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5
184화
아스카론은 에이드리언가의 가주, 드라이엔델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개변화 3기. 즉, 죽은 바스카스 후작의 단계요. 안정화까지 이뤄 냈으니 사실상 연구의 완성 단계인 4기 직전인 셈이오.]
고민하는 척했지만, 당시 아스카론은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하기엔 너무나 필요한 것이었다.
그것만 있다면 신체 붕괴를 막을 수 있고 얼마든지 반신의 격을 온전히 펼칠 수 있게 된다. 그리된다면 누가 자신을 막을 수 있으랴?
하나, 대가는 있었다.
‘사도를 처리해야 한다.’
물론 격의 개방을 통하면 어렵지 않다. 반신의 격에 맞는 신체 재구성을 통해 일시나마 반-마신이 될 터. 인간에 불과한 사도 하나를 요리하는 건 여반장이다.
그러나 그 뒤, 미완성의 깨달음을 무리하게 사용한 후폭풍이 밀려온다. 미세하던 신체 붕괴는 가속화되어 태풍으로 돌변할 것이고, 그 끝엔 72악마 군주 나베리우스에게 끌려가 영원토록 장난감으로 살게 되리라.
그랬기에 아스카론은 드라이엔델의 제안을 오만하게 수락하면서도 계속 고민했다.
자신의 몸이 부담을 짊어지지 않으면서도 사도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으므로.
금방 세 가지 안이 나왔다.
하나는 성전 집행군 전체를 볼프 성으로 끌어넣어 말려 죽이는 계략이었고.
또 하나는 볼프 성을 최대한 빨리 밀어 버리고 크롬벨의 9만 인구를 송두리째 산 제물로 쓰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앞선 두 가지가 수포로 돌아갔다.
예측 불허로 움직이는 사도 때문이었다.
결국 마지막 방안만이 남은 상황.
‘볼프 성의 놈들을 산 제물로 모조리 바쳐 나베리우스의 도움을 받는다. 나베리우스의 힘이라면 반-마신의 개방 이후에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
흑마술은 일종의 조공 무역과 같다.
산 제물의 양과 질을 고려해 바치면 72악마 군주의 기분과 그와의 관계, 체면에 따라 대가가 돌아온다.
그간 마신지경을 노리던 아스카론은 동일한 격을 얻기 위해 악마 군주의 이름과 힘을 빌리는 걸 자제해 왔다.
‘또다시 놈의 힘을 빌리는 게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아스카론의 마음을 나베리우스가 모를 리 없었다.
아마 비위가 상해 있을 터. 웬만한 산 제물로는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도가 산 제물이라면 어떨까? 무려 가이아가 천 년 만에 직접 골라잡은 존재인데.’
아마 72악마 군주 중 가장 강대하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서열 1위, ‘바알’이라 해도 냉큼 넘어올 것이다.
24위에 불과한 ‘나베리우스’라면 분에 넘치는 제물을 받은 걸 테니 군말하지 않고 협조하겠지.
알란아스터와 볼프 성의 나머지 찌꺼기들은 그냥 덤에 불과했다.
사도, 그 하나면 충분했다.
[크크크크…….]
아스카론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걸 저 앞의 사도가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
성벽 위에서 사도의 승리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하고 자빠진 저 나약한 인간들은 또 어떻고?
[푸흐… 푸하하하하! 낄낄낄……!]
체통을 잃은 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그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 * *
[이거…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무지막지한 공격이었다.]
멀쩡히 걸어 나온 아스카론을 보며 메시가 인상을 찌푸렸다.
도발하듯 아스카론을 향해 말했다.
“절망의 저울이라……. 날 상대로 여벌의 목숨을 챙겨 올 줄은 몰랐는데. 내가 그렇게 두려웠나?”
[흑마술에 대해 꽤 아는구나. 네놈이 내 계획을 한두 개 엉망으로 만든 게 아니니까. 이번에도 뭔가 있으리라 짐작했을 뿐이다.]
“제법인데.”
메시가 씩 웃었다. 하지만 아스카론의 눈은 그의 떨리는 손에 가 있었다.
방금 전 일격은 자신조차 위험할 만큼 강했고, 절명의 저울에 올려놓은 언데드들을 일순 청산해 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지녔었다.
그걸 쓴 직후이니 괜찮지가 않을 터.
아스카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도여, 방금 그것이 네 전력이라는 건 잘 알았다. 좋은 시도였지만, 그저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음이 드러났을 뿐이다. 이제 지긋한 관계를 끝내도록 하자꾸나. 피차 서로 한쪽이 살아서는 안 되는 운명이니.]
쿠구구구구―
그가 자신의 전력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아스카론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이 꿀렁꿀렁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하늘에 달빛조차 투영되지 않는 짙은 어둠이었다.
그 암흑은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밤 속에 또 다른 밤이 펼쳐지는 듯했다. 별빛 한 점 없는 밤이었다.
공중으로 올라가던 어둠이 일시에 아스카론의 몸을 안개처럼 휘감았다. 그것이 여러 겹 겹쳐지자 덩치만 따져도 기본 6피터를 초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어떤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무엇이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절대 인간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으적으적…….
안개가 육신을 씹어 먹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이는 아스카론의 본신이 인간의 격을 탈피 중임을 일러 주고 있었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메시가 아니었다.
“여긴 괴물이 되고 싶어 하는 미친놈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신성 힐로 자신을 치유함과 동시에 아스카론을 향해 짓쳐 들었다.
[조심해야 하네! 격의 개방을 통해 흘러나온 에너지는 나조차도 잘 모르는 미지야! 쉽사리 접근하지 말게!]
아스카론(티끌)의 조언에 따랐다.
메시는 바닥에 떨어진 돌을 주워 예전에 만들어둔 무릿매에 걸었다. 그리곤 전신의 근육을 이용하여 던졌다.
파앙!
공기를 꿰뚫어 버리는 소리와 함께 매섭게 날아간 돌은 아스카론의 어둠과 부딪쳤으나, 그대로 먹혀 사라졌다. 콰드득, 돌이 씹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 차례 반복해도 똑같았다.
‘돌멩이론 타격도 못 준다는 건가? 그렇다면…….’
자스펠이나 레오리딕을 소모할 순 없었다. 메시의 눈에 마창 여섯 자루와 싸우는 알란아스터가 보였다.
“알란 경!”
메시의 외침에 알란아스터의 눈이 힐끔 이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즉각 자신을 찌르는 마창을 발로 강하게 차 건드려 궤도를 수정시켰고.
스아아악!
마창이 날아오자 메시는 그것을 잡아챘다. 빠져나가려는 놈을 힘으로 꽉 쥐었다.
―놈을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원혼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지만, 성화를 일으켜 입을 닥치게 한 후 몸을 그대로 돌려 창던지기 선수처럼 쏘아 냈다.
―끼에에에에에…….
성화를 머금은 마창의 비명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창날이 어둠을 찌르고 들어갔으나, 빠드득 빠득! 똑같이 허무하게 먹혀 버렸다. 비명이 뚝 끊겼다.
알란아스터의 부담을 줄여 준 걸로 만족해야겠군. 메시는 계속 머리를 굴렸다.
‘닿은 건 내부로 끌고 가서 먹어 치운다. 그럼… 물체가 아니면 어떨까?’
휘익!
메시의 휘파람에 반응하듯 주변의 대기가 들썩였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여 다시 공격해 볼 참이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현상이 발생했다. 지금껏 정령이 보이지 않던 메시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온 것이었다.
‘뀨, 설마 저게 실프야?’
자신이 물어도 어처구니없는 질문이긴 했다. 실프라는 연약한 이름과 다르게, 눈에 보인 건 거대한 체구의 녹빛 사자였기 때문.
[아니다뀨. 메시의 정령 친화력이 늘어난 거 같다뀨. 저건 상위 정령, 실라이온이다뀨!]
갑자기 늘었다고?
이유도 없이 그런 현상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잠깐 머리를 굴렸고, 이내 신빙성 높은 답안이 도출됐다.
‘바스카스 후작인가…….’
개변화된 바스카스 후작의 시신을 힐로 스캔했었다. 그와 동시에 뒤섞인 여러 종족의 신체 정보까지 메시에게 넘어왔는데, 그중 정령과 완벽한 친화력을 가진 종족이 있었다.
마족. 그들의 정보가 메시의 친화력에 영향을 준 게 틀림없었다.
“운이 좋군.”
메시는 즉각 휘파람으로 실라이온에게 명을 하달했다. 저 검은 구체를 찢어버려―.
녹빛 사자는 충실히 명을 수행했다.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강풍이 주변을 불어 닥쳤고, 실라이온의 날카로운 발톱이 아래로 그어질 땐 작은 용오름이 일어났다.
워낙 화려하다 보니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감이 드는 순간.
부웅…….
이내 어둠은 원상 복귀 되었다.
거기에 검은 팔이 하나 불쑥 나와 실라이온을 붙잡더니 공허로 끌어들이려 했다.
― 꾸에엥…….
실라이온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메시가 돌팔매로 팔을 찢지 않았다면 녀석은 한 끼 식사가 될 뻔했다.
[다들 아스카론의 격에 미치지 못한다뀨! 그래서 흠집조차 못 내는 거다뀨!]
‘그토록 마신지경에 미쳐서 산 이유가 있었군.’
[…나 들으라고 하는 말 아니지, 자네?]
메시는 아스카론(티끌)의 말을 무시하고 암흑의 구체 주변을 빙글 돌았다. 혹시나 작은 빈틈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살피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암흑의 구체는 어디서 봐도 똑같은 상태였다. 안에서 들려오는 ‘으적으적’대는 소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점차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마침내.
쩌저적…….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라도 하듯 어둠의 장막 위에서부터 금이 일어나 아래까지 이어지더니.
퍽.
기다랗고도 비쩍 마른 팔이 하나 나와 검은 껍데기를 부서뜨렸다.
퍽. 또 다른 팔이 나와 반대편을 부쉈다.
그런데…….
퍽!
“……?”
퍽, 퍽, 퍽. 퍽…….
팔이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비쩍 마른 팔이 끝도 없이 장막을 부수며 튀어나오고 있다.
메시는 스물까지 세다가 포기했고, 그 3배의 팔이 튀어나와 모든 껍데기를 벗겨 냈을 때.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괴물.”
“악마다.”
성벽 위의 사람들은 흔히 쓰던 그 두 단어를 지금까지 너무도 쉽게 내뱉었음을 깨달았다.
격의 개방을 마친 아스카론은 절대 사람이라 볼 수 있는 형태였다.
6피터의 몸에서 4분의 3을 차지하는 거대한 머리. 그 아래로 벌레의 팔다리처럼 늘어선 66개의 팔, 그 사이를 둘러싼 뱀의 허물. 꼬리처럼 날름거리는 뱀의 혀.
얼굴엔 주름이 가득했다. 거대한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흉한 주름들이 악마의 얼굴처럼 일그러지며 형성됐다. 평생 밭일을 한 구십 먹은 노인의 피부처럼 쭈글쭈글했고, 검버섯이 안 핀 데가 없었다.
모두가 아스카론을 보며 침묵했다. 진정 괴물을 마주했을 때 드는 감정은 공포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그저, 생각의 정지―.
“…….”
“…….”
저 괴물의 입에서 나올 첫 마디에 모두의 신경이 쏠려 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뇌가 먹고 싶군.」
아스카론의 기운이 폭사되기 시작했다.
* * *
스아아아…….
격의 개방.
반신의 재림으로 인해 그 일대는 순식간에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
“아, 아으아…….”
“으아아…….”
신을 마주한 한낱 인간의 한계인가.
신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반신이었음에도 성벽의 인간들 중 제대로 서 있는 이가 없었다. 오들거리는 게 양반이었고, 오줌을 지리지만 않아도 대단한 것이었다.
베네딕트는 제자리에 힘겹게 서 있었다. 제 등 뒤에 주저앉은 서른 명의 전투 사제와 스물의 크롬벨 기도원 소속 사제들에게 외쳤다.
“모두, 기도문을 외우시게!”
그러나 제정신으로 입을 뗄 수 있는 것도 그뿐이었다.
“낮은 땅의 모두를 사랑하는 가이아 여신께 고합니다……. 낮과 태양과 불과 벼락, 대지를 지배하는 이를 경배합니다……. 거짓을 무르시고 진실만을 밝히시는 여명의 여왕께 무릎 꿇습니다……! 여신의 횃불로서 어둠을 태우시고 그 고귀한 뜻으로 악을 물리치시나니…….”
베네딕트가 기도문을 외우자 은빛 성화가 그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그 영향인지 오줌을 지리던 사제까지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듯했으나.
차라리 공포에 질려 현실을 외면했으면 모를까, 억지로 깨어난 정신은 강대한 마魔의 기운에 도리어 실성해 버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거품을 무는 사제들이 속출하자 베네딕트는 그들에게 가는 성화를 차단하고 홀로 기도문을 완성시켰다.
“…가이아 여신께서 가로되, 신성한 빛으로 정화하라―!”
베네딕트의 머리 위에서 빛이 형성되며 신성한 벼락이 개방된 아스카론을 향해 떨어졌다.
쿠르르, 번쩍!
“…….”
사진기의 셔터가 한 번 터지고 지나간 것과 같은 허무함.
아스카론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베네딕트가 있는 방향으로 혀를 길게 뻗었다.
피슉!
베네딕트가 몸을 던져 피하자 성벽을 꿰뚫어 버리고 튀어나온 거대한 혀가 사제들을 감싸 입안으로 되돌아갔다.
우적우적…….
「퉤.」
머리만 골라 잃은 사제들의 시신이 바닥을 굴렀다.
아스카론은 하수구 구멍 같은 큰 눈동자로 가까이의 메시를 쳐다봤다.
「사도여, 신을 본 적이 있는가?」
단 한 번의 물음에 몸을 파고드는 압박감.
「내가 바로 그 신이다.」
“……!”
거대한 머리가 메시를 향해 떨어졌다. 입을 쩍 벌린 채.
핏빛 나방이 그 입에서 쏟아져 메시를 덮쳤다. 부딪치기 보단 회피를 선택했다. 메시가 몸을 옆으로 던지자, 있던 자리로 핏물이 폭발하며 비산했다. 지대가 흔들릴 정도였다.
쿠구구궁!
[도, 도망쳐라뀨!]
[정면으론 승산 없네! 도망치면서 시간을 끌게! 놈의 신체가 계속 유지될 리 없으니까!]
메시도 동감하는 바였다.
개방된 아스카론을 마주하자 메시 역시 일대일로 상대하는 게 무리임을 직감했다.
놈은 강하다.
거대한 존재감이 이를 말해 주고 있었다.
메시는 신속하게 등을 보이며 도망쳤다.
슉.
아스카론이 고공으로 몸을 높이 띄우자 검은 그림자가 달빛을 가리며 메시를 집어삼켰다.
오흐가나의 신격으로 예비 공격을 탐지해 낼 수 있게 된 메시는 곧 짜부라질 자신을 예견하곤 도주에 박차를 가했다.
쾅!
땅이 흔들리고 대지가 뒤집힌다. 바닥에 붉은 마법진이 그려지며 그 안에서 용암이 마구잡이로 치솟았다. 그곳이 명계의 입구라도 되듯 불타는 원혼들이 비명을 지르며 메시의 발을 잡기 위해 손을 뻗어 댔다.
기이이이잉―!
강력한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흐릿해 보이는 굵다란 붉은 선이 메시의 몸을 관통했다.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어 이를 피하자, 그 자리를 붉은 광선이 찌지직 채우며 땅을 긁었다.
아스카론의 두 눈에서 시작된 붉은 광선은 땅을 긋다가 볼프 성의 성벽을 타고 올라가서야 그쳤다.
쿠구구구궁!
그토록 필사적으로 지켜내려 했던 볼프 성이 무너져 내렸다. 수고스러운 마법 처리까지 했던 땅꼬마 장인의 노력도 이를 견뎌 내지 못한 것이다.
「또 쥐새끼처럼 도망칠 셈이냐.」
아스카론의 머리 위에서 녹색 구체 수십 개가 또 빛을 발했다. 72악마 군주, 보티스의 독날 손톱이었다.
아까보다 훨씬 굵어진 녹빛의 광선이 메시를 추격했다. 땅을 녹이는 광선에서 부식된 향이 피어올랐고, 바람이 불자 그걸 조금이라도 맡은 이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메시는 도망을 치면서도 성화를 물결처럼 퍼뜨려 이를 모두 치료해 냈다. 그리고 소리 높여 외쳤다.
“모두 거리를 두고 물러서라―!”
「제 안위부터 챙기진 못할망정 남이나 신경 쓰다니. 사도란 참 불편한 자리야.」
슈슈슈슉.
66개에 달하는 아스카론의 팔이 문어 다리처럼 길어지며 보란 듯이 도망치는 병사와 민간인들을 꿰뚫곤, 머리만을 뜯어내 아스카론의 입으로 던졌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저 새끼가…….”
메시는 즉시 몸을 틀어 성화가 깃든 주먹으로 팔을 쳐 내고 뿌리쳤다.
그런 대응을 기다린 사람처럼 아스카론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퍽!
이번엔 피하질 못했다. 등이 욱신거림과 동시에 몸이 제어를 잃었다.
콰콰쾅!
메시의 몸이 물자 창고 여러 개를 관통하며 날아가 처박혔다.
예측이 되기도 전에 날아온 공격.
마창이었다. 알란아스터를 상대하다가 갑자기 뒤로 몸을 빼 창의 물미로 메시를 직격한 것이었다.
쿵, 쿵.
잔해에 처박힌 메시의 위로 점차 그림자가 씌워졌다.
「사도여, 그렇게 시간만 끈다고 뭐가 달라질 거 같은가?」
“크… 달라질 거 같은데?”
성화로 내상을 치유를 하던 메시가 아스카론의 몸 한구석을 가리켰다.
스스슥…….
증발하듯이 조금씩 몸이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신체 붕괴 현상. 아스카론이 여태 격의 개방을 피해 왔던 이유였다.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필시 아스카론에겐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일 터.
하지만 이를 보고도 그의 표정엔 미동조차 없었다.
도리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나에 대해 꽤 알고 있었구나! 뭘 믿고 그리 겁을 상실한 듯 구는가 했더니… 내 반신의 격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런 거였나!」
“과연 그것뿐일까? 네놈에 대해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알지…….”
메시의 대답에 금방 웃음을 지우곤 무심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참으로 시건방진 놈이로군. 네까짓 놈이 나에 대해 안다고?」
그 물음에 메시는 그저 씩 웃는 것으로 응수할 뿐이었다.
그걸 보는 아스카론의 눈에 살기가 가득 들어찼다.
「좋다… 어리석은 자여. 네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고 허무한 것이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아스카론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그러자 볼프 성 곳곳에서 붉은 기둥이 하늘 높이 터져 올랐다.
펑, 펑, 펑!
빛은 공중에서 웅장한 크기의 붉은 마법진을 그렸고, 그 크기는 볼프 성 전체를 담을 만했다.
―…도망쳐라! …살려줘!
우왕좌왕, 불안과 당황에 가득 찬 이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속출했다.
이 상황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 아스카론의 입이 귀까지 벌어지며 히죽댔다.
「사도여, 놀랐느냐?」
“…….”
메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 위의 마법진을 바라봤다.
「당연히 놀랐겠지. 사도여, 나는 하찮은 네 머리 꼭대기 위에 항상 있었느니라. 상상도 미처 못 했겠지…만.」
고개를 들어 허공의 마법진을 보던 아스카론은 말을 뚝 멈췄다.
점차 그의 두 눈이 떨리고 있었다.
「이게… 이게… 어, 어떻게 된…….」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아스카론의 앞에서.
메시는 품에서 붉은 양피지를 꺼냈다.
아스카론이 엘로이 부인에게 마법진을 그려 전달한 도안이었다.
메시는 그것을 펼쳐 보이며 느긋하게 말했다.
“네가 부탁한 거하곤 조금 다르게 생긴 거 같은데?”
그걸 보는 아스카론의 눈이 삽시간에 커졌다.
「네…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