습니다. 그쪽에서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은 시험 제작을 통해 확인하기로 했으니, 문제없으면 모든 요구가 받아들여질 겁니다. 다만, 질란트사에서 다소 곤란한 요구를 해 왔습니다.”
“뭔데요?”
“나중에 완성된 설계에 대한 독점적 사용권을 원하더군요.”
“독점적 사용권요?”
질란트사의 요구는 대형 범선의 완성된 설계를 오직 질란트사만이 유일하게 다시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본디 질란트와 몽린 재단이 함께 만들 대형 범선은 재단쪽 설계 인원이 참여하여 공유하게 되어 있는데, 그 상업적인 이용만큼은 몽린 재단도 빼고, 오직 잘란트 사만 사용하길 바란다는 말이었다.
“꽤 괘씸한 요구네요. 근데, 그쪽에서 이런 이상한 범선을 상업적으로 쓸 만한 데가 있나보죠?”
“잘은 모르겠지만, 오리엔탈리즘이 아직도 통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전 세계가 지구촌이 된 지금도 동양 문화에 대한 신비감을 가진 서양인들은 존재하고 있었으니, 범선 매니아인 백인 부자들 중에서 동양적 외형의 범선, 그것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대형 범선에 구매 의욕을 가질만한 자들도 존재할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거부하셔도 됩니다.”
“음, 아뇨, 거부하는 대신 그걸 미끼로 차라리 설계비나 깎죠.”
“그럴까요? 근데, 정말 한국에서 범선 제조 회사 같은 거 차릴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미 처음 외국 선박 건조 회사와 접촉할 때부터 선박 건조를 위한 기술 습득이 목적이 아님을 밝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단지 취미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았다.
그래서 질란트사가 독점권을 요구한 것이고, 지금 강지혁이 묻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없어요. 한국에서 그런 회사가 유지될 수나 있나요?”
“꼭 한국만이 아니더라도……. 뭐,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어차피 몇 년 안에 통째로 변할 세상이다. 독점권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강지혁과의 통화는 조금 더 이어졌다.
순조롭게 질란트사와 대화가 된다면, 이번 달 안에 설계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지금 강지혁이 네덜란드로 가서 질란트사와 협상 중이지만, 사실 설계 자체는 이미 시작된 상태라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 * *
“엄청나군요.”
두신이 놀란 표정으로 감탄하였다.
잠에서 깨자마자 강지혁과 통화하고, 그날 오후에 재상과 두신을 호출하였다.
회의 날짜는 아니지만, 그들도 왜국과의 싸움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고 있을 터이니, 서둘러 회의를 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몽주는 두 사람에게 두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고, 두 사람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재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하였고, 두신은 틈틈이 노트하면서 경청하였다.
“근데 괜찮으십니까.”
문득 두신이 걱정스레 물었다.
“뭐가요? 아, 이 몸으로 전투를 한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정신적으로 피로하실 거 아닙니까.”
“영향이 아주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피로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에요. 게다가 처음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니, 사실 첫 천몽 때는 오히려 더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저 꿈이라 여겼기 때문인 듯한데, 반대로 말하자면, 이번 천몽은 꿈이 아님을 알기에 오히려 감정적, 정신적으로 조금이나마 영향이 남는 듯했다.
두신은 자기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꿈이 아님을 아는 이상, 그 안에서 전투를 경험하고, 사람을 죽이는 판단과 행동을 하는 것에 아무런 감정적 잔여물이 남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말이었다.
“근데, 그거야말로 첫 천몽의 덕이죠. 그때는 가능한 피하려고 했어도, 꽤 많은 살행을 해야 했고, 이번 천몽에서는 적어도 제 손으로 사람 죽이는 짓은 하지 않으니까요. 그럴 능력도 없긴 하지만요.”
그쯤에서 재상이 끼어들어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자, 쓸데가 없진 않겠지만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이야기는 그만하시고……. 음, 오우치씨가 다자이후(太宰府)를 포기한 게 확실한 거죠?”
“제가 요구한 것 중에 이와미 광산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게 그거였고, 오우치씨가 제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했으니, 당연히 풍전국에서 물러났겠죠. 아직 인부(印符)를 전해받은 건 아니지만, 외관대신이 대신 절차를 진행 중일 거예요.”
“와, 저는 솔직히 남규슈를 먹는 것보다 풍전국 다자이후를 오우치씨로부터 빼앗은 게 더 대단한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 거죠.”
몽주는 의기양양하게 말하였다.
그건 북규슈가 규슈의 핵심 지역으로 인구와 상업적인 면에서 큰 이익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풍전국의 다자이후는 규슈탄다이 존재의 근거지로서, 오우치씨가 풍전국에서 물러나 다자이후를 포기한다는 건 결국 규슈탄다이도 포기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외교적으로 현 규슈탄다이 오우치씨로 하여금 규슈탄다이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니, 오우치씨와 막부 간 연대의 상징을 없애 버린 것이었다.
그건 외교적으로 오우치씨를 고립시킨 것과 다름없었다.
“오우치씨도 그걸 모르진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몽주 씨의 요구에 응했다는 건 이번 기회에 권세를 크게 키워, 독자적으로 존립할 수 있다 여기기 때문이었겠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 너무 욕심을 부리면 크게 체할 수 있단 말이야.”
재상이 고개를 갸웃거린 것은, 오우치씨가 독자적으로 존립하고자 하면, 정말 많은 나라들을 이참에 정복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본래 4개의 율령국을 다스리던 오우치씨가 풍전국을 포기하기로 하였으니, 남은 건 율령국 3곳이고, 그에 비해 막부와 대척하면서 홀로 자립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주코쿠 지방 정도는 거의 다 석권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말이 주고쿠 지방이지, 그 안에 포함된 율령국은 오우치씨가 다스리는 나가토국과 스오국을 제외하더라도 10곳 가까이 되었다.
“그렇게 미친 목표는 세우지 않겠지요. 가능하지도 않을 테고, 교토 쪽으로 가까워질 수록 위험하다는 정도는 오우치씨도 잘 알테고요.”
“그럼 역시나 탐라국의 위세를 빌릴 생각이겠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어쩌실 겁니까?”
“글쎄요, 확실한 건 저도 오우치씨를 이용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탐라와 오우치씨가 연합한 것처럼 보이기만 하더라도, 막부로서는 악몽을 꾸는 셈일 테니까요.”
“실제로는요?”
재상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정말 오우치씨와 연합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오우치씨는 적어도 히로요가 가독으로 있는 이상은 믿을 수 없는 상대죠.”
“잘 아시네요. 다행입니다.”
사실 이 자리에서 몽주보다 오우치씨에 대해 잘 아는 이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녹둔도에 대한 소식은 아는 바 있습니까.”
“아쉽게도 지금 현 상태는 저도 전해 들은 게 없어요. 다만,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었다면, 연락선이 왔을 테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여기고 있죠.”
세 사람은 한참이나 왜국 상황과 녹둔도 및 북벌 상황에 대해 논의하였다.
왜국의 일이야 몽주가 직접 경험한 게 있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녹둔도 상황은 짐작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대만은 언제쯤 노크해 볼 수 있을까요?”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에 재상이 던진 물음이었다.
“대만섬은 사실 굉장히 탐이 나는 곳이잖아요. 왜국은 그들 나름의 문화와 역사가 있어 고려에 동화시키기 어렵고, 북방은 문화가 약하긴 하지만, 당대의 현실에서는 아직 척박한 곳일 수밖에 없어 개척이 느릴 테고요. 반면에 대만섬은 나라를 세운 역사조차 없는 곳이라 동화시키기에 유리한 데다 환경적으로도 꽤 괜찮은 곳이잖아요. 물론, 중국인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곤 하지만, 어차피 명나라의 치세가 닿은 곳은 아니니, 중국인들을 쫓아낼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테고요. 정복할 수만 있다면 동화시켜 고려의 영구적인 영토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고 봐요.”
실제로 실행하는 것에 비해 좀 쉽게 말한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몽주도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생각해 둔 건 있습니다.”
몽주가 그 생각한 것을 말하였다. 그건 현대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꽤 잔인한 방법일 수 있었지만, 사실 현대에서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사람이 덜 죽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재상과 두신의 반응은 좀 달랐다.
“제 생각에는 이게 그나마 사람이 덜 죽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고산족들과는 친구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고산족들과 충돌하여 그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겠죠.”
몽주의 말에 두신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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