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11
110화
티스리스트 라 아시리스.
현 아시리스 국왕은 오늘 잠에서 깨자마자 거울을 확인했다.
어제의 일이 꿈은 아니었을까, 하는 섬뜩한 상상이 눈 뜨자마자 든 것이다.
하지만 머리도, 피부도, 몸도 모두가 그대로였다. 50대의 자신이 거울 속에 있었다.
육체적 전성기는 끝나 가는 시기지만, 왕으로서의 영향력은 절정을 맞이하던 때였다. 그때로 되돌아간 것이다.
“가이아께서 나를 굽어살피시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저 놀랍구나…….”
20대 장정만큼은 아니지만, 식욕도 부활했다. 아침 식사를 모두 비웠다.
비워진 그릇을 가지고 돌아가는 시녀들의 뒷모습을 보며 욕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제야 그는 갑자기 찾아온 이 축복을 현실로 받아들였다.
이 시대의 사람답게, 먼저 티스리스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적을 신의 축복이라 전제했다.
‘가이아께서 사도를 통해 축복을 내리심인가…….’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악신을 숭배할 수 있다고 건방을 떨었건만, 자애로우신 가이아는 신성한 황금빛 광휘와 함께 자신의 시계를 되돌려 주었다.
‘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자비란 말인가…….’
신을 직접 마주해 본 사람은 아니었으나, 이번 일로서 위대한 존재를 느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이런 기적을 맞이할 순 없었으리라 생각했다.
만일 신이 행하신 일이 아니라면 더 곤란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고,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일이 되어 버리는 탓이었다.
그리 되면 자신은 영영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갑자기 이유 없이 찾아온 일이라면, 이유 없이 갑자기 떠나 버릴 수도 있을 테니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티스리스트는 아주 기분 나쁜 ‘꿈’이라도 꾸다가 깬 기분이었다.
그 꿈은 노년의 외로움과 쓸쓸함, 한때 위대한 왕이었던 골방 늙은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늙은이는 50대만 해도 제 눈앞을 가리는 아첨꾼들 그리고 치세의 영원을 찬미하는 자들로 인해 뒤를 생각하지 못했고, 계속될 줄만 알았던 행복한 시간이 끝났을 땐 너무 늦었다는 흔해 빠진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 가슴 아픈 꿈을 통해 교훈을 체득한 상황이었다.
‘어제는 되찾은 젊음에 흥분해 이런 사고를 미처 못 했구나.’
그의 고뇌는 몇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자신에게 이런 기적이 내려졌다면 가이아께서 행하심에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이냐는 의문.
또 하나는 다시 젊음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남은 젊음을 어떻게 사용할까 하는 계획이었다.
회귀자가 아닌 회춘자가 돼 버린 그는 본격적으로 앞날을 고민했다.
‘출가하여 매일 가아이께 감사하는 삶을 살까?’
하나, 자신 하나 출가 시키자고 가이아께서 이런 기적을 부렸을 리 없었다. 그래서 제외했다.
‘아니면 왕위를 내려놓고 남은 젊음을 즐기면서 살아?’
뒷방 늙은이로 살아가는 자신이 가여워서 자비를 베푸신 거라면 그 또한 괜찮았다.
하지만 만일 그게 아니라면 큰 실망을 하실 터.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왕’을 살렸다면, 왕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키시기 위함이겠지…….”
자신이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았다.
티스리스트는 그 이유를 찾아 행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왕권부터 복구시키기로 결심했다.
원래 왕권의 중요성을 잘 알았으며, 말년에 그것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낀 자였으므로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복구했겠지만…….
괜찮은 합리화거리가 있는 이상 그걸 거부할 생각 따윈 없었다.
그에겐 왕위를 이을 두 아들이 있었고, 그가 생명을 소진해 갈 동안 왕국의 권력은 두 갈래로 양분되어 언젠가 다시 하나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하나 될 날을 자신이 열어 줘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한데 내게 남은 건 명분과 로열 가드, 그것도 일부뿐. 두 왕자가 얌전히 권력을 이양할 녀석들도 아닌데……. 상황이 꽤 어렵구나.’
노년에는 젊어지기만 하면 다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와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일단 내가 다시 젊어졌음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소문만으론 절대 믿을 수 없는 얘기이니… 세간의 시선이 쏠린 자리에 직접 드러내야겠구나.’
때마침 ‘작위 수여식’이라는 좋은 기회가 가까이 있었다. 그때를 노리면 된다.
물론 그 이전에 기회가 마련된다면 작위 수여식에서 더욱 극대화되겠으나, 거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그리고… 내 손과 발이 되어 줄 자들. 다시 내 밑에서 움직여 줄 귀족들을 모아야겠구나.’
세력이 필요했다. 봉건 사회에서 지지해 줄 귀족이 없는 왕은 왕이 아니었다.
많은 걸 대가로 내줘야겠지만, 힘을 찾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리 생각하며 정원을 거닐 때였다.
―여기 내궁은 전하의 거처이거늘, 어찌 알 만한 자들이 이리 무도하게 나온단 말이오? 허튼 생각을 품었다면 돌아가시오!
* * *
오후가 되자마자 입궁하는 귀족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오늘 연회라도 있습니까?’ 하고 근위병이 물어볼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말을 했다.
“전하를 뵈러 왔다.”
각자 따로 입궁한 그들은 플래시 몹이라도 계획한 자들처럼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어느새 무리를 이뤄 위풍당당하게 궁의 대로를 행진했다.
저벅저벅.
“무슨 일이야?”
“저분은 아헨탈 자작님… 로드윈 후작님도 계신데. 저기 저 이종은 뭐야?”
“하프간 백작님도 있으신데. 아니, 잠깐만……. 저분… 지금 멀쩡히 걷고 계시잖아?”
저들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전하를 뵈러 간다고만 답했다. 범상치 않은 상황임을 깨달은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그 행렬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와, 사람들이 엄청 모여든다뀨! 근데 이래도 되는 거냐뀨?]
‘모두의 시선을 모아야 하니까.’
아헨탈 자작을 위시한 수십 명의 귀족들이 아시리스 왕궁으로 몰려갔다는 건 비밀이 될 수 없었다.
아헨탈, 로드윈, 하프간, 짐메리온, 엔더. 그 다섯 가문 외 중앙의 하이에나들이 뭉친 조합은 쉽사리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므로.
거기다 전후 사정이 궁금해진 자들까지 뒤를 따르자, ‘오늘이 작위 수여식이었나?’ 하고 착각하는 자들마저 생길 정도였다.
이를 보고 긴급 사태가 터진 것으로 착각한 로열 가드들은 내궁의 앞에 두 겹의 진을 쳤다.
로열 가드의 수장, 발젤렘이 두꺼운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다.
“여기 내궁은 전하의 거처이거늘, 어찌 알 만한 자들이 이리 무도하게 나온단 말이오? 허튼 생각을 품었다면 돌아가시오.”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내궁까지 들릴 정도였다. 내궁 안의 왕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는 것을 아헨탈 자작도 눈치챘다.
“발젤렘 경이 몹쓸 착각을 하셨군. 오히려 생각하는 것의 그 반대일 것이오.”
“반대라? 충성 서약이라도 하러 오셨단 말이오? 전대 가주에게 작위를 이어받을 때가 수십 년 전이라 그때 했다는 걸 까먹기라도 하셨소?”
“하하, 그런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시면서 왜 모른 척을 하시오.”
“난 모르오. 전하를 뵙고 싶다면 어제처럼 절차를 거치시오.”
“좋소. 전하의 다섯 수족 중 하나이자, 내궁과 왕의 수호자인 그대에게 정식으로 요청드리겠소. 나, 아헨탈 자작 외 48명의 귀족은 오늘 전하를 알현하길 바라니 이를 전달해 주시오.”
왕의 호위와 내궁을 수호를 담당하는 로열 가드의 수장은 최소 백작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그는 알현을 요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 중 하나였다.
그 통로가 고개를 저었다.
“거절하오. 자작 외 48명의 귀족들의 의도가 불명확하므로 내 권한으로 입궁을 막겠소. 단, 최소 5인 이하로는 허락하겠소.”
칼 같은 발젤렘의 거절에 뒤따르던 귀족들의 표정에도 난처함이 어렸다. 그들은 자연스레 이 상황을 계획한 인물에게 시선을 모았다. 발젤렘도 그걸 느꼈는지 시선을 쫓아 메시를 쳐다봤다.
메시는 웃고 있었다. 발젤렘은 왠지 라망 경이 생각나는 인물인 탓이었다.
“뭐가 그리 우습나?”
“실례했습니다, 발젤렘 경. 아는 사람이 생각나서. 제가 감히 끼어들 자리는 아니지만, 경에게 한마디 조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춘 메시였다.
“주인을 지키고자 하는 경의 모습도 왕께선 좋아하시겠지만, 그 뜻을 미리 읽고 현명하게 대처할 때 더 신뢰하실 겁니다.”
‘이들의 지금 행동이 전하가 원하는 것이란 말인가?’
어제 메시가 보여 준 능력이 떠오르는 발젤렘이었다. 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거기다 선두에 있는 아헨탈 자작 바로 뒤의 배치다. 그 뒤에 서 있는 로드윈, 하프간, 짐메리온, 엔더 가문의 고위 귀족들의 인정을 받아 그보다 앞에 서 있다는 뜻이다.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면 어째서 이리 뭉쳐 왔겠습니까. 정반대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
발젤렘은 이들을 뒤따라온 외궁 근무자들을 훑었다. 고위 귀족도 있었고, 이들에게 길을 터 준 한심한 근위병들도 보였다.
중요한 건 모두가 이 사태를 지켜보기 위해 몰려와 있다는 점이다.
융통성 없기가 라망급인 발젤렘이라 해도 지금 상황에서 이들의 알현을 거절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로열 가드 하나를 시켜 왕께 알현 의사를 타진하려는 순간이었다.
“발젤렘, 수고했다. 비켜서도록 하라.”
때마침 내궁 쪽에서 위엄 있는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간 다 죽어 가는 기운 빠진 목소리였던 것과 달리, 아시리스 국왕의 목소리엔 힘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저, 전하가 정말로 되돌아오셨다.”
“어제의 그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아시리스 왕의 회춘은 어제부터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고 있었으나, 워낙 황당무계한 내용인지라 실제로 왕을 마주하지 않은 자들은 완전히 믿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풍성한 하늘색 엘핀 헤어를 흩날리며 나타난 왕의 모습에 소문이 진실임을 깨닫고 전율해야만 했다.
아시리스 왕의 등장에 로열 가드들과 모든 귀족이 일시에 무릎을 꿇었다. 메시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이아시여, 대왕을 보우하소서!”
―가이아시여, 대왕을 보우하소서!
아헨탈 자작이 선창하자 그 뒤를 따른 모든 귀족들이 외쳤고, 그 외침에 자극을 받은 다른 이들조차 서둘러 뒤따랐다.
천둥처럼 그 외침이 하늘에 퍼졌다. 왕궁의 모든 이가 듣지 못할 리 없었다.
이젠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던 자, 알고도 외면했던 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으리라.
아시리스 왕은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귀족들을 내려다보다 물었다.
“로안, 네 생각이더냐?”
“아닙니다. 모두의 생각이었을 뿐입니다.”
자작의 눈이 잠시 메시에게 머물렀다가 떨어졌음을 왕은 보았다.
“따라오라. 짐의 진정한 충신들이 왔는데 어찌 대접에 소홀할 수 있겠는가?”
아헨탈 자작을 선두에 세운 48명의 귀족들은 돌아서는 왕의 뒤를 따라 내궁으로 진입했다.
다시 젊어진 왕과 이를 찾아와 경배한 48인의 귀족들.
이 얘기가 왕도 전체에 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 *
“로안 그리고 자네들. 고맙구나. 내가 필요로 하는 걸 가장 적합한 시기에 주었다.”
왕좌에 앉은 아시리스 왕이 도열한 귀족들을 치하했다.
왕의 기쁨이 상당하다는 걸 느꼈는지, 모두가 시의적절한 선택을 했다는 걸 알아챘다.
“전하의 신하들이 다시 전하를 위해 모인 것뿐입니다. 과한 칭찬은 오히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합니다. 거둬 주십시오.”
“아니다. 너희를 잃어 보니 너희의 소중함을 알겠더구나. 부디 앞으로도 내 곁을 지켜 달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니 괘념치 말거라.”
아헨탈 자작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로안, 네가 이들을 규합했느냐?”
“본의 아니게 그리 되었습니다.”
“하하… 자작에 불과한 자가 이 모두를 거느린 것은 아시리스 왕국, 아니 8왕국을 통틀어 전례 없는 일일 것이다.”
왕의 말은 아헨탈 자작 뒤에 도열한 네 명의 고위 귀족들에게 하는 말과 같았다.
로드윈, 하프간, 짐메리온, 엔더. 모두가 아헨탈 자작가보다 작위가 높은 가문이었다.
영향력으로만 따지자면 로드윈 후작가 말고는 아헨탈 가문과 비벼 볼 수 있는 곳은 없었지만 말이다.
왕은 귀족들의 면면을 훑어보곤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젊어졌구나.”
“부, 부끄럽습니다.”
로드윈 후작이 풍성한 자신의 갈색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건강해졌어.”
“감사합니다, 전하.”
하프간 백작이 두 발로 당당히 서서 대답했다.
아시리스 왕의 시선이 당연하다는 듯 메시에게로 흘러갔다.
“이 모든 게 그대 덕분이다, 신의 사도여.”
‘신의 사도?’
메시는 처음 듣는 표현에 의아함이 들었지만, 냉큼 감사를 받아들였다. 적어도 이 세계엔 ‘신’이 들어가는 것 중에 나쁜 건 없었다.
“송구스럽습니다만, 전하. 신의 사도라는 게……?”
엔더 백작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묻자, 왕은 허허 웃으며 간단히 대답했다.
“우리가 경험한 것이 신의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라 설명할 것이냐? 그리고 그 기적을 운반하고 다니는 자라면 신의 사도라 할 수 있겠지.”
“아…….”
모두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메시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포장이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이 메시에게 물었다.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안 그래도 많았는데, 때마침 잘 와 주었다.”
“제가 할 수 있는 답변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그래. 첫 번째 질문이다. 방금 전 내가 말했음에도 다시 확인하는 것이 부끄럽다만… 그대는 신의 사도가 맞느냐?”
모두의 시선이 메시에게 쏠렸다. 메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웅성웅성, 짧은 소란이 귀족들 사이에서 일었고, 아시리스 국왕은 당연하다는 눈치였다.
[메시는 신의 사도였냐뀨?!]
‘거짓말은 아니잖아. 신성도 있고 성화도 부리는데.’
거기다 심상 세계의 신전에 정체불명의 신까지 모신 상태다. 이 정도면 신의 사도가 아니라고 하는 게 더 이상했다.
“이, 이종이 신의 사도라니…….”
“자애하신 가이아의 품엔 사람의 높고 낮음이 없으며, 종의 다름도 없을 뿐입니다.”
메시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가이아 여신교의 독실한 신자 하나가 입을 다물었다.
“난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다른 질문이다만… 우린 얼마나 계속 젊어질 수 있는 것인가?”
“혹, 거기서 더 젊어지길 원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영생을?”
메시는 유난히 뾰족한 어조로 힐난하듯이 물었다. 과한 욕심은 차단해야만 했다.
아시리스 왕은 찔끔 놀랐다.
“…그런 의도는 없느니라. 그저 필멸자이기에 당연히 갖는 의문 아니겠느냐?”
“호기심일 뿐이라면 답해 드리겠습니다.”
메시가 넘어가자 안도의 숨을 홀로 내쉬는 왕이었다. 이미 그에게 메시는 자신의 젊음을 다시 앗아갈 수도 있는 지엄한 존재였다.
“이런 의문을 예전에 가져 보신 적은 없습니까? 매일 받는 신의 기적을 통해 병에 걸리진 않는데, 왜 점점 몸은 약해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사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기적이라는 게 주어진 수명을 늘리는 건 아니라고 내게 설명했지. 그는 양초에 빗대었다. 사제의 기적은 불을 꺼뜨릴 바람을 막을 뿐, 심지를 늘리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적합한 대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가 부린 기적도 양초로 설명드리자면, 타 버린 심지를 다시 복구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정녕 그게 사실인가? 그렇다면 영생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아시리스 왕의 눈에 욕망이 번들거렸다. 한 번 노년을 경험한 이상 다시 되돌아가고픈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그 욕망을 이어 가게 할 메시가 아니었다.
“삶과 죽음, 시작과 끝. 이 모든 건 신이 정해 둔 섭리입니다. 신께서는 자신이 만든 섭리를 자신이 어길 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건…….”
“심지를 복구시키지만, 한 번 탔던 것이 이전과 같을 린 없습니다. 이전보다 더욱 빨리 탈 것입니다. 복구된 심지가 새것이 아니라는 건 왕께서도 증명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짐이?”
“만일 새것과 같은 심지였다면 왕께서 노년을 두려워하시지 않으시겠지요. 그 시절의 기억이 남은 이상, 왕께서는 새 생명을 부여받았다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연장된 것뿐입니다.”
“…그렇구나.”
아시리스 왕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로드윈 후작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렇지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무슨 말인고?”
“제가 있지 않습니까. 가능한 만큼까지는 연장해 드리겠습니다. 그 또한 짧은 시간이 아닐 것입니다.”
메시가 자신 있게 말하자 왕은 웃었다.
“허허. 모든 건 끝이 있는 법. 아쉬워해선 안 되겠지……. 오히려 끝이 있기에 의미를 가지는 법일 테니.”
아시리스 왕이 알아들은 눈치라 다행이었다.
‘그래, 거기까지만 바라도록.’
안 그러면 자꾸만 되도 않는 것에 탐욕을 부릴 테니, 자신이 피곤해진다. 욕심을 적당히만 부린다면 메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기에 응해 줄 생각이었다.
아시리스 왕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가이아께서는 어째서 내게 젊음을 돌려주셨나? 이건 무슨 의미인가. 자네라면 알 거 아닌가?”
왕의 질문엔 과학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자연 현상에 갖가지 이유를 붙여 어떻게든 설명하려던 인간의 두려움 같은 게 있었다.
왕에게 돌아온 젊음이란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었기에, 갑자기 왔던 것처럼 갑자기 다시 가 버릴까 두려운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에겐 적합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이유를 만들어 주면 되지 않겠는가?
메시의 미소가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