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Tyrant's Resignation RAW novel - Chapter (435)
명나라와의 전쟁 이후, 탐라군의 체제에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굳이 변한 것을 꼽자면, 공병단(工兵團)의 출범인데, 탐라 육군에서는 분명한 변화였지만, 탐라 수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즉, 육군에 규모 있는 공병단을 갖추고 공병단이 빠른 시일 안에 활약하기 시작한 것에 비해, 수군에선 일단 공병단의 규모가 작았고, 공병단의 역할도 제한적이었다.
육군과 수군의 평시 규모 차이를 생각하면 수군의 공병단이 더 커야 마땅할 듯싶지만, 공병단의 필요에 의해 자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육군은 군기지 및 요새의 건설, 진입로와 행정 도로의 연결 등의 일을 독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반면, 수군은 군기지의 경우 모두 육군 기지와 함께 있기 마련이기에 육군 공병단에게 의존할 수 있고, 군항 또한 일반 포구에 속해 있기에 민간 건설의 주도하에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여, 육군 공병단은 일찌감치 공병‘군’단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규모를 갖추었으니, 실제로 평시에는 근위군단을 제외한 나머지 군단보다 더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반면, 수군 공병단은 육군 공병단과 체계는 비슷하되, 휘하 병력은 별로 없이 주로 고문단(顧問團)의 역할로서 군기지 및 포구 건설에서 수군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렇게 육군과 수군 내 공병단의 입지가 다른 만큼 똑같이 대령의 직급에 있는 각 공병단장의 힘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육군 내 공병단장은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장군이 되는 게 당연할 정도로 중시되는 것에 비해, 수군 내 공병단장은 그저 여러 장령급 직책 중 하나일 뿐이며, 오히려 기피되는 직책에 가까웠다.
“저하께서 찾으십니다.”
현 수군 공병단장 박자청은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향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다 비서원 관리가 자신을 직시하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는 그다음에는 근처에 있던 육군 공병단 부단장을 바라보았다.
그건 의례히 그도 같이 갈 것이라 여긴 탓이었다.
“저하께서 수군 공병단장을 찾으십니다.”
그제야 탐라공께서 자신만 찾으신 걸 깨달은 박 단장이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던가.’
탐라공을 찾아가는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러했으니, 아무리 고민해도 자신만 따로 찾으실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그가 전에 잘못을 저질러 군옥에 1개월간 갇혔고, 1계급 강등된 적이 있는 이였기에 지레 겁먹은 면이기도 하였다.
“저하, 찾으셨습니까.”
군영에 입시하여 군례를 차리자, 탐라공이 그에게 손짓하여 가까이 오게 하였다.
탐라공은 큰 탁자 앞에 반쯤 펼쳐진 커다란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리 와서 이걸 보게.”
“예, 저하.”
박 단장이 다가가 탁자 위의 지도를 보니, 한눈에 봐도 태마식의 전도임에 틀림없었다.
다만, 잠시 살펴보니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 바다를 메워 쓰실 생각이십니까.”
“잘 보았네. 어떤가. 내 생전에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태마식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말하긴 했어도, 박 단장은 다소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지도 위의 태마식은 남부 해안 전체가 포구로 쓰이고 있었으니, 자잘한 해안을 생략하고, 크게 따져 보아도 무려 5, 60길미에 이르는 그 해안 전체를 포구로 만드는 건 그가 보기에 과해도 너무 과한 계획이었다.
게다가 지도 속 태마식의 남부 포구의 거의 대부분이 지금은 바다에 불과했으니, 그 넓은 바다를 메우는 것부터가 망상처럼 느껴졌다.
“후후, 영광으로 알게. 이 지도를 만든 자들을 제외하고 이 지도를 본 자는 채 다섯에 불과하니까. 자네를 포함해서 말이야.”
그 대화가 태마식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대신급 외에는 그가 처음으로 그 지도를 봤다는 의미였다.
“감개무량…….”
“……할 건 없네. 다 자네를 고생시킬 생각으로 보여 준 거니까.”
“…….”
“이 지도를 보니 무슨 생각이 드나?”
박자청은 잠시 당황했다. 솔직한 대답을 하다가 혹여 탐라공의 심기를 거슬릴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큽니다.”
“그렇지. 아주 크지. 그리고?”
“……너무 큽니다.”
“하하하.”
달리 말할 생각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솔직한 소감을 살짝 묻힌 답을 하자, 탐라공이 파안대소하였다.
“하하, 하기야 지금은 너무 크다는 게 맞는 말이지. 하나, 백 년만 지나도 이 지도가 허상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될 걸세.”
“예…….”
“근데, 자네가 말한 생각은 너무 평범한 듯하군. 자네의 위치를 고려하면 달리 드는 생각이 있어야 할 듯한데 말이야.”
박자청은 그 물음 같지 않은 물음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임을 깨닫고는 머릿속에서 비상종을 치며 서둘러 답을 골몰했다.
‘내 위치?’
어려운 건 아니었다. 탐라수군의 장교로서 대령의 계급을 가지고 있고, 수군 공병단의 수장인 것이 그의 위치였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다시 지도를 보자, 이내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곳에는 강대한 수군이 주둔해야 합니다.”
“그렇지.”
정답이라고 대꾸하는 탐라공의 시선에 추가적인 답을 원하는 심기도 섞여 있었다.
박자청은 이맛살을 조금 찌푸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면, 군용 부두도 많아야 합니다.”
“옳거니, 바로 그게 자네의 위치에서 떠올려야 할 답이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탐라공은 손가락으로 지도의 한 곳을 짚었으니,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태마식의 포구였다.
“여기에 탐라수군이 쓸 포구를 지을 걸세.”
“예, 알고 있습니다.”
“아니, 잘 보게. 여기라고, 여기.”
“…….”
그제야 박 단장은 탐라공이 짚은 곳이 포구에서 살짝 벗어난 좌측임을 알 수 있었다.
“포구를 확대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지, 지금 짓고 있는 포구는 그냥 두고, 여기에 수군 전용 포구를 따로 짓는다는 게지. 물론, 사실상 거의 연결될 테니 확대하는 것으로 봐도 크게 다를 건 없겠지.”
뭔가 오른쪽 엉덩이, 우측 볼기 같은 말이었다.
“무슨 말씀이…… 아…….”
박 단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탐라공을 바라보았다.
“혹시 저더러 포구를 지으라 명하시는 겁니까?”
“맞네. 수군 공병단도 이제 제 역할을 해야지.”
탐라공은 말을 하며, 반쯤 펼쳐져 있던 지도를 마저 밀어 펄쳤다.
큰 탁자를 다 가릴 정도로 큰 지도에서 새롭게 펼쳐진 부분을 본 박 단장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새롭게 펼쳐진 지도에는 태마식 앞, 순해 한복판에 놓인 여러 섬들이 있었다.
그리고 몇 개인지 셀 수 없는, 아마 지도에 담긴 섬이 전부가 아닐 것이 분명한 다도해의 섬들 중 태마식과 비슷하거나 더 큰 섬들이 몇몇 존재하였다.
그중 박 단장의 시선이 꽂힌 곳은 큰 섬들 중에 태마식과 가장 가까운, 대략 15길미 떨어진 파당(巴幢)섬이었다.
그곳의 북부에 태마식의 남부처럼 장차 개발을 위한 계획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파당섬에 장차 태마식과 순해를 보호할 수군 기지를 세우고자 하네. 물론, 성급하게 굴 생각은 없네. 하여, 일단 앞서 내가 짚은 곳을 수군 전용의 포구로 쓰면서, 장차 태마식의 성장을 가늠하여 파당섬을 군사 기지로 삼고자 하는 게지.”
“네…….”
“하나, 그렇다고 태마식의 성장을 보고 난 뒤에 계획하는 건 늦을 것이라 보네. 일반 포구보다도 더 사전에 준비가 필요한 것이 수군의 포구이니,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자네가 이 일을 맡아 줘야겠네. 자네에겐 일생일대의 최고이자 최후의 대업이고, 탐라국의 백년지계라 생각하고 말이야. 내 생각에 자네와 수군 공병단이라면 이미 충분히 대비가 되었다 보네. 그렇지 않나?”
“……!”
박자청은 문득 전신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탐라공의 말마따나 수군 공병단은 하는 일에 비해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었다.
놀고먹어서 좋다고 농을 주고받는 곳이 수군 공병단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유유자적하진 않았다.
특히 포구의 건설에 있어, 실질적으로 관련 회사들이 알아서 진행하고, 공병단이 딱히 개입할 여지도 없었지만, 그래도 공병단은 탐라공께 군항에 관한 자세한 장계를 올려야 했으니, 그 과정에 절로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수군 공병단이 창설되면서부터 단장이었던 박자청은 그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던 그 많은 보고와 점검들이 어쩌면 탐라공께서 수군 공병단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안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가장 최근에 상해 포구의 설계에 있어서도, 탐라공은 공병단으로 하여금 처음부터 참여하게 하였다.
아무리 포구는 탐라의 것이라 해도 엄연히 명나라의 영토에 세우는 것이기에 수군을 위한 포구를 마련하는 것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고, 굳이 공병단을 보낼 필요까진 없었음에도 탐라공은 기어이 수군 공병단을 외관부 관리로 위장까지 하여 파견했다.
덕분에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포구를 건설할 때와 대규모 포구를 지을 때의 차이점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 태마식과 파당의 수군 기지의 건설은 곧 수군 공병단이 제 역할을 되찾는 계기이자, 수군 공병함대 사령부로 발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일세.”
“공병함대라 하셨습니까.”
“이름이 낯설겠지만, 내 구상은 그러하네. 수군 포구의 건설과 같은 업무는 물론, 함선의 구난이나 신입 수병들의 적응 훈련처럼 눈에 띄진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함대가 될 걸세.”
몽주의 눈에 박자청의 안색이 환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이자라면 내가 바라는 바를 이해하고 잘 수행하겠지.’
박자청은 유명하진 않지만, 역사에 족적을 뚜렷이 남긴 자였다.
경상도 연해 황가의 하인 출신이었음에도 방량과 함께, 당대 황씨 가주의 처가에 입적하여 성씨까지 얻은 그는 이후 낭장부터 시작하여 공조판서에까지 올랐고, 한양 도성을 수축하고, 청계천을 조성하였으며, 성균관 문묘의 건설도 이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덕궁과 경회루의 건축을 담당한 것이 바로 그였으니, 건설에 재능이 있음은 물론, 그 성미 또한 몹시 꼼꼼하여 대규모 업무를 맡기기에 아주 적합한 자였다.
다만, 성정이 각박하고 인정이 부족하다는 평이 남아 있었는데, 천몽 속에서도 그런 다소 경향을 볼 수 있었다.
하여, 몽주는 그가 하급 장교들에게 과한 처벌을 내린 것을 빌미로 삼아 그에게 옥살이와 계급 강등의 시련을 내려 그의 성미를 죽이고자 하였으니, 지금에 이르러서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을 얻고 있었다.
그런 만큼 몽주는 박자청이 수군 공병단이 본격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나아가 수군 공병함대로 발전하는 데에 시금석이 되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소장, 반드시 저하의 뜻을 이룰 것입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지켜보도록 하지.”
몽주는 박 단장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 * *
탐라상단.
탐라공이 상단주로 있고, 탐라국 경제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초대형 상단.
처음 창설된 이래, 끝없이 성장하고 확장하기만 한 탐라상단의 연혁에 있어, 갈등이나 정체와 같은 말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하나, 성장하는 모든 것들은 성장통이라는 걸 겪기 마련이니, 탐라 상단의 성장통은 너무 과대해진 회사를 분할하는 데 있었다.
산업을 키우는 일에 열중하다 보면, 담당하는 분야가 너무 방대한 회사가 나오기 마련이고, 그 회사는 필연적으로 과대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회사들은 마치 걸신처럼 더 많은 돈과 힘을 욕망하였으니, 어느 순간에는 고신걸도 함부로 다루기 어렵게 되곤 하였다.
상단주의 허락을 얻어 인사권을 휘두르면 그만이라고 간단히 생각하기에는, 최소 수천이 넘는 소속 직원들의 사기와 단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회사가 내류회사였다.
일단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서 정식 직원만 2만 명을 넘겼고, 이래저래 얽힌 자들까지 생각하면 어지간한 상시급 고을 이상의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었다.
또, 사장인 부달백원은 사실상 개국공신급 인물로 고신걸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자였고, 무엇보다 내류회사의 직원들 중 상당수이자, 중간 간부 이상의 직원들 거의 모두가 과거 보부상 출신으로서 그 단결력이 실로 엄청났다.
사실 내류회사가 그만큼이나 커지기 전에 이미 분할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했는데, 명나라와의 전운이 감돌며 국력의 효율적인 집결이 우선시되는 상황 속에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리고 이후 전후 경제 상황의 수습과 빠른 성장을 지탱하려다 보니, 시기를 놓치고 만 것이다.
“저희 때문에 너무 일을 크게 벌이신 건 아닙니까?”
찻잔을 들어 카화 향내를 음미하던 고신걸은 그 말에 실소를 지었다.
“그리 생각하신다면, 미리 협조를 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고신걸의 책망 어린 대꾸에, 이번에는 부백달원이 쓴웃음을 띠었다.
“저도 좀 무서워서 말이지요. 보부상 출신들이 가진 자존심이랄까, 하여튼 그 뭔가를 건드리면 저도 수습이 어려우니까요.”
“그러니까 이리할 수밖에 없는 게지요. 뭐, 이래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하하하. 그래도 명분이 있으니, 반발은 적지 않습니까. 그것만 해도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 공히 담겨 있는 소재는, 탐라공의 이름으로 떨어진 탐라상단 개편령이었다.
즉, 탐라상단에 소속된 회사들의 편제를 전체적으로 바꾸게 되었으니, 회사들 간의 합병도 있으나, 기본적인 방향은 분할에 있었다.
너무 방대한 영역을 담당하는 회사를 쪼개어,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회사들로 체질을 바꾼다는 것이 명분인데, 그 와중에 너무 비대해져 다루기 어려워진 회사들을 분할하여 그 힘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당연히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일이고, 탐라상단의 총지휘하는 탐라상회에게는 재난과 같은 업무량이 쏟아질 일이었지만, 적어도 특정 회사만 분할하려 할 때의 반발 같은 건 확실히 없었다.
“근데 그래도 내류회사, 아니 물류회사에는 여전히 1만에 가까운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주요 직책은 여전히 보부상 출신들이지요. 괜찮겠습니까?”
“그 정도는 이제 감당할 만하다 봅니다. 사실 문제는 주로 건설 쪽이었으니까요.”
“하기야…….”
내류회사의 비대함이 초래한 문제들은 주로 건설 과정에 발생하는 증루나 부정이었다.
과거 도로 건설까지 담당하면서 자연히 건설 산업까지 담당하게 된 내류회사는 보부상 출신들이 알음알음 자기 사람들을 건설 쪽으로 끌어들여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는 온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보부상 출신들을 건설 분야로부터 떼어 내고, 과거 그들이 하던 일(?)에 국한하게 하면 부정의 규모도 작아지고 적발하기도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고신걸이 기대하는 바였다.
“한데, 건설 부분을 진정 수군에 넘길 것입니까. 수군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저도 잘 모르지만, 주군께서 그리 명하셨으니, 쓰실 곳이 있을 것입니다. 일단 모든 직원들을 군원으로 바꾸고 있으니, 이미 확정된 것이지요.”
군원(軍員)은 쉽게 말해서 ‘군무원’이었다.
군인은 아니지만, 군을 위해 일하는 자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다만 군무원과 달리 관리라는 개념보다는 사원이라는 개념에 가까웠다.
즉, 군대라는 회사의 사원인 것이다.
개편령과 관련된 두 사람의 대화는 한동안 더 이어졌다.
다만, 두 사람의 말투에는 공히 어느 정도 여유가 묻어 있었으니, 모두 은퇴가 멀지 않다 여긴 탓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대화의 소재가 좀 더 자유롭게 흘러다녔으니, 부달백원이 문득 생각이 난 양 꺼낸 이야기도 그런 흐름 덕이었다.
“그자를 지원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직 생각 중입니다. 한데, 그자가 주군과도 인연이 있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아, 그렇지요. 명나라와의 전쟁에서 일등 훈장을 받은 자이기도 하지요?”
“예, 여러모로 사람 자체는 믿을 만합니다. 그저 그자가 하고자 하는 일이…….”
“가늠이 되질 않지요?”
“그렇습니다. 발견이라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발견한다고 해서 거기에 이득이 있을지 알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자의 이름이 무어라 하였지요? 파씨 성을 가졌던 것 같은데…….”
“파감태라 합니다.”
탐라순보와 사롱순보에 탐험대에 지원할 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냄과 동시에, 당당히 탐라상회를 찾아와 지원을 요청한 자의 이름이 파감태였다.
“저하께서 지도까지 내주었음에도 유구국이 해망군도를 찾는 데 일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더 큰 망망대해에서 어찌 땅을 찾겠다는 건지…….”
“하하, 그래도 저하께서 대해의 남부에 수많은 섬들이 있다 하셨으니, 뭐라도 찾지 않겠습니까?”
“하면, 부백 사장께서는 그자를 지원하자는……?”
“험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곤란한 문제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기색이 역력한 부백 사장의 반응에 고 상회장의 표정이 샐쭉해졌다.
“에고, 이럴 때 하필 저하께서 먼 남양에 가 계시니, 이런 일로 서찰을 보내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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