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Tyrant's Resignation RAW novel - Chapter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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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국이 내부 사정(司正)으로 정신없어지기 직전, 연 태자에게 한 방 먹은 요동 사신단은 어느새 사천 지방에 닿아 있었다.
연나라와의 회담은 실상 결렬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렇다고 사신단에 연나라에 계속 목을 매고 있을 수는 없었고, 그 해결 또한 사신단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에 연나라에 사정을 담은 전갈을 보낸 뒤 곧장 양(凉)나라로 향했던 것이다.
양나라에서의 회담은, 아니, 회담이라기보다는 통보는 아주 편안한 것이었다.
연나라는 요동국을 능가하는 국력을 갖춘 나라인데 비해, 양나라는 비교가 무색한 나라에 불과하니, 오만한 마음을 품기도 전에 양나라 측이 먼저 굴신하는 모양새였던 것이다.
의식이 가물가물한 채 누워 있는 원수왕 나하추까지 접견하여, 상속제를 장자상속제로 바꾸는 발의에 대한 동의까지 얻기도 했으니, 어찌 보면 외국의 일개 사신이 내정까지 간섭한 셈이기도 했다.
하나, 누구도 그에 대해 반발하지 못했으니, 장자상속제의 발의에 찬성하거나 이득이 있는 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에 반대하거나 손해를 입는 자들까지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할지언정 입 밖으로는 항의 한 마디조차 내뱉지 못했다.
요동국공과 탐라국공이 양나라의 장자상속제를 지지하고, 양나라의 평안과 평화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국서까지 공개하자, 양나라의 내전 직전 분위기는 삽시간에 종결되었다.
물론, 그사이 양나라와의 산업적인 연대에 관한 논의까지 진행하였으니, 불과 열흘 만에 양나라 안에는 대놓고 친요동국의 파벌까지 형성될 정도, 심지어 그 파벌의 수장이 차기 양나라의 보위를 차지할 원수왕의 장자일 정도로 확실하게 요동국의 입지를 세울 수 있었다.
차기 보위를 확실하게 해 주고, 산업적인 연대의 내용 자체가 몹시 미미한 양나라의 산업 기반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인 만큼 친요동국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던 것이다.
그렇게 양나라에서의 볼일을 가뿐히 해결하여 연나라에서 받은 충격을 상쇄한 요동국 사신단은 발걸음도 가벼이 촉나라로 향했으니, 그곳 역시 양나라만큼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손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하였다.
물론, 그 예견 자체는 실제와 다르지 않았다.
도사 출신의 왕이 다스리는 터라 상당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촉왕은 현실에 굉장한 관심을 두고 정치하여 의외로 빠르게 나라를 안정시켰고, 산업에도 열의가 있었다.
촉왕이 그런 만큼, 산업적 연대에 대한 요동국의 제안에도 대단히 적극적이었으니, 협상 이틀 만에 요동국과의 정기 상행에 합의하고 교통로 확장에 합자하기로 하는 등 큰 성과를 내었다.
당연히 촉나라가 양나라의 영토를 노리던 짓은 애초에 없던 일처럼 변했으니, 애초에 양나라의 영토를 노리던 것도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목적이었던 만큼 그들도 군사적인 마찰을 감수하는 것보다 요동국과의 거래가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어, 마음의 부담을 크게 덜고, 마지막 행선지인 토번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토번의 사신단이 사천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볼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 보시오?”
“예, 요동국에서도 딱히 지금은 사신이 올 일이 없다고 하고, 우리가 곧 토번으로 갈 것이라 전갈을 넣은 때를 생각하면 시간상으로도 딱 맞습니다.”
김자디의 짐작에 이말국은 잠시 생각하는 양 하더니,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우리를 마중하려는 것이었으면 좋겠군.”
“……설마요.”
“아니라 한들, 우리가 지금 고민할 게 있겠소? 조만간 토번으로 갈 예정인데, 무슨 용건이든 어차피 맞닥뜨리는 건 매한가지지 않소?”
“그렇긴 합니다만…….”
듣고 보니, 맡는 말이긴 했지만, 김자디의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토번의 사신을 기다리는 건 직무유기처럼 느껴졌다.
물론, 고민한다고 해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북방의 제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높인다고 하지만, 토번은 요동국의 입장에서도 너무 먼 곳이었으니, 그저 촉나라를 통해 토번과도 교류를 유지하는 정도가 목표의 전부였다.
요동국도 그러한데, 토번에서 먼저 용건이 있을 게 무엇일까.
정말 그저 요동국의 사신단을 마중하기 위한 자들에 불과한 것일까 싶을 무렵에 토번의 사신단이 촉의 성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생각보다 아주 대규모의 사신단이었다.
* * *
그의 이름은 ‘할릴’이었고, 김자디의 눈에는 성년이 넘어도 한참 전에 넘었을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이제 고작 17살이었다.
그가 토번의 사신과 함께 온 또 다른 사신단을 이끌고 있다는 말이 처음에는 믿겨지지 않았지만, 다른 사실을 더 안 뒤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가 티무르의 손자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을 고려로 데려가 달라는 게요?”
“그렇습니다.”
“거부한다면?”
토번의 사신이자 통역인 자의 표정이 몹시 곤란해졌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었다.
토번이 총카파에 의해 일통된 건 아니었다. 서쪽에 총카파의 황모파에 대항하는 홍모파들이 따로 그들의 세력을 집결하여 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력의 서쪽에는 바로 티무르가 있었다.
티무르 왕조는 홍모파 세력에 대한 지원을 ‘인질’ 삼아 토번에게 고려로의 길을 열 것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자디의 표정이 일그러진 채 펴질 줄 몰랐다.
그저 고려에 티무르조의 사신을 데려가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또 하나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그 사신이 가진 목적이 고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것이었다.
“그대는 저들이 말하는 석상이 누군지 잘 알고 있지 않소?”
“저희도 저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습니다만, 도통 말을 듣지 않습니다.”
“…….”
그쯤에서 김자디는 고래 싸움에 낀 새우 같은 토번의 사신 대신 티무르의 사신이자, 손자인 할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알고 있다니, 간단하게 말하겠소. 석상은 절대 티무르로 데려갈 수 없소.”
김자디의 말이 토번의 사신을 통해 할릴에게 전해지자, 그자는 무덤덤한 시선으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석상을 위대한 정복자 앞에 데려가야 하오. 만약 거부한다면 고려 또한 불탈 것이오.”
“…….”
할릴의 말을 전해 들은 김자디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미쳤군.’
대체 고려까지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하는지 알고서 지껄이는 말인지 궁금했다.
더 무서운(?) 건, 할릴의 말투나 표정에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정말 고려를 불태워 버릴 수도 있다 믿는 게 분명했다.
“대체 왜 데려가려는 지 이유나 압시다.”
김자디의 말투도 퉁명스러워졌다.
“우리 황도는 세상의 중심. 세상의 진귀한 모든 것이 모이는 곳이오. 석상도 그곳에 가면 크게 환대받을 것이니 후에 오히려 고마워할 것이오.”
뭔가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김자디는 대략 상황이 짐작할 수 있었다.
석상의 기물들이 티무르까지 흘러들어 갔고, 그 기물들을 생산하는 석상에 대한 소문도 함께 들어갔을 것이니, 정복자 티무르가 ‘산채로 잡아 와라’라고 명한 게 분명했다.
티무르는 석상을 일개 상인이나, 공인쯤으로 생각하고 그런 명을 내렸을 것이다.
그 명이 철회되지 않는 이상, 할릴은 석상이 누구든 반드시 데려가야 하는 입장일 테고.
김자디는 상황 파악을 마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티무르의 사신을 고려로 데려갈 수 없었다.
석상의 정체인 탐라공은 고려의 중추이니, 그를 티무르 앞에 바치는 것은 두말할 것 없고, 그런 헛소리를 들려주는 것조차도…….
“데려가는 거야 뭐가 어렵겠소.”
“……?!”
조용히 앉아서 차만 홀짝거리던 정사 이말국이 갑자기 뱉은 말에 김자디가 더 놀랐다.
“어찌 그리 가벼이……!”
김자디가 서둘러 정사의 발언을 취소하려 했지만, 이미 토번의 사신이 할릴에게 정사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아무리 실무를 김자디가 처리한다고 해도, 정사는 정사인 바, 그가 결정한 이상 요동국 사신단 전체의 결정이 되었다.
기가 막힌 중에 할릴은 무덤덤한 표정 대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돌아갈 일시를 전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다.
“대체 어쩌자고 논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겝니까?”
허탈한 마음 끝에 솟는 분기에 김자디는 이말국을 향해 항의하였으니, 그 말투가 몹시 거칠었다.
“허허, 어찌 그리 화를 내는 겐가? 사신을 데려가는 게 무엇이 그리 어렵다고…….”
“데려가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그들의 목적이 참으로 참람하지 않습니까?”
“……참람?”
한 박자 늦게 되묻는 이말국의 표정은 이제껏 사람 좋은 웃음만 짓던 그와 달리 은근히 쌀쌀맞았다.
“이보게, 부사.”
“…….”
“좀 착각을 하고 있군. 고려는 하나의 나라가 아닐세. 요동국은 엄연히 탐라국과 달라. 만약 저들이 고려왕이나 우리 주군을 데려간다고 말하였다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절대 거부했을 것일세. 하나, 탐라국은 아니야. 저들의 용무가 결국 탐라국에 있다면,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세. 하면, 굳이 여기서 우리가 저들을 막아 괜한 분란을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하나, 탐라공은…….”
“자네가 탐라공을 존경하는 건 알겠네. 나도 마찬가지지. 하나, 사심을 공무에 끌어들이지 말게. 자네나 나나 요동국의 신하야. 그걸 잊지 말게.”
“…….”
요동국의 사신단은 토번에 들어가는 대신, 사천에서 토번의 사신에게 용건을 전달하고 답신을 받기로 하고, 티무르의 사신단과 함께 귀환하게 되었다.
티무르의 사신단은 그 규모가 대단히 컸으니, 말과 낙타의 수만 2백 마리에 이르렀다.
덕분에 지나가는 모든 곳에서 신기한 구경거리를 선사하였고, 이는 동쪽으로 갈수록 더하였다.
* * *
“생각할수록 아까워.”
“뭐? 아, 그 중함선?”
“어쩌면 우리가 만든 마지막 목조 범선이었을 수도 있어.”
“에이, 설마 마지막이었을라고?”
선소의 공인 박장공희는 동료 팔조산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설마가 아니지. 생각해 보게. 지금 짓고 있는 저 목철선이 성공한다면, 과연 순수한 목조선을 누가 만들겠나?”
“더 비싸잖아?”
“지금이야 비싸지만, 나중에는 별로 비싸지도 않을 걸세. 처음 중함선의 건조 비용과 요즘 건조 비용을 생각해 보게. 거의 절반일세, 절반. 목철선도 비슷하게 건조비용이 줄어든다면, 목철선이나 목조선이나 건조 비용이 그게 그거일 게야.”
“아닐걸? 무엇보다 그 고무라는 게 어디 흔한가? 탐라공 저하께서 저 머나먼 남양에서 가져오신 게 사실상 전부인데, 그걸 거의 전부 목철선에 써도 대여섯 척이 전부일 걸세. 또, 수리를 위해 남겨 둬야 하는 것도 있으니, 지금 저거 빼고 한두 척 정도 더 만들면 더는 만들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걸세.”
“아냐, 탐라공께서 어디 그렇게 허술하신 분이신가. 고무를 쓰겠노라 마음을 잡으셨다면, 그 고무도 크게 생산하실 계획이 있으실 게야.”
나무와 철을 맞대는 부분에 들어갈 뱃밥으로 고무 외에는 대체할 게 없었으니, 목철선의 양산 가능성을 두고 고무의 생산에 대해 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흠, 정말 고무를 많이 구할 수 있고, 건조 비용도 비슷하다면, 확실히 목철선이 대세겠지. 더 크고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으니.”
“그래서 그 중함선을 만들면서 우리도 꽤 공을 들이지 않았었나. 뭐든 최고의 품질을 가진 자재를 써서 정성을 다해 만들면서, 장차 몇 년간은 우리 탐라수군 전체의 기함이자, 탐라공 저하를 위한 마지막 목조선이 되리라 여겼지. 한데, 그 배가 뜬금없이 고려왕의 것이 되니, 아까운 마음이 절로 들더군.”
“뭐, 딴 나라에 넘어간 것도 아니고, 저하께서 고려왕에게 준다는데 그러려니 해야지.”
이후, 두 공인 사이에 말이 줄었고, 두 사람의 시선이 거대한 선거 구조물 안에 뼈대를 갖추기 시작한 목철선을 훑고 있었다.
중함선까지만 해도 고랫등같이 큰 배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들의 시야에 다 담지도 못할 이 배는 더는 고래 따위에 비교될 규모가 아니었다.
길이가 109미에 좌우폭이 26미에 달하는 배는 용골과 늑골을 비롯하여 많은 부분이 강철과 철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이미 10미 길이의 작은 범선을 시험 제작하여 그 유용성을 확인하였고, 뱃밥으로서 고무의 진가도 확신한 상태였기에, 그 거대한 목철선의 건조에 홍로 선소가 모든 힘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선소의 공인들 사이에서 그 배는 태함(太艦)이라 불리고 있었으니, 태함이라는 미칭(美稱)이 결코 아깝지 않은 모습이었다.
* * *
왕도에 석공들이 잔뜩 모인 건, 이미 몇 달 전부터였다.
그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을 깎고 글과 숫자를 새겼으니, 왕도 곳곳에 세워질 석판들이었다.
석공들 중에 뛰어난 자들은 따로 왕성 안에서 작업을 했으니, 하는 일 자체는 다른 석공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다루는 돌이 대리석인 것이 다를 뿐이었다.
“멋지군요.”
두툼한 모직물로 몸을 칭칭 감은 몽주는 왕성 조정의 한편에 있는 건설 현장 앞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높이 2미, 폭 1미짜리 석판 12개가 12방으로 원을 그리며 세워져 있었고, 그 위로 넓고 둥근 지붕이 하늘을 막고 있었다.
석판들마다 몇 개의 한자와 한글을 제외하고 모두 숫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일월이 정북 방향, 사월이 정동, 칠월이 정남, 그리고 시월이 정서 방향입니다.”
세자는 곱게 다듬어진 석판을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세력이 새겨진 그 12방의 석판들은 이제 고려가 독자적인 역법을 쓴다는 증거와 같았고, 동시에 고려가 칭제한다는 상징과 같았다.
“태왕께서도 요즘 은근히 기분이 좋으십니다. 이제야 실감이 나시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연나라 거동으로 그 자리가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자리가 아님을 확인하셨고요.”
“하하.”
내용이 무엇이든 허수아비라는 말 자체를 다른 자가 꺼냈다면 세자의 얼굴이 굳어졌을 테지만, 탐라공은 예외였다.
정말로 고려왕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는 자가 허수아비가 아니라 함은 오히려 반갑고 기꺼운 일이었다.
“한데, 태왕이라는 칭호가 마음에 드십니까?”
문득 몽주가 말을 꺼내니, 장차 고려 황제의 칭호에 대한 것이었다.
왕도의 신하들이 논의하여 정한 것인데, 처음 몽주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칭호였다.
“예, 옛 고려에 뿌리를 둔 만큼 더 좋은 칭호를 구할 수는 없지요.”
확실히 태왕이라는 단어에 대한 감상에 있어, 당대인과 현대인은 다른 모양이었다.
현대인으로서 몽주에게 태왕은 그저 왕이나 대왕의 미칭에 불과했다.
그저 듣기 좋으라고 조금 꾸며 부르는 칭호에 불과하다 여겼다는 말이다.
한데, 당대인들은 태왕이라는 칭호를 중국의 천자에 비견하는 위치를 가진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태왕(太王)을 왕중왕(王中王)의 의미로 삼아, 황제로서의 함의를 부여한 것이었다.
게다가 세자가 언급했듯 옛 고려의 전성기에 쓰였던 칭호이기도 했고, 근래에 밝혀져 그 위업 또한 널리 알려진 호태왕 또한 태왕이라는 칭호를 쓴 만큼 더욱 ‘족보’있는 칭호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현대인으로서 몽주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태왕이라는 칭호가 호태왕, 즉 광개토대왕의 전유물 같은 호칭에 가까웠지만, 당대에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그 티무르인지, 테무르인지 하는 자의 사신은 어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십이방 세력비(十二方 世曆碑)를 떠나 나란히 발걸음을 옮기던 중에 세자가 몹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쯤 요동국을 떠나 왕도로 오고 있을 티무르의 사신에 대한 소식은 이미 왕도에 닿아 있었다.
“글쎄요, 일단 이야기는 들어 봐야겠지요.”
“설마하니……?”
“하하, 설마는 설마지요. 다만, 궁금하긴 합니다, 티무르 왕조는 지금 어떤 지경일지.”
“…….”
세자는 탐라공의 말투가 마치 티무르조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느껴져 의아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였다.
탐라공의 지식이 하해와 같아 누구도 그 끝을 모르니, 정말 티무르조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여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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