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17)
메시는 애벌레 공주를 천천히 관찰했다.
공주는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뿔충이와 파워 디지몬에 나오던 추추몬을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전체적인 색감과 형태는 뿔 없는 뿔충이인데, 입이나 눈망울, 더듬이는 꼭 추추몬이다.
‘뭐지? 방금 그건 울음소리인가?’
“…”
메시를 보며 애벌레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 어머… 귀여워.”
“단장, 정신 차려요. 얘가 크면 바깥에 있는 다리 여섯 개 괴물이 되는 거라고요.”
[ 뀨! ]“으, 끔찍하군. 메시, 그냥 죽여버리면 안 되나? 난 이놈을 데리고 위로 나갈 자신이 없는데.”
“이 공자, 진정하시죠. 메시의 계획은 공주를 인질 삼아서 올라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젠장…”
라망의 설득에 에레브는 공주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못 죽인다면 그게 최선이었다.
반대로, 에일라는 어떻게든 만져보려는 욕망에 빠졌다. 쪼그려 앉아 애벌레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얘, 얘. 소리 같은 건 못 내니?”
“단장… 애벌레가 소리를 어떻게 내요…”
“어, 어멋… 몸 떠는 것 좀 봐!!”
애벌레는 몸을 부르르 떨었더니, 몸을 도르르 말았다.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하나 보다.
‘…?’
메시는 곧 둘의 대화에서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다른 사람은 소리를 못 들은 건가?
‘나한테만 들렸다. 이건가.’
[ 맞뀨! ] …말했다.
드물게 메시의 동공이 떨렸다.
‘대화가 가능한 몬스터는 사부에게서 전혀 못 들었는데…’
하나 짐작 가는 일은 있다.
개미 여왕과 마주 섰던 사부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돌아갔었다. 돌이켜보니 여왕과 이런 식으로 대화 중이었던 거다.
‘왜 나지?’
[ 넌 저번에도 한 번 왔지뀨. ]‘날 알고 있었어?’
[ 그래뀨. 강한 인간과 같이 왔었는데 들어오지 않아 섭섭했다뀨. ]사부의 존재까지 알고 있다. 확실했다.
[ 태어나서 100년 동안 잠만 잤다뀨. 이제 그만 좀 자고 싶다뀨… ] 왠지 말이 많을 거 같은 설정이다.
근데 나이가 100살이 넘는다니. 이런 게 무협 소설에 나오는 영물 같은 건가?
‘반으로 쪼개면 내단 같은 게 있으려나.’
[ 무서운 상상하지 말라뀨. 안 그래도 너 때문에 집에서 쫓겨날 상황인데뀨. ]‘쫓겨나?’
[ 우리 어머니는 날 어떻게 하면 처리할까 고민하던 분이다뀨. 근데 너희가 날 인질로 잡으려는 계획을 짜니까 아예 판을 깔아준 거다뀨. ]‘어째서지? 넌 개미 왕국의 후계자 아닌가?’
[ 우린 인간과는 수명부터가 다르다뀨. 어머니는 이천년은 더 살 수 있다뀨. 그래서 왕좌를 내려놓기 싫으신거다뀨. 난 어머니보다 월등하게 우수하다 보니 더 견제하신다뀨. ]엣헴!
그제야 메시는 전후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 공주 납치 계획까지 알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개미들이 길을 비켜주는 건 납득 했다.
[ 너희만 오지 않았어도 난 내 지배력을 늘려나가다 오십 년 내로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뀨!! 근데 이제 다 틀려 먹었다뀨… ]저 귀여운 목소리로 반란을 꿈꾸고 있었다니… 그야말로 쿠데타 꿈나무다.
어쨌든 본의 아니게 손해를 끼친 거 같았다. 그래도 방법이 그거밖에 없었는데 어쩌겠는가. 크게 미안하진 않다.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 그럼 내 부탁 좀 들어주라뀨… 어차피 여기 있다간 죽을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뀨. 반란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뀨. 이렇게 된 거 독립을 해야겠다뀨. 내가 자리 잡을 만한 곳에 데려다달라뀨. ]여왕이 세운 왕국 근방에서 독립을 시작했다간 금방 진압당할 테니, 되도록 먼 곳에서 새 출발을 할 생각인가. 그러려면 이 근방은 벗어나야 하는데…
메시는 아직 베누다 마을을 나갈 생각이 없었다, 이번 일만 끝나고 다시 사부의 말대로 베누다 마을의 메시로 살 생각이었다.
‘그것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난 이 근방의 마을에서 조용히 살 생각이다.’
[ 깔깔, 네가뀨? 넌 신성을 타고난 인간이다뀨. 절대 조용히 살 수 侍侮. ]‘신성…? 그게 뭐지?’
[ 알고 싶으면 날 데리고 나가라뀨. 그럼 가르쳐주겠다뀨. ]메시는 자신의 몸을 타고 꼬물꼬물 기어오르는 공주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귀찮을 거 같은데… 그냥 죽일까.’
[ 다 들린다뀨!! 그리고 나를 지금 죽이면 어머니는 기뻐하실지 몰라도 내 가신들은 미쳐서 뭔 짓을 할지 모른다뀨. ]‘이런, 미안하군. 그런데 벌써 가신이 있다고?’
[ 말했잖아뀨~ 난 어머니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고뀨. ]개미 여왕의 처지를 이해할 거 같다. 이제 겨우 애벌레인 주제에 자기 가신들을 뺏어간다면 위기감을 느낄 만하지.
‘그래, 일단 네 처분은 바깥 공기 마시면서 결정하도록 하자.’
“…본의 아니게 절 선택한 거 같은데. 제가 담당해서 데리고 올라가겠습니다.”
메시는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선 공주를 가리켰다. 에레브는 흉물스러운 걸 보는 눈빛으로, 알아서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에일라만 부러워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 어깨도 있는데 왜 너만… 하는 눈치다.
‘나 말고 저기 저 사람 어깨는 어때?’
[ 싫다뀨. 난 수컷이 좋뀨. ]…취향이 확고하구나.
어깨에 공주를 단 채로 개미들 앞으로 나서자, 그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상식적으로 뛰쳐나가서 공주를 구해야 하는 건 맞는데도 여왕의 명령이 그들을 억제했다.
그만큼 아직 여왕의 지배력이 살아있다는 뜻이었다. 반란 준비만 오십 년 정도 걸릴 거라더니, 공주의 말이 이해됐다.
스릉, 메시는 검을 뽑아 어깨에 붙은 공주에게 검을 겨눴다. 그녀만 없었으면 자기 목에다가 칼을 갖다 대는 것으로 보였을 거다.
“자, 너희 공주가 죽는 꼴 보기 싫으면 얼른 나가는 통로를 열어라.”
전형적인 악당의 행동이다. 정작 어깨 위의 공주는 메시가 좋다는 듯 어깨 옆에서 볼을 비비고 난리가 났다. 부드러운 애벌레 솜털이 자꾸 뺨을 스치니 간지러웠다. 옆에서 에일라가 부러워 앓는 소리를 냈다.
키에에에엑…
“효, 효과가 있는 거 같은데?”
촌장의 놀라움 그대로, 개미들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소리를 내며 물러서고 있었다.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게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거 같지만…
그런 그들 사이로 개미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저벅저벅.
‘공주, 저기 장군 개미는 왜 나오지?’
[ …큰일이다뀨. ]공주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그녀의 말처럼 큰일이긴 했다. 지금 개미들 사이에서 나온 건, 이족보행의 개미였으니까.
일본만화의 법칙에 따르면 사족보행보단 이족보행을 하는 놈이 더 강하지 않나. 설마 여기서도?
[ 내가 지배력을 뿌리면서 가장 신경 쓴 녀석이다뀨. 아마… 어머니의 지배력에서 탈출했을 거다뀨… ]‘그럼 네가 비키라고 하면 되잖아?’
[ 그게, 내가 공주인 이상 완벽한 지배는 힘들다뀨. 왕실수호대장이라 공주의 명령보다 왕실수호라는 자신의 존재의의가 더 우선이다뀨… ]인간으로 따지자면 왕실 친위대장이다. 강력한 후계의 등장으로 왕에 대한 충성심은 뚝 떨어졌으나, 아직 왕이 되지 못한 후계의 명령도 들을 필요가 없는 처지였다.
그런 상황에서는 직무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FM 꼴통이 만들어지기 마련. 특히 개미는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지다 보니 그 직무 자체가 존재의의다.
“메시. 저 녀석은 비킬 생각을 안 하는 거 같다만?”
“아무래도… 싸워야겠습니다. 왕실수호대장을 맡은 장군 개미라 공주를 보낼 생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어차피 저놈도 더듬이가 약점 아니야? 거기다 검을 갖고 있어도 우릴 베지 못할 텐데.”
에레브의 말도 맞았다. 장군 개미 역시 더듬이가 있었다. 그도 개미라면 똑같이 약점일 것이다.
무기도 있었다. 그의 무기는 개미들의 외피처럼 검은빛을 띠었다. 개미 더듬이처럼 마디마디 이어져 특이한 형태였다.
“…내가 나서지.”
“라망 경, 협공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나는 기사다. 상대가 벌레라도 혼자인데… 처음부터 협공할 수는 없다.”
메시의 제안을 건너뛰고 라망이 나섰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법이다. 그의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라망 스트라디무스. 42세.
검의 재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특유의 우직함으로 지금의 경지까지 올랐다. 브레이브 다음인 ‘라비쉬’의 경지에 올랐고, 곧 소드 익스퍼트의 영역에 있는 ‘브릴란트’까지 넘보는 자였다.
라비쉬는 소드 유저의 영역에선 최고의 단계였다.
새비지에서 담금질 된 몸, 브레이브에서 쌓아 올린 마나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검의’까지 찾은 경지.
신체, 마나, 깨달음, 3가지가 융성하고 균형을 이뤘다.
“조심하세요. 어쩌면 놈은 출혈을 전혀 신경 안 쓸 수 있습니다.”
메시의 조언에 라망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의 말대로 왕실수호에만 눈이 벌게진 상대였다. 그럼 ‘왕국 수호’라는 공통의 과제가 있는 다른 개미들과는 패턴이 다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여왕과 공주의 지배력까지 벗어난 상태니 제재할 길도 없었다. 최대한 출혈 없이 쓰러뜨리고 빨리 여길 뜨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내 접었다.
까닥까닥.
라망의 손목이 까닥거림과 동시에 진검은 쾌속으로 발출 되어 장군 개미의 더듬이를 노렸다. 예상한 듯 개미는 고갯짓만으로 아헨탈 검술의 첫수를 피해버렸다. 어느새 다시 라망의 검집으로 돌아간 검은 다시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개미의 전신 급소를 노려갔다.
쾅! 쾅, 쾅쾅!
수십 합의 검이 이리저리 섞였다. 은근한 푸른빛을 띄우는 라망의 검이 잔상을 남기며 그림처럼 장군을 노렸다. 그런데도 가는 길목마다 라망의 검이 차단되는 모습에 기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새떼가 거의 동시에 쪼아대는 느낌일 텐데도, 장군 개미는 채찍처럼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모든 공격을 차단했다.
몰아치는 검무 속에서 한 호흡이라는 짧은 시간을 벌자마자 라망은 다급하게 외쳤다.
“…모두 협공해라!!”
기사가 1대 1을 포기했다는 건 상대가 자신의 기량을 완전히 압도했음을 인정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런 자가 뭐하러 라망에게 한 호흡이라는 시간을 줬겠는가?
번쩍!
라망의 신경이 조금이라도 뒤에 쏠리자마자 장군 개미의 검은 기형으로 휘어지며 길이가 늘어났다. 이건 예상치 못했는지 라망의 가슴팍을 그대로 쪼개버렸다.
“크아악!!”
“저, 저런!”
핏물을 뿌리면서 뒤로 빠지는 라망. 그걸 보고 모든 기사가 손목을 까닥거리면서 앞으로 뛰쳐나갔다.
기사 수십 명의 아헨탈 검술이 단번에 허공을 수놓았다. 검 끝만 아슬아슬하게 보일 정도의 쾌속을 가진 검이 개미의 더듬이를 향해 일점사해도 장군 개미에게 후퇴란 없었다.
카가컁!
매섭게 검과 검이 부딪치니 허공에서 불똥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그 광경에 하마터면 시선을 뺏길 뻔했지만, 메시는 라망에게 뛰어가 바로 힐을 시전했다. 출혈을 당장 막아야 했다. 라망의 목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였다.
“힐(heal)!”
메시의 양손이 마방진을 완성하며 빛이 터졌다. 라망의 갈라진 가슴팍이 안쪽부터 메워지기 시작했다. 갈비뼈는 절단 났고 폐 일부가 찢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흐른 피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메시는 오랜만에 느끼는 위기감에 몸을 떨었다.
아무리 지하라고 해도 숲의 괴물들이 가진 후각, 특히 피냄새를 알아차리는 능력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놈들은 알아차릴 것이다. 자신들이 딛고 있는 땅 아래에서 아주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는 걸.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기사들을 보조해서 놈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다.’
라망의 치료를 끝내고 메시는 싸우고 있는 기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할 수 있을까?’
메시는 지금껏 해보지 못한 일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사부에게도 배우지 못했던 방식이다. 될지 안 될지 판단이 서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압도적인 공격에서 방어가 안 된다면, 살아남을 방법은 압도적인 치유밖에 없다.
“힐.”
기존에 환자 하나를 비추던 빛이 아니었다.
옅고 넓게 아침의 안개처럼 퍼져 싸우고 있는 기사들 전체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싸우던 기사들은 자신들의 몸이 가벼워진 걸 느꼈다. 원래 힐은 아무 이상이 없으면 컨디션 반등에만 도움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메시가 기사단 전체에 힐의 빛을 쏜 건 그 때문만이 아니었다.
“큭!”
장군 개미의 검이 기사 하나의 팔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통에 기사가 인상을 찌푸렸으나 금세 아픔이 사라지자 의아했다. 어느새 아물어 있었다.
장군 개미의 검이 누군가의 장딴지를 벴다. 검이 지나가는 이물감에 힘이 풀려 쓰러지려는데, 갑자기 다리에 다시금 힘이 돌아왔다.
장군 개미의 검이 기사의 복부를 뚫고 빠져나왔다. 뒤로 겨우 빠져 복부의 상처를 막으려던 기사는, 의아함에 배를 움켜쥔 손을 뗐다. 피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배가 이미 수복되어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의아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모두가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낸 건 뒤에 있는 힐러 한 명이라고.
‘설마…’
‘전체를 혼자서 커버하고 있다는 건가.’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이야?’
있을 수 없는 일이 전투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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