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75
174화
아헨탈 가문의 야외 행사장에서 벌어진 대참사, ‘몰락의 고변’이라 불리게 된 바스카스 후작의 마지막 날.
흑접 기사단은 바스카스 후작을 빼내기 위해 교단의 성기사들과 아헨탈 기사단, 애버든 기사단, 성전십장의 길을 막아섰다. ‘개변화’까지 하며 장렬한 전투를 벌인 것이다.
과연, 로열 가드와 국왕 친위대를 제외한 왕국 최강의 정예다운 실력이었다. 개변까지 하자 그 전투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1개의 기사단이 소드 마스터급 성기사 둘과 3개의 기사단을 지연시키다니…….
바르톨로메오와 함께 할리스를 처리하고 있던 메시(분신)는 이들의 힘을 주목했다.
그리고 욕심이 났다.
‘이것들… 내가 가져 볼까?’
그때부터였다.
메시가 바스카스 후작의 유산을 탐낸 것이.
* * *
철컥, 철컥.
아헨탈 내성 별관 아래, 지하 감옥에 갇힌 흑접 기사들은 하나같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굵디굵은 쇠사슬에 돌돌 말려 포박된 채 안간힘을 썼다.
감옥의 복도는 기사들의 아우성과 부상자의 신음 소리로 가득했다. 일부는 패닉이 온 듯 짐승의 말을 하고 있기도 했다.
“쯧쯧.”
메시는 그중 유난히 심한 자의 독방을 들여다보았다.
‘세오니카’라는 이름의 흑접 기사였다. 흑접 기사단 최선임 기사 중 하나였고, 바스카스 후작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이였다.
그는 끊임없이 쇠사슬 속에서 개변과 개변 해제를 반복하며 쇠사슬의 틈을 벌리려고 노력했으나, 딱시가니가 만든 특제 쇠사슬이 만만할 리 없었다.
메시는 복도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잘 들어라. 나는 가이아 여신교단의 사도, 메시다!”
반응은 즉각 왔다.
―사도라고? 죽여 버리겠다!
―이게 풀리는 순간 네놈의 가족을 모조리 갈아 마셔 주마!
철컹철컹!
분노로 이성을 잃은 자들에겐 그 이상의 충격을 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건 없었다. 메시는 차분하게 말했다.
“바스카스 후작은 죽었다.”
뚝.
지하 감옥 복도에서 들리던 수많은 소리가 일시에 사라졌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서야 누군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거, 거짓말.
말문이 트인 듯 다들 부정하기 시작했다.
―내 살면서 그런 헛소리는 처음 들어 보는군.
―후작님은 영생 불사를 추구하시던 분이다. 그분이 죽을 리가 없다!
“쯧쯧, 잠시 기다려라.”
메시는 세오니카의 독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오니카가 충혈된 눈으로 표독스럽게 쳐다보자 그의 앞에 작은 반지 하나를 꺼내 보였다.
세오니카의 눈이 커졌다.
“말도 안 돼……. 바스카스 가문의 인장 반지가 왜 네놈에게 있냔 말이야!”
사이즈가 조절되는 물건이자 가주의 상징이었다. 그 말인즉, 바스카스 후작의 손가락에 항시 있던 물건이란 뜻이었다. 그게 메시의 손에 있으려면 하나의 이유밖에 없었다.
세오니카의 비명이 감옥을 울리자 흑접 기사들이 침묵했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것이다.
메시는 입을 열었다.
“너희의 주인이 죽은 건 안됐다. 충성을 바치던 존재가 사망했으니 그 상실감도 크겠지.”
―다 네놈 때문이지 않으냐. 내 반드시 널 죽여 후작님의 원혼을 달래겠다!
“글쎄……. 후작의 복수를 하겠다고? 너희가 그럴 만큼 가치 있는 인간인가?”
―뭐, 뭐라?
―저런 찢어 죽일 놈을 봤나!
―무고한 이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고도 뻔뻔하구나. 네놈이 그러고도 교단의 사도인가!
하하하하하!
메시는 크게 웃었다. 저리 당당하게 구는 반응으로 보아 아무것도 모르는 게 확실했다. 물론 일부는 입을 닫고 있었다. 메시의 발치에 있는 세오니카는 뭔가 아는지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이런 순진한 놈들을 봤나. 너희가 얻은 그 말도 안 되는 힘이 대체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이라 생각하는가!”
―…….
“인간을 삽시간에 괴물로 바꾸는 힘이다. 그리고 괴물에 걸맞은 힘을 주는 이능이다! 정녕 아무런 대가가 없으리라 생각했나?”
메시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렸으나 따라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들도 한 번쯤은 고민해 봤다는 증거였다.
“바스카스 후작은! 그 힘을 완성하기 위해 백나비를 동원했다. 매일, 매주, 매달, 매년! 살아 있는 사람을 납치하여 생체 실험을 자행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죽었다! 너희가 가진 힘은 인골탑을 쌓아 만든 저주받은 것이다!”
―……!
“희생자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던 사람들이다. 하루아침에 납치되어 실험용 표본으로 죽어 가야 했던 이를 생각해 봐라! 바스카스 후작의 원혼을 달래겠다고? 웃기지 마라. 그 이전에 죽은 수만의 사람의 원혼은 생각지도 않으면서!”
―거짓말, 거짓말이다. 속을 줄 알고!
“그래?”
메시는 부정하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만일 이게 거짓말이라면… 왜 네놈들의 일부는 침묵하고 있을까?”
그 말에 다시 복도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저들도 이상함을 눈치챈 것이다.
―세오니카 경, 뭐라 말 좀 해 보십시오!
―앨러던 경!
침묵하는 최선임을 향해 부르짖는 목소리가 절절했다.
그들은 어릴 때 주워져 뼛속까지 인간성이 제거된 백나비와는 달랐다.
한 가문의 자식이자 평범한 가정에서 길러진 이들이었다. 그랬기에 몰랐던 사실들이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을 터.
충성이란 미명, 강한 신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
그걸로 개변 시술을 받아들였을 테지만, 이 사실을 알았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개변 시술을 받지 않은 이들도 저 중에 더러 있었다.
입술을 물어뜯던 세오니카는 구겨진 얼굴로 처연하게 외쳤다.
“크크… 사실을 알았으니 억울하게 죽는 셈은 아니게 되지 않았더냐! 오히려 기뻐해라, 이 녀석들아! 하하하!”
―세오니카 경…….
그의 처량한 소성만이 지하 감옥을 울렸다. 이제 흑접 기사들이 뿜어내던 투지는 사그라지고 혼란과 당혹만이 자리했다.
메시가 낚싯대를 던진 건 그때였다.
“죽어? 죽긴 왜 죽나.”
“…뭐요?”
―……?
“네놈들은 죄인이다. 파렴치한 짓거리로 제 야망을 이루려던 후작을 따른 죄도 가볍지 않지만, 아무리 몰랐다 해도 수많은 목숨이 희생된 연구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 죄도 무겁다. 그 업을 네까짓 녀석들의 죽음으로 씻어 낼 수 있다고 보는가?”
메시는 세오니카의 독방을 나서 복도의 가운데에 섰다.
“지금부터 너희에게 제안을 하겠다. 가이아 여신교단의 사도로서, 일생의 최후 뒤에 여신을 마주하였을 때 부끄럽지 않게 해 줄 유일한 제안일 것이다.”
―그게… 무엇입니까?
가장 가까이에 있던 독방에서 물음이 나왔다.
“참회하라. 너희가 나를 따라 참회의 길을 걷는다면… 내 너희에게 심어진 저주받은 힘을 지워 줄 수도 있으며.”
메시가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그 힘을 정화하여 가장 써야 할 곳에 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 * *
“흑접 기사단, 개변을 허한다.”
[허한다뀨!]
메시와 뀨의 허락이 떨어지자.
지원군의 기사 백 명 전원, 전前 흑접 기사단원들은 서서히 자신들 내면에 있던 ‘무언가’를 일깨웠다.
그 순간, 그들의 몸이 변해 가기 시작했다.
두드드득……!
이전의 개변과는 달랐다.
피부의 색상이 보랏빛으로 바뀌지도 않았고, 흉측한 얼굴로 바뀌지도 않았다. 다만 덩치만큼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커지고 있었다.
투둑, 흑접 기사단의 방어구들이 새겨진 마법에 따라 체격에 맞춰 늘어나자.
3피터에 달하는 거인 기사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착각이 들게끔 했다.
로윈과 크롬벨 기사들은 더 놀라지도 못하고 입을 헤 벌린 채 백 명에 달하는 거인 기사들을 쳐다만 봤다.
선두의 세오니카가 외쳤다.
“흑접 기사단, 전원 개변 완료!”
“특별한 이상은 없나?”
“최상의 상태입니다, 예하!”
메시의 확인에 매서운 기운을 뿜어내는 것으로 응답했다.
그 확인엔 이유가 있었다. 이들의 개변이 이전과 다른 건 힐을 통한 메시의 신체 조작이 있던 탓이다.
부작용 하나 없이 이런 성공적인 조작이 가능한 건 단 하나의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엔조 무에테의 신체 정보가 사람 몸에 잘 생착된 케이스가 바로 여기 있잖아?’
메시, 자기 자신.
‘트롤’ 엔조 무에테가 종족값 변화를 거쳐 사람의 몸에 적응하고도 그 능력을 잃지 않은 완벽한 케이스였다.
메시는 제 몸의 데이터를 근거로 저들의 몸에 있는 ‘개변화’를 고쳐 주었다. 처음부터 바꾸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구현된 걸 수정하는 일이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메시는 저들의 근간을 이루는 엔조 무에테 열화판과 여타 괴물들의 종족값을 제거하고 완전히 인간의 몸에 정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것이 저들에게 말한 ‘정화’의 정체였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예하.”
메시의 뒤에 선 백나비 수백과 흑접 기사 백 명. 그리고 정예병으로 육성되었던 전前 바스카스 가문의 사병들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바스카스 후작… 네놈의 유산은 내가 잘 써먹어 주마.’
메시는 손가락으로 다가오는 언데드 떼를 가리켰다.
“치워라.”
스스스스슥!
그 명령만으로 수백의 백나비들과 흑접 기사단이 뛰어 들어가고, 병사들이 방어 진형을 갖췄다.
선두에 선 건 소드 마스터, 하우엘이었다.
“예하의 명령이시다! 전부 찢어 죽여라!”
부왕! 양손의 단검에서 오러가 치솟아 긴 장검처럼 짝을 이뤘다. 광선검이라도 되듯 푸른 오러의 검이 허공에 휘둘러지자 나비의 양 날개처럼 보였다.
촤자작!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수십의 언데드가 갈라지고, 쪼개지고, 핏물이 되었다. 슥슥 긋는 그 동작들은 괴물들의 죽음과 직결되었다.
거대한 휴먼 골렘이 등장하자 하우엘은 높이 뛰어올라 떨어지는 그 힘만으로 검을 내리 그었다.
펑!
혈액이 비산하고 사람의 조각이었던 것들이 땅을 굴렀다.
그걸 거리낌 없이 밟으며 괴물들의 무리 속을 휘젓는 거인들.
흑접 기사단의 평기사 수준은 기본이 브릴란트 상급이었다. 그런 이들이 개변했으니 괴물들 따위가 막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쿵쿵쿵쿵!
돌격이라도 하듯 세오니카가 어깨를 내민 채 괴물들 사이를 꿰뚫어 버리자 그 뒤를 따라 거인들이 진입하여 검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육편이 비산하는 난장판.
키에에에에엑!
백나비들은 흑접 기사단의 전투력을 따라갈 순 없었다. 하지만 전투를 상정하고 온갖 호흡을 맞춰 온 이들이었다.
뿔에 달린 사람의 머리에서 독연을 뿜어내는 명계 녹각이라 해도 대원 다섯이 무리를 이뤄 펼쳐 내는 합공에는 고깃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고.
머리 셋 달린 헬 하운드라 할지라도 대원 일부가 시선을 뺏는 사이 뒤를 점한 백나비의 치명타에 목숨을 잃었다.
흑접 기사단의 거대한 주먹에 리빙 아머는 구겨진 고철이 되었으며, 야생 본능으로 위기를 느낀 구울들은 점차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보르네스는 미칠 지경이었다.
“이게 말이나 된단 말이냐? 저 살귀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저게 다 바스카스 후작이 여태껏 준비해 오던 정예라는 걸 그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저 갑자기 나타난 상식 밖의 존재들로 인해 자연재해에 휘말린 느낌이었다.
“죽여라, 어떻게든 놈들을 죽여야 한다! 시체는 많다. 꾸역꾸역 밀어 넣어!”
“보르네스 님, 우리가 만든 것들이 전혀 상대가 되질 못하고 있습니다!”
“놈들도 사람이다. 체력적 한계가 있단 말이다! 그 괴물 같은 알란아스터가 볼프 성에 숨어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시체를 밀어 넣어 지치게 해!”
“하, 하지만… 저기엔……!”
부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성한 광휘가 전장을 휩쓸었다.
콰과과광!
한 줄기 빛살, 응축된 신성력이 도화지에 선을 긋듯 전장을 좍 그어 버리자 온갖 부정한 것들이 한 줌 핏물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지금까지 기도문을 외우고 있던 전투 사제 서른의 솜씨였다. 그들이 이적異跡을 부릴 때마다 다수의 언데드들이 제 형태조차 보전하지 못했으니, 과연 상성상 절대 우위에 있다 할 만했다.
그 광경을 보자 보르네스도 분한 듯 입을 다물었다.
“저 살귀들이 장벽처럼 지키는 이상 뚫어 낼 수 없습니다. 물러나셔야 합니다.”
“하지만… 아스카론 님이 절대 철퇴를 허락하지 않으셨단 말이다……!”
“그래? 그럼 내 철퇴만큼은 허락해 주지.”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보르네스는 살기를 느끼고 몸을 앞으로 던졌다. 애송이 시절부터 좌호법에 오를 때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건 이 생존 본능 덕분이었다.
콰직!
신성력을 뿜어내는 메이스가 떨어져 부하의 몸을 진흙 휘젓듯 세로로 갈라 버렸다.
푸쉬이익…….
그 신성한 철퇴에 닿는 건 모조리 녹아내리고 있었다. 죽은 부하의 시체에서 뿌연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광경. 보르네스는 침을 삼켰다.
“어, 언제 여기에…….”
메시는 은신의 망토를 벗어서 가슴팍에 넣은 후 제 무기를 들어 올렸다.
바위를 깨는 자, 성검 ‘레오리딕’이었다.
“확실히 네놈들에겐 성검이 쓸 만하군.”
“그게, 그게 무슨 검이냐!”
“자잘한 건 따지지 말고, 죽어라.”
성화를 다루는 첫 단계, 축신.
스아아…….
메시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황금빛 성화는 보는 것만으로 눈이 머는 느낌이었다. 극상성에 달한 에너지는 존재만으로도 흑마술사들에게 위협이다.
황금빛 사자가 뛰어오자 보르네스는 겁에 질려 네 발로 땅을 기었다.
살려 달라는 듯 비명을 내지르자 주인의 위기를 알아본 흑마술사들이 검은 파동을 손톱 끝으로 쏘아 댔다.
[메시, 조심해라뀨!]
‘두 번째, 응신.’
축신으로 전신에서 뿜어지던 성화가 레오리딕에게 응축됐다.
그걸 휘두르자 검은 파동 따위는 단번에 갈라 버리고, 나아가 흑마술사들까지 가로로 잘라 버렸다. 허리가 녹아내려 상체가 무너지자 외마디 소리를 질러 댔다.
‘엄청나군. 흑마술사놈들에겐 거의 어블레이즈급 검기인걸.’
흑마술사들에게 신성력, 그중에서도 성화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흑마술사들은 닿는 것만으로도 몸부림을 치며 죽어 갔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보르네스를 구하겠다는 일념하에 육탄 돌격을 펼치고 있었다.
“뒈지고 싶다면… 얼마든지 머리를 깨부숴 주지.”
패도적인 힘을 싣는 크롬벨 검술과 성검 레오리딕이 혼연일체를 이뤘다.
단 한 합에 흑마술사의 머리가 으깨져 눈알이 튀어나와 허공으로 날아갔으며, 아래로 내려치자 수면을 휘저어 내리는 느낌으로 몸이 갈라졌다.
어느새 4할에 접근해 가는 엔조 무에테의 괴력과 극상성 그리고 성검. 세 박자가 만들어 내는 잔혹한 풍경이었다.
서른에 달하는 흑마술사들을 쉴 새 없이 해치운 뒤에서야 메시는 보르네스를 찾아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놈은 멀리서 피로 그려진 마법진 위에 서 있었다. 그 근처에 쌓여 있는,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보였다. 적어도 백은 넘을 듯했다.
“이 침식의 땅에서 제물을 가진 흑마술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가르쳐 주마!”
대꾸도 없이 메시가 뛰어오자 보르네스는 허겁지겁 양 손바닥에 피를 내며 마법진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붉은빛이 폭사하며 쌓여 있는 산 제물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72악마 군주 ‘사브나크’여! 이 제물을 받아 혼세의 정수를 내려 주시오!”
빠득, 빠드득……!
그 말에 응답하듯 빛나는 붉은 마법진 안에서 거대 해골의 손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뼈… 뼈다귀가 나오고 있다뀨!]
그것만 봐도 뭔지 아는 듯 보르네스는 기세 좋게 웃어 댔다.
“우하하하! 사도여, 내 운이 너를 뛰어넘는구나. 하필 스켈레톤 킹이 걸리다니. 불행하다, 불행해! 하하하!”
붉은 마법진에서 상체만으로 5피터에 달하는 막대한 스켈레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메시는 주저할 거 없이 다차원의 기억을 뒤적였다.
1억 666개의 또 다른 메시의 삶에서 유일하게 사제로 살아간 자, 성기사 주더스의 힘.
성화를 다루는 세 번째 단계.
“개신開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