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9
188화
크롬벨 내전, 또는 성전이라 불리는 참혹한 전쟁이 끝났다.
그 소식이 8왕국 전역에 퍼지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는 8왕국에 맥을 뻗치고 있는 천공성이 크롬벨에 관심을 두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갱신한 탓이기도 했고.
그만큼 크롬벨령의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그들에게 문의를 계속해 오던 세력들이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개인의 눈에는 이번 전쟁이 단순한 성전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일부에겐 그렇지 않았다.
“크롬벨령과 산하 영지가 완전히 피폐해졌다지? 아무리 크롬벨 가문이 옛 영화를 잃었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국의 여섯, 일곱 번째 가문으로 꼽히던 곳이다. 쌓아 둔 재물이 있을 테고 재건을 위해 당연히 그걸 풀 거다.”
8왕국을 아우르는 상단 연합체, ‘백당나귀’에겐 새로운 돈줄을 발굴할 기회로 보였고,
“애버든 후작이 공을 세웠으니 왕국의 후계는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우리 왕태자께서 아시리스 왕국의 차기 대왕이 되는 것이야! 하필 골라서 보낸 바스카스 후작이 적십자단의 간자라니, 지지리도 복도 없지. 하하!”
“빌어먹을, 차라리 이번 성전이 망해야 했거늘……. 애버든 후작이 공을 세우고 돌아오게 되었으니 이 왕자님은 명분에서 밀리게 된 게 아닌가!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아시리스 왕국의 중앙 귀족들에겐 권력의 향방이 정해지는 전쟁이었기에 희비가 엇갈렸다.
“그야말로 가문이 박살이 났는데… 아무래도 주워 먹을 게 있지 않겠습니까? 공백이 된 사업체들이 한두 개가 아닐 텐데요. 우리 가문이라면 크롬벨과의 친분이 평소 있으니 그걸 명분으로 삼아 대신 보호해 주겠다고 하는 건 어떨까요?”
승냥이 같은 귀족들에겐 크롬벨의 몰락은 맛 좋은 살코기를 발견한 것과 같았고.
“교단이 결국 승리한 건가. 그 빌어먹을 흑마술사 새끼들은 제대로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왜 그 난리를 친 거야? 교단의 목소리만 커지게 생겼으니……. 이러다 정말 교국이라도 세우겠다고 나오면 골치 아파지는데…….”
아시리스 왕가를 제외한 나머지 7왕가에선 교단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두려워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각자의 시각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도 한 가지 생각만은 일치하고 있었다.
이번 성전을 승리로 이끈 사도, 메시.
그에 대한 평가만큼은 상향한 것이다.
적십자단의 수장인 흑마종사 아스카론을 격살한 전투력, 여신을 대리해 위대한 전쟁을 수행해 냈다는 영향력, 교단의 사도라는 이름값.
성전을 승리로 이끈 사도라는 건 명예와 힘, 권력을 쥐었다는 것과 진배없었다.
‘강한 자를 적대할 자신이 없다면 네 이웃으로 삼아라.’
각 세력 수장들의 머릿속에 오래된 격언이 떠오른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곧 사도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하나, 단 한 곳만큼은 달랐다.
에이드리언 후작가.
과거에는 ‘독을 파는 장사꾼’이란 멸칭으로 불렸으나, 삼십 년 전 정식 작위를 받으며 정계에 화려하게 진출. 이후 팔란티어 왕국 내에서 그 위상이 달라진 가문이었다.
팔란티어 왕의 신임이 어마어마하여 곧 세 번째 공작으로 봉해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가주 드라이엔델은 남서쪽 아시리스 왕국에서 들어온 소식을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아스카론이 당했다고……? 믿기 어렵군.”
새의 부리처럼 생긴 뾰족하고 기다란 검은 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한창 자신의 연구실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던 그였다.
부하의 보고에 기분이 나빠진 그는 소량만 넣기로 한 용액을 유리병에 싹 부어 버렸다.
치이익, 부글부글…….
녹빛 액체가 갑자기 사파이어 같은 푸른빛으로 뒤바뀌더니 이내 끓어올랐다.
“이걸 저놈들에게 먹여라. 뒤로 갈수록 한 숟갈씩 투입 용량을 늘리도록. 한 방울도 흘리게 해선 안 된다. 반항하면 턱을 뽑아 버려.”
“사, 살려 주십시오! 살려 줘!”
“아아악!”
신체가 구속된 사람들이 연구실 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드라이엔델의 연구 보조들은 용액이 든 유리병을 들고 가 억지로 액체를 먹이기 시작했다.
총 스무 명의 실험체에게 수상한 액체를 먹인 드라이엔델은 그들 앞 의자에 앉아 노트를 꺼내 들었다.
“5번 이후로는 즉사인가. 황귀 독사의 독액을 다 털어 넣었는데도 독성이 모자라군.”
“4번도 방금 사망했습니다.”
“12번은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 왜지? 어째서 저놈만 살아 있는 거냐? 조사해 보도록.”
드라이엔델의 명령에 보조들이 12번 실험체에 달라붙어 이것저것을 검사해 나갔다.
그사이 3번부터 1번 실험체도 죽자 노트에 실험체들의 중독 반응과 사망 이후의 변화를 꼼꼼히 기록했다.
곧 연구 보조가 다가와 보고했다.
“12번 실험체가 경지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브릴란트가 아니라 어블레이즈더군요.”
“뭐? 이런……. 어블레이즈급 실험체면 꽤 귀한데…….”
“잡혀 온 사이에 살아 보려고 경지 상승을 추구한 모양입니다. 생존의 욕구가 벽을 넘게 한 거지요.”
“아깝게 됐군. 이왕 이리된 거, 본전은 뽑도록. 12번의 투입 용량을 계속 늘린다. 어블레이즈급이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고.”
약 서른 번의 추가 투입 뒤에야 12번 실험체는 전신 모공에서 검은 피를 쏟으며 죽었다.
“쯧, 독성은 생각보다 약한데 사후 반응에서 출혈이 너무 심해. 상품으로 쓰긴 글렀어.”
독성 실험을 마친 드라이엔델은 펜을 굴려 기록을 더한 후 몸을 일으켰다. 그 와중에도 고칠 부분을 생각하는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부하가 그 뒤를 조용히 따라붙었다. 드라이엔델이 집무실에 들어와 책상에 앉자 속사포처럼 말을 꺼냈다.
“가주님, 극독 연구로 바쁘신 줄은 알지만… 사도의 처리 방향에 대한 명을 내려 주십시오. 전대 가주님의 ‘살가라스’를 능가하는 독을 개발하고자 하시는 건 알지만…….”
“아, 까먹을 뻔했군. 아스카론이 실패했다니……. 너무 예상 밖이라 당황했어. 미안해, 레오메즈.”
“괜찮습니다. 처음 예정대로 암살을 준비할까요?”
드라이엔델은 펜대를 돌리며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지금 사도의 위세가 절대 가볍지 않아. 보는 눈이 많을 텐데 암살을 당하면? 분명 꼬리가 붙는다.”
“그럼… 독을 준비해 조심스럽게 투여하겠습니다.”
“자신 있나? 놈은 늙은이도 회춘시키는 괴물이야.”
“먹는 순간 중독되어 죽을 텐데, 가이아에게 살려 달라 외칠 시간조차 없을 겁니다.”
드라이엔델이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사도를 일순간에 죽일 만한 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독하면 우리인데… 교단에서 에이드리언을 가만히 놔두겠나?”
레오메즈가 인상을 찌푸렸다. 교단의 수사관이 와 가문을 들쑤시는 장면이 상상됐다.
“그렇다고 이대로 관망한다면 ‘그분’이 탐탁지 않아 할 텐데요…….”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되지. 상황을 역이용해야지.”
“……?”
“사도에게 시선이 집중되면 그만큼 다른 사람에 대한 눈길은 헐거워졌다는 뜻 아니겠어?”
드라이엔델의 부관, 레오메즈는 상사의 생각이 어디로 뻗어 나갔는지 눈치챈 듯했다.
“주변부터 흔들 생각이시군요.”
“아헨탈을 회유할 생각은 접었고, 아시리스 왕국도 조용히 차지하긴 글렀으니까 말이야.”
“발판이 제거되면 사도를 처리하기 쉬워지겠군요.”
“그렇지. 제 주변의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하나둘씩 죽어 가고, 세력이 약화되면 놈도 뒤늦게야 깨닫겠지. 하지만 그때 뭘 할 수 있겠어? 자신을 노리는 적의 정체도, 무슨 수단을 쓰는지도 모를 텐데.”
“과연. 영민하십니다.”
“너무 근처부터 손쓰지 말고. 놈이 눈치 못 채게 가까운 거 같으면서도 먼 관계. 알잖아? 어, 그래… 딱 좋은 사람이 하나 생각났네.”
부리 가면을 쓴 드라이엔델이 손가락을 하나 펼치곤 그 책상 위의 서류를 툭툭 쳤다.
“이거, 본보기로 좋겠네. 사건 관계자인 데다가 사도랑 제법 먼 사이 아냐?”
“적당한 거 같습니다.”
“그래, 하나하나씩 중독시켜 보자고. 급사로 처리하는 건 우리 전문이잖아.”
“하하. 그렇지요.”
레오메즈가 웃으며 물러나려는데, 때마침 사무관 하나가 들어와 그들의 앞에서 보고를 올렸다.
“가주님, 왕성에서의 연락입니다. 아시리스 왕국에서 8왕국 대회의를 주관하고자 초대장을 보냈다는데, 전하께서 가주님의 의사를 궁금해한답니다.”
국왕이 귀족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음에도 드라이엔델은 그게 의문 거리도 못 되는 눈치였다. 그는 도리어 다른 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8왕국 대회의……? 티스리스트, 그 권력에 미친 영감이 갑자기 무슨 일이지?”
“회의 주제에 관해선 불문에 붙였다 합니다.”
“사도의 이번 선전으로 교국이 만들어질 빌미가 될까 걱정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대응책을 마련해 보고자 하는 의미가 있겠지요.”
레오메즈의 추리에 드라이엔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노괴가 살아 숨 쉬는 동안 제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줄 리 없고……. 그러자면 생명줄을 연장시킬 유일한 수단인 사도를 거스를 리가 없는데… 뭔가 좀 수상하군.’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명령을 내렸다.
“국왕에게는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내가 보좌하겠다고 전해. 그리고… 레오메즈, 연합체에서 파견 온 벌목꾼들은 요즘 뭘 하지?”
“바스카스 후작이 죽는 바람에 중도에 돌아온 자들 말입니까? 영지 내에서 유흥만 즐기고 있는 걸로 압니다. 가끔 저희 제품도 쓰고요.”
레오메즈가 손가락으로 콧방울 하나를 지그시 누르며 숨을 크게 들이켜는 시늉을 했다. 코의 점막으로 흡입하는 중독성 마약을 의미했다.
“쯧쯧, 형편없군……. 급한 대로 그놈들이라도 써야지. 적당한 신분으로 위장해서 준비시켜. 약 중독자를 데려갈 순 없으니 중화제도 한 방 놔 주고.”
“알겠습니다!”
물러가는 레오메즈를 보며 드라이엔델은 생각했다.
‘티스리스트의 호출이 아닌 사도의 호출일 수도 있다. 그럼 예상외의 좋은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르니… 예비용 칼은 챙겨 가야지.’
드라이엔델은 콧노래를 부르며 다음 실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면의 기다란 부리가 울림통이 되는지 콧노래가 유난히 음산하게 들렸다.
* * *
성전이 끝났다.
그 사실이 메시에게 확실히 와닿은 건 엉망이 된 도시 크롬벨을 훑을 때도 아니었고, 성전 집행군의 본대와 함께 적십자단의 잔당들을 박살 낼 때도 아니었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오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예하.”
아헨탈 후작.
도시 아헨탈 앞에서 그의 믿음직한 얼굴을 마주하고서야 큰 산 하나를 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왕도는 어쩌고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돌아오는 길에 이미 아헨탈 후작이 와 있음을 들은 메시였다. 후작은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메시의 너머의 누군가를 흘깃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 있는 것은 성전 집행군의 지휘관들과 알란아스터. 그리고… 마차.
‘설마… 눈치를 챈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더 말을 붙이려는데, 알란아스터가 말에서 내렸다.
“후작으로 봉해지셨다지요? 뒤늦은 축하를 드립니다.”
“알란 경, 참… 몇 달 만인데도 긴 시간이 지나서야 만나는 기분이구려.”
기꺼워하는 아헨탈 후작의 반응에 알란아스터가 머리를 숙였다.
“과한 예는 삼가시오, 알란 경. 이제 크롬벨 백작이 아니오? 하하.”
“그래서 더 그렇습니다. 쑥대밭이 되어 버린 크롬벨령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제 저는 염치를 잊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후작님의 자비를 부탁하러 온 사람이기도 하니 제가 고개를 숙이는 걸 부디 과하다 하지 말아 주십시오.”
알란아스터의 말에 아헨탈 후작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고생했다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드려 줄 뿐.
“들어가십시다. 말하기 어려운 얘기는 연회가 끝나고… 아니, 흥겨울 때 합시다. 술이 좋은 기름칠이 되어 줄 것이오.”
아헨탈 후작의 안내에 따라 메시와 알란아스터, 성전 집행군의 지휘관급들은 도시로 진입했다.
― 만세! 만세!
수많은 인파가 몰려 만세를 연호하고 있었다. 크롬벨령을 지옥으로 만든 이단들을 토벌한 사도와 성전 집행군에 대한 헌사였다.
덩달아 에레브도 속으로 기쁨의 함성을 외치고 있었다.
‘나도 만세다, 푸하하!’
아버지가 왔으니 영주 인장을 넘겨주고 업무의 산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기쁜 그였다.
그날, 연회가 끝난 후.
메시는 자신의 방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곧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며.
예상대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둘 다 술이 좀 모자랄 거 같아서 말이오.”
아헨탈 후작이 와인과 술잔 2개를 가지고 홀로 방문했다. 근방을 지키던 기사와 시종, 하녀도 다 물린 듯했다.
“조금 늦으셨군요.”
“하하, 기다리고 있었소? 미안하오. 알란 경과의 논의가 길어지다 보니…….”
“크롬벨 측에서 지원을 요청했습니까?”
“자금과 물자, 기술자들을 대거 부탁하더이다. 심지어는 영지 일을 처리할 인력이 없어서 사무관과 시종, 하녀까지 보내 달라 할 정도였소. 아헨탈도 끔찍할 정도로 바쁘지만, 지금 크롬벨엔 남은 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것은 메시도 동의하는 바였다.
성전이 끝난 이후, 볼프 성을 희생하고서야 겨우 지켜 낼 수 있었던 도시 크롬벨을 방문했다.
하나, 메시를 기다리고 있던 건 무수히 많은 아사자와 피골이 상접한 이들이었다. 인구 9만 명의 대도시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고립된 두 달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일부는 굶어 죽고, 징병당해 전쟁터에서 죽고, 누구는 빠져나가기 위해 크롬벨을 둘러싼 높은 산지로 향했다가 행방이 묘연해졌을 것이다.
“더는 아헨탈의 경쟁 가문이 되지 못할 겁니다. 적어도 백 년 내로는 힘들지요. 알란 경도 그걸 알기 때문에 아예 숙이고 들어온 것입니다. 자존심을 부릴 상태가 못 되니까요.”
“맞소. 아헨탈의 막대한 지원이 훗날 족쇄가 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오.”
아헨탈의 지원은 목줄이 되어 크롬벨의 급소를 쥐게 될 것이다. 운 좋게 과거의 성세를 되찾는 일이 벌어져도 아헨탈을 향해 절대 이빨을 드러낼 수 없는 목줄.
그러나 이는 배부른 예속이 될 것이다. 아헨탈의 지원을 통해 크롬벨은 재건될 것이고 영지민들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을 터.
지도자 알란아스터는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가문의 영광을 포기하고 영지민들을 위해 당장의 현실을 선택한 셈이었다.
메시와 아헨탈 후작은 이번에 채우게 된 족쇄를 이용하여 크롬벨을 차후 어떻게 복속시킬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알란아스터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은 뒤로하고.
오로지 정치적 사안에만 집중한.
어쩌면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며 앞으로의 미래를 나누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사실 메시도 아헨탈 후작이 찾아왔을 때부터 예상하던 물음이 있었으나, 그것이 도통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고.
아헨탈 후작도 방문을 할 때부터 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빙빙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메시 경.”
마침내 후작이 무거운 입을 뗐다.
메시가 무언의 허락을 하자 그가 어렵게 말을 이었다.
“내 아내를 성전에 데려간 이유가 무엇이오?”
나오지 않길 바라던 물음이 나오자 메시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고 넘어가기에는 아헨탈 후작은… 너무도 비상한 사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