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59
158화
바스카스 후작의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졌다.
‘내가 개변을 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개변을 안다는 건 다른 비밀들도 안다는 소리 아닌가.
“대체 네놈은 뭐냐…….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냐……?”
“어디까지 안다고 설명해 줄까. 음… 이 정도면 되려나?”
메시는 자신의 손가락을 모두 펴 손바닥을 보였다.
그 메시지는 명징했다.
‘다섯 손가락.’
“어떻게……!”
바스카스 후작의 눈이 커지고 숨이 가빠 왔다.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노출된 사건이었다.
여기까지 온 건 메시와 개인적인 적대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는 한참 잘못된 판단이었던 거다.
‘…이놈은 나와 조직 전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었던 거야!’
메시는 릴리가 전해 준 말을 입에 담았다.
“네가 직접 말하지 않았나? 누군가 알고 있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라고.”
낯익은 말에 과거의 편린이 즉시 떠올랐다.
[후작께서 방금 말하지 않았소? 누군가가 알고 있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라고. 애초에 들을 수조차 없다면 문제가 없지.]
펜란지 공작이 했던 말이다. 그 말이 새어 나올 수 있는 구멍이 있다면… 당시 찻물을 보충하던 하얀 머리의 하녀뿐이었다.
여태껏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으나,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
그들의 주위로 이미 다른 눈과 귀들이 몰려 있었던 것이다.
“그 농인 계집이 첩자였나……! 30년 전 벌목꾼 얘기에 반응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더라니!”
‘……?’
메시의 눈에 잠깐 이채가 어렸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만큼 네놈들의 보안이라는 게 보잘것없었다는 거다. 비밀? 침묵의 맹약? 풋.”
부들부들…….
바스카스 후작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주먹을 꽉 쥐곤 분노로 떨어 댔다. 지금껏 저 이종의 손에 완전히 놀아나고 있었다니.
메시는 웃으며 말했다.
“얘기가 샜군. 다시 선택지를 상기시켜 볼까? 이대로 내게 죽느냐, 아니면 살기 위해 변신을 하느냐. 골라 봐라.”
양자택일의 선택.
살고 싶다면 개변을 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결국 죽는다.
팔이 사라진 빈자리에서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음에도 ‘죽는다’는 말은 그에게 낯설게 들렸다.
목숨을 위협받는 것. 그에겐 참으로 생소한 경험이었다.
‘나, 천하의 발락 폰 바스카스가 죽는다고? 저 이종에게?’
하……!
참으로 허무맹랑하지 않은가!
왕국의 국사를 한 손에 움켜쥐고 영원을 논하며, 새로운 신세계를 읊조리던 자신이.
한낱 미물처럼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단 말인가?
그토록 많은 힘과 권력을 쥐었던 자신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있어서도 아니 될 일이었다.
‘……!’
그때 바스카스 후작의 머릿속에 한 줄기 활로가 이어졌다.
가까이 다가온 죽음에 대한 인지 부조화 때문일까?
오히려 그로 인해 후작은 자신이 살 수 있는 돌파구를 하나 깨달은 것이다.
그 활로는 등잔 밑의 어둠처럼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오히려 보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후작은 메시의 앞에서 초탈한 것처럼 웃을 수 있었다.
흐흐…….
작은 비소.
그 웃음은 점차 커져 광소가 되었다.
– 크하하하하하!
쩌렁쩌렁 울리는 소성에 싸우던 이들마저 동작을 멈추고 후작을 쳐다봤다.
기다린 것처럼 바스카스 후작은 메시를 노려봤다.
“이종, 너 따위가 날 죽이겠다고?”
“…여태 내가 한 말이 농담 같나?”
큭큭…….
“우습구나, 우스워. 네놈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이 몸은! 대아시리스 왕국의 4대 기둥 중 하나이자, 이 왕자 계파의 핵심 거두인 바스카스 후작이란 말이다!”
그 외침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메시가 그를 가만히 노려봤다.
“나는 네까짓 게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 아시리스 왕국을 위해 삶을 바친 자다. 전대 왕이 급사했을 때, 불안하기 그지없던 이 땅을 안정화시키고 아시리스 왕국의 국토를 넓힌 게 바로 젊은 날의 이 몸이란 말이다!”
이 얘기를 듣고 있는 귀족들도 수긍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437번의 작고 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현 왕국의 땅 오분지 일을 내 손으로 넓혔느니라. 아직도 저 먼 변방 땅에서는 가이아보다 내 동상을 세워 전신으로 모시는 곳이 있을 지경이다. 그런데, 그런데 네까짓 놈이 나를 죽인다고? 하!”
얼마나 혼신을 다해 외치는지 한 음절, 한 음절을 뱉을 때마다 바스카스 후작의 수염이 떨릴 지경이었다.
“감당할 수 있겠나, 내 죽음의 무게를! 네놈은 나를 이단으로 몰아 죽일 수야 있겠지. 하지만 이 자리의 아시리스 왕국 귀족들은 다 안다. 내가 억울한 누명을 써 억지 심판을 받고 있다는 걸 말이다!”
바스카스 후작은 보란 듯이 주변의 귀족들과 눈을 한 번씩 맞췄다. 마치 내가 죽으면 이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듯했다.
“어디 한번 죽여 봐라. 죽으면 죽었지 난 비겁해지지 않겠다! 이단이라고? 웃기지 마라. 역사와 대중은 타락한 사도에 맞서 싸운 나를 명예로운 순교자로 기억할 것이다! 나의 죽음으로 너와 교단이 8왕국으로부터 치를 대가 또한 기억하거라!”
바스카스 후작의 외침은 메아리치며 허공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 모든 이의 시선은 메시에게로 향했다.
후작의 말에 사도는 과연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모두의 기대 속에 메시의 입이 열렸다.
그의 대답은 한 마디였다.
“네 죽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뭐라?”
“업적을 지껄이길 좋아하는 듯하니 나도 말해 주마. 네놈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
“나는 ‘숲의 종족’의 고귀한 피를 이은 순혈 이종의 왕자이며, 무수히 많은 인간을 치료해 이 땅에서 이종의 성자라 불렸느니라. 그리고 이 몸을 경외한 ‘은빛 성기사’ 베네딕트 경이 내 존재를 교단에 알렸으며 때마침 가이아님의 신탁과 맞물렸으니, 이 어찌 신의 안배가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그때 비로소 사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느니라.”
오오…….
메시의 말을 듣던 이들이 감탄을 흘렸다. 이곳의 사람들은 한 번씩 들어 본 놀라운 얘기였기에, 그것을 직접 본인의 입으로 듣는 건 색다른 기분이었다.
“가이아께서 신탁을 내려 직접 사도를 채택한 것은 천 년 만의 일로, 얼마나 놀랍고도 경이로운 사건인지 부정하기 짝이 없는 네까짓 놈이 알 턱이 있겠느냐. 네놈은 기껏 변방의 전쟁에서 허명을 쌓아 동상 몇 개를 지어 전신이니 뭐니 떠들었겠지만, 이 몸은 진짜 신이 선택한 사도이니라.”
― 사도 메시 예하시여, 영원히 존귀하소서!
바르톨로메오가 때마침 분위기를 타 선창했고,
― 존귀하소서!
모든 성기사가 따라 후창하자 어마어마한 기세가 이 자리의 모두를 집어 삼켰다.
“그리고 나, 메시는 이곳 아헨탈 후작가의 은인이며, 영원한 친우이자 가족이며 지지자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시리스 왕국의 현 왕이자 밀밭의 왕, ‘티스리스트’ 전하는 나의 후원자이다! 이런 내가 네 죽음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대체 누가 네 죽음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이냐!”
― 와아아아아아!
메시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 아헨탈 가문의 사람과 교단의 모든 이가 함성을 질렀다.
그제야 바스카스 후작은 차가운 물 속에 던져진 시체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여기가 자신의 무덤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생겨난 것이다.
후작은 메시를 바라봤다.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저 모습이 소름 끼쳤다.
실로 30년 만이었다.
조직이 모든 힘을 다해 죽였던 ‘그 벌목꾼’ 이후 누군가에게 두려움을 느낀 건 말이다.
메시가 천천히 읊조렸다.
“그러니 바스카스 후작이여, 너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죽을 것인지, 아니면 살기 위해 추한 발버둥을 칠 것인지 말이다.”
그 발버둥이란 것이 ‘개변’이라는 것쯤은 바스카스 후작이 모를 수가 없었다.
이런 선택지를 주는 메시의 꿍꿍이속이 너무 선명했기에 후작은 끝까지 저항했다.
“…내가 개변하길 원하는 걸 모를 줄 아느냐? 절대 그럴 일은 없다!”
“하하, 싫으면 하지 말도록. 그대로 죽여 줄 테니까.”
팟!
메시의 주먹이 떨어져 내리자 후작은 서둘러 바닥을 짚었다.
커다란 지각이 바닥에서 치솟으며 후작의 몸을 공중으로 밀어냈다.
그 지각의 기둥에 메시의 주먹이 박히자.
“……!”
빠직… 빠직… 펑!
수백, 수천 갈래의 금이 쫙 퍼져 나가더니 이내 산산조각이 나 허공에 비산했다.
바닥이 되어 준 지각이 분해되어 버리자 공중에 떠오른 채 그걸 지켜보던 바스카스 후작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스치기만 했어도 몸이 부서졌을 것이다. 놈은 진심으로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도망을 가야 한다. 왕도로 가서 귀족들을 규합하면 여기서 있었던 일들은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어!’
쾅쾅쾅!
후작이 도망을 치기로 마음먹자 마치 냇물의 징검다리처럼 지각들이 한 줄로 높이 치솟아 올랐다.
바스카스 후작은 지체 없이 튀어나온 땅과 땅을 박차며 공중에서 도망치려는데.
덥석.
거친 손아귀가 제 목덜미를 붙잡는 게 느껴지더니 이내 시야가 휙 뒤집혀 하늘이 보였다.
……!
이어지는 등 뒤의 커다란 충격.
콰아앙!
치솟아 오른 지각의 기둥 속으로 바스카스 후작의 몸뚱이는 처박혀 내려갔다.
메시가 그의 목덜미를 뒤에서 낚아채 바닥에 인형을 처박듯이 내동댕이친 것이다.
쿵쿵쿵!
지각의 기둥이 그 충격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 힘의 전달체가 된 바스카스 후작은 내장이 뒤흔들리는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커, 커허억…….”
흙더미에 파묻혀 피를 토하는데, 메시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죽느냐, 아니면 살기 위해 변신하느냐. 선택해라.”
‘내가 네놈 뜻대로… 해 줄 줄 아느냐!’
바스카스 후작은 겨우 남은 의식으로 바닥을 짚었다. 혼신을 다해 땅 아래에 숨겨진 자신의 무기를 찾았고, 그대로 광선처럼 쏘아 올렸다.
“죽어라!”
펑!
다이아몬드를 가르는 워터 제트 나이프처럼, 가공할 수압의 물줄기가 바닥에서 터져 나와 메시의 몸을 노렸다.
‘역시, 물의 정령까지 다뤘었나.’
예상은 하고 있었다. 펜란지 공작의 연회장 연못에서 물이 치솟아 제 정령을 집어삼켰던 걸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이번엔 지반 아래의 지하수를 발견하고 그대로 끌어 올린 셈.
메시가 이리저리 피하자 그에 맞춰서 그가 딛고 있는 자리마다 매서운 수압의 물줄기가 솟구쳤다.
재수 없게도 메시의 근방에 서 있던 귀족이 물줄기에 반으로 절단되어 피보라가 일어나는 잔인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계속 피할 수 있을 거 같으냐……! 엔다이론, 놈을 죽여라!”
‘엔다이론이면 상급 물의 정령이군.’
두 가지 속성을 다루는 데다가 한 속성은 상급 정령을 다룬다. 후작이 정령사로서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메시는 보이지 않는 엔다이론의 공격을 계속 피하면서 점점 후작과의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마침내.
더 이상 엔다이론의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할 수 없는 것이리라.
메시가 쓰러진 후작의 몸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하수가 치솟아 오른다면 후작 또한 죽는다. 메시는 짧은 시간 내에 약점을 파악한 셈.
“그만 죽어라.”
메시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 광경을 보는 바스카스의 두 눈이 떨렸다.
정말로, 저것이 이대로 떨어지면.
자신은 죽는다.
후작은 메시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
한 점 흔들림조차 없었다.
대체 자신이 저놈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목숨을 거두는 것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단 말인가!
“으… 으아아아아아아!”
즉시 바스카스 후작은 제 몸속에 숨겨진 힘을 일깨웠다.
우드드득!
급속도로 피부가 보랏빛을 띠었다. 그의 전신 피부색은 마치 얼어 죽은 이의 보랏빛 입술을 닮아 갔다.
후작이 입은 옷은 점점 커지는 근육과 골격, 그 체격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졌다. 온몸의 부위에서 있을 수 없는 짐승의 얼굴들과 기관들이 자라났다.
이 모든 광경을 모든 이가 쳐다보고 있었다.
“세상에…….”
“바스카스 후작이 괴물이 됐다!”
“이단이다!”
쾅!
그 순간, 거대한 육신이 튀어 나가 ‘이단’이라는 말을 뱉은 이의 머리를 한 손으로 낚아챘다.
우드드득!
수박이 깨지듯 뇌와 피가 터져 나왔다. 보랏빛 거인은 제 손에 묻은 뇌수를 털어 버리곤 메시를 노려보았다.
거인의 몸은 3.5피터가량. 육신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고, 얼굴은 기존의 바스카스 후작을 빼닮아 있었다. 다만 눈동자는 황달이 온 것처럼 누렇게 질려 있었다.
온몸엔 파충류처럼 보랏빛 비늘이 가득했고, 등 뒤엔 악마와 같은 커다란 날개가 있었다. 엉덩이 쪽으론 굵은 꼬리가 있었는데, 꼬리의 끝엔 짐승의 얼굴이 달려 있었다.
재생된 오른쪽 팔은 반대쪽보다 유난히 길었는데, 그 손의 손톱은 대검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
“사… 사도 예하의 말씀이 옳았어. 저런 괴물이 다 있었단 말인가!”
“아아… 가이아시여!”
“적십자단의 마수가 여기까지 뻗쳐 있었다니!”
모든 이가 경악했다. 더는 메시와 엘로이 부인의 말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때 거인의 입이 벌어졌다. 상어 입처럼 날카로운 이가 무수히 많았다.
[이 몸을 보게 된 걸 당장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싶지만…….]
발락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전투 사제와 성기사, 세 명의 성전십장, 아헨탈 기사. 또 자신에게 검을 겨눈 귀족들의 호위 병력들. 그리고 맞은편의 사도.
적들의 숫자가 과했기에 그는 결국 선택했다.
[개변을 허한다! 모두 이놈들에게 지옥을 보여 주고 나를 뒤쫓아 와라!]
바스카스 후작의 외침과 동시에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후작의 백나비 사병 몇몇이 보랏빛 괴물이 되고 있었으며 기사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소드 마스터 할리스까지 개변하자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시선이 돌아간 사이 후작은 몸을 띄웠다. 목적은 명백해 보였다.
“놓칠 성싶으냐!”
메시가 뛰어나가 바스카스 후작을 향해 검식을 뿌리려는데, 검은 유령들이 귀곡성을 흘리며 그의 움직임과 시야를 방해했다.
―끼에에에에엑!
적십자단의 솜씨였다.
그들은 바스카스 후작이 도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호위를 시작한 것이다. 역겨운 태세 전환이었다.
[무슨 속셈이지, 네놈들은?]
“하하. 바스카스 후작, 말하지 않았나? 우린 그대를 도우러 왔다고 말이오.”
유령마를 탄 채로 후작의 곁을 차지한 웨르베귄이 대답했다.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장 웨르베귄의 즙을 짜내고 싶었으나, 몸을 빼는 데 한 손이라도 더 필요로 했다.
그리고… 흑마술으로 인해 메시가 인상을 찌푸린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잠시 후.
후작과 적십자단이 시야에서 벗어나자 메시는 기다렸다는 듯 인상을 풀었다.
그 뒤로 에레브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메시, 그 빌어먹을 놈을 놓친 거냐!”
“아뇨. 정확히는 보낸 거죠.”
“보, 보내? 왜?”
“약속이랄까요. 저 대신 그를 처리할 사람이 있습니다.”
“이게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네 사부의 원수를 너 말고 처리할 사람이 어디에 있어!”
메시는 바스카스 후작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있습니다. 저와 아주 닮은 사람이.”
“뭐? 쌍둥이 형제라도 있단 말이냐?”
어찌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픽 하고 웃어 버렸다.
드디어 끝이 보이고 있었다.
이 봄이 오기까지 얼마나 기나긴 겨울을 참아 내었던가?
자신의 몫은 다했으니 이제 남은 목적만 수행하면 그만이었다.
메시는 멀리서 바르톨로메오와 싸우고 있는 할리스를 바라봤다.
이제.
“소드 마스터에게 한 수 배워 볼까.”
남은 그람베식式을 배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