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Tyrant's Resignation RAW novel - Chapter (53)
어차피 석 호장 가문에서 특별히 보호할 수 있는 재산은 토지에 해당하는 것뿐이었다. 부동산 이외의 재산은 일반 향리와 다를 바 없었다.
아내의 명의로 어중간하게 두는 것이, 처가댁과 시댁 사이에서 오히려 나라의 침탈로부터 안전한 면도 있었다.
재상이나 두신이나 검모포의 선소에 관심이 컸다. 제주도에서의 발전과 그 후의 일에 있어 조선(造船)은 필수적이기 때문이었다.
“처조부께 여쭤 보았는데, 마지막으로 대선을 제조한 지 스무 해는 족히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현재 도당에서 왜구에 맞서기 위해 대량의 군함을 제작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앞으로 검모포의 선소가 큰일을 겪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계시더군요.”
큰일을 겪는다는 건, 선소의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나라에 빼앗기는 걸 의미했다.
지금이야 작은 어선 따위를 만드는 것이 전부지만 그건 고려 내 어느 선소나 마찬가지. 그나마 대선을 만진 경험이라도 있는 바치를 가진 선소는 검모포를 포함해서 몇 되지 않으니, 나라에서 강요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역시나 도당의 최고위층에 빨리 선을 대는 게 낫겠군요.”
끄덕끄덕. 두신의 말에 재상도, 몽주도 바로 수긍하였다.
왜구뿐만 아니라 곧 있을 동녕부 정벌까지. 방어가 아닌 공격이라고 해도 전란은 전란. 그 여파는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일수록 크게 느끼는 법이다.
물론 그 여파가 단지 위기만이 아닌 일종의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일반 양민들과 다를 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와 관련하여 일을 진척시키고 있기도 했다.
“한양부로 돌아가면, 곧바로 부윤 영감을 만날 예정입니다. 그쪽에서도 언제든 찾아오라는 모양입니다.”
“기녀들이 정부인을 잘 구워삶은 모양이군요.”
“부윤 영감이 여색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일이 쉬운 편이었다고 하더군요.”
정희송 한양부 부윤과 정부인 서씨는 금슬이 좋아 첩을 들이지 않음은 물론, 기녀를 취하는 일도 없었다. 정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소문에 그러했고, 부인도 그리 알고 있었다.
덕분에 정부인은 기녀들에 대해 적개심이 별로 없었고, 그녀를 찾는 기녀들을 기녀이기 이전에 화장품 판매상으로 여겼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비노와 선로를 매개로 기녀들이 제집 드나들 듯하며 말로 구워삶아 몽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으니, 자연히 그 말들이 부윤에게도 전해진 것이었다.
“제가 시키거나 알려 준 적은 없는데, 기녀들이 알아서 얼굴 마사지도 해 줬다고 하더군요. 하하.”
애월루에서 온 연통 속에선 안압술(顔壓術)이라고 칭하였는데, 그 설명을 보니 현재 한양부의 고관댁이나 부잣집 마님들 사이에 얼굴 마사지를 받는 게 슬슬 유행이 될 조짐이 있었다.
선로를 바르는 것을 기녀들이 돕다 보니 자연 얼굴을 매만지게 되고, 그것이 누운 상태에서 마사지를 해 주는 형태로 발전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기녀들에게 냉랭하지 않은 몇몇 부인들에게만 시술하였지만, 점점 청하는 이들의 수가 늘고 있었다.
“하하, 하기야 별거 없이 살짝살짝 눌러만 줘도 시원해지죠. 거기다 사향내가 풀풀 나니, 아주 만족스러울 거고요.”
재상이 상상만으로도 신이 난다는 듯 맞장구쳤다. 현대의 지식을 이용한 제작에 여러모로 부정적이었던 그도, 여인들 사이에 선호가 높아지는 비누와 로션에 대해서는 별걱정이 없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두신이 조심하라는 말을 하였다.
“하루빨리 부윤 영감을 통해 시전에 자리를 얻거나, 그자를 뒷배로 만들어야 할 겁니다. 또 비노와 선로에 대한 소문이 한양부에만 머무를 리가 없으니, 개경의 도당 내에도 아군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모로 호재가 가득한 상황이긴 하지만, 불운은 행운의 상투를 잡고 따라오는 법이죠.”
맞는 말이었다.
“해서, 지금 고민을 하는 건 도당의 누구에게 손을 뻗을지입니다. 여전히 신돈이 최고 권력자고 이인임이 2인자이긴 합니다만, 그 외에도 인물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 고려의 권력 구조가 본 역사와 거의 다를 바가 없는 상태이기에, 재상과 두신은 몽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논의를 이어 갔다.
그리고 그 논의의 끝은 결과적으로 신돈에게로 귀결되었다.
어차피 도당에 선을 대는 위험한 일을 하자면 차라리 최고 권력자에게 대는 것이 낫고, 사실상 독재 체제하에서 일인자가 아닌 다른 이에게 접근하는 건 오히려 위험성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후보에 오른 유력자들로 이인임과 이성계, 그리고 최영이 있긴 했지만, 상황상 불가하다는 게 논의의 결과였다.
“이인임 정도라면 접근할 만하지만, 현재 북방에 가 있으니 그에게 지금 선을 대는 건 어려울 겁니다. 그건 이성계 또한 마찬가지죠.”
“최영도 유배 상태죠. 지금 그와 만나는 건 자칫 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습니다.”
이인임과 이성계는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힘들고, 최영은 현재 죄인의 신분이었다.
“그래도 최영이라면 미리 선을 대 놔야 하지 않을까요. 조만간 권력을 쥘 사람이잖아요.”
“음, 그건 유동적이죠.”
몽주의 물음에 재상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최영이 고려 말 실력자가 된 건, 신돈과 공민왕의 몰락과 연관이 있습니다. 애초에 유배에서 풀리는 것부터 신돈의 몰락이 계기였고, 권력을 손에 쥔 바탕에도 공민왕의 죽음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미래죠.”
빙그레 미소를 지은 재상의 대답에는, 네가 설정을 내놓기 전에는 최영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두신도 최영은 아니라 여겼는지 의견을 덧붙였다.
“최영은 성품을 봐도 선을 대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훗날의 이인임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맺긴 했지만, 그의 성품은 분명 청렴한 쪽에 가까웠거든요. 물론 그 청렴함이라는 게 군대식 엄격함과 상명하복식 인간관계의 발현에 불과하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섣부르게 다가갔다가는 그 군대식 엄격함에 당할 수도 있죠.”
흠. 최영을 젖혀 둔 몽주는 이어 신돈을 떠올리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솔직히 두려웠다.
그자의 말 한 마디에 태형을 당한 것도 아린 기억이지만, 그 전에 그의 앞에서 뱀 앞 개구리처럼 절로 웅크리게 되는 이유 없는 의기소침, 몽린의 몸에 배인 그 절대 권력에 대한 실기(失氣)가 걱정스러웠다.
다시 그를 본다면 조금 더 기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부딪쳐 봐야 알 일이었다.
* * *
“허어, 너무 과식을 했나.”
사랑방에서 보료 위에 비스듬히 누운 해민은 배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입맛이 좋아 저녁 식사를 과하게 했더니,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소화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거참, 가다랑어 따위로 그런 맛을 내다니…… 신기할 따름이군.”
최근 식욕이 솟는 이유를 따져 보면 역시나 아들 녀석이 만들었다는 가다랑어포였다.
처음에 맛봤을 때만 해도 향이 좀 진하다 싶고 입에도 그리 달갑지 않았는데, 아내를 포함해서 다른 이들이 즐겨 먹는 걸 보고 속는 셈 쳐서 몇 번 더 맛을 보다 보니, 이제는 가다랑어포가 없으면 밥맛이 없을 정도로 그 맛에 매료된 상태였다.
가다랑어포는 비단 집안뿐만 아니라 현 내에도 소문이 났고, 급기야 주현 수령도 어디서 들었는지 가다랑어포를 맛보고 싶다며 전갈을 넣기도 했다.
실제로 오늘 낮에는 수령댁 마님이 예까지 찾아와 아내에게 가다랑어포를 전해 받아 그 쓰임까지도 배워 갔다고 했다.
이제는 약간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가다랑어포로 이문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시전의 어전(魚廛)상이 찾아와 가다랑어포에 대해 아닌 척하며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으니, 그러다 요즘 권세가 대단하다는 경시감의 한양부 별시에서 괜히 시비를 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생각 같아서는 그 만드는 방법을 널리 알려 버리고 싶건만, 아들 녀석이 제 생각이 있다 하여 두고 보는 중이었다.
하기야 제조법을 알리고 싶어도 그가 아는 건 가다랑어로 만든다는 것뿐이었으니, 어찌할 수 없었다.
“녀석…….”
아들을 떠올리니, 해민의 마음에 흐뭇함이 샘솟았다.
며칠 전 새아기와 함께 추대현으로 돌아온 아들의 늠름한 모습. 지난 근 백 일 동안 서찰로 소식을 주고받았고, 잘 지내고 있노라 하였지만, 내심 새아기와의 관계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여 사람을 시켜 수소문하였더니 아니나 다를까, 무예를 익힌 새아기로 인해 몽린이 곤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해민은 최 어르신께 고하여 새아기를 혼쭐내게 할지, 아니면 아예 가문의 위세와 혼인의 특별함을 들어 압력을 행사할지를 고민했지만, 일단 아들을 좀 더 믿기로 했었던 것이다.
파혼할 걸 각오하자면 무슨 수단이든 동원하겠지만 아들도 원치 않는 듯하고, 또 최 어르신 댁과 그의 집안의 오랜 친분 관계를 생각할 때 인내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걱정스러웠는데 웬걸, 막상 추대현에 온 새아기의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애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여인의 그것이었다.
게다가 뭔가 조금은 예뻐진 듯했다. 대체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밝은 기색이 깃들어 있었고, 예전에 알고 있던 그늘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니,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분명 아들과의 혼인으로 인한 변화임에 틀림없었다.
‘후후, 역시 내 아들이야.’
아들 또한 그녀의 외모에 개의치 않는 것인지, 아니, 오히려 마음에 드는 것인지, 딴에는 부모의 시선을 피해 새아기의 손을 잡아 주거나 뺨을 만져 주기도 하였다.
실로 좋지 아니한가.
“아무래도 좀 거닐어야겠군.”
새아기가 아들을 낳으면 떡두꺼비같이 큼직하고 건강한 아이를 생산할 거라며 흐뭇한 생각을 하던 해민은, 보료 위에 뉘인 몸을 일으켜 사랑문을 열고 나섰다.
한데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마당 건너에서 아내 주이가 안방으로 향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녀가 나온 곳으로 보나, 옷 아래 몸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게 희미하게 보이는 것으로 보나, 막 목욕을 마치고 안방으로 가는 모양이었다.
꿀꺽.
해민은 아내의 모습에 움찔하였다. 목욕을 마친 아내의 모습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오늘따라 그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남은 것이었다.
사실 간만에 회가 동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내와의 사이가 좋다고 하나 이제 두 사람 모두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어, 마음속에 간직한 애정과 상관없이 육체적인 관계는 소원해지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아내를 품고 싶었던 것이다.
“허, 가다랑어포에 이런 효능도 있었던 겐가.”
……라며 가다랑어포로 핑계를 대 보았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만 가다랑어포를 먹는 것도 아니고, 석 호장 댁네에서는 석 호장부터 노비들까지 즐겨 먹고 있는 것이니, 그런 효능이 있다면 이미 알려졌을 것이다.
이유야 무엇이든, 해민은 어느새 마당을 지나 안방 문을 열고 있었다.
“부인…….”
“어머나!”
문을 살짝 열고 인기척을 내며 안방으로 들어가자, 아내 주이가 놀라 얼른 흐트러진 몸가짐을 단정히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조금 전 문을 열자 본 광경은, 인기척에 주이가 놀랄 만했다.
저고리의 끈을 풀어 느슨하게 하고 어깨를 보이게 한 채, 손으로 살결을 매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저녁에 무슨 일로……?”
주이가 서둘러 저고리 끈을 묶으며 물었지만 해민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안방 문고리에 잠금쇠를 걸 뿐이었다.
“부인…….”
주이를 향해 다가오는 해민의 목소리는 한층 진한 감정이 묻어 있었고, 그녀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왜 이러긴, 남편이 아내와 정답고자 함이지요.”
해민의 손길이 주이의 뺨에 닿았다.
이미 해민은 왜 하필 오늘따라 아내의 자태가 마음을 움직이게 했는지 깨닫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윤기가 흐르는 피부가 그녀를 한층 어여쁘고, 어려 보이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따라 너무도 곱소. 처음 내게 시집온 자내를 본 듯하이.”
“…….”
남편의 끈끈한 시선이 자못 부끄러운 주이는 고개를 외로 숙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선로를 발랐을 뿐인데.
아들이 가져다준 비노와 선로를 그저 두고만 봤던 그녀였지만, 근래 비노와 선로에 대한 소문이 여인들 사이에 퍼지자 이제야 써 본 참이다. 그런데 향과 윤기가 마음에 들어 목욕을 하는 김에 몸 전체에 발랐던 것이다.
스윽.
남편의 손길이 본격적으로 아내를 탐하기 시작했다. 이미 저고리 끈은 풀렸고, 앙가슴과 어깨의 맨살이 드러나고 있었다.
“음, 자내의 향이 이리도 좋은 줄 몰랐구려.”
얼굴이 곧 맞닿을 듯 가까이 다가온 해민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속삭였다.
저자의 소문에 비노와 선로를 쓰면 남정네들이 향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린다더니, 과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치마끈도 풀리고 흐트러진 치맛자락을 남편이 끌어내리려 하자, 주이는 20여 년 전 첫날밤의 심정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직 밤이 깊지 않았는데…….”
“하면 함께 깊은 밤까지 즐겨 보십시다.”
해민의 손짓에 안방의 촛불이 흩날려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옷 스치는 소리를 시작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짐작은 가능한 많은 일들이 이어졌으니, 단 하나만큼은 사실이었다.
그들 부부가 아이를 얻지 못할 만큼 늙지는 않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 *
“……그게 그리 좋습니까.”
얼결에 묻곤, 종옥은 앉아 세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신이 그런 질문을 한 자체가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던 것이다.
이제는 천마산(天馬山)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산.
그중에서도 몽주가 석삼과 함께 왜구를 만나 위기에 빠지고 이성계의 구원을 받았던 그곳에, 앵도와 종옥이 나란히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한양부로 온 뒤로 연재를 위한 장소를 찾던 중 그곳이 눈에 띤 것이었다.
천마산의 거친 산세를 머금은 두 개의 산줄기가 흘러 내려와 기세가 차분하게 변하여 양손으로 머금은 듯한 평평한 공간은, 비록 오래도록 공들여 가꾼 개경의 수련장에 비해 손색이 있긴 했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또 적당한 크기로 모여 있는 바위들이 그 작은 분지의 입구를 가리고 있어 누군가 접근한다 하더라도 그녀들이 먼저 알아차릴 수도 있었으니, 남들에게 연재를 보이기 싫은 그녀들에게는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했다.
이른 가을날 아침의 선선한 공기가 마지막 남은 여름의 열기를 쏟아 내려는 듯한 태양의 기세에 물러날 때, 앵도와 종옥은 바로 그 새로운 연재장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아니, 대화라기보다는 앵도의 일방적인 수다를 종옥이 꿋꿋이 듣고 있는 중이었다.
종옥은 내내 가만히 앵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간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몹시도 낯선 모습이었다.
그녀의 주인은 본래 말이 별로 없는 여인이었다.
그나마 가장 측근이고 흉심을 드러낼 수 있는 종옥조차도, 그녀가 이처럼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여자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그 말에 담은 이야기들이란, 사내를 일절 모르는 종옥으로선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것들이었다.
호기심 탓에 실수로 물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녀의 물음에도 앵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게 그렇게 좋냐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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