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9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18)
힐러.
이 세계에서는 흔히 치료사라고 불리는 역할이다.
원래는 일반 마법사들이 겸직으로 담당했었으나, 차후엔 2서클 마법인 ‘힐’이 따로 심화 마법으로 분류되어 힐러라는 독립 파트가 생기게 된다.
심화 마법이란, 서클과 관계없이 생활에 유용하고 활용 범위가 넓은 데다가 깊은 연구가 필요한 마법을 뜻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밥그릇’ 마법, ‘밥벌이’ 마법이라고도 불린다. 그 마법 하나만 파도 자기 밥그릇은 채운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힐, 강화, 텔레포트 마법 등이 있다.
그런 상황에 불구하고, 힐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별로 좋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 ‘힐’은 2서클 마법이라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그래서 자칭 ‘힐러’들이 많다.
둘째, 인원이 많은 만큼 어중이떠중이가 많다. 그들이 전체 ‘힐러’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다.
셋째, 전문화된 힐러 교육을 받은 자와 받지 않은 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넷째, 힐 마법 자체가 효용성은 높지 않다. 심한 중상만 되어도 사제를 찾아야 한다.
다섯째, 처음부터 사제를 구하는 게 낫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힐러를 높게 쳐주는 사람도 없었고, 전투 파티에서도 힐러가 이름을 알리거나 하는 경우가 없었다.
만약, 모든 힐러가 메시만큼의 활약을 할 수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힐러가 전투 중에 모든 외상을 말끔하게 치료해버리는 건 이 세계에선 적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반 힐러보다 조금 더 낫다고만 생각했는데…’
‘힐만으론 아헨탈 가문 전속 마법사보다 훨씬 낫다.’
‘이 정도면 힐러 열 명을 붙여도 불가능한 수준 아닌가?’
기사들이 놀라는 건 그 점에 있었다.
“급소만 조심하세요. 일격에 죽으면, 치료 불가입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메시의 말에, 싸우고 있던 기사들은 가슴이 든든해지는 걸 느꼈다. 힐러의 필요성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다.
“전부, 메시를 믿고 들어간다!”
“급소만 조심해, 급소만! 나머진 치료하면 그만이야!”
스윽.
기사들의 기세가 살아나자, 장군 개미는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겹눈으로 메시를 바라봤다.
아마 그도 현 상황이 어떤지 깨닫고 있는 거 같았다.
[ 머리 조심해라뀨. ]‘뭐?’
[ 장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대적 화학 물질이 네게 집중되고 있다뀨. ]그와 동시에, 장군 개미의 찌르기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개미 더듬이 같던 검이 마디와 마디 사이가 최대한 벌어지며 거창보다 길어졌다.
목표는 메시의 머리였다, 그러나 메시는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오른쪽 귀로 날카로운 파공성이 스쳐 지나갔다.
주르륵..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공주의 말이 없었으면 그대로 꿰였다. 하마터면 치료 불가 환자는 자신이 될 뻔했다.
‘덕분에… 살았다.’
[ 과찬이다뀨. 네가 살아야 나도 독립을 한다뀨. ]“이, 개자식이. 우리를 무시해!”
“메시를 보호해라!”
기사들이 장군 개미에게 덤벼들었다. 회복한 라망도 다시 뛰어들었다. 장군 개미의 손이 바빠졌다. 허공에서 어지러이 검들이 어울렸다.
“이 멍청이들아. 더듬이만 노리면 어떡해, 검로가 서로 방해되잖아!”
“전신에 자상을 내라! 놈도 결국 몬스터니 손상이 누적되면 못 버틸 거다!”
라망의 지휘 아래 기사 오십이 쏟아내는 화력은 착실하게 장군 개미의 몸에 쌓여갔다.
장군 개미로서는 열 받는 결과다. 자기도 만만치 않게 데미지를 뿌렸는데도, 다시 회복되어버리니 대체 누가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광경이었다.
마침내 장군 개미도 뒤로 역 공중제비를 돌더니 물러나 있는 개미 떼 사이로 쏙 파고 들어가 숨었다.
“저, 비겁한 놈이!”
“기사장님, 쫓습니까?!”
“전부 따라와라, 놈을 추격한다!”
“라망 경, 전투 중지하세요!”
에레브가 재빨리 멈춰세웠다. 지금 기사들이 모두 흥분한 상태였다. 이 상태로 개미 떼 사이를 파고들었다간 좋은 먹이가 될 뿐이다.
“라망 경, 지금 싸울 때가 아닙니다.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메시의 외침에 라망은 자신이 흘린 피를 떠올렸다.
“이런.. 빌어먹을!”
“라망 경, 그리고 다친 기사들! 빨리 옷부터 벗으셔야 합니다. 베였을 때 갑옷이고 내의고 다 젖었습니다!”
“기, 기사가 갑옷과 옷을 다 버리고 도주하란 말인가!?”
쿠쿵!! 쿠쿵!!
갑자기 공간이 떨리기 시작했다.
투둑.. 투둑..
흙과 돌맹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조짐이 안 좋았다. 개미들도 고개를 치켜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라망 경! 빨리 벗어!”
에레브가 존대마저 잊고 외치자, 얼굴이 벌게진 라망이 얼른 기사들을 불러 무장해제를 시작했다. 크게 출혈이 있었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떨림이 계속 이어지자, 광장의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던 흙 기둥에도 금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대한 틈을 만들더니 이내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기둥 위에서 내려보던 개미들이 후두두둑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쾅! 콰쾅!
“이, 이거, 다 무너지는 거 아니야?! 레토, 이제 우린 어쩌나! 아아! 이제 죽는구나!! 이 공자님, 살려주십시오!!”
“진정해, 미친 영감!!!”
촌장이 비명을 질렀다. 하늘이 무너지면 이 공자의 옆에 있든 말든 사이좋게 죽는 것이었다.
“빨리, 빨리!!”
에레브의 재촉에 기사들은 손을 떨면서 라망의 갑옷을 풀었다.
사슬옷은 벗겨서 바닥에 던져버리고, 천으로 된 옷은 그냥 칼로 찢어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덜렁
“…?”
덜렁덜렁
“…???”
[ 와~ 친구 애벌래다뀨. 반갑다뀨. ]하늘에서 돌이 떨어지고 흙먼지가 자욱해지는 와중에, 모두의 동작이 멈출 만큼 시선이 집중됐다.
무릎을 굽힌 기사가 단검으로 라망의 속옷을 잘라서 벗겨버리자, 묵직한 뭔가가 훅 내려온 것이다. 하마터면 그의 얼굴에 가까워서 맞을 뻔했다.
“…진짜 내가 침실을 잘못 골랐네.”
지나가는 에일라의 말에 에레브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 아니. 지금 다들 어딜 보는 거야?!”
“라망 경, 이거라도 걸치세요.”
메시가 망토를 던져주자 서둘러 둘렀다. 그제야 겨우 모두가 시선을 뗄 수 있었다.
라망, 그는 잠시지만 모두를 압도했다.
“이제부터 모두 뜁니다!”
메시가 선두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개미들은 인간을 신경 쓰지 못했다. 떨어지는 돌을 피하는 게 시급했다.
콰앙!!
크아아아아앙―!
천장이 갑자기 뚫리고 뭔가가 출현했다. 흙먼지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울음소리나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연기 속에서 거대한 무엇인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적어도 라망의 것은 아니었다.
“메..씨발! 저건 또 뭐야!”
“이름은 똑바로 불러주시죠! 토룡족 우라디오스입니다!”
크아아아아앙!!
우라디오스, 선홍빛 비늘이 전신에 촘촘하게 박힌 용족인데 머리만 빼고 보면 지렁이로 착각될 만큼 겉이 미끈했다.
쾅쾅, 돌 깨지는 소리가 나며 우라디오스 옆으로 여러 마리의 우라디오스가 튀어나왔다. 아마 가장 개미굴과 가까웠던 몬스터였을 것이다.
10피터는 될 법한 선홍빛 토룡들이 허공에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개미들 사이를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거대 지렁이가 개미로 된 바다에서 물결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맡는 피냄새에 흥분해서 눈에 뵈는 게 없는 듯했다. 입안에 들어오는 건 다 씹고 물어뜯었다. 개미들의 체액이 펑펑 튀었다.
그걸 보는 에레브는 자신을 개미굴로 인도한 메시가 갑자기 빌어먹게 사랑스러워졌다. 숲으로 갔다면 저런 놈들과 싸워야 했단 얘기 아닌가.
[ 꺄르르르뀨! 어머니의 제국도 당분간 끝장이다뀨!! ]메시의 머리 위, 개미 제국의 내리막길을 바라보며 웃던 패륜아는 인간을 따라 통로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 뒤로 광장의 구멍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내려와 공간을 채웠다.
그 날이 개미 제국의 최후였는지도 모른다.
**
진하고 연한 색색의 보랏빛 잎사귀들로 물든 어두운 숲속. 새의 지저귐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숲이었다. 이곳은 생명체의 이동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다.
숲의 검은 나무는 나이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굵직하고 컸다. 수십 명의 성인 남자들이 손에 손잡고 둘러싸야 할 정도였다.
뿌리는 굵고 끝을 모르게 자라 땅을 뒤엎고 달라붙어 영양분을 뺏었고, 햇빛과 영양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땅은 나무처럼 검게 물들었다.
그곳의 땅이 움찔움찔 요동쳤다.
퍽!
사람의 팔이 하나 나왔다.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더니, 또 퍽! 하고 튀어나왔다.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하자 마침내 사람의 얼굴이 나왔다. 특이점이라면… 머리 위에 사람 팔뚝만 한 애벌레가 있다는 거였다.
[ 아무도 없다뀨. ]감각이 좋은 공주가 1차 정찰을 완료하자, 메시는 이내 구멍을 넓혀 몸을 빼냈다.
“모두 나오셔도 됩니다.”
“이번엔 진짜 요새 근처겠지?”
“…맞으니까 나오세요.”
흙범벅이 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한 명, 두 명, 세 명… 사람이 늘어나자 아무런 생명체도 없는 숲이라 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많은 숫자의 사람이 원망의 숲에 발을 디딘 건 수십 년 만이었다.
“라망 경, 인원 파악하시죠.”
에레브의 말에 라망이 인원 파악을 시작했다. 라망은 예비용 옷을 입은 상황이었다. 방어구는 일절 없었고, 검 한 자루뿐이었다.
“143명입니다. 1명은 용병인데, 오는 길에 실종됐습니다.”
“흠, 제대로 못 쫓아왔나?”
“그런 거 같습니다.”
“그 상황에서 피해가 고작 1명이면 대단한 거지. 다들 위기상황을 겪다 보니 정예화라도 된 건가? 대단하군.”
용병들로선 에레브에게 듣는 첫 칭찬이었다. 그런다고 기뻐할 입장의 용병들도 아니었지만…
“전부 이동한다. 오늘 저녁 식사는 요새에서 먹는다!”
4, 5일을 개미굴 속에서 지낸 사람들이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정비가 필요했으나, 안전한 요새에서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에레브는 모두를 재촉했다.
조는 크게 5개로 나눠 이동했다. 기사 10명, 용병 15명, 시종 6명으로 된 조였다. 길게 줄 서서 이동하다가 몬스터의 눈에 띄는 사태를 방지하려는 조치였다.
1조는 이전처럼 선봉이었다. 역시 조장은 라망이었다. 메시도 길잡이로서 1조에 붙어있었다. 라망은 메시가 자신을 살려줘서 그런지 그 이후로 조금 살갑게 대해주고 있었다.
“이봐, 메시. 이번 일이 끝나고 같이 아헨탈 가로 가자니까? 자네 정도라면 엄청난 대우를 받을 거야.”
“또, 그 소립니까. 라망 경.”
물론 끊임없는 스카우트 제의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틀림없어. 자네 같은 힐러라면. 난 지금까지 힐러에 대해 오해를 했다는 걸 자넬 보고 깨달았네.”
“전 그냥 베누다 마을 사냥꾼인데요. 지금은 길잡이고요.”
“대체 왜 사냥꾼으로 그 능력을 허비하는 건가? 자넨 힐러야, 그냥 닥치고 힐러를 해야 해!”
오늘따라 유난히 흥분하는 라망이었다.
원체 그는 검에 재능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자라온 사람이었다. 그의 우직한 성격 형성에도 그런 배경이 한몫했으리라.
그래서 그런지, 재능과 능력에 대한 갈구가 컸다.
그는 능력이 있는 자가 빛나는 달란트를 썩히고 있는 걸 견디질 못했다. 이번에 그가 발견한 건 메시였다.
“힐러가 된다고 제가 행복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만일 그 길이 제가 행복해지는 길이었다면 제 사부님께서는 힐러가 되라 하셨겠죠.”
“물론 그 사부께서도 이종인 자넬 생각해서 한적한 마을에서나 살라 하셨겠지. 하지만 그걸로 정말 만족하나? 자넨 꿈이 없나? 야망은? 자넨 젊잖아?”
꿈이라.
만일 이세계로 오지 않았다면, 자신은 어떻게 지금쯤 살고 있었을까? 꿈은 갖고 있겠지? 대학교에 갔을까. 아냐, 지금쯤이면 군대에 있을 때인지도 몰라.
꿈이란 말에 유독 생각이 길어지는 메시였다.
“어머, 라망 경. 메시는 우리 붉은 여우 용병단에 데리고 갈 거예요.”
그 경쟁에 에일라까지 참여했다.
“감히! 아헨탈 가문의 가신 자리와 고작 붉은 여우 용병단의 일원 자리가 어떻게 비교된단 말인가?”
“어차피 가봐야 치료사 나부랭이 말단 아닌가요? 저기 보일이라는 사람 대우만 봐도 꼴이 예상 가는데요, 뭘.”
“큭.”
전속 치료사인 보일이 살려만 달라고 애원하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워낙 다들 큰일을 겪고 나와서 그렇지, 잊고 있진 않았다.
“메시, 용의 꼬리보단 차라리 뱀의 머리가 낫지. 안 그래? 내가 널 뱀의 머리로 만들어줄게.”
“크하하! 무슨 용병단 따위가 뱀씩이나 된단 말이냐!”
이번엔 에레브의 참전이었다. 왠지 조용히 뒤에서 듣고만 있더라니.
“붉은 여우는 그냥 닭의 머리, 닭 대가리 정도라 보면 되겠지.”
“이, 이 공자! 실례에요! 나름 우리도 업계엔 이름값이 있다고요!”
“이봐, 메시. 네가 나를 따라온다면 널 단순 치료사로 쓸 생각은 없다. 내가 너를 심복으로 삼겠다. 내 이름을 팔아 얼마든지 권력을 누려도 좋다. 어떠냐?”
메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따라 이 인간들이 왜 이러냐…’
[ 메시는 인기가 많다뀨! 좋겠다뀨! ] 공주가 머리 위에서 방방 뛰었다. 전후 사정을 모르니 얘는 좋게만 보이나 보다.
메시는 에레브의 권유에는 대답하지 않고, 대열을 멈춰 세우고 앞을 가리켰다.
“이 공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도착?”
에레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시가 가리킨 건 그냥 나무였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 있는 커다란 나무 중 가장 압도적으로 컸다.
“설마… 저 나무가 ‘벌목꾼의 요새’라는 건가?”
메시는 대답하지 않고, 나무의 밑동 쪽으로 걸어갔다. 그중에서 커다란 돌이 놓인 곳이었다. 메시는 힘을 줘서 돌을 옆으로 굴렸다. 제법 큰 돌인데도 잘 비켜섰다.
돌 뒤에는 잔뿌리들이 마치 커튼처럼 구멍을 가리고 있었는데, 메시는 그것을 손으로 치웠다.
그러자 마치 입구처럼 사람이 드나들 만한 길이 나타났다.
“벌목꾼의 요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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