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Tyrant's Resignation RAW novel - Chapter (464)
“뉴질랜드요? 와우, 빨리 발견했네요. 바로 옆이라고 해도 실제 거리로는 상당할 텐데.”
“뉴질랜드야 뭐, 조만간 발견하리라 봤잖아. 그 감태라는 양반이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닌다고 했으니.”
재상이 놀라워하는 것에 비해 두신은 대수롭지 않아 하였다.
“눈에 불 켠다고 모든 일이 잘 되진 않지. 오히려 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그럴 수도…… 한데,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발견했을걸.”
회의실에서 재상과 두신이 몽주가 작성한 보고서를 훑어보며 상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간단한 비평과 소감을 주고받고 있었다.
벌써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매주 해 온 작업이었다.
“아냐, 내가 보기에 감태 이 사람이니까 가능했다고 봐. 이 항로들을 봐 봐. 이 사람은 삐죽삐죽 완전 직진이야. 다른 탐험가들이 두루두루 살피는 것에 비해 이 사람은 보폭이 아주 커. 마치 자기가 가는 길 앞에 반드시 땅이 나올 것이라 확신하는 것처럼 말이지.”
재상이 말과 함께 고개를 살짝 돌려 몽주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간의 대화에서 한발 떨어진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몽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재상의 시선에 혹시 감태에게 지리적인 정보를 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들어 있음을 알고 반응한 것이었다.
확실히 또 다른 대륙의 가능성을 슬쩍 언급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근래 감태의 과감한 탐험과 도전은 그것과는 무관했으니, 그가 가진 감각과 운, 그리고 그 이전에 원주민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무시하지 않고 그를 바탕으로 탐험을 계획하는 철저함 덕이었다.
물론, 항해 지도와 항로 개척에 큰 보상을 내리는 탐라국의 정책도 보다 많은 탐험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기반이기도 했다.
“아, 근데 왜국이 캄차카 반도에 닿았었나 보네.”
“응, 그런 모양이네. 뭣 하러 거길 갔지?”
“혹시 베링해 넘으려고?”
“에이, 설마…….”
재상과 두신이 동시에 몽주를 쳐다 보니,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아마 모피 찾다가 우연히 닿은 거겠죠. 예전에 왜국의 모피 수요가 갑자기 확 준 적이 있었거든요.”
“그 우연이 베링해 너머의 신대륙에 대한 정보도 얻는 우연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두신의 이어진 대답에 몽주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쎄요.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일 테니, 그 조사 보고를 받게 되면 알 수 있겠죠.”
탐험 장려 정책은 비단 남양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북방에서 탐험에 나선 자들도 있었다.
나라에 의해 진행되는 연해주 및 흑대도 개척 사업이 확장 대신 내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이에 나라를 대신하여 북방의 해역과 내륙을 탐험하는 자들은 그곳의 원주민들과 조우하였다.
그러다가 현대의 캄차카 반도에 외딴 자들이 바다로부터 등장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자들이 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정에 보고하였다.
그 사실은 어쩌면 민감한 외교적인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으니, 왜국의 영토를 북해도 이남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탐라국의 기본적인 대왜국 외교 정책이기 때문이었다.
한데, 다행히도 왜국이 곧바로 캄차카 반도에서 물러나는 움직임을 보여 양국 간에 외교 문제로 발화할 가능성은 사라진 모양이었다.
“저도 이젠 뒷방 늙은이라 자세한 건 잘 모르겠어요.”
뒷방 늙은이라고 폄하하기에는 아직도 상왕으로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하려고 한다면 정책에도 개입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탐라상단주로서의 권력은 여전히 유효했다.
한데, 뒷방 늙은이 소리를 꺼내자, 재상이 몽주를 바라보았다.
“어째 몽주 씨의 표정에서 나이가 느껴지네요?”
“그래요? 하긴, 요즘은 노인으로 사는 시간이 훨씬 기니까요.”
“첫 천몽 때도 그랬습니까?”
“그건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때는 이상하다고 해도 그냥 꿈이라고 여겼었으니까요. 노인이 되기 전에 죽었기도 하고요.”
몽주의 대답을 들은 재상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에 단지 천몽 안에서 60대 노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몽주로부터 기운을 빼낸 모든 이유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여, 무언가 더 질문을 하려 했는데, 그 전에 몽주가 다른 주제를 꺼냈다.
“공병함대가 코테 왕국에 항구를 짓고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죠.”
“……예, 그렇죠.”
재상이 께름칙한 표정으로 몽주를 바라보다가 전환된 주제를 받아주었다.
“한데, 구자라트 왕국에 대한 정보는 없네요? 특별한 소식이 없나 보죠?”
보고서에만 눈을 두고 있던 두신의 물음에 몽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중이 보낸 사신이 도착했다는 소식도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구자라트 왕국은 인도 아대륙 서부 지역의 시아파 이슬람 왕국으로, 그가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그나마 인도 제국(諸國) 중 세력이 강대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분위기를 가진 나라였다.
물론, 그런 평은 왕실에 대한 것이고, 어차피 그곳 백성들은 힌두교를 따르며 다른 곳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쨌거나 조금이나마 더 이야기가 통할 만한 나라임을 확인한 만큼 탐라국은 가깝게는 ‘실론’섬을 위협하는 비자야나르 왕국에 대항하고, 멀게는 인도 지역의 파트너로 삼고자 구자라트에 손을 뻗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물론, 탐라국의 대서역 항로 개척의 안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외교에 대한 논의…… 라기보다는 장차 상황에 대한 파악을 마치고 나자, 내정에 대한 이야기로 흐름이 바뀌었다.
여러 주제 중에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새로운 상단에 대한 것이었으니, 바로 고신걸의 철강 및 자동차 전문 상단이었다.
“아직 분리되진 않았고, 앞으로도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제 경영은 독자적으로 하게 될 겁니다.”
“이름은 뭐라 짓는 대요?”
“글쎄요. 뭔 생각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안 가르쳐 주던데요. 이제 제 것도 아닌데 캐묻기도 좀 그래서, 더는 안 물어봤어요.”
“좀 멋있게 지었으면 좋겠네요.”
“한 600년 전통의 자동차 회사라면 달구지라고 지어도 멋있게 느껴질걸요.”
“하하, 그렇긴 하겠네요.”
두 사람이 웃다가, 문득 두신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전에 물어볼까 말까 했는데, 아깝지는 않으세요?”
“뭐가요?”
“철강과 자동차. 자동차는 뭐 그렇다 쳐도 철강은 탐라 상단의 핵심 사업이었는데, 뚝 떨어져 나가는 거잖아요.”
“뭐, 어차피 탐라 상단 자체가 제 것이 아닌데요.”
그 말은 천몽 이후 변한 현대에 탐라상단이 몽주의 것일 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요.”
“예, 모르는 일이죠. 그러니까 어찌 될지 모르는 일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죠. 당대의 필요에 의해 분리했고, 예상 가능한 수준의 가까운 미래에서도 분리되는 게 낫다고 판단했으면 그대로 가는 게 맞겠죠.”
끄덕끄덕.
두 사람의 머리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천몽 이후의 세상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변할지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 부족했다.
딱 한 번의 전례가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몽주만이 아는 아주 제한된 경험일 뿐이었다.
안 바뀐 부분도 있지만, 전혀 상관없는 변화도 있었으니, 천몽으로 인한 개인의 변화를 추측하는 건 할 이유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 해야 했다.
그저 몽주가 천몽을 통해 고려에 실어 준 힘이 잘 유지되고, 보다 발전해서 600년 뒤의 현대 한국이 더 나은 사회로 등장하길 바랄 따름이었다.
“전신이 추자군도까지 연결되었어요. 진주를 중심으로 남면에서도 전신 연결 공사가 시작되었고요. 이미 대마도를 통해 구주까지 연결할 계획을 마련한 모양이더군요. 앞으로 3년 정도 지나면 제주도 왕성에서 진주시청사와 교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미 탐라섬 내부는 전신으로 연결되었으니, 사방팔방 19곳에 마련된 전신소를 통해 빠르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홍로동 청사에서 차귀동에 있는 근위수군 사령부로 구체적인 명을 전하기 위해 빨라도 1시간은 필요했던 게 이제는 수십 초면 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전신 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몽주가 제출한 보고서를 다 훑게 되자, 잠시 세 사람 사이가 적막해졌다.
예전이라면 보고된 사실을 두고 다시 정치, 경제, 외교 등에 대한 여러 계획과 그에 대한 논의로 시끌벅적해졌겠지만, 두어 달 전부터는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천몽 안에서 몽주의 역할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현대에서도 할 말은 더욱 없어지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잠시 뒤에 몽주가 문득 던진 말이 의외로 크게 들렸다.
“빛이 눈앞까지 왔어요.”
“…….”
“이제는 어둠에 떨어졌다는 말도 못할 정도예요. 오히려 너무 환해서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렵더군요.”
하릴 없이 몽주가 건넸던 보고서 종이장을 매만지고 있던 재상과 두신이 일제히 멈칫하였다.
이미 그들도 이제 곧임을 알고 있었지만, 몽주가 그 끝을 선언하자 담담한 심정일 수 없었던 것이다.
“술이나 한잔할까요?”
몽주의 말에 그제야 두 사람도 굳었던 표정과 자세를 풀고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 *
“우리 결혼할까요?”
몽주가 또 다른 장소에서 또 다른 사람의 몸을 굳게 만든 건, 재상 두신과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신 지 이틀 뒤였다.
물론, 그 몸이 굳은 이는 진주였다.
“뭐, 뭐라고요?”
“결혼할 생각 있냐고요, 나랑?”
“아니…… 어떻게…….”
진주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이야기를 이럴 때 해요!”
휙~ 퍽!
베개가 날아와 몽주의 얼굴을 직격하였다. 물론, 아프진…… 퍽!
“아이고.”
푹신한 베개도 재봉선에 스치듯 맞으니 아팠다.
“지금이 뭐가 어때서요?”
“술병 나서 누운 채로 그런 말을 하는 게 그럼, 잘했다는 거예요?”
“난 잘 모르겠는데요?”
“허! 이보세요, 진몽주 씨! 지금 제 귀에는 결혼하자는 말이 마치 내 뒤치다꺼리해 달라고 하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왜 그렇게 들리겠어요?”
“누가 들으면 평소에 제 뒤치다꺼리 많이 하신 것처럼 알겠네요.”
“왜 이야기를 그렇게 돌려요? 제 말이 맞잖아요. 지금 힘든 중에 제가 간호해 주니까 앞으로도 계속 간호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충동적으로 결혼 이야기를 꺼낸 거고요. 안 그래요?”
“아닌데요, 전혀 충동적이지 않았는데요.”
고개를 젓던 몽주는 문득 손을 그가 베고 있는 베개 밑으로 넣었고, 이내 무언가를 빼내었다.
“충동적이었다면, 이런 걸 여기에 두지 않았겠죠.”
“…….”
몽주의 손에 쥐어진 건 누가 봐도 반지 케이스였다. 고급스러운 재질로 된 그 케이스는 그 안에 든 반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어, 언제……?”
“생각보다 오래전부터요. 내 마음에 확신이 서길 기다렸죠.”
몽주는 반지 케이스를 천천히 열었다. 그 안에 자리 잡은 반지도 모습을 드러내었다.
“……!”
“예쁘죠?”
그 반지는 분명 예뻤다. 겁이 날 만큼.
“설마 진짜 다이아몬드는 아니죠?”
“설마 가짜로 프러포즈할 사람처럼 보여요?”
“하, 하지만…….”
반지의 링 부분은 누런 황금이라, 촌스러운 감마저 있었지만, 그 황금링에는 시선이 가지도 않았다.
오직 시선은 링 위에 얹힌 원형의 맑은 광석으로 향했으니, 직경이 거의 2센티미터에 이르는 그것은 물방울 다이아몬드라 불러야 마땅한 것이었다.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로 있던 몽주가 상체를 일으키곤 멍하니 서 있는 진주의 손을 당겨 침대 위에 앉히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이제 내 청혼이 진심처럼 느껴져요?”
“너무 비싸요. 아무리…….”
아무리 몽주가 부자라는 걸 알아도 그녀가 보기에 그 다이아몬드 반지는 너무 비싸보였다.
“걱정 마요. 그렇게 부담스러운 건 아니에요.”
비록 600년의 시간과 바이칼호 북부로부터라는 먼 거리를 격하여 온 것이지만, 어쨌든 몽주에게는 약간 번거로웠을 뿐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나자, 그제야 진주의 손이 반지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한데, 그 손 끝이 반지에 닿을 무렵, 몽주가 반지케이스를 슬쩍 뒤로 빼었다.
그러곤 자신을 의아하게 보는 진주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문을 열었다.
“대답해야죠.”
“아이 참……! 지금 바로 답하면 꼭 반지 보고 답하는 것 같잖아요.”
“뭘 보고 하는 것이든 난 대답을 듣고 싶은데요.”
몽주가 채근하자, 곤란한 표정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해 주면 좋겠는데.”
“……알았어요. 받아들일게요.”
“이왕이면 앞으로도 계속 나랑 사귀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 줬으면 좋겠고요.”
“……계속이라니요?”
“뭐, 다음 생이라든가, 다른 세계라든가, 그 어디에서라도 날 만나고 알게 된다면, 나에게 기회를 주길 바란다는 말이죠.”
의아한 표정이었던 진주가 그 말을 들은 뒤, 일순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몽주 씨!”
“어엇!”
다음 순간 진주는 몽주를 덮치듯 와락 끌어안았고, 그 기세에 밀려 누운 몽주 위에서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울먹거렸다.
“흐윽, 고마워요. 몽주 씨. 그런 말을 해 줘서요. 난 혹시 몽주 씨가 나한테 실망했을까 봐…….”
이번에는 몽주가 당황하였는데, 이내 그놈의 ‘오션스 일레븐’ 때문에 생긴 일들에 대한 것임을 알고 실소를 머금었다.
본의 아닌(?) 예능 출연으로 진주의 얼굴이 팔린 건 둘째 치고, 이후 같이 출연했던 그 육체파 배우와 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진주가 한참이나 맘고생을 했다.
이제는 시간이 좀 지나서 나아지긴 했지만, 혹여 그 일로 자신의 연정이 식은 건 아닌지 진주는 우려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 나랑 계속 만나는 거예요, 다음 생에도.”
“네…….”
“다른 세상에서도.”
“네!”
진주가 크게 답하며 몽주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고, 몽주도 그녀를 마주 안으며 토닥여 주었다.
다만, 그런 몽주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스쳤으니, 이런 게 무슨 소용일까라는 마음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틀 전 밤.
재상, 두신과 함께 한 술자리는 고주망태 제조의 장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게, 아니 잘 알았지만, 어쨌든 세 사람은 마치 내일 지구가 멸망이라도 하는 사람들처럼 뒤가 없는 양 술을 달렸다.
그렇다고 무슨 범법 행위를 한 건 아니었다. 그냥 평소에는 없던 마구잡이 술주정을 조금 했을 뿐이었다.
좀 큰 소리도 내고, 울기도 하고, 반대로 폭소도 터뜨리고…….
“난 솔직히 실타, 시러! 난 그냥 내 마누라랑 내 아들이랑 살래! 다 피료엄서!”
그날의 술주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이는 두신이었다.
세상이 바뀌는 일 같은 건 없이, 그냥 시간의 분기가 일어나 다른 평행 우주가 생긴 거였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토로한 것을 시작으로 불안과 우려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더니, 평소의 그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만취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그에 비해 재상은 훨씬 행복한 모습이었다.
“좋은 세상이여, 오라! 나도 꿈을 펼치며 살자!”
새벽녘 유흥가를 비틀비틀 걸으며 하늘을 향해 외치는 재상의 모습은 분명 기대감 그 자체였다.
두 사람과 달리, 몽주는 조용한 편이었다. 물론 술에 취한 건 마찬가지였으니, 다만 내내 슬픈 미소와 쓴웃음을 번갈아 얼굴에 띠다가 그 두 사람을 택시 태워 보내고 나서 대리 운전을 기다리는 중에 잠시 눈물을 흘렸을 뿐이었다.
첫 천몽에서 저지른 일을 회복하기 위해, 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도전한 천몽이었고, 분명 충분히 노력해서 나름 만족할 만한 성과도 얻었는데 마냥 행복하지마는 않았던 것이다.
그건 어쩌면 아주 괜찮은 것일 수도 있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아까움 때문이기도 했고, 장차 변할 세상이 선보일 결과에 대한 초조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에게는 또 다른 인생이었던, 첫 천몽과는 달리 진짜 인생이었던 고려에서의 삶을 이제 죽음으로 마감하게 된다는 상실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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