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0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9)
한창 기분 좋게 술을 마시던 메시는 찬 바람을 쐬기 위해서 몰래 빠져나왔다.
물론 얼마 안 있어 누군가에게 잡혔지만.
“이봐, 메시. 어디 가려고 그래! 내 술도 받아줘야지!”
“가스통. 봐줘요. 충분히 많이 마셨다고요.”
가스통은 쾌활하게 웃으며 메시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곤 얼굴을 바짝 붙이더니 몰래 속삭였다.
“따로 움직이지 마. 아무래도 너한테 반감을 품은 놈들이 있는 거 같으니까.”
가스통이 몰래 가리킨 곳엔 듀렉과 그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티는 내지 않지만 은근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너나 귀족을 못 믿겠다고 몰래 탈출하려는 녀석들 같아. 그 전에 귀족에게 한 방 먹이고 싶은지 널 해칠 생각 같고.”
“귀찮게 구네요.”
“하하, 용감한 자식. 그렇지만 조심해야 해.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듀렉은 용병 생활만 15년 차야. 괜찮은 마나연공법만 익혔더라도 진작 새비지는 넘어서 브레이브까진 갔을 테니까.”
새비지, 브레이브.
모두 소드 유저 단계에 있는 세분된 경지였다.
‘새비지’는 갓 단련을 시작한 미개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형식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탓에 검을 익혀도 검술보단 개발되지 않은 몸이 단련되는 야만에 가까운 단계였다. 자질이 없거나 제대로 된 마나 연공을 하지 못하면 평생 이 단계를 못 벗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브레이브’는 지금껏 외면해온 자기 자신, ‘나’를 관조하는 단계였다. 바깥을 향한 수련이 안으로 집중되는 경지였다. 마나를 느끼고 마나홀에 쌓아가게 되며 그것을 다루는 법을 무기와 함께 깨우쳐가는 것이다. 여기에 접속하려면 제대로 된 마나연공법은 필수였다.
“걱정돼서 안 되겠다. 내가 검술이라도 알려줘야지. 이러다간 내가 아끼던 검을 네가 아니라 듀렉이 쓰겠어.”
아침에 가스통이 한 약속이 있었다.
귀찮은 일도 피하고, 검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메시는 가스통의 뒤를 따라갔다.
둘은 멀리 가진 않았다. 경계를 서고 있을 기사들과 마주치긴 싫었기 때문이다.
“검은 잡아본 적 있어?”
앞서 쓸 줄 모른다고 말했으니, 자신이 선물한 검을 사용해봤냐는 뜻 같다.
“아직요. 함부로 꺼내기엔 보는 눈이 많아서.”
“자식! 너도 보는 눈이 있구나. 그러니까 내가 애지중지했던 녀석이지. 칼슨! 좋은 주인을 만났구나.”
‘검에 이름까지 붙였나…’
“후… 잘가라, 칼슨…”
아련하게 젖은 눈으로 검을 쳐다본다. 그게 안쓰러워서 되돌려줄까 했지만, 메시는 한번 들어온 건 다시 안 뱉는 주의였다.
“어디서 구한 거예요? 좋은 검이 분명한데.”
“궁금해? 사연이 긴데… 일단 내 용병 생활을 말해줘야겠구나..”
뭔가 ‘투 머치 토커’의 냄새가 나길래, 메시는 황급히 말리려고 했으나 가스통이 한발 빨랐다.
“내가 용병 생활을 서른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용병 일 시작한 놈들이 백 명이다 치면은…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혼자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몬스터놈들 제끼고. 돈 떼먹는 의뢰주 보내고. 고블린 마냥 뒤에서 배신하는 새끼들… 다 죽였다.”
사족을 자르고 요약하자면, 용병 1년 차쯤의 일이었다. 의뢰를 마치고 당시 동료들과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웬 수송단과 정체불명의 적들이 싸우고 있더랬다.
당시 그는 ‘용병 1년 차 병’에 걸려 있었다. 용병 생활 1년쯤 되면 일에도 슬슬 적응되고, 왠지 모르게 천직을 찾은 느낌도 들고, 같이 일을 시작한 동기들은 절반 넘게 죽었는데 자신은 살아있는 걸 보니 왠지 특별한 놈인 거 같고, 이 거대한 세계를 탐방하는 선택받은 모험가라도 된 거 같다고 할까?
하여튼 온갖 좋은 미사여구를 자신의 앞에 붙이게 되며 환상에 빠지는 시기라고 한다.
그런 사람의 눈앞에 위기에 빠진 수송단이 보였으니 제정신일 리가 있나?
바로 검을 뽑으며 달려나갔다고 한다. 뒤에 있던 동료들도 엉겁결에 뒤쫓아가게 되어 전투에 휩쓸렸고.
그리고, 다 죽었다.
진짜로 농담이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한다.
“후… 신생 용병단이긴 해도 꽤 좋은 녀석들이 많았는데.”
그거 당신이 다 죽인 거 아닌가? 하고 되묻고 싶었지만, 좋은 검을 선물해줬으니 일단 입을 꾹 다물었다.
“어쨌든, 상황이 그리된 걸 어떡해? 내 동료들을 죽인 놈들의 정체도 궁금하고, 그놈들이 대체 뭘 뺏으려고 수송단을 덮쳤는지 궁금하지 않겠어?”
“…엄청 궁금할 거 같네요.”
적절히 추임새까지 넣자 가스통은 신나서 더 떠들었다.
“그치! 그래서 수송단의 화물을 뒤져보니 웬걸. 별것 없는 거야. 열 받겠어, 안 열 받겠어?”
“열 받겠죠.”
“그치! 습격한 놈들의 두목 같은 녀석, 제법 셌던 놈인데 수송단의 대장하고 싸우다 같이 죽어버렸더라고. 그래서 그놈 시체라도 찾아서 분풀이하려는데…”
용병 1년 차 병, 무섭구나.
“놈의 허리에 이게 있던 거지. 아마 그 자식도 칼슨을 되게 아꼈나 봐. 쓴 흔적이 아무것도 없더라고.”
“그래서 가져왔군요.”
“보람은 있어야지. 그리고 녀석이 아끼던 걸 내가 쓰면 놈이 얼마나 배 아프겠어? 하하!”
가스통은 조울증 환자처럼 대폭소를 터뜨리다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막상 죽을 고비를 넘기니깐 말이지. 생각이 바뀌네… 칼슨에게 집착해봐야 결국 죽음 앞에선 다 무의미하더라고. 욕심이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왠지 가스통의 설명을 들으니 이 검을 부담 없이 써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잘 쓸게요.”
“물론, 그래야지. 칼슨은 좋은 녀석이니까 잘 부탁한다고.”
‘이름부터 없애야겠군.’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실제로 검을 써본 적은?”
“한 번 있긴 해요. 옛날에 사부님 앞에서.”
이세계에 떨어져서 사부에게 발견된 뒤, 말을 어느 정도 배우자 사부는 검을 가르쳐주려고 했었다.
“사부가 있었어? 근데 왜 못 배웠지?”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던데요.”
“아…”
조금 안타깝다는 듯, 메시를 쳐다보는 가스통이었다.
메시도 모처럼 그때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사부가 처음 검을 건네주고, 자신은 생전 처음 만져본 냉병기에 놀라던 풋풋한 시절이었다. 몇 번 검을 휘둘러봤는데 사부는 고개를 저었다.
[ 메시야, 나는 네게 검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우리 세계에서는 검이란 예식의 용도로도 쓰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성하게 여긴단다. 네게 이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어도 검을 다룰 줄 안다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다르게 봐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네가 잘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검은 아니구나. ]그때 사부는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에둘러서 말하려고 애썼다. 그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대신에 치료술이나 호신술 몇 가질 배웠죠.”
“검술도 아는 데다가 치료술까지 수준급이라니, 사부가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그에 관한 칭찬은 메시도 기쁘게 했다. 자신에 대한 칭찬도 아닌데 뿌듯했다.
“너를 통해 그분이 나를 살렸어. 참 고마운 분이시다. 어찌 됐건 난 그 은혜를 갚아야겠으니 너에게 검을 가르쳐 줄 거야. 뭐 나도 썩 훌륭한 검사는 아니지만.”
가스통은 메시의 앞에서 내려치기와 베기, 찌르기 등 여러 동작을 시범 보였다. 훌륭한 검사가 아니라는 그의 말과는 달리 자세가 모범적이었고 기세가 매서웠다.
그다음, 메시가 따라 하길 요구했다.
‘할 수 있을까?’
그가 보여준 동작을 메시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놀랍다는 듯 가스통의 눈이 커졌다.
“여, 역시 네 사부는 대단한 사람이셨어. 확실히 안목이 정확하시구나.”
그쪽이 놀라운 거였냐.
메시는 이해했다.
사부의 말은 지금까지 틀린 게 없었다. 검에 관한 자질이 없다고 했으면 그런 거였다. 고작 삼 년이 지났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는 건 없으리라.
‘뭐가 문제지?’
가스통은 고민에 빠졌다.
검을 왜 저렇게 쓰나, 어째서 저리 어색한가, 이걸 왜 못 따라 하나, 세상에 이런 총체적 난국이 다 있나?
압도적인 천재들이나 할 법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천재들이 제자를 기를 때 생기는 문제들이 그랬다. 난 그냥 하면 됐는데, 왜 넌 이걸 못해?! 하고 화를 내는 거였다.
문제는 가스통이 천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좋은 자질은 있다. 용병 3년 차에 동패 용병이 됐다는 게 그 방증이다. 하지만 그것도 보통 사람의 수준에서나 그렇다.
그런데 메시는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에게 가르쳐주는데도 따라 하질 못했다. 한 마디로 그 말은, 메시는 보통 사람이 아니란 뜻이었다. 나쁜 의미로.
‘뭐가 문제지?’
반면,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메시도 같은 고민을 했다.
음치는 자신이 음을 잘못 쓰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반면 메시는 몸치다. 몸을 자기가 잘못 쓰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다. 가스통이 보여준 검과 자신의 검이 뭐가 다른지 판단할 인식도 없었다.
스스로 고칠 수도 없다는 뜻이었기에 그건 아주 큰 문제였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인데… 이 녀석 사냥꾼이라고 하지 않았나? 지금까지 사냥은 어떻게 해온 거야?’
가스통은 그제야 사부라는 인물의 깊은 마음씨를 알았다. 메시가 앞에서 싸웠다간 개죽음일 테니 최대한 뒤에서 조력하는 일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거 포기해야겠지? 내가 가르쳐준다고 될 일이었으면 그 사부가 안 가르쳐줬을 리가 없으니까.’
단념하기로 했다. 문득 가스통은 메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걸 깨닫는 과정은 대단히 마음 아픈 일이다. 그걸 메시는 두 번이나 겪게 된 거다,
‘내가 검을 가르쳐준다고 설치지만 않았어도 이 녀석은 그냥 모르고 살았을 텐데.’
이건 먼저 사과해야겠다, 가스통이 그렇게 마음먹을 때였다.
“혹시, 정말 이상한 부탁이긴 한데. 한 가지 말해도 될까요?”
“부탁? 괜찮으니까 말해봐.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너한테 검은 못 가르쳐주겠고… 다른 걸로 보답해야겠어.”
“아뇨, 다른 건 아니고요. 조금 전에 보여준 거, 제가 힐을 쓰는 동안 해보실래요?”
‘힐? 치료 마법? 그걸 왜?’
그건 정말 이상한 부탁인데?
메시의 말을 듣고 가스통은 의아했지만, 한 번 해주는 게 뭐가 대수겠는가.
그가 검을 뽑아 다시 휘두르는 순간부터 메시에게서 힐이 전개됐다.
다친 외상이 없는 신체에 사용되는 힐은 그저 컨디션을 조금 올려주는 효과에 불과하다. 가스통에게 닿는 힐은 큰 의미가 없을 거였다.
‘검에 자질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후방지원에 집중할 생각인가?’
딱 모습이 그러했다. 그룹 전투가 발생했을 때 힐러 파트에 걸맞은 행동이랄까. 후방에서 전투 인원에게 즉각적으로 힐을 퍼붓는 것이다.
그런 연습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었다. 이거라도 해줘야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마치 적과 싸우는 실전처럼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후우, 대충 기본이라 할 수 있는 16가지 검로를 다 보여줬어. 근데 힐에 닿으면서 해서 그런가? 별로 지치질 않네.”
기본적인 휘두르기, 베기, 찌르기를 온갖 방향으로 전개한 것뿐이지만 땀이 날 만큼 큰 동작들이었다.
그런데 땀으로 몸이 찝찝하지 않았다.
신기해하던 가스통에게 메시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이런 식의 적용이 가능하구나. 왜 이걸 이제야 알았지?”
혼잣말이지만, 메시의 표정이 좋았다.
‘비록 검은 못 가르쳐줬어도 힐러로서 깨달음은 있었나.’
가스통은 그리 여겼다.
뭐가 됐든 간에 메시만 만족하면 된 거다.
그제야 조금 마음의 짐이 가시는 느낌이었다. 메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이걸로 된 거야?”
“네, 충분해요.”
“그래,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게 있는 거야. 잘 생각했다. 넌 내가 본 치료사 중에 최고니까 얼마든지 힐러로서 대성할 수 있을 거야.”
영문 모를 위로해주고 가버린 가스통, 메시는 뒤늦게 무슨 오해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쫓아가서 정정하지 않기로 했다.
우선순위의 문제였다.
그보단 조금 전에 알게 된 사실에 소름 끼칠 정도로 놀랐기에 오해 따위야 사소한 사건 같았다.
차가운 달빛이 내려앉은 풀밭 위에서 메시는 주저앉았다.
‘…이제야 알겠다.’
왜 사부가 자신에게 검은 맞지 않는다고 했는지, 가스통과 자신은 뭐가 다른지. 그 차이를 이해하고야 말았다.
‘이런 사용법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으면, 사부에게 직접 검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후회에 떨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메시에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능력이 있었다.
아니, 애초 그걸 능력이라고 메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근래에 들어 조금 알았을 뿐이다.
그건 힐(Heal) 마법에 관한 능력이었다.
메시는 힐을 사용할 때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저, 처음에는 자신의 힐이 남들보다 우월한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어째서 우월한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혔고, 거기서 깨닫게 된 건 자신이 한 가지 과정을 더 거친다는 점이었다.
‘힐을 쓰는 순간, 상대의 몸과 감각이 동화된다. 그리고 그 몸을 이해한다.’
내가 네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상투적인 위로법에 쓰이는 그 이해가 아니었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이해’였다.
외상을 입은 상대에게선 그 아픔을 느끼며 몸의 어디가 문제인지를 말 그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를 마력에 부여한다.
메시의 힐이 다른 치료사들보다 더 우월할 수 있는 이유였다. 완전히 이해하고 나서 힐을 시전하는 것과, 그저 눈으로 상처를 살피고 힐을 시전하는 게 같을 순 없었다.
메시는 그 능력의 유용함을 불과 몇 분 전에 언뜻 떠올렸다.
‘혹시, 이 능력을 가스통에게 사용한다면 그 움직임까지 이해할 수 있진 않을까?’
메시는 현대에서 왔기에 음치나 몸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지식이 있었다. 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타인과 자신의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었다.
자신은 가스통의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차이점도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가스통이 틀린 게 아니라면.
사부의 말이 옳은 거라면.
‘문제가 있는 건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답이었다.
메시는 자리를 털며 일어나 검을 뽑았다. 좋은 검이 달빛을 시리게 반사했다.
천천히, 메시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메시는 새비지 단계의 진의를 깨달았다. 검술을 훈련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몸을 단련하고 몸의 사용법을 깨우쳐가는 단계.
가스통의 전신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꿈틀거림과 탄력의 감각을 부드럽게 자신의 몸으로 재현해갔다.
그것은 지금껏 자신이 몸을 써오던 것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어째서 지금까지 이걸 몰랐나, 하고 경악할 법한 차이였다.
‘이런 거였나… 이런 세계가 있었나!’
황홀한 차이였다.
마치 그것은 색맹이던 사람이 진정한 색상의 세계를 보았을 때 감동과 같았다.
메시는 끝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범벅이 되어도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이 기쁨, 이 새로움.
다시금 놓치고 싶지 않아서 몸이 잊을 수 없을 만큼 새겨놓을 참이었다.
그렇게 밤이 흘러갔다.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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