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02
202/201
도착할 때가 겨울이었는데, 벌써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동안 사부의 통제에 의해 알파 147, 즉 원망의 숲 개척은 제법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제 개척 3단계…….’
메시는 마드리가 받던 신입 벌목꾼의 교육 훈련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어찌 보면 같이 훈련받은 셈. 덕분에 그 자신도 벌목꾼의 지식을 대거 습득한 상황이었다.
벌목꾼의 개척은 보통 5단계로 나누어진다.
1단계가 베누다 마을과 같은 개척민 마을을 세우는 것. 2단계가 개척 지역의 생태계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3단계가 개척 지역 몬스터를 몰아내는 것. 4단계가 벌목을 시작하고 수익 상품을 개발하는 것. 최종 5단계는 빈 땅에 사람을 채워 인간의 땅으로 확실하게 도장을 찍는 것.
현재 알파 147은 3단계에 해당했다. 가장 지난하고도 위험한 단계였다.
특히 저것 때문에.
“쉿. 기척을 줄여라, 신참들. ‘놈’이 지나간다.”
샤모의 말에 수색을 나온 신입 벌목꾼들이 기운을 죽였다.
전방에 나타난 트롤형 개체. 보랏빛 피부에 3피터를 넘기는 덩치. 거대한 대검을 든 존재.
엔조 무에테였다.
“가끔 팀장님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저런 괴물한테 요정어로 이름을 붙여 주다니.”
“시끄러… 젠장, 놈이 이쪽을 봤다. 교전 준비! 싸우면서 후퇴한다!”
아직 벌목꾼들은 엔조 무에테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안전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놈은 벌목꾼들의 존재를 알아채고 돌진해 왔다.
―그어어어어어어!
떠도는 죽음이 거대한 덩치를 이겨 내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재수 없게도 알파 147를 무작위로 돌아다니는 3개체 중 가장 큰 놈이었다.
놈은 이성이 없는데도 약한 존재는 본능적으로 알아채는지, 신입 대원을 향해 먼저 팔을 뻗어 왔다.
“어딜!”
앞을 막은 샤모가 오러 블레이드를 내뿜으며 엔조 무에테와 충돌했다.
쾅!
놈의 미친 껍질은 오러 블레이드조차 살을 파고 들어가다가 멈추게 할 정도였다. 거기다 말도 안 되는 재생력으로 금방 틈을 메꿨다. 출혈이 일어날 시간도 없이 메워 버리는 수준이었다.
엔조 무에테는 모기를 잡듯 손바닥을 휘둘렀다. 매서운 풍압에 거력이 실려 있음을 알았다. 샤모는 놈의 몸에 꽂힌 검을 포기하고 회피를 선택했다.
“빨리빨리 후퇴해! 이놈하고 싸우는 건 시간 낭비다! 그러다 출혈이라도 나면 난리 난다!”
그의 말대로였다. 놈은 안 그래도 이 지역의 패자인 데다가, 다른 몬스터들까지 얽히게 되면 생환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다. 메시가 볼 때도 현명한 판단이었다.
팀원 전체가 엔조 무에테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뿔뿔이 산개했다. 가장 선임인 샤모가 마지막까지 시선을 돌리다가 탈출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게 정석인데…….
“뭐냐고! 왜 나를 쫓아오는 건데!”
엔조 무에테는 이상할 정도로 마드리의 뒤를 쫓았다. 예상 밖의 상황에 샤모도 당황한 눈치였다.
마드리가 점차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샤모도 거리를 벌리고 뒤를 쫓았다.
한참 깊숙이 들어가서야 저 끔찍한 보랏빛 괴수는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땐 이미 주변의 풍경이 많이 뒤바뀐 상태였다.
‘여기가 이렇게 발견되는 거였구나.’
메시도 몇 번 와 본 곳이었다.
“이곳은……?”
뒤쫓아 온 샤모도 낯선 환경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알파 147 특유의 검은 땅이 보이지 않을 만큼 회색빛 메마른 넝쿨로 뒤덮인 지역.
마드리와 샤모는 처음 보는 지역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금방 특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납작한 돌들이 빼곡하게 쌓여, 마치 멀리서 보면 신전의 입구 같기도 한 장소였다.
샤모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한탄을 내뱉었다.
“…유적? 빌어먹을, 알파 147에 고대의 신전이 있었단 말인가?”
상황이 꼬였음을 인지한 샤모가 욕설을 내뱉는 반면.
마드리는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메시는 그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숲에서 유적이 발견되자 소란이 일었다.
43인의 벌목꾼 회의에선 좀처럼 의견 일치를 볼 수 없었다.
“덮죠. 안 그래도 개척 난이도도 굉장히 높은데, 포기하고 돌아갑시다.”
“맞아요, 팀장. 잘못 얽혀 들어갔다간 좆되기 십상이잖아요.”
선임급 샤모와 베이드가 후퇴 의사를 밝혔다. 대부분의 선임급은 같은 판단을 내린 듯했다.
‘주인 없는 유적은 피바람이 불기 딱 좋지.’
메시였어도 후퇴를 주장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신입 벌목꾼들은 얘기가 다른 듯했다.
“이걸 왜 돌아가죠? 우리끼리 진입해서 해결하면 되죠! 우리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른다고요.”
신입들의 대표는 마드리였다. 선임들은 호통을 치려다가 사부의 눈치를 보고 마는 듯했다.
그걸 모르는 사부가 아니었다. 고개를 저었다.
“미확인 유적, 그것도 이 알파 147에서 발견된 거다. 그 위험도가 절대 낮지 않을 텐데…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더냐, 마드리? 더군다나 상부에 보고도 하지 말자니?”
마드리는 즉각 개인 면담을 따로 요청하여 사부와 일대일 대면을 했다.
“오빠, 이건 기회야.”
“기회라니……?”
“몰라서 묻는 거야?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
흠칫.
사부의 눈길에서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중 하나는 깨달음이었다. 자신의 동생이 여전히 ‘그 집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는 사실.
“분명 안에 대단한 게 잠들어 있을 거야. 오빠도 들어서 알잖아. 8왕국의 왕가 모두 시초는 유적을 기반 삼아 시작된 거! 특별한 힘이 있을 거야! 그거라면… 틀림없이 그거라면…….”
에이드리언 가문을 치울 뿐 아니라, 벌목꾼 연합체도 자신들을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마드리가 하고픈 말은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그녀는 알까. 사부에겐 그보다 더 강한 제약이 걸려 있다는 걸. 소드 마이스터의 경지에 오르고도 완벽하게 에이드리언 가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살가라스의 극독을 머금은 고독이 사부의 몸속에 있는 이상…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이 유적 안에 있지 않는 이상, 사부가 움직일 리 없다.’
그리고… 그 고독의 존재에 관해 사부가 마드리에게 고백할 리도 없었다.
그는 자유를 갈망하는 동생에게 절망을 주고 싶지 않을 테니까. 자신으로 인해 자유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동생을 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안 된다, 마드리.”
사부는 그녀의 양어깨를 잡고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마드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왜……? 어째서?’만 반복했다.
그건 마드리에게 크나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유일하게 같은 아픔을 겪었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해 줄 거라 믿었던 사람이 거절을 한 셈이었으므로.
“마드리…….”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 마드리는 바르셀로의 손을 탁, 쳐 내고 방을 빠져나갔다.
*
「개척 팀장 바르셀로는 소문이 퍼지기 전에 알파 147의 고대 유적을 탐사하라.」
서신이 왔지만, 사부는 읽고 찢어 버렸다. 그저 평소대로 숲을 개척할 뿐이었다.
「벌목꾼 10명을 보충한다. 개척 팀장 바르셀로는 알파 147의 고대 유적을 탐사하라.」
사부가 꿈쩍도 하지 않자 벌목꾼 10명을 서신과 함께 보내 왔다. 그럼에도 사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추가로 온 10명은 지령을 받았는지 신입 벌목꾼들, 특히 마드리와 의기투합하여 선임급 벌목꾼들을 설득해 나갔다.
마드리와 사부 사이에 찬바람이 부는 걸 느낀 것인지 선임급들은 당황하면서도, 그들의 얘기에 솔깃해하고 있었다.
“상부에서도 알파 147 유적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심지어 유적 발굴에만 성공하면 대원들에게 자유를 주자는 말까지 나왔어요.”
“뭐……? 그게 사실이야?”
웅성웅성.
새로 투입된 10명의 대표인 카르퀸의 말에 여론이 흔들렸다. 일부 선임급은 사부가 다른 마음을 먹어 주길 바라는 눈치가 되기도 했다.
일이 커지자 오랫동안 사부와 함께했다던 샤모와 베이드가 사부에게 다가왔다.
“음… 요새 동생 일로 심란한 건 아는데 말이죠. 저놈들이 자꾸 헛바람을 집어넣으니까 마드리가 더 엇나가는 거 아닙니까. 저 녀석들만 입 닥치게 하면 마드리도 정신 차릴 겁니다.”
“팀장,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겁니까? 저놈들이 분위기 다 망치고 있습니다. 거기에 휘둘리는 멍청이 녀석들은 어떻고요! 상부에서 진짜 관심이 있었다면 10명이 아니라 100명을 보냈겠지!”
사부는 한숨을 내쉬고 새로 온 서신을 샤모의 앞에 펼쳐 보였다.
「개척 팀장 바르셀로는 편지를 받은 보름 내로 본부에 출석할 것.」
“이, 이게 뭡니까? 지금 이 상황에 출석 요청서라니요?”
“상부에서 관심이 있는 건 맞다. 다만 독점을 하고 싶어 하는 거 같군. 다수의 벌목꾼을 보내면 천공성 측에 포착이 되어 소문나기 딱 좋으니까 10명만 보낸 거다. 그리고… 내가 비위를 거스르니 이리 불러들이는 거겠지.”
사부의 말에 베이드가 분통을 터뜨렸다.
“씹새끼들! 그냥 저 10명, 다 죽여 버리고 묻읍시다.”
“동료 살해는 이유 불문하고 사형이다, 베이드. 그리고 죽인다고 해결되는 문제였다면…….”
뒷말은 하지 않아도 알 거 같았다.
“그럼 팀장님은 어쩔 생각입니까?”
샤모의 질문에 사부가 고개를 저었다.
“난… 올라가지 않을 생각이다. 의도가 빤히 보이는데 거기 어울려 줄 순 없지.”
“하지만, 팀장. 그건 명령 불복종으로 즉각 통나무 재판에 회부되기 좋습니다. 서신을 받고도 출발을 안 하면 바로 소환장이 날아들 텐데, 며칠 안 걸리는 장소에서 그걸 들고 대기 중일 겁니다. 그럼 팀장직도 회수당할 테고, 이후 돌아가는 꼴이야 저놈들 뜻대로죠.”
사부도 그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땅히 방책이 없을 뿐.
모두를 이끌고 유적에 들어가 볼까, 그런 고민도 해보는 듯했으나, 필시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이 뻔했기에 관둔 눈치였다. 고대의 유적이 인간에게 친절할 거라 낙관적으로 보고 들어가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니까.
사부에게 있어서 최선은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마드리의 화도 조금 가라앉으면 금상첨화였고.
사부는 베누다 마을에 유적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며 얘기가 천공성의 귀에 들어가길 기다렸다. 그렇게 되면 상부도 더 이상 터무니없는 욕심을 내지 않을 터.
그 전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볼 생각이었다.
샤모는 그 뜻을 읽고 조언을 했다.
“차라리 다녀오십쇼, 팀장.”
“가면? 저놈들의 제어는 누가 하고?”
“저희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팀장보다 벌목꾼 생활도 오래 했고 칼도 좀 씁니다.”
베이드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샤모가 부연했다.
“얌전히 올라가시면 왔다 갔다 한 달은 시간을 법니다. 소문이 퍼지고도 남지요. 그사이 저희가 팀장 대리로서 저것들을 꽉 묶어 놓으면 그만입니다.”
“말 안 들으면 베어 버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쇼, 팀장.”
사부는 한참을 묵묵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더 최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일어나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맙다. 부탁한다.”
무엇을 부탁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은 알아차린 눈치였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가 자리를 비우자 즉시 카르퀸은 난리를 피웠다.
“동료 벌목꾼 여러분, 언제까지 이렇게 뭉그적대고 계실 겁니까? 이런 기회가 인생에 더 올 거 같습니까? 살아생전에 수해에서 또 유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있을 만큼 큰 공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요!”
자진해서 벌목꾼이 된 이들도 많지만, 마드리처럼 어떤 사정으로 투신한 게 대부분이었다.
또, 자청해서 벌목꾼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 고단한 생활을 몇 년간 하면 귀신같이 자유를 원하게 됐다.
선임급 벌목꾼들까지 자유라는 말에 흔들렸으니 오죽할까.
‘그만둬, 제발.’
초침처럼 점차 다가오는 비극에 메시로선 어떻게든 말리고 싶었으나, 그는 이 시간대의 관찰자에 불과했다.
“닥쳐라. 내가 팀장 대리에 앉은 이상 더 이상 문제 일으키는 걸 가만히 좌시하지 않겠다.”
“크크, 같은 소드 마스터끼리 좌시하지 않으면 뭐 어쩔 겁니까?”
“뭐긴 뭐야, 죽는 거지.”
스아아…….
샤모와 베이드, 카르퀸. 각자가 오러를 일으켰다.
모두가 일촉즉발의 긴장한 상태로 셋을 쳐다보는데, 카르퀸이 순간 오러를 꺼뜨리며 웃었다.
“하하! 장난입니다, 장난. 우리끼리 이렇게 싸워 봐야 뭐 하겠습니까.”
“그럼 얌전히 명을 따르고 본업에나 충실히 해, 애송이.”
“예이, 예. 명을 따르죠.”
비꼬기는 하지만 묘하게 기분 나쁜 순응이었다.
베이드와 샤모는 인상을 찌푸렸다. 벌목꾼 생활만 20년 차. 눈칫밥이 모자랄 리가 없었다.
“저 새끼들, 수상하지?”
“밤낮마다 돌아가며 당번을 서자. 아무래도 안 되겠다.”
베이드와 샤모는 필사적이었다.
낮에는 다른 선임급 벌목꾼들가지 설득했고, 밤에는 번갈아 가며 ‘벌목꾼의 요새’ 입구를 지켰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력만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면, 두 사람과 관계없는 식량 당번은 반드시 베누다 마을을 다녀올 테고.
그 식량에 다량의 약을 주입해 베이드와 샤모의 개인 식량과 바꿔 칠 수도 있다는 점 말이다.
“머, 멈춰라.”
“우웩!”
약 내성 훈련을 받은 베이드와 샤모였기에 저항할 수 있었으나, 정상적인 상태는 못 되었다.
“…대단들 하시네. 토룡 우라디오스를 재울 분량이었는데 그걸 저항하셔, 우리 팀장 나리들.”
카르퀸 뒤에 선 나머지 벌목꾼들은 결단을 내린 듯 베이드와 샤모를 싸늘히 바라봤다. 거기엔 마드리도 있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전혀 몰랐던 눈치였다. 사부의 동생이란 이유로 비밀로 해 둔 모양이었다. 이 정도까지 일이 진행되자 그녀는 초조하게 손톱을 깨무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이것이 옳은지, 정녕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
“비… 빌어먹을 놈들이……. 너희는… 약까지 쓰면서… 그 안에 들어갈 셈이냐! 거기에, 무엇이 있는 줄… 알고!”
“무언가는 있겠지. 그러니까 알아보겠다고 들어가겠다는 거 아냐, 지금.”
“티… 팀, 장님은 허락, 하지 않은… 일이다!”
“크크, 제 동생 하나 설득 못 하는 그 팀장의 허락? 그게 대체 왜 필요한가. 원래 벌목꾼들은 하나하나가 역사를 만들기 위해 숲으로 향한 모험가들이다. 모험가들이 누구의 허락을 받고 미지로 향하는 걸 봤나?”
“개, 소리, 집어치워! 우, 웃대가리들의… 사주나 받는, 새끼가…….”
“티… 팀장님의… 명을 어긴 건, 문제가… 될 거다.”
그들은 독한 약성으로 인해 입가에 위액이 흘러나오는 걸 겨우 참으면서 한 자씩 뱉었다.
카라퀸은 혀를 차며 검을 뽑았다.
“쯧쯧, 이리도 눈치가 없어서야. 우리가 팀장님의 명을 어기긴 왜 어기나. 팀장 대리들께서 진입을 허락하셨는데.”
“뭣이……?”
“너희는 지금부터 유적으로 들어간다. 우린 너희의 인도에 따라 그곳으로 향한 거지. 안타깝게도 우리들만 살아서 나오게 되는 거지만 말이야.”
카라퀸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손짓하자 벌목꾼들의 손에 무력하게 제압됐다.
“크크, 멍청한 놈들. 그러게 선을 잘 타야지. 상부에서 까라면 까는 대로 해야지, 뭔 팀장 따위의 명령을 듣고 자빠졌어.”
순간, 그 말을 들은 마드리의 눈길이 차가워졌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 멍청이들은 내가 끌고 갈게.”
“…네가?”
“카라퀸. 무슨 걱정을 하는 건진 알겠는데, 나도 이제 공범자야. 지금이 아니면 유적 탐사도 못 할뿐더러, 괜히 우리 오빠한테 들켜서 미움받고 싶진 않다고.”
마드리는 팀장의 동생이지만, 자신들이 온 날부터 변함없이 유적의 탐사를 주장해 온 일원이었다.
카라퀸도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허락을 해 주자 마드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약자의 엉덩이를 차 대며 앞으로 밀었다.
“자자. 빨리 가, 이 멍청이들아.”
“빌어먹을… 티, 팀장이 널… 부탁했는데…….”
“크크, 팀장도… 동생이… 이런 개년이었을 줄은 몰랐을 거야…….”
그런 둘에게 마드리는 작게 속삭였다.
“곧 그 개년한테 감사한 일이 생길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