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1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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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홋! 이 몸을 만난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이제 알았냐뀨? ]“정말 그런 거 같군. 고맙다. 아무래도 네게 도움받을 일이 앞으로 많이 생길 거 같은걸. 네 능력은 아주 뛰어나니까.”
[ 푸..푸힝..흣흙뀨! ]생각보다 이 벌레 공주는 단순하다. 살짝 연기톤으로 감명받은 체하자 바로 넘어온다.
[ 조, 좋다뀨. 아무래도 내 능력이 뛰어나니까 널 도와줘야겠다뀨. ]“그래, 우린 친하니까. 그치?”
[ 맞다뀨! ]쉽군. 이것으로 번역기 하나를 완전히 포섭했다.
왜 벌목꾼들이 그렇게 개미들을 털어댔는지 조금은 알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사제가 대를 이어 모녀를 털어먹는 거지만 죄책감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친구. 여기 종이들을 좀 읽어주겠어? 네 뛰어난 실력이면 충분할 거 같은데.”
[ 모… 목이 좀 마르네뀨! 달달한 육포 한 조각이면 될 거 같은데뀨!! ] 목이 마른 데 왜 육포가 필요하지?
때론 비논리적인 게 필요한 순간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저렇게 소리를 내는 거 같다. 메시는 촌장에게 받은 육포가 이리 유용할 줄 몰랐다.
‘돌아가서 더 받아야겠군. 촌장님이 이런 거에 재능이 있었나?’
마을의 특산품으로도 고려해보라 권유해야겠다.
[ 에, 엣헴. 이제 목이 좀 풀린다뀨. 그럼 읽어주겠다뀨. ]메시는 FM 주파수를 맞추고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의자에 완전히 뒤로 기댔다. 청취자가 따로 없었다.
읽어주는 건 공주였지만 되도록 메시는 사부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재구성했다.
물론 빌어먹을 ‘뀨’도 떼버리도록 노력했다.
[ 아시리스 왕국력 567년, 겨울. 나를 포함한 43명의 벌목꾼들은 이 숲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처음 작업을 나선 신입 벌목꾼들이 20명 이상이라, 그들은 기세는 등등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땐 나도 저랬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걱정인 건 내 동생 마드리였다. ] [ 동생도 신입 중 하나였고, 첫 작업이었다. 집안에서 잊힌 우리인지라 어릴 때부터 내가 키우다시피 했는데, 그 때문인지 조금 건방져졌다. ] [ 이 녀석은 벌써 신입들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는 게 크게 될 녀석이었다. 남자로만 태어났어도 벌목꾼 총대장이 될 재목감이라고 다들 말할 정도였다. 외모는…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성격이 문제였다, 성격이. ] [ ……(중략)…시집을 못가서 그런지 성격이 갈수록 나빠졌다. 그럴수록 나쁜 소문이 돌아 사교계는 갈 수도 없게 됐으니…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차라리 나처럼 벌목꾼이나 되는 건 어떠냐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후회막급이다. 내 잘못이 컸다. ]사부의 일기는 거의 동생으로 시작해서 동생으로 끝난다고 봐야 했다. 부정하고 싶지만, 메시는 젊은 시절의 사부가 시스콘임을 인정해야 했다.
여동생 마드리는 나이 차가 꽤 나는 말괄량이다 보니 사부로서도 챙겨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렴, 사부는 변태가 아니야.’
그럴 리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야 했다.
메시는 사부의 일기를 들으며 상상했다.
그의 젊은 시절과 일상생활, 그의 유일한 가족 얘기, 사부의 노력과 단련, 모험. 모든 게 재밌었다. 사부에게 듣지 못했던 그의 삶이 종이 안에 있었다.
재밌게 얘기를 듣던 메시는 이 종이 안에서만 사부를 만날 수 있다는 걸 가끔 떠올리곤 서글퍼지기도 했다.
일기는 사부가 원망의 숲 개척 프로젝트에 팀장으로 발령받아오면서 시작됐다. 사부 포함 43명의 벌목꾼이 이곳에 왔고, 그들이 베누다 마을을 만드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무래도 베누다 마을 사람들은 각 왕국에서 강제적으로 차출된 사람들이다 보니, 초반에는 마을 사람들과 충돌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베누다 마을 사람들의 대표라는 사람이었는데, 사부의 묘사로는 호남형에 키도 크며 성격도 시원시원한 중년인이라고 되어있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챙겨주며 식량이 부족하면 자신의 것을 나눠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적혀있었다. 문제는 차후 그 사람이 ‘촌장’직에 오른다고 기술되어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분명 지금 촌장이 그 사람을 죽였거나, 사고로 죽는 바람에 지금 촌장이 올라간 거겠지.’
같은 사람이 몇십 년 만에 저리됐을 리 없지, 아무렴.
레토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어린 폐급 용병이라고만 되어있는데, 약초에 관심을 가지길래 가끔 외곽 숲만 데리고 다니면서 약초학을 가르쳐줬다고 되어있었다. 어린 시절엔 성격이 꽤 불량했는지, 침을 찍찍 뱉고 어른에 대한 공경은 없으며 이기적인 면모도 보인다고 적혀있었다.
‘이건 완전히 촌장님하고 레토 아저씨에 대한 설명이 뒤바뀌어 있는데…’
“너 맞게 해석하고 있는 거 맞아?”
[ 맞다뀨! ]이쯤 되면 촌장이 메시보다 먼저 와서 내용을 고친 게 아닌가 의심된다. 일단 계속 들었다.
[ 이 숲엔 수령이 수천 년쯤 되는 블랙 우드가 많다. 블랙 우드가 이렇게 밀집된 곳은 처음이다. 비싸게 팔리는 목재니, 생태계 보고서가 완성되어 연합체 상부로 올라가면 난리가 날 것이다. 아마 그렇게 되면 모자란 인력도 추가로 공급해주겠지. ] [ 문제는 몬스터들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냄새에 민감해서 제대로 된 사냥을 할 수 없었다. 차후 마드리는 꾀를 냈는데, 외곽 숲에서 잡은 사슴피를 가지고 와 몬스터 영역에 뿌려버리는 것이었다. 몬스터로 몬스터를 잡는다고 할까, 좋은 생각이었다. 평소엔 서로 적대하지 않지만 피냄새만 맡으면 이성을 잃는 녀석들이라 효과적이었다. ] [ 하지만 이 모든 게 의미 없는 녀석이 있었다. ‘그놈’은 녹이 슨 거대한 대검을 들고 다니며 보랏빛 피부를 지닌 변형 트롤이다.우리는 ‘엔조 무에테’라고 이름을 붙였다. 요정어로 ‘떠도는 죽음’이라는 의미다. 이 근방 숲을 무작위로 돌아다니는데, 우리도 놈과 마주칠 거 같으면 피하는 편이었다.
마나를 쓸 줄 모르는 놈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단순 육체 능력만으로 그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게 가끔 소름 끼친다.
싸웠을 때 가장 가성비가 나쁜 녀석이다. 우린 그냥 피하기로 했다. 대체 저 녀석들은 어디서 온 걸까? 더 깊은 숲 어딘가에서 왔을 텐데, 혹시 저런 녀석들이 득실거리는 숲이 있다는 얘기 아닐까? ]
일기에 언급은 되어있지 않지만, 사부 아니면 벌목꾼 중 누군가가 엔조 무에테와 교전을 치른 거 같았다. 가성비가 나쁘다는 건, 싸워봤다는 뜻이니까.
일기는 그 이후로도, 동생 얘기, 마을 사람 얘기, 개척 얘기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는데.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급변해갔다.
[ 고대 유적이 발견되었다. ]아아… 사부가 슬퍼할 일이 곧 생기겠구나.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저릿해졌다.
[ 긴급한 회의에 들어갔다. 블랙 우드 숲 끝에서 발견된 유적에 모두가 비상사태였다. 고대 유적이라니. 지금껏 이런 게 발견될 때마다 얼마나 피바람이 불었는지는 역사가 말해줬다.되도록 얽히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신입 벌목꾼들은 흥분해서 탐사하자고 외치고 있다. 팀장으로서 난 이들을 안전하게 이끌 의무가 있었다. 바로 상부에다가 보고를 올렸다. 벌목꾼 연합체는 각 국가가 신성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힘을 모은 곳, 분명 좋은 해결책을 내려줄 것이다. ] [ 상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빠르게 소문이 퍼지기 전에 유적을 점령, 발굴하라는 얘기였다. 인원 보충에 관한 말도 없었다. 이래서는 마치 연합체가 유적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다. 내가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라 실망스러웠다. ] [ 인원 보충이 왔다. 10명이었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단 나았다. 이번 뉴페이스들은 제법 수완이 있는지, 유적 근처에 ‘벌목꾼의 요새’를 순식간에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었나 물어보니 개미들과 거래했다고 한다. 개미들이 불쌍했다. 이놈들은 개미들과의 약속 따윈 지킬 생각이 없는데. ] [ 요즘 마드리와 충돌이 잦아졌다. 인원 보충으로 온 놈들이 그 아이에게 바람을 넣고 있었다. 마드리는 계속 유적을 탐사하길 원했다. 유적을 얘기할 때마다 눈에서 빛이 났다. 저 아이가 저렇게 욕심이 큰 줄 나는 몰랐다. ] [ 마드리가 놈들과 자주 어울려 다닌다. 나를 보는 시선도 차갑다. 내가 마드리를 이해해주지 않아서인가? 그 아이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유적의 개척을 막고 있는 게 잘못일까? 이럴 땐 어떻게 하면 되는지… 나는 부모에게 배우지 못했다. 그저 애정과 관심을 주고 믿고 기다리면 되는 걸까? 슬픈 밤이다. ]
그 이후로는 일기의 절반이 마드리에 대한 한탄. 뉴페이스와 신입들에 대한 험담과 욕인지라, 오히려 공주가 메시에게 뜻을 물어올 정도였다. 사부는 생각보다 욕을 다채롭게 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날짜가 훌쩍 지나서 일기를 쓴 거 같았다.
[ 믿을 수 없었다. ] 로 시작되는 일기.일이 벌어졌구나.
[ 나는 이걸 쓰는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마드리가 그런 곳에서 죽어야만 했는지. 내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잘못이다. 죽은 마흔다섯의 벌목꾼들 모두에게 미안하다. 자리를 비우지 말았어야 했다. ] [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난 쓰레기다. 오빠의 자격도 없다.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벌목꾼? 개 같은 소리다. ]자학과 자책의 글자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부의 비명이 종이에 담긴 것만 같았다. 메시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그 모든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 술을 마시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저놈들은 살아서 돌아온 걸까… 살아남은 일곱 놈의 면면을 보면 새로운 인원 보충으로 온 놈들이다. 자신들은 뒤에 있었기 때문에 겨우 살아남았다고 말하지만, 믿을 수 없다. ] [ 이제 철수를 한다. 벌목꾼들은 모두 후퇴를 결정했다. 베누다 마을의 사람들은 반발했다. 줄곧 나는 그들에게 말해왔다. 이곳이 개척 완료된다면 멋진 대도시에서 살게 될 거라고. 꼭 그렇게 만들어주겠다고. 이제 허울뿐인 개소리가 되었다. 그들과 얼굴을 마주할 수 없다. ] [ 당분간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바빠질 거 같다. 본부에 올라가서 정식으로 이번 일에 대한 조사를 의뢰할 것이다. 분명 진실이 있을 것이다. 숲에서 쓴 일기는… 여기다 놔두고 갈 생각이다. 마드리가 죽었다는 일기를 갖고 올라갈 자신이 없다. ]“잠시… 읽는 걸 멈춰줘.”
메시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한번 쓸었다. 자신의 사부가 저렇게 괴로워했다는 걸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렸다. 제 일도 아닌데 눈물이 치솟았다. 사부의 가슴 안에서 타오르던 분노가 자신에게 옮겨진 느낌이었다.
[ 괜찮냐뀨? ]“괜찮아… 시작하자.”
견뎌야만 한다.
사부는 저런 끔찍한 사건을 마주하고도 버텼는데, 자신은 고작 사부가 쓴 일기를 못 견딜 순 없다.
하지만 자신을 숲에서 주워 키우다시피 한 그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돌아왔다. 10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 ] [ 예전에 쓴 일기를 다시 읽었다. 마드리와의 추억에 웃고, 동료들과의 사건이 떠올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없다. 아직도 난 그들의 억울한 영혼을 구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10년 전의 일기와 지금 상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진실의 전말에 다가가지 못했다. 완전히 실패했다. ] [ 나 이외에 살아남았던 벌목꾼들은 모두 죽었다. 급사, 사고, 자살도 했다. 실종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럴수록 내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고, 단서를 찾기 위해 발버둥을 쳤으나 이루지 못했다.연합체의 조사 또한 취소되었다. 동료인 줄 알았던 자들은 다 나를 외면했다. 가문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는 습격을 받았다. 바스카스 백작을 조사하던 중에 죽을 뻔했다. 역시 놈에게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 [ 하지만 몸이 망가졌다. 놈들이 뿌린 살가라스의 극독에 중독됐다. 다행히 내겐 피독주가 있어 마나운용법을 이용해 독을 천천히 퍼지도록 했지만, 완전한 치료가 아니다.
나는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 이제는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나도 지친 것이다. 죽는다면 마드리의 곁에서 죽고자 했다. 결국, 이 숲으로 다시 돌아왔다. 숲에는 새로운 이름이 붙어있었다. ‘원망의 숲’.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었다. ]
삶을 포기한 사부의 글씨들은 힘이 없고, 손에 떨림이 많은지 글자가 엉망이었다. 또 일기가 끊겼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돌아온 사부는 뭔가 달랐다. 어떤 변화가 찾아온 듯했다.
[ 유적에 있던 ‘대 마력 결계’가 해제됐다. 분명 그날 이후부터 계속 장막처럼 발동해있던 결계인데, 그것이 사라졌다는 건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뭘까? 그 끔찍한 유적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걸까? ] [ 나는 개미 여왕을 찾아갔다. 따지고 보면 숲에서 가장 넓은 영역을 지닌 자였다. 그녀의 힘이라면 숲속에 발생한 변화를 빠르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귀찮아했지만, 무기를 들이대니 조용해졌다. 아직 그 정도의 힘은 있었다. ]메시는 왠지 그 이후의 장면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가슴이 쿵쿵거렸다.
설마, 설마하며 공주의 다음 번역을 기다렸다. 어리석게도 그걸 참지 못하고 눈이 먼저 종이를 향해갔다.
다행히도, 그건 번역이 필요 없었다.
그 한 줄만은 ‘중앙어’로 또렷하게 쓰여있었다.
사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 그리고, 난 한 아이를 만났다. ]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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