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1
180화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도주를 시도했던 크롬벨 백작은 포박 당한 채 끌려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릎 꿇려졌다. 반항을 하려 들었지만, 메시가 가볍게 마사지를 해 주자 얌전해졌다.
알란아스터가 시뻘겋게 물든 얼굴로 여태 참고 참은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신 거였소? 그렇소?”
“…흐흐. 뭐, 아니라고 대답해 주기라도 원하는 것이냐?”
크롬벨 백작은 레드 아이의 방패막이가 아니었다.
“살려 주겠다는데 네놈 같으면 안 할 거 같으냐, 잘난 동생아?”
“…….”
오히려 레드 아이를 다루는 입장이었다. 알란아스터는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곤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람이 마물을 입고 싸웠다? 의문이 든 메시가 힐을 써서 크롬벨 백작의 신체를 살펴봤다.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었다.
‘이미 예전 신체 정보와는 확연히 달라졌군. 실패작이라 나타나지 않았던 개변화의 씨앗도 강제 발아가 된 상태에, 그걸 억지로 리빙 아머와 연결시켰어.’
크롬벨 백작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보다 마물에 가까웠다.
[끌끌, 이건 분명 내 본신의 솜씨일세. 이래저래 만져 보다가 실패작에서 쓸 만한 부분이 안 보이니 무리해서 강화시킨 거겠지.]
아스카론(티끌)의 얘기를 듣자 메시는 아무런 참견을 하지 않기로 결단을 내렸다.
제 핏줄이 마물이 되었다는 얘기는 지금도 충분히 힘들 알란아스터에게 더 충격을 주는 말이었으니까.
“그러게 내가 분명 말하지 않았느냐? 날 죽이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고.”
철썩!
크롬벨 백작의 고개가 훅 돌아갔다. 알란아스터가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찌… 사람이 그러실 수가 있소? 형님의 행동으로 볼프 성이 함락당할 뻔했소!”
“…….”
“내 발을 묶어 놓으면 여기의 모두가 죽는다는 것쯤은 뻔히 알았을 터. 부끄럽지도 않소? 잘 쳐다보시오. 여기 이들은 한때 형님을 모시던 자들이란 말이오!”
그 말에 크롬벨 백작에게도 쌍심지가 켜졌다.
“그래, 어디까지나 한때지. 주군을 배반한 배신자들이 아닌가?”
“뭣이?”
“더러운 놈들, 벌써 잊은 것처럼 떠드는구나. 네놈들이 반란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아헨탈에게 졌겠느냐? 그리고 크롬벨 영지에 이런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겠느냐?”
사실 반란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이미 아헨탈에게 대패한 상태였고, 적십자단을 끌어들인 건 자신이었지만, 진실은 그에게 중요치 않았다.
증오에 가득 찬 크롬벨 백작의 눈이 반란군에 가담한 기사와 병사 그리고 알란아스터, 마지막으로 메시에게까지 이어졌다.
메시가 크롬벨 진영에 간자로 잠입한 전적 때문인지 더한 살의를 뿜어냈다.
“모두, 너희 탓이다. 저 미친 흑마술사 놈들이 이 땅을 어지럽힌 것도, 수많은 영지민이 산 제물이 되어 죽은 것도! 네놈들의 반ㄹ……!”
콰직!
가만히 듣고 있던 베네딕트가 뜬금없이 주먹으로 얼굴을 후렸다. 크롬벨 백작이 피를 흘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이거 참… 죄송합니다. 제가 수양이 덜 되어서 그런지… 생각만 한다는 게 손이 나가 버렸군요.”
“이… 이 빌어먹을 사제 놈아! 예전 같으면 네놈 따윈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크롬벨 백작은 추하디 추한 모습으로 코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발버둥을 쳤다.
‘이런 놈… 고작 이런 놈 때문에…….’
알란아스터는 크롬벨 백작으로 인해 그간 겪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구제불능의 하찮은 인간. 반성이란 걸 모르는 족속.’
마지막 미련이 끊어졌다.
“하하, 그렇지요. 그리고 지금은 저한테 처 맞는 신세지요. 크롬벨 백작, 아니 이젠 그냥 알바라옌이군요.”
“웃기지 마라. 난 전하로부터 정식으로 작위를 승인받은 백작이다! 이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해 주겠다!”
메시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픽, 하고 웃어 버렸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알바라옌. 네놈의 백작위는 진작 회수되었다.”
“뭐라?”
“당연하지 않으냐. 네놈은 가문의 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8왕국의 공통된 적이자 이단인 적십자단과 결탁했다. 그러고도 작위가 유지되길 바랐다면 양심이 없는 거 아니냐?”
부들부들…….
알바라옌이 발광할 것처럼 몸을 떨어 댔다. 그의 눈엔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그리고 티스리스트 전하의 말씀이시다. 네놈은 수십 년간 친동생에게 독약을 먹여 그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그 죄질이 심히 불량하여 귀족의 본을 더럽힌 바, 극형에 처한다고 명하셨다.”
“어차피 죽일 셈이었으면서 가져다 붙이지 마라. 가증스럽구나!”
“또한 피해자인 알란아스터 경은 반란을 일으키긴 했으나 사유를 참작하여 덮어 주기로 하셨다. 거기에 새로운 크롬벨 백작으로 임명하였으니, 충성을 맹세하고 영지를 잘 관리하라고 명하셨다. 정식 작위 수여는 다음 해 작위 수여식에서 내려질 예정이나, 영주의 권한은 지금부터 적용될 것이다.”
거기서 알바라옌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거짓말 마라! 네까짓 이종 놈이 뭐라고 전하의 입을 대리한단 말이냐!”
하하하!
메시는 시원하게 웃어 젖혔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물었다.
“로윈, 내가 누구냐?”
때마침 지원군 일부가 성벽 위로 올라온 타이밍이었다. 움찔 놀란 로윈은 인파를 헤치고 걸어 나와 예를 갖췄다.
“교, 교단의 유일한 존재이며 가이아 여신께서 천 년 만에 직접 선택하신 분, 사도… 메시 예하십니다. 티스리스트 전하께서… 직접 후원하시는 분이기도 하지요.”
아들의 말에 알바라옌의 얼굴은 무참히 일그러졌다.
알바라옌 폰 크롬벨은 처형당했다.
처형인은 알란아스터였다.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매듭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아무도 그 선택에 딴죽을 걸지 않았다. 그만큼 적합한 인선은 없었다.
사형 집행을 하면서 형제는 몇 마디 대화를 서로 나누는 듯하더니, 이내 알바라옌이 순순히 목을 뺐다. 예상외의 모습이었다.
크롬벨의 기사와 병사, 주민, 지원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수십 년간 꼬이고 꼬여 온 매듭이 일순간에 잘려 나갔다.
서걱. 툭, 투둑…….
머리가 구르자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옛 주군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설사 반란군이라 해도 말이다.
“제가… 수습하겠습니다, 숙부.”
친아들인 로윈이 나서서 전前 크롬벨 백작의 시신을 수습했다. 반란을 주도한 입장이긴 하나, 살기 위해서 한 선택이었다.
가차 없는 아비였더라도 그에게 친부의 죽음은 슬픈 일이었다. 원래 친모도 없었으니 이제 부모를 다 잃은 셈이었으니까.
로윈이 레드 아이의 갑주를 벗기려 들자 메시가 말렸다.
‘마물과 아버지의 몸이 결합되어 있는 꼴을 보면 충격받겠지.’
메시는 힐을 사용하여 잘린 머리를 이어 붙여 주는 척했다. 실상은 리빙 아머와 결합된 조직을 박리하는 데 신경을 썼지만.
그 나름의 배려였다. 최소한 제 아버지가 사람으로 죽었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마무리가 되자 갑옷을 벗겨 주었다.
힐을 마친 알바라옌은 잠이 든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그 모습에 울컥한 건지 결국 로윈은 제 아버지의 몸뚱이를 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옛 가신들도 쓸쓸히 그 광경을 쳐다봤다.
어흐흐헝!
로윈의 들끓는 곡이 바람을 타고 볼프 성을 휘감았다.
그 소리는 기나긴 크롬벨 내전의 종식을 알리는 듯했다.
* * *
밤이 되었다.
화롯불로 잔뜩 밝혀진 볼프 성은 야간에도 환했다. 큰 전투 후에도 경계 근무가 엄중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인원은 전부 아헨탈군(前 바스카스군)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간 몰아치는 언데드 군세를 상대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 이들을 위해 내린 메시의 조치였다.
그건 지휘관급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알란아스터는 안에서 쉬고 있어야 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경계를 살피러 나온 메시는 성벽 위에 서 있는 알란아스터를 보곤 가까이 다가갔다.
“예하, 오셨습니까.”
알란아스터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사도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식으로 다시 인사 올립니다. 알란아스터 폰 크롬벨입니다.”
“단둘이 있을 땐 그리 예를 차리실 거 없습니다.”
“아닙니다. 예하는 제게 은인 같은 분이시니 항시 예를 갖춰도 모자람이 없어야 합니다.”
메시는 한숨을 푹 쉬고 제 생각을 말했다.
“알란 경. 낮에도 말했지만, 경의 독을 치료한 건 당시 아헨탈의 치료사로서 당연히 해야 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로윈을 통해 독을 암시하고 반란을 일으키도록 한 건 사실 아헨탈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 큰 은혜라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의도가 어떻든 그 결과는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의도가 선했다고 해서 벌어진 나쁜 결과를 무조건 용서해야 하는 법도 아니니, 그 반대도 똑같지 않겠습니까? 다른 속내가 있었어도 그 결과는 선했으니 저는 은인으로 여길 것입니다.”
알란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함락 위기였던 볼프 성을 구해 주시고, 몸을 던져 대폭발을 막아 낸 은혜도 전혀 가볍지 않습니다. 거기다 구호 식량을 도시로 보내지 않았습니까.”
식량의 일부 여유분은 라망을 시켜 후방의 도시 크롬벨로 보냈다. 대피 인원은 많은데 물자 공급이 끊겼으니 어려운 상황이라 짐작하고 시행한 조치였다.
저리 들어 보니 해 준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감사 인사를 들을 만했다.
“그것참… 알겠습니다. 은인으로 여기든, 아니 여기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말리지 않겠습니다.”
메시가 툴툴대자 알란아스터가 웃었다.
“하하, 소드 마스터를 은인으로 두면 언젠가 쓰임이 있을 터이니 너무 부담 가지지 마십시오.”
‘확실히 그건 그렇지.’
앞으로 있을 ‘후원자’와의 싸움에선 많은 손이 필요할 것이다. 알란아스터 정도라면 충분한 전력이 될 터.
…친해지긴 해야겠다.
“그런데, 전임 크롬벨 백작과 무슨 대화를 하였습니까?”
알란아스터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답했다.
“조카를 제 양자로 입적시켜도 될지 물어보았습니다.”
“아… 그래서…….”
순순히 머리를 내미는 게 알바라옌답지 않았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
‘로윈, 그 녀석. 소원 성취 했군.’
알란아스터가 나이를 먹으면 결국 후계를 정할 텐데,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로윈에게 넘겨줄 가능성이 높았다.
“녀석이 제법 성장했습니다. 제 다음으로 무너진 크롬벨을 일으켜 세우기엔 충분할 것입니다.”
‘…내가 아는 로윈이랑 다른 로윈을 말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딱히 반박하진 않았다. 본인이 그리 생각한다는데 어쩌겠나.
로윈이 가주가 되면 아헨탈에겐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원래 경쟁 가문의 후계자는 무능할수록 좋은 법이다.
이번 크롬벨 내전의 상처는 수십 년 안에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인구수부터 경제까지. 다음 대 가주가 세종대왕 정도는 되어야 해 볼 만할 텐데, 로윈이라?
그때쯤이면 아헨탈은 천상계에서 놀고 있는 가문일 테니 로윈의 크롬벨은 경쟁이 될 리 없었다.
이로써 내전을 일으켜 크롬벨이 자멸하도록 설계한 메시의 계책은 성공리에 끝난 셈이었다.
그럼에도 웃을 수 없는 건.
‘죄 없는 많은 이가 같이 휩쓸려 버렸지…….’
당시를 생각해 보면 크롬벨 내부에 적십자단의 손길이 이미 뻗쳐 있던 상태였다. 자신이 도화선에 불을 붙이지 않았더라도 이번 일은 언젠가 벌어질 참사이긴 했다.
다만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그 불을 빨리 붙였다는 게 메시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표정이 안 좋으시군요. 괜찮으십니까?”
“잠시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한데, 아직 제 질문엔 대답을 안 해 주셨습니다.”
이 시간에 여긴 왜 나왔냐는, 메시의 첫 질문을 깜빡했다는 걸 알란은 떠올렸다.
알란아스터는 쓴웃음을 지으며 성벽 담장 아래의 어둠 속을 가리켰다.
“저길 보시지요. 저뿐만이 아닙니다.”
그곳엔 수척해 보이는 병사와 기사들이 보였다. 모두 한창 쉬고 있어야 할 사람들. 즉, 아헨탈군이 아닌 기존의 크롬벨 반군이었다.
뭔가에 홀린 듯 성벽 너머의 어둠 속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기를 쥔 채.
“…설마.”
“예.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루는 것입니다. 매일 밤 몰려오던 시체들 때문에 새우잠만 자던 이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지요.”
메시로선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광경이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가…….’
“얼른 이 전쟁이 다 끝나야 합니다. 그래야 저나 저들이 푹 쉴 수 있을 것입니다.”
알란아스터의 말에 메시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불을 붙인 일이다.’
그렇다면 불을 꺼 주고 주변을 정리해 주는 일도 제 몫일 터. 결자해지라, 자신이 맺은 일이니 자신이 풀어야 할 차례였다.
메시는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 전쟁의 끝을.
조금 더 확실하고 빠르게 볼 수 있는 방법.
‘아스카론… 그를 지옥으로 보내 줘야겠지.’
눈을 뜨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메시의 목소리엔 확신이 차 있었다.
“알란아스터 경. 우리, 큰 연회를 엽시다.”
* * *
침식의 땅, 깊은 숲속.
아스카론의 본신이 눈을 떴다.
이전에는 그의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강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평범한 노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는 깨진 그릇에서 더 이상 물이 새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겨우… 끝났나.”
항상 좌식 생활만 하던 아스카론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기증에 잠시 비틀거리던 그는 이내 중심을 잡고 바로 섰다.
자신이 조금만 힘들어해도 시끄럽게 떠들던 부하가 있었는데, 지금은 묘하게 주변이 적막했다.
‘프루논이 그렇게 죽었단 말이지……. 머저리 같은 녀석, 제 몸을 제물로 바치고도 뜻을 못 이루다니. 툴라를 찾는 일도 아직 완수를 못 한 놈이…….’
쓸 만한 부하의 죽음을 아쉬워하며 아스카론은 주변을 향해 기운을 일으켰다.
그러자 흑마술사 하나가 재빨리 뛰어왔다.
“저, 정양을 감축드립니다!”
“헛소리 마라, 고든. 전선의 상황은 어떠냐?”
“본단의 좌호법 우넨칠라와 그의 제자들이 성전 집행군의 진격을 최대한 늦추고 있습니다. 하나, 기세가 만만치 않아 계속 밀려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하는 게로군.”
아스카론은 짧은 탄식을 흘렸다.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감지한 흑마술사는 눈치만 봤다.
“볼프 성의 동태는?”
“그게… 조금 이상합니다.”
“……?”
“무슨 생각인지 볼프 성 내부에서 큰 연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며칠간이나 지속하겠다고…….”
아스카론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사도, 그 애송이 놈이 다 이긴 줄 아는 건가? 건방진 놈 같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놈들이 방심한 틈에 다시 몰아쳐 볼까요?”
잠시 생각의 뜸이 있었다.
“아니. 지금까지의 보여 준 모습이라면 대비를 안 해 놨을 녀석이 아니다. 연회도 어딘가에 필요가 있어서 하는 일이겠지.”
“그럼 직접… 나서시는 것입니까?”
부하의 질문에 아스카론은 침묵했다.
그가 머리를 굴리고 있음을 느낀 건지 따로 더 묻지 않고 기다렸다.
마침내 아스카론이 입을 열었다.
“그럴 참이다. 하지만 굳이 정면 승부로 내 부담을 키울 생각은 없다. 놈들을 처리하는 데 쓰는 힘은 최소여야만 하고 그 성과는 가장 커야만 한다.”
“그 말씀은……?”
“볼프 성엔 엘로이와 벨리안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쓸 수 있는 패가 있다면 다 써야 하지 않겠느냐? 때마침 연회를 벌이고 있으니 경계도 엄중하지 않을 터……. 따로 접근해 봐도 좋을 것이다.”
“저희가 잠입시킨 벨리안은 그렇다 쳐도… 엘로이 님이… 도움을 주실까요?”
그 질문의 저변엔 ‘네가 먼저 동생을 버려 놓고 다시 손을 내밀 참이냐?’ 하는 질문이 깔려 있었다.
아스카론은 웃었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다. 엘로이, 그 아이가 날 돕지 않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