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39
138화
대리석 회의실 안은 석빙고처럼 서늘해졌다.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와중에 바스카스 후작이 아헨탈 후작을 노려봤다.
‘내가 한 걸 그대로 돌려주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딱 봐도 그런 의도였다.
아헨탈 가문을 성전에 참여시키겠다는 바스카스 후작의 말을 담아 놓고 있었던 모양.
하지만 바스카스 후작으로서는 가당찮은 시도였다.
이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으니까.
‘갓 다섯 손가락이 된 자신과 삼십 년이 넘도록 이 조직에 속해 있던 내가 같다고 보는 건가…….’
그 정도로 아헨탈 후작이 멍청하지는 않을 터이다. 아마 지렁이도 밟으면 이렇게 꿈틀대니 앞으로 그런 협박은 하지 말란 표시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주제 파악을 못 했다.
“…왜 우리 가문이 움직여야 한단 말인가?”
“이 왕자를 왕위 계승자로 확정하는 건 다섯 손가락의 그 어떤 사업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펜란지 공작과 저나이스 후작. 삼십 년이 넘게 조직에 속해 있던 자들도 가만히 있는데 네놈이 언제부터 다섯 손가락이었다고……?’
그런 말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올 뻔한 걸 바스카스 후작은 참았다.
“그렇다 해도 내 가문만의 희생을 강요한단 말인가?”
“중요한 사업엔 확실한 패를 써야 합니다. 바스카스 후작님만큼 승리가 약속된 패는 없습니다.”
아헨탈 후작이 다른 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가 생각했지만, 말을 꺼내지 못한 사실을 직접 한 셈이었다.
‘이것이 새로운 피를 받아들인 효과인지도 모르겠군.’
펜란지 공작이 십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조금 달랐다.
“그렇지만 아헨탈 후작, 다섯 손가락의 이익이 한 손가락의 희생으로 인해 만들어진다면 다섯 손가락이 존재할 이유가 있겠소?”
분명 다 같이 잘 살자고 만든 조직인데, 조직의 이익을 위해 부품처럼 취급되어 희생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 조직은 필요한 걸까.
펜란지 공작이 이를 지적하자 아헨탈 후작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각 구성원이 어찌 판단하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정확히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어쨌든 아헨탈 후작이 의견을 냈으므로 그에 대한 모두의 생각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소.”
펜란지 공작이 의사를 표하지 않은 두 사람에게 시선을 줬다.
저나이스 후작과 로힐 백작이었다.
로힐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귀찮게 의견까지 낼 필요가 있겠습니까? 바로 다수결로 들어가지요.”
저나이스 후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은 나왔다는 듯이 말하는 로힐의 행동에 바스카스 후작은 편안함을 느꼈다.
아무리 멍청한 놈이라 해도 알 것이다. 이 의견에 동의를 하는 순간 자신과 적대적 관계를 맺게 되며, 언젠가 조직을 위해 자기 자신도 희생하게 되는 명분이 된다는 것을.
더군다나 로힐 백작이 분위기를 못 읽을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다.
“좋소. 그럼 결정을 내려 봅시다. 아헨탈 후작의 의견에 동의하는 자는 모두 손을 들어 주시오.”
가장 먼저 아헨탈 후작이 손을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바스카스 후작은 내심 결정을 내렸다.
‘그분’에게 보고를 하기로. 아헨탈 후작은 같이 갈 수 있는 자가 아닌 게 틀림없다.
“…….”
잠시 기다린 결과, 손을 들고 있는 건 아헨탈 후작뿐이었다.
‘이게 당연한 결과인 것을. 아헨탈 후작, 자네가 후회할 짓을 벌였으니 나도 곧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네.’
바스카스 후작이 냉정한 각오를 하는 순간이었다.
스윽.
손이 하나 더 올라왔다.
“……?”
바스카스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손을 든 건가, 로힐 백작?”
어느새 들린 로힐 백작의 손을 모두가 쳐다보고 있었다.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아헨탈 후작의 말이 맞는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 말에 바스카스 후작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지금까지 아헨탈 가문을 경멸하던 놈이 갑자기 아헨탈 가문의 의견에 동참하며 손을 들어 준다?
이건 뭔가 이상했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의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둘이 눈이 맞은 게 분명하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자신이 영문도 모르고 있었다면 답은 뻔했다.
왕도 근방을 담당하던 백나비가 깡그리 죽고, 부족한 인력 공백을 타 지역의 백나비로 메꾸는 과정에 생긴 그 빈틈.
그때 이 둘은 조우했으리라.
하지만 더욱 불길한 건 이 두 놈의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자신들만으로는 관철이 어려울 것인데도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설마…….’
바스카스 후작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한 가지 가설이 그의 뇌리에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스윽.
손이 하나 더 올라왔다.
이번엔 펜란지 공작마저 눈이 커지고 말았다.
‘……!’
저나이스 후작, 그가 거수한 것이다.
* * *
티스리스트의 중대 발표가 끝난 후 아헨탈 후작과 메시, 에레나는 드디어 해후를 할 수 있었다.
물론 해후라기엔 짧은 시간이었으나, 심적으로 아헨탈의 두 사람에게는 무수히 긴 시간이었다.
“메시 경, 한 달도 채 안 되었는데 그사이 너무 다른 분이 되었습니다. 정말 사도가 되다니…….”
“운이 좋았습니다. 아헨탈 후작님과 에레나 양만은 예전처럼 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두 분은 제게 특별한 분들입니다.”
“허허, 그리 말해 주니 고맙소.”
“아마 오라버니가 알면 기절초풍을 할 거예요, 메시 경.”
에레나의 말대로 메시가 사도가 되었다는 걸 알면 에레브는 깜짝 놀라며 쓰러질 것이다.
그에게서 높임말을 듣는 걸 상상하니 그만큼 어색한 광경이 또 없었다.
‘되도록 늦게 알려야겠군.’
나름 충격받을 에레브를 위한 메시의 배려였다.
당장 오늘 밤 편지를 써서 오라버니를 골탕 먹일 속셈인 여동생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아헨탈 후작이 입을 열었다.
“전하의 발표는 메시 경의 생각이오?”
“티가 났습니까?”
“아무래도 바스카스 후작은 눈치를 챈 거 같았소. 근처에 있었다 보니…….”
바스카스 후작과 서로를 노려보는 와중에 바로 옆에 아헨탈 후작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덕분에 도움을 받았소, 메시 경. 바스카스 후작은 아헨탈을 성전에 밀어 넣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일이 이리되었으니 잘되었소. 왕당파들은 불만인 듯하지만.”
연회장의 저 멀리 왕당파 귀족들이 모여서 열변을 토하는 게 보였다. 아헨탈 후작도 저 자리에 있어야 했으나, 메시와 대화를 나눈다는 빌미로 빠져나온 참이었다.
메시는 아헨탈 후작과 그간 못다 한 얘기를 나눴다.
다섯 손가락에 합류한 일부터 천공성의 릴리와 힘을 합쳐 로힐 백작을 속인 일까지.
얘기를 듣던 메시로서는 의외의 성과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이 없는 사이 아헨탈 후작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발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이 사람에게 모든 사실을 알린 건 올바른 판단이었다.’
메시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이것 참. 교단의 사도께서 내게 고개를 숙이면 어떻게 하오? 다들 안 그래도 이쪽을 쳐다보는 판국에 말이오.”
“저도 도움을 받아 감사해서 이러는 것입니다. 특히 로힐 백작을 끌어들인 건 앞으로 할 일을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할 일?”
메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바스카스 후작을 성전에 끌어들여야지요.”
끄덕끄덕, 아헨탈 후작도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얌전히 따라올 거 같진 않소. 바스카스 후작은 적십자단의 전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오. 자신의 병사 하나라도 사지에 보내고픈 마음이 없을 것이오.”
그야 당연했다. 누구든 제 부하가 허무하게 증발하는 걸 원치 않겠지만, 바스카스 후작은 더할 것이다.
백나비와 싸워 본 메시이기에 더 잘 알았다. 그 정도 수준의 요원들을 만들기 위해 후작이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눈에 보였다.
그런 인물이라면 분명 사람을 아까워할 테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실을 없애거나 최소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를 움직일 수 있는 집단이 유일하게 하나 있었다.
다섯 손가락.
바스카스 후작이 소속된 집단이자, ‘후원자’의 명을 받은 그가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해 만든 조직.
아시리스 왕국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결성했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만 하는 조직이었다. 그만큼 조직의 결정 사항을 바스카스 후작이라 해도 가벼이 여길 수는 없었다.
그런 특징이 바스카스 후작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목줄로 변할 차례였다.
‘로힐 백작이 거수기로 변한 이상 펜란지 공작과 저나이스 후작. 둘 중 하나를 설득할 수 있다면… 바스카스 후작은 제 도끼에 발등을 찍히게 될 것이다.’
멀리 펜란지 공작 저나이스 후작이 보였다.
그중 유독 나이가 많아 보이는 저나이스 후작이 메시의 눈엔 탐스럽게 보였다.
* * *
[그 얘기도 벌써 수백 번 들은 거 같군. 이러다 나도 로힐 백작처럼 회의감이 들 거 같단 말이지. 허허.]
저나이스 후작은 펜란지 공작의 연회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상기했다.
바스카스 후작의 앞에서 은근히 경고를 하듯 돌려 말한 것이지만, 사실 회의감이 찾아온 지는 조금 된 참이었다.
‘허허, 이러다 나 역시 전대 로힐 백작처럼 죽음을 맞겠구나. 그리도 오랜 시간을 버텨 왔건만…….’
단 한 번 만날 수 있었던 ‘위대한 존재’가 해 온 영생이란 약속. 그가 풍기는 존재감과 힘, 그의 이름에 경도되어 지금껏 믿어 왔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었다. 아직도 마음은 그 존재를 믿고 싶어 했다.
어느 누가 그 존재를 마주하고도 믿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신체는 따라 주지 않았다.
자신이 50대에 불과했을 땐 그래도 매일 사제의 기적을 받으면 죽기 전까지 30년 이상은 더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사이에 결과물이 나오리라 여겼다.
그러나 그건 영생에 대한 오만한 판단이었다. 연구는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고, 앞자리가 한 번, 두 번 바뀌자 서서히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전대 로힐 백작이 급사했다.
자신에게 비하면 훨씬 젊은 사람이 황망스레 떠나 버리자 제아무리 저나이스 후작이라 해도 뒤숭숭한 마음을 참아 내기 어려웠다.
거기다 백작이 죽자 황급히 위에서 내려온 시술은 지금까지의 시술과는 달랐다. 그게 자신의 마음을 더욱 지치게 했다.
수명과 힘을 준다던 시술은 자신을 인두겁을 쓴 괴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정계의 늙은 괴물老怪.
주변에서 자신을 부르는 멸칭이었는데, 그게 진짜가 되어 버렸다.
‘허허… 이제 이게 맞는 길인지 도통 모르겠구나.’
마음 가득히 찬 회의감.
그걸 겉으로 티 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정계에서 지냈던 자신의 경험이 경고를 해 온 탓이었다.
티를 낸다면 저나이스 가문과 자신이 가차 없이 정리될 거라는 것.
목덜미까지 빠져 버린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오직 죽음뿐이라는 걸 오랜 경험은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런 와중 자신에게 던져진 새로운 제의가 있었다.
[사도를 설득하여 후작님께 젊음을 드리겠습니다. 단, 이번 다섯 손가락 회의에서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나이스 후작… 지금 그 손을 든 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의미요?”
바스카스 후작이 근래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당황한 눈이 되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나이스 후작은 이 고여 있던 연못에 큰 파문을 일으킨 돌멩이인 아헨탈 후작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허허, 그렇소. 나도 생각해 보니 아헨탈 후작의 말이 옳은 거 같아서 말이오.”
“실수한 거요. 그대는 그래선 안 됐소.”
“실수라! 바스카스 후작, 이 다섯 손가락에서 결정된 사항이 그대의 의견과 일치되지 않으면 모두 실수가 되는 것이오?”
“…….”
다섯 손가락이 너의 사적 조직인 걸로 착각하는 거 아니냐? 저나이스 후작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 말엔 펜란지 공작조차도 관심을 가지고 바스카스 후작의 답변을 기다릴 정도였다.
평소 바스카스 후작은 ‘후원자’와의 유일한 연락망임을 자처하며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때가 있었으므로.
“그렇지 않소. 난 이 조직의 모두를 존중하오. 다만 기억하시오. 내가 수십 년 전 그대들이 티스리스트의 강력한 왕권에 숨도 못 쉬고 살아갈 때, 우리를 하나로 묶을 위대한 존재와의 연결 고리를 제안했고 하나의 목표를 제시했소. 왕실에 대한 충성과 봉건 의무를 초월한 결맹을 만들어 우리 다섯 가문만은 영원한 권력을 누리자는 것 말이오.”
바스카스의 외침엔 호소력이 있었다. 펜란지 공작은 그날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모두가 많이 젊었던 시절이었고, 그만큼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갈구하던 때였다.
“거기엔 다섯 가문의 안녕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쯤은 아실 터. 그런데 어찌 이 몸을, 나의 가문을 성전 따위에 보내려고 하는 것이오!”
바스카스 후작의 언성이 높아졌다.
정말로 저나이스 후작의 배신만큼은 예상치 못했음이 틀림없었다. 그만큼 타격은 컸다.
저나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허허, 다섯 가문의 안녕이라. 이미 크롬벨 가문을 버리지 않으셨소?”
“그땐 모두가 동의했잖소!”
“맞소. 이 자리의 결정이니 존중했소. 그러니 이번에도 따르는 게 어떻겠소?”
쾅!
바스카스 후작이 대리석 책상을 내리쳤다. 보존 마법이 걸려 있던 테이블이 보랏빛을 내며 충격을 흡수했다.
“어리석소, 어리석어! 제아무리 이 자리의 결정이라 해도 따를 게 있고 따르지 않을 게 있지! 그대는 저 아헨탈 후작과 그 이종에게 놀아나고 있는 거요!”
“이종……? 사도를 말하는 것이오?”
펜란지 공작이 물었다.
“펜란지 공작님, 아헨탈 후작과 그 이종은 흉심을 품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지금 저자가 이런 분란을 일으킨 건 다섯 손가락 사이에 풍파를 일으킬 계책을 쓰는 것입니다!”
“허어…….”
아헨탈 후작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펜란지 공작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눈치였다.
그 상황을 정리한 건 저나이스 후작이었다.
“허허, 바스카스 후작. 아헨탈 후작에겐 ‘침묵의 맹약’이 걸려 있소. 그게 있는 한 그 이종과 의견 한 마디 공유를 할 수 없건만… 두 사람이 어찌 같은 흉심을 품을 수 있단 말이오. 그리고 따지고 보면 다른 생각을 품은 건 그대이지 않소?”
“뭐라?”
펜란지 공작과 로힐 백작은 이제 흥미가 잔뜩 당긴 기색으로 이 사태를 관전하고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 저나이스 후작이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뭔가가 저나이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대는 다섯 손가락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잖소. 그 결과, 이종을 암살하려 들었고.”
“……!”
펜란지 공작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이종의 능력만 이용한다면 자신들이 더 오랜 세월 동안 권력과 천수를 누리며 영생의 완성을 기다릴 수 있다.
그 사실을 그렇게나 설득을 하고, 다섯 손가락 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사항임을 상기시켜 줬는데도 일을 벌였단 말인가?
해명해 보라는 듯 바스카스 후작을 쳐다보았으나, 그는 도리어 뻔뻔하게 나왔다.
“당연한 일이오! 그 괴물은 죽어야만 하오! 그 이종의 힘이 얼마나 위험하냔 말이오.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소? 난 옳은 판단을 했소. 그대들이 눈을 가리고 제대로 현상을 보지 못했을 뿐! 저나이스 후작, 그 이종이 달콤한 약속이라도 해 주더이까? 나와 가문을 성전에 밀어 넣으면 젊음을 주겠다고 말이오!”
바스카스 후작의 그 말을 끝으로 펜란지 공작이 테이블을 탕탕 쳤다.
“됐소. 그만하시오.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 거 같으니 말이오.”
“펜란지 공작님, 내 말을 믿어야 합니다!”
“물론 믿소.”
그 대답에 후작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하나…….
“하지만 저나이스 후작의 말도 믿소.”
“그게 무슨…….”
후작은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뒷말을 다시 삼켰다.
“이번 일은 바스카스 후작, 그대가 책임져 줘야겠소. 어찌 되었든 다섯 손가락의 결정 사항을 어긴 건 사실이니까. 난 그대가 다섯 손가락을 존중하지 않고 사적 조직으로 여긴다고 생각하진 않소. 그러니 이 결정을 따라줄 거라 생각하오.”
“……!”
으득.
바스카스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어 댔다. 당장에라도 힘을 개방이라도 할 것처럼.
그러자 저나이스 후작과 펜란지 공작 역시 당장이라도 모습을 바꿀 것처럼 기세를 끌어올렸다.
여태 자신의 힘이 되어 주던 것들이 제 목줄이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에 후작은 배신감과 환멸감을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부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진다 생각하고 이번만은 우리들을 실망시키지 마시오, 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