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99
199/198
“내가 만든 가장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목줄이다. 감히 자신하마. 네가 어떤 높은 경지에 이르더라도 이 독이 퍼지는 순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임을. 그러니 부디 기뻐하거라. 더는 만들 수도 없는 이 귀한 걸 네게 쓰는 건, 너를 그만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니까.”
살가라스의 극독.
그것은 사부의 하나뿐인 사인이었다.
무려 20년이나 매일 밤을 고열과 고통 속에 헤매게 만든 주범. 그리고 끝끝내 목숨을 앗아가고 만 원흉.
처음 사부에게 발견된 그날부터, 밤마다 신음하는 노인의 모습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그게 시간이 갈수록 애정이 쌓이는 이라면 더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부는 나이에 비해 겉늙었고 초췌했다. 원망의 숲을 제집 마당처럼 거닐 정도로 강한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의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결국 그의 마지막을 결정지을 만큼.
‘그걸 이자가 제조했고… 사용했다.’
사부의 일기장엔 바스카스와의 전투 이후에 중독에 관해 서술됐다. 은연중에 메시는 바스카스 후작의 솜씨라고만 생각했다. 따져 보니 그게 그의 짓이라는 언급은 없었다.
사부의 죽음에 에이드리언 가문이 개입했다.
심증만으로 굳어지던 것이 눈앞에서 확실시되자 메시의 눈이 매서워졌다.
저벅저벅…….
바르셀로와 에이드리언 가주 사이에 메시가 섰다.
“당신이었군.”
한기 어린 메시의 시선이 검은 부리 가면을 쓴 노인에게 닿았다. 가면 너머로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봤다.
가주의 연구실 내부, 연구원들이 이쪽을 바라보며 히죽대고 있었다. 자신들이 만들어 낸 독으로 또 하나의 인생을 지배했다는 쾌감이 어려 있다.
“당신들이었어.”
그들의 면면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모두 손가락에 가문의 은반지를 끼고 있다. 에이드리언의 일원임을 상징하는 피독 반지.
메시는 제 손가락에 있는 똑같은 반지를 매만졌다.
결심했다.
이 반지를 낀 사람은… 자신 하나면 족하다.
이 반지를 에이드리언 가문의 상징이 아닌, 사부의 유품으로만 의미가 남게 하겠다.
그러자면 하나의 결정만이 필요할 뿐이다.
메시의 두 눈이 소름 끼칠 만큼 차분해졌다.
책을 파르르 넘기듯, 장면은 순식간에 넘어갔다.
성유물의 영향으로 인해 시간과 사건은 징검다리 건너듯 빠르게 지나갔다.
그 시간의 흐름 사이에서 마드리의 생활이 완전히 달라진 게 보였다.
그동안의 푸대접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에이드리언 가문의 귀족 아가씨가 된 것이다.
치료는 물론이고, 의식주, 교육, 미용, 문화생활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를 봐주었다.
에이드리언 가문이 주변의 멸시와 무시를 받긴 하지만, ‘독’과 ‘약물’을 필요로 하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금전적인 모자람이 있을 리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받아 온 마드리의 정신적 흉터가 쉽게 회복될 리는 없겠으나, 1년이 지나면서 그녀는 차츰 밝아졌다. 원래 그녀가 가져야 했던 행복이 돌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 행복의 근간엔 사부의 희생이 있었다.
“이것 하나 제대로 못 해? 머저리 같은 놈! 레의 발음을 그따위로 하다니, 지나가던 거지 새끼를 붙잡고 시켜도 너보다 나을 거다.”
“칼을 끝까지 들어, 새끼야! 눈은 적의 칼끝을 보는 게 아니라 어깨와 팔 그리고 발의 움직임을 보는 거다!”
메시는 어느새 마드리보다 사부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사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어와 산술, 철학, 검술, 예절 등. 매질을 당하는 잔인한 환경에서 쉴 새 없이 익혔고.
“제발 죽어다오! 네가 죽어야 우리가 산단 말이다!”
“췩, 주… 죽어!”
저녁 이후에는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를, 악다구니를 쓰는 사형수나 이종들의 목숨을 앗아야만 했다.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었다.
매일같이 식사에 극소량의 독을 주입해 독 저항성을 기르는 일상까지 병행했으니, 그에게 있어서 일상이란 없었다.
‘정말 이렇게 살았다고……?’
이를 지켜보는 메시로선 숨이 턱 막혔다.
자신을 가르칠 때는 매조차 들지 않고, 호통 한 번 치지 않던 사부였다.
그가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런 사부에게 쉬는 시간은 늦은 밤뿐이었다.
“마드리…….”
사부는 밤마다 잠든 동생의 얼굴을 보는 걸 낙으로 삼는 듯했다.
잔뜩 멍이 들고 퉁퉁 부은 손으로는 차마 동생을 만지지도 못하고 바라만 봤다.
멍 정도면 양반이었다. 어쩔 땐 손을 묶은 붕대가 피로 젖어 있었다. 사부는 그런 심각한 상태에서도 그 시간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사부는 말없이 동생의 곁을 지키다 갔다.
‘사부에겐 이 시간이 마지막 행복이었군요.’
메시는 닿지 않는 사부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나 바르셀로는 고난에 지지 않았다.
잔혹한 교육도 교육임을 아는 사람처럼, 젊은 청년이 가질 수 없는 눈을 한 채로. 사부는 스펀지처럼 지식과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온갖 언어로 작문을 하는 버릇을 들여 무수한 언어를 일상적으로 체득했으며.
예술과 철학에서도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여 엄격하던 선생들을 감탄시켰다.
검술에선 한 달 이상 그를 가르치는 선생이 없을 만큼 두각을 드러냈다. 메시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알란아스터, 그 이상이야.’
미친 재능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자체적으로 마나를 느껴 브레이브에 도달했고, 라비쉬를 지나 브릴란트의 경지에 닿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신만큼 늦게 시작한 건 아니지만, 10대 후반이면 빠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부는 세상 혼자 사는 사람처럼 날을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그쯤 되어 에이드리언 가주 역시 자신이 길러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자각한 듯했다.
커리큘럼에서 검술의 비중이 대폭 줄어들고 부수적인 것들로 시간을 채우는 경향이 보일 정도였으니까.
결국 검을 든 지 2년 만에 사부가 어블레이즈에 오른 그날.
가주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바르셀로, 벌목꾼이 되어라.”
감당 불가.
그것을 에이드리언 가주가 인정한 것이다.
“벌목꾼이 되면 상위 마나연공법과 검술을 사사할 수 있다. 내 능력으로 기껏 구해다 준 것들은 하급에 불과한 것들. 그것만으로도 어블레이즈에 오른 너인데… 벌목꾼이 된다면 네 경지는 천상에 이를 터.”
제 귀를 의심하게 될 정도로 의외의 결정. 사부는 믿기 힘들다는 눈치로 되물었다.
“…벌목꾼이 된다면 저는 아버지의 명이 아닌 그들 수장의 명을 따르게 될 텐데요. 저를 풀어 두시는 걸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벌목꾼이 되면 물릴 수가 없다. 강력한 조직의 부속이 되어 살아가게 될 터.
에이드리언 가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될 텐데, 그걸 가주가 직접 제안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가주는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야생마를 잡는 사냥꾼은 활과 밧줄을 쓰지 않는다. 그저 잘 기른 자신의 말을 야생에 풀어놓을 뿐이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말은 야생마들을 이끌고 주인의 앞으로 되돌아온다.”
“…저더러 말이 되란 소리군요.”
“그만한 무력 단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너를 보내는 것도 나쁜 투자가 아니겠지.”
벌목꾼 연합체로 보내는 건 그가 사부의 재능에 감격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품에 안아 기를 수 없다면, 풀어놓고 최대한 이용할 방도를 찾는다.’
가주는 그런 인간이었다.
에이드리언 가문의 검으로 길러지던 사부가 어째서 미래엔 벌목꾼이 되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부에겐 거부권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자신의 목숨과 동생의 안위가 걸려 있는 이상.
그는 벌목꾼이 되어야만 했다.
*
릴리는 성유물이 구현해 낸 세계에서 눈을 뜨자마자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인적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지하실.
멀리서 들려오는 언데드의 목울음.
그리고 사람을 보자 달려드는 구울.
어딜 가도 쌀쌀맞은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지독한 가난과 집안의 한기.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오라비의 품.
트라우마를 되새길 수 있는 환경은 시작부터 구축되어 있었다. 이는 릴리를 마드리로 점차 동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마드리 폰 에이드리언……. 그건 정말로 나였어.’
8살 시점부터 시작된 마드리의 삶은 10살 마드리가 될 때쯤, 진정으로 하나가 됨을 느꼈다.
어린 날의 자신은 생각 이상으로 조숙한 아이였다.
‘이 아이… 아니, 나는… 알고 있었어. 자신이 누리는 안락한 생활이 제 오빠가 희생해서 얻어 낸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것을 물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살아났으며, 어린아이의 투정으로 되돌릴 만큼 어른의 약속이란 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마드리는 10살 여자아이가 내린 판단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일부러 밝은 티를 냈어. 점점 성격이 밝아지는… 그런 연기를 하다니. 고작 열 살짜리가 제 오빠를 위해…….’
매일 밤, 자신이 잠든 사이에 오빠가 온다는 것도 알았다. 오빠가 앉기 쉽도록 머리맡에 의자를 두는 버릇과 그 옆에 먹다 남은 과자를 남기는 건 그런 이유였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가끔 오빠가 앉았다 간 의자에서 핏자국이 보일 땐 마음이 쓰리지만, 그걸 내색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견딜 수 없는 시절이 왔다.
12살의 해, 자신의 버팀목이던 오빠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로 그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몇 년간을 오라비를 위해 괜찮은 척해 왔다.
한창 인격이 만들어질 나이에 마음속 어둠을 숨기고 거짓된 인격으로 ‘포장’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폭풍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내면은 점차 뒤틀려 가고 있었다.
‘차라리 내가 다 망치는 거야. 그토록 아끼던 가문에 똥칠을 하면 날 죽이지 않겠어?’
가문에서 주선하는 모든 혼사를 제 손으로 망쳤고, 사교계에선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금세 에이드리언 가문의 망나니로 소문이 났다. 혼약도, 사교 파티의 초대도 모두 끊겼다.
가문과 가주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자, 12살 소녀가 할 수 있는 자살 시도였다.
하지만.
“마드리, 지랄병이 도졌다는 얘긴 들었다. 모두가 내게 너를 처벌하라고 말하지만, 본 가주는 그러지 않을 셈이다. 왜? 그저 넌 숨만 붙어 있는 걸로도 내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네 마음대로 해라. 크크.”
이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을 묶은 사슬이 생각 이상으로 두껍다는 걸 알았다. 그만큼 오라비의 희생이 크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을 뿐이다.
뒤늦게 신체 훼손을 통한 자살을 고민했을 때는 이미 가능한 모든 것이 주변에 사라지고 감시자가 붙은 뒤였다.
그런 상태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간간이 오라비가 보내는 편지만이 그녀의 숨구멍이었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벌목꾼…….”
그쯤이었다.
자신이 ‘벌목꾼’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빠의 편지에는 항상 애정이 묻어나는 안부 인사와 자신이 지내는 환경, 주변의 벌목꾼들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모든 것이 통제된 상황에서 벌목꾼의 이야기는 그녀에게 동화책 이야기 같은 것이었으며, 꿈이었다. 잠을 자면서도 벌목꾼이 된 자신을 떠올리는 일이 빈번해졌다.
1년이 지나 13살이 된 마드리 폰 에이드리언은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됐다.
‘이곳을 탈출해서… 오빠에게 가는 거야. 그리고 나도 벌목꾼이 되는 거지.’
벌목꾼이 된다면 오빠와 함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에이드리언 가문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벌목꾼 연합체는 그들이 손댈 수 없는 조직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도망치지?’
방문엔 항시 바깥에서 감시하는 구멍이 나 있다.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20분마다 하녀가 와서 확인을 한다.
오라비의 목줄이 될 수 있는 자신을 얌전히 풀어 줄 리 없다. 주변에도 당연히 감시자들이 뿌려진 상황이리라.
아무 능력도 없는 13세 소녀가 탈출하기에 이곳은 험난한 정글이었다.
‘내가 오빠처럼 강해져서 이곳을 탈출하는 건 꿈꿔서도 안 되는 일.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창가에 앉아 공상을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멀리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자유를 꿈꿨다. 언젠가 등 뒤로 날개가 돋는 상상을 했다. 아니면 거대한 새가 날아와 자신을 태우고 가는 기적이라든가.
그런데 그 소원이 통했을까?
어느 날, 한 마리 새가 창가 아래로 걸어와 소심하게 물었다.
“괘, 괜찮으시오? 나… 나는 프로크스라고 하오. 이래 봬도 마법사라오. 하도 안색이 창백하기에… 치료라도 해 줄까 하여……. 아,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오. 진짜, 정말이라니까.”
젊고도 어리숙해 보이는 남자였다.
마드리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도구로서도, 잠시 마음을 둘 휴식처로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