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Tyrant's Resignation RAW novel - Chapter (360)
* * *
외관대신은 약속대로 인사 개편 전에 명국과 왜국의 변화된 사정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였다.
‘북해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왜인들의 정체는 정확하진 않지만, 호쿠리쿠도의 무사들로 추정되고, 그들이 북해도에서 한 일은 일부 지역에 대한 탐사 정도인 것으로 추측되었다.
또 명국에서 동야와 서창 간의 충돌은 희생자가 있긴 하나, 첫 충돌 이후에 재차 충돌한 일은 없었고, 태자든 연왕부든 모두 그 일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공론화되진 않았다.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이벤…… 흠흠, 사건들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일 중에 우연은 없는 법이지. 명국이든 왜국이든 우리가 계속 주시하고 있어야 할 필요는 분명해.”
“하면, 정보 수위를 높일까요?”
“아니, 그럴 건 없네. 두 일 모두 갑작스레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지금 수준에서 주시만 잘하고 있어도 조짐을 발견할 수는 있겠지.”
정보의 수위를 높인다는 건 더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인데, 이는 자연 더 고위층 인사와의 접촉을 전제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나라, 어느 세상도 마찬가지이듯 권력을 가진 자로부터 무엇을 얻는다는 건 그만큼의 대가를 필요로 한다.
그 대가라는 게 단지 금전적이라는 것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리 없겠지만, 정치외교적으로 얽힐 가능성만큼은 극도로 조심해야 할 것이었다.
차현유도 몽주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노라 답하였다.
“하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아, 잠깐.”
몽주는 돌아서려는 차 대신을 불렀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음, 며칠 후에 공개될 것이긴 하나, 자네에게는 미리 말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
“자네를 비서원으로 발령할 생각이네.”
“예? 진정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하면, 국공부인께서는 물러나시는 겁니까?”
깜짝 놀랐던 차현유는 이내 내심 반가운 기색으로 물었으니, 그가 비서원장이 되는 것이라 여긴 탓이었다.
“내 아내가 비서원장에서 물러나는 건 맞지만, 차기 비서원장은 자네가 아니라네. 자네는 비서원 소속 주무관이 될 걸세.”
“아…….”
표정을 숨기려 애쓰긴 했지만, 차현유의 얼굴에는 실망감을 넘어 당혹감이 서렸다.
주무관이라 하면 3급 관리의 호칭이니, 1급 관리인 대신직을 수행하던 차현유로서는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화가 난 겐가?”
“아, 아닙니다. 주군께서 임명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읍할 따름이니, 어찌 멸사봉공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몽주는 피식 실소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혹한 표정을 애써 숨기자, 그의 붉어진 안색이 더 선명해지고 있었으니, 그가 몹시 격동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차현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말투는 애써 공손한 것이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분명 항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저어, 지난 총무회의 때 듣기로, 대신청장급 관리들은 내직과 외직 간의 교차 임명을 원칙으로 하신다고 하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한데, 어째서 자네는 그대로 내직에 임하고, 그것도 대신이나, 청장이 아니라 일개 주무관으로 두려 하느냐, 그건가?”
“…….”
그렇다고 표정에 적혀 있었다.
“원래 원칙이라는 게 예외가 있는 법이지 않나. 많이 억울한 모양이군.”
“혹시 제가 전에 저질렀던 실수들에 대한 질책이신지요?”
“질책을 할 것이면 그때 바로 했겠지.”
몽주의 대답에 차현유는 한숨이 나왔다.
질책도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을 좌천…… 까지는 아니더라도, 강등시켜 망신을 주시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낙담하면서 다시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려는데, 주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자네를 비서원 주무관에 임하는 건 공식적인 인사일세.”
“……예?”
뭔 소린가 싶던 차현유는 주군의 말씀에 담긴 미묘함을 느끼곤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을 하였다.
“공식적으로는 주무관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새로 생길 관부의 지휘를 맡아 줘야겠네.”
“새로이 생기는 관부가 있었습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작금 탐라 조정에 이임에 관련된 하마평이 무성하였으니, 만약 새로 관부를 열 계획이 있었다면, 그 비슷한 소문이라도 있었을 텐데,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야 자네가 그 시작부터 책임져 줘야 하기 때문에 나를 제외하곤 누구도 알 수 없고, 당연히 소문도 없었겠지. 음, 이제는 나와 자네만 아는 이야기가 되겠군.”
“……!”
차현유의 표정이 일변하였다.
주군과 자신만이 아는 이야기면서 공식적으로는 비서원의 관리로서 수행해야 할 일.
뭔지 모르지만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몽주는 그쯤에서 차현유를 놀려먹는 걸 그만두고 진지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내가 전에 외관부의 업무에 크게 발전한 자네를 보며 다른 곳으로 보내기 아쉽다 하지 않았던가. 하여, 안 그래도 생각해 놓은 바가 있어, 자네를 그곳에서 쓰면 좋겠다 싶었지.”
“그곳이 어딥니까? 외관부의 일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몽주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의 국정을 살피고, 여타의 활동을 하는 곳이 필요하지 않겠나. 일단 가칭으로 익문대(益聞隊)라 정해 보았네. 물론, 공식적인 명칭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쓰일 일도 없을 걸세.”
“정체와 활동 모두 비밀로 취급한다는 것입니까?”
“맞네. 일단 외관부에서 정보 취득과 관련된 자들 중 핵심 인물을 간추리게. 그리고 그들은 공식적으로 다른 관부나 관외에서 일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자네 휘하에서 일하게 만들게. 물론, 외관부가 가지고 있던 정보 자원들 모두 익문대가 확보해야겠지.”
주군의 말씀을 들으면서, 차현유는 자신이 무슨 일을 책임지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면, 어사대와는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어사대는 고려 안, 익문대는 고려 밖에 치중하는 게지. 그리고 익문대가 훨씬 비밀스럽게 활동할 것이고.”
즉, 몽주는 어사대로 하여금 현대의 감사원 역할을 맡기고, 익문대로 하여금 현대의 국가정보원 역할을 수행하게 하되, 어사대는 방첩 경찰의 역할을 더하고, 익문대는 그 존재 자체를 비밀로 하는 것이 현대의 감사원 및 국정원과 다른 점이었다.
어사대 또한 구성원의 정체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지만, 익문대는 아예 어지간한 고관대신들도 그 이름조차 듣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차현유의 표정이 어느 순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강등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맡긴다는 사실에 기쁜 것도 잠시, 어설프게 해서는 안 될 일임을 자각한 탓이었다.
“할 수 있겠나? 아니, 이건 물을 게 아니지, 자네가 맡게.”
“제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까?”
“존재 자체도 비밀로 하려 하는데, 자네는 이미 그 존재를 아는 자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둘 중 하나뿐이지. 익문대를 위해 일하거나, 아니면 입이 봉해지거나…….”
몽주는 일부러 말을 줄이며 말투와 표정을 차갑게 하였다. 그러자 차현유가 움찔하며 당혹스러워하였다.
“적어도 내 밑에서, 탐라 조정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익문대를 맡게. 당장은 비서원 주무관에 불과한 터라, 체면이 안 설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익문대가 공개되는 날에는 자네의 이름이 내 이름 바로 아래에 있을 걸세.”
“아…….”
별거 아닌 말일 수도 있었지만, 차현유에게는 꽤 달콤한 말이었다.
물론, 익문대가 보다 공식적인 관부가 되는 날이 그의 생전에 올지는 알 수 없었다.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현유가 몽주의 채찍과 당근(?)을 통해 익문대를 맡기로 하자, 시간을 두고 익문대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익문대를 위장하는 방법과 그 소속 인원을 선별하는 것에 치중하게. 시간이 길어져도 상관없으니, 일고이고를 넘어 삼고사고를 하게.”
“알겠습니다.”
차현유가 돌아가니, 아마 그를 다시 마주하는 건 인사 개편이 끝나, 그가 비서원 주무관으로 임한 후일 것이라 여겼다.
하나, 예상과 달리 차현유는 다음 날 아직 외관대신의 신분인 채로 몽주를 찾아뵈었으니, 익문대의 일에 집중하고 있기에는 너무 대단한 일이 벌어진 탓이었다.
* * *
하루 만에 다시 만난 차현유와 익문대에 관해서는 아무런 말도 나눌 수 없었다.
“이걸 연왕부 측이 우리 관리에게 곧바로 전달했다는 건가?”
몽주가 먼저 물은 건,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서찰의 내용보다는 그 과정이었다.
하기야 그건 어찌 보면 서찰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몽주가 말한 관리란 연왕부에 상인으로 위장한 관원을 가리키는 것이니, 연왕부 측이 그 관리에게 곧바로 접근했다는 건 위장이 들통 났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정보원이 유출한 모양입니다.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요.”
“끄응…….”
암만 뒤를 봐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도 정보원이 배신을 ‘때리는’ 건 막기 어렵다.
특히 지금처럼 아직 제대로 된 대외정보기관이 없는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아무래도 유출한 정보원도 그것을 배신이라 여기지 않은 모양입니다.”
“뭐가 어쨌든 유출은 유출이고, 배신은 배신이지.”
몽주는 퉁명스레 대꾸하곤, 그 정보원과의 관계를 점차적으로 끊으라 명하였다.
물론, 서찰의 내용을 보면, 그 정보원이 배신이라 여기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은 일리가 있었다. 그 정보원이 보기에 연왕부와 고려가 더욱 가까워지는 일에 이바지했다 여겼을 만한 일이니까.
몽주는 다시 한 번 그 서찰을 훑었으니, 그 내용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결탁이군.”
“나쁘게 표현하자면, 그런 셈이지요.”
“지난번 동야와 서창의 충돌이 생각보다 연왕에게 훨씬 더 큰 경계심을 가지게 만든 모양이야.”
몽주도 연왕이 결코 그가 태자의 용서(?)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리라 판단하긴 했지만, 그에 대한 연왕의 불안과 경계는 몽주의 예상을 뛰어넘었던 것이다.
“……만약 장차 태자가 나를 치려 할 때, 고려가 나를 도울 것을 약조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아깝지 않을 것이오…….”
몽주는 연왕이 보낸 서찰의 핵심을 읊조리곤 외관대신을 향해 물었다.
“이거 내가 보기에는 내가 연왕을 돕는다고 약속해 주면 무슨 소원이라도 다 들어주겠다는 것 같은데, 자네도 그런가?”
“저도 그렇게 읽힙니다.”
“허어, 이 사람, 내가 뭘 요구할 줄 알고…….”
어이가 없을 정도로, 도저히 명나라의 황자이자 연왕부의 주인이 보낸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자세와 공손함이 느껴지는 서찰이었다.
“이걸 전해 준 자가 분명 도연 그 사람이랬지?”
“예. 도연 대사가 분명했답니다.”
“흠, 하면 어찌 봐도 역공작 같은 건 아닐 터인데 말이야.”
연왕의 핵심 측근인 도연이 아니라, 그 서찰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비록 공식적인 문권은 아니지만, 엄연히 연왕의 직인이 찍힌 그 서찰을 명나라 조정에 전달하면, 태자 이전에 주원장이 먼저 군대를 일으켜 모반의 혐의로 연왕부를 징치할 것이다.
“그만큼 연왕이 위급함을 느낀 탓이겠지요.”
“위급할 것까지야. 물론, 위기감이야 크겠지만…….”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급한 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적어도 홍무제 주원장이 보위에 있는 이상, 태자도 연왕을 함부로 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주원장이 장자인 태자를 가장 아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황자들에 대한 애정이 큰 것도 역사적인 사실이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백관의 반대를 물리치며 황자들을 일일이 왕으로 임하고, 영지를 주어 그들의 생활과 품위를 지켜 주고자 한 것만 봐도 그건 확실한 부분이고, 몽주로 인해 변한 이 세상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을 부분이었다.
연왕의 경우에만 국한해도, 연왕만큼 보위에 대한 소문이 많은 자가 만약 황자가 아닌 신료였다면, 이미 주원장의 손에 도륙이 되었을 것이다.
“모반을 준비하려면 급하다고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모반? 하긴, 연왕의 요청을 태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내게 모반을 도와 달라는 것이겠군.”
“만약 명 태자와 연왕이 충돌한다면, 태자가 보위에 오른 이후일 것이고, 이는 말씀드린 대로 명 황제에 대한 모반의 형국일 겁니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나, 연왕부가 아무리 크게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모든 명나라의 국력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렇지. 하면, 자네는 연왕의 요청을 거부하자는 쪽이겠군.”
말의 뉘앙스가 그러하여 몽주가 차현유의 의견을 물었는데, 의외로 외관대신은 잠시 멈칫하더니, 크게 호흡한 후 말문을 열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 하면, 연왕을 도와 그의 모반을 성공시키자는 말인 겐가? 그게 가능하리라 보고?”
그러자 외관대신이 고개를 저었다.
“모반을 성공시키는 게 아니라, 독립을 성공시키는 것을 도우면 됩니다.”
모반과 독립의 차이를 생각하면 외관대신이 의미하는 바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게 그 이야기 아닌가. 연왕부가 독립하려면 명나라의 공세를 꺾고, 적어도 무승부의 형국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말이 무승부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기 전에 명나라가 연왕의 독립을 허락할 리가 없었고, 전의를 상실케 하라면 단지 전술적인 승리를 쌓는 걸로는 부족할 것이다.
응천부를 점령하거나, 황제에게 직접 위협을 가하는 정도의 승세는 되어야 협상 테이블을 만들 테니까.
“물론, 명나라를 양분하는 형태라면 몹시 어려울 것이나, 만약 기회를 보아 삼분, 사분하여 독립할 수 있게 한다면, 조금은 더 쉬워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삼분, 사분? 명나라의 다른 왕부들도 독립시키자는 건 아닐 테고…….”
“어차피 같은 왕조에 속하는 왕부는 독립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럴만한 인물도 찾기 어렵고요. 하나, 한인 외 명나라에 속한 자들 중에는 명나라가 아닌 자기들의 족속으로 이뤄진 나라를 원하는 자도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남쪽 월인들의 나라를 독립시키고, 서쪽 옛 촉 지방이나 그 남쪽의 옛 대리국을 부활시키는 것.
만약 그 모든 독립과 봉기의 씨앗을 키울 수만 있다면 명나라 황실은 반란을 제압하기보다 황실을 지키는 쪽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영 가망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옛 대리국은 물론이거니와, 월인들의 독립 성향도 이미 확인했다.
촉 지방은 미확인된 곳이지만, 그곳이 명나라의 영토가 된 지 이제 겨우 10여 년이 지났을 뿐이니, 만약 야심 있고, 능력 있는 자를 구하여 그를 지원할 수 있다면 봉기를 일으키게 부추길 수도 있을 것이다.
몽주의 머릿속이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해졌다.
명나라를 분열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오래전부터 재상, 두신과도 계속 이야기하던 주제였다. 그리고 그럼에도 한 번도 제대로 결론을 내린 적이 없는 주제이기도 했다.
될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지금 차현유가 이야기한 내용 또한 그 이야기와 결국 통하는 이야기이며, 차현유의 방법론 또한 논의된 바였다.
실제로 점파국 등 남만의 제국들을 도와 그들의 힘을 키우기로 한 것도, 비록 명나라의 분열을 직접적으로 목적으로 한 일은 아니지만, 결국 명나라와의 충돌을 대비한 일이었다.
하나, 그럼에도 명나라의 분열과 그 분열을 위한 충돌에서 승리할 가능성에 마음까지 복잡해진 적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욕심이 생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몽주의 마음과 머릿속이 복잡해진 건, 그 이야기가 다름 아닌 고려 당대 외관대신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마 명나라 백성이 아닌 이들 중에 가장 많이 명나라를 드나들었을 차현유야말로, 어쩌면 당대에서 명나라를 분열시키는 일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시야로 논의할 수 있는 자일 것이다.
몽주는 한참 생각을 하다가 문득 비서원의 관리를 불러 물을 가져오게 하였다.
잠시 후, 가져온 물을 시원하게 들이켠 몽주는 머리마저 차갑게 식힌 채 다시 말문을 열었다.
“명나라로부터 여러 나라를 독립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독립된 나라들이 이어지는 건 더 어려운 일일 것이네. 만약 그 나라들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면, 아마 명나라에게 절로 흡수되고 말거나, 우리가 그 나라들을 억지로 세우느라 막대한 국력을 소모해야겠지. 하여, 단지 일반 백성들 사이에 독립의 성향이 높다고 해서 독립이 가능하리라고 여길 수는 없네. 독립을 이끌고, 새로운 나라를 다스릴 자가 확실해야 해.”
“그건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연왕부가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고, 무슨 조건이라도 들어줄 것처럼 굴어도, 그건 그가 명나라 황제가 되는 것을 전제로 제안한 것일 터, 그런 그에게 명나라의 황좌가 아닌 연왕부와 그 주변으로 이뤄진 작은 나라에 만족하라는 건 그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처럼 들릴 테고.”
“그 또한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는 당금 홍무제의 아들이야. 설령 그가 연왕으로서 독립한다고 해도 명나라에 대한 야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명나라도 그 어떤 다른 지역보다 연왕부를 복속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클 테니, 그 두 나라를 분열시킨다는 건 양 나라가 다시 충돌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그 와중에 우리는 우리의 몫도 챙겨야 한다네. 명나라와의 교역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면, 그 싸움은 자칫 남 좋은 일만 하고 우리만 망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어.”
“그렇지요. 여러 나라의 독립은 물론, 우리의 경제적인 소모와 피해를 충당할 이득을 반드시 취해야 할 것입니다.”
몽주는 말을 일단락하곤 차현유를 보며 미소를 띠다 말문을 열었다.
“내가 말한 걸 자네도 다 고려해 보았던 것 같군.”
“오래 생각할 만한 시간이 있었지 않습니까.”
벌써 몇 년 전인가, 당대에서도 명나라의 분열 가능성에 대해 몇몇 대신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계속 생각을 거듭해 왔다면 차현유의 말마따나 생각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럼에도 연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걸 검토해 보자?”
“예. 물론, 모반이 아닌 독립의 형태로 지원하는 걸 연왕이 받아들인다면 말입니다.”
“흐음…….”
물론, 그 자리에서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더 길게 고심해야 할 일이며, 외관대신이 아닌 다른 주요 인사들과도 논의해 볼일이었다.
그럼에도 몽주의 머릿속에는 명나라의 분열에 대한 구상이 절로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연왕으로 하여금 북경을 중심으로 서안과 회수를 경계로 하여 강북의 나라를 얻게 하고…… 월인들의 나라를 세워 강남의 남부를 다스리게 하고…… 대리국을 부활시키고, 촉 지방까지 독립시킨다면…… 그래서 명나라는 강남의 장강 유역에 불과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