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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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를 제외한다면 키드먼은 메시에게 최초로 호의적인 벌목꾼이었다. 동료 둘을 죽였다는 것에 다른 벌목꾼들은 경계를 드러내는 반면,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메시는 그와의 대화에 호응해 주면서 여러 가지를 캐냈다. 키드먼과의 대화에게서 벌목꾼의 기술 또는 그들이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엿봤다.
“쇠사슬… 그거 가르쳐 줘도 되나? 벌목꾼들은 침묵의 맹약으로 기술 유출을 막는다고 들었는데.”
사부의 경우가 생각났다. 물어본 것도 기술의 힌트나 얻자고 물어본 거지, 아예 통째로 가르쳐 달란 의도는 아니었다.
“물어보실 땐 언제고 그러심까. 저희가 쓰는 항쇄술은 벌목꾼 고유의 것이 아님다. 워낙 이 바닥 저 바닥 떠돌던 양반들이 모이는 곳이라, 현장에서 쓸 만한 잡기 같은 건 재미 삼아 전파됨다. 항쇄술도 그중 하나에 불과함다.”
“훈련소에선 못 익히겠군.”
“현장에서 어쩌다가 전수함다. 저 같은 선임급들이 필요에 따라 후임들에게 가르치는 검다. 훈련소에서는 일단 쓸 만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에 경지 상승에 중점을 둠다. 이런 건 언급도 안 함다.”
이래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베테랑 벌목꾼들이 무서운 것이다. 실전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들을 긴 시간 동안 여러 선임으로부터 전수받고 갈고닦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가르쳐 주기 아깝지 않나? 목숨 내놓고 싸우면서 익힌 걸 텐데.”
“푸흐흐, 그런 양반도 있슴다. 근데 나중에 가면 알아서 보따리를 품다. 안 그러면 자기가 살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임다. 뒤와 옆을 맡길 후임의 능력이 높을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슴까?”
벌목꾼들은 그만큼 치열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선임은 후임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었고, 후임은 필사적으로 배워서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왜 벌목꾼들이 명예로워야만 했는지 이해가 가는군.’
사람을 저런 환경에다 던져 놓았으니 8왕국에선 벌목꾼들에게 명예라도 떠안겨 줘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지금 벌목꾼들은 문명 바깥의 숲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넓혀 놓은 땅, 그 내부를 욕심내고 있었다.
“우리가 피땀 흘려서 개척하면 뭐 함까. 8왕국의 돼지들만 잘 먹고 잘사는 거 아님까. 우리가 목숨 바쳐 땅을 넓힌 것도 모르고 왕과 귀족, 사제들은 제 욕심만 부림다. 뭐, 사도님을 욕하는 건 아님다. 여러 목숨을 살리셨다고 들었슴다. 존경함다.”
[벌목꾼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뀨.]“그래서… 에이드리언 후작과 손을 잡은 건가?”
“흐흐, 저 후작님 말임까? 사도님은 암것도 모름다. 후작님과는 비교도 안 되는 분이 우릴 지켜 주고 계심다. 벌목꾼과 후작님은 그분을 따르는 검다.”
“그럼 벌목꾼들 모두가 그분을 따르나?”
‘티프리메이식’을 말하는 거겠지. 만약 모든 벌목꾼이 그의 존재를 알며 따르고 있다면… 지금까지 품어 온 의문이 해소된다.
‘과연 벌목꾼들 전체가 흑막과 연계된 걸까? 사부와 동료들이 그랬듯이, 아닌 자들도 있다면…….’
벌목꾼 연합체라는 집단 전체를 적으로 돌리느냐, 아니면 그중 한 부분을 적으로 돌리느냐는 차이가 크다.
메시로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었다.
“뭐, 전체는 아님다. 그분이 워낙 대단한 존재라… 아무나 뵙지 못함다. 하지만 때가 되면 다들 알게 될 검다.”
“지금은 자네 정도의 우수한 벌목꾼이 아니면 몰라야 한다는 거겠지.”
“역시. 사도님은 뭘 좀 아심다.”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루기 참 쉽다. 얼굴이 안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안 그랬으면 메시 역시 웃는 낯을 보이고 말았을 테니.
키드먼이 쉬운 남자인 건 차치하고, 메시의 지루한 마차 생활은 며칠째 계속 이어졌다.
낮에는 마차 안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다. 키드먼이 설명하는 항쇄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습득했다.
3일째 됐을 때, 메시는 이미 연습용 사슬을 마음대로 다루고 있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크게 원을 그린 쇠사슬에 10번의 휘어짐을 가해 별 모양을 완성했을 때, 키드먼이 말했다.
“사도님은 벌목꾼을 해야 함다. 전 그 정도 하는 데 2년 이상 걸렸슴다.”
피식.
키드먼의 신체 정보를 받아들인 이상 그가 하는 걸 못 따라 할 리 없었다. 3일도 느긋한 거였다.
‘누군가를 제압하거나 중거리에서 적과 싸울 때 유용하겠어.’
부디 그 상대가 키드먼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밤은 메시가 나와서 산책을 하는 시간이었다. 은은하게 빛을 내는 붉은 야명주 브로치가 메시의 위치를 천공성에게 전달했다.
벌목꾼들의 감각은 예민하기 짝이 없어 근처에 접근할 순 없었다. 최대한 멀리서 육안으로 식별해야 했고, 그랬기에 이런 꾀를 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메시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주변에 정령을 볼 수 있을 만큼 자연 친화력이 높은 자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스스럼없이 실라이온을 불렀다.
―끄앙~
실라이온은 흔들리는 마차 위에 식빵을 구우며 앉아 대열의 행로를 외웠다.
[인간의 발걸음으로 52,327보를 움직인 후에 방향을 동쪽으로 틀었다고 한다뀨. 3만 걸음쯤에 고성을 지나쳤다고도 했다뀨.]그리고 그 정보는 뀨의 번역을 거쳐 전달되었고, 메시는 일정 시간이 되면 자스펠로 만든 분신과 기억을 공유했다.
분신은 아헨탈 후작의 도움을 받아 팔란티어 왕국의 지도를 근거로 행로와 속도 그리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살펴 위치를 파악했다.
그 결과물은 기억을 공유하는 시간에 다시 메시의 본체로 넘어왔고.
메시는 이를 반복했다.
그 행동이 엿새째에 이르렀을 때, 메시는 비로소 확신했다.
‘이놈들, 계속해서 팔란티어 왕국 내를 빙빙 돌고 있구나.’
마지막으로 받은 분신의 기억 속엔 팔란티어 왕국의 지도 위로 붉은 점선이 이리저리 물결처럼 그어져 있었다.
그것이 며칠 동안 그어진 이동 경로였다.
이를 내려다보는 아헨탈 후작의 눈엔 당혹감이 엿보였다.
‘왜지? 천공성이 쫓고 있다는 걸 알고 따돌리려는 건가?’
엿새째 뒤를 쫓고 있을 천공성도 당황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심리전을 거는 것일까. 약이 오른 추적자가 가까이에 접근하는 걸 원하는 건지도 모른다.
‘추적자가 접근한다면 당연히 밤일 거다. 하나 야간에도 기초적인 습격에만 대비할 뿐, 벌목꾼들이 특별히 방비하고 있진 않다. 왜일까…….’
밤공기를 쐬며 에이드리언 후작의 진형을 살폈다. 감시의 눈길은 있지만, 메시를 건드리진 않았다. 따로 후작의 명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메시는 이들이 노리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는 건 지금 에이드리언 후작에게 맞는 행동이 아니었다.
왕도로 가 새로운 왕을 즉위시키고, 자신의 권력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할 그가 왕국 내를 돌기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이상한 일이다.
마치 뭔가를 기다리듯이 말이다.
‘…기다려?’
무의식중에 새로운 시각이 떠올랐다.
만일 사람을 기다리는 거였다면 이리저리 떠돌지 않고 한자리에서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다니면서 그저 시간을 보내는 건 이유가 있다.
‘뭔가를 기다리면서 나와 추적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거다. 하지만… 뭘 기다리는 거지?’
메시는 밤하늘을 쳐다봤다. 어느새 만월이 휘영청 떠 있었다. 이런 날은 브로치가 없어도 멀리서 메시를 식별하기 수월할 것이다.
그때, 에이드리언 후작이 메시에게 걸어왔다. 뒤로는 초췌한 바르톨로메오가 벌목꾼들에게 붙들려 있었다. 그를 끌고 온 것으로 보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후작이 꺼낸 첫마디는 예상 밖이었다.
“도착했다.”
“여기가 목적지라고?”
메시가 의심쩍은 눈으로 후작을 쳐다보다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영지와 영지 사이를 잇는 평범한 오솔길에 불과했다.
“정확히는 때가 된 거다, 이종.”
“…무슨 말인지 아까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군. 여기서 뭘 한다는 거지?”
사도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게 그렇게 좋은지, 웃는 드라이엔델의 미소는 불쾌했다. 너 따위가 모르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리 말하는 듯했다.
인심을 써 주겠다는 것처럼 후작은 말했다.
“이종, 너는 이 세상의 신이 가이아뿐이라 여기겠지. 하지만 예로부터 잊힌 신들은 많았다. 가이아도 그중 하나였을 뿐이고, 고대로부터 넓게 보자면 그녀의 위치도 그리 대단치 않아.”
“과연 이단다운 말이군.”
가이아의 사도답게 응답했다. 그게 드라이엔델이 바라던 반응이었다.
“크크, 세상을 보는 안목이 그리 좁아서야. 너와 나의 차이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거다. 이 무수한 피조물들의 세상에서 관리자가 하나뿐이라는 건 세상이 방임되었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지 않으냐. 당연히 이 세상엔 많은 신이 있고, 그중엔 차원을 관장하는 이도 존재한다.”
메시의 눈이 조금 커졌다. 후작의 입에서 오흐가나가 언급될 줄은 몰랐기에.
그게 후작에겐 다르게 보였는지 후작은 더욱 신이 나서 나불댔다.
“놀랐나? 더 재밌는 걸 알려 주지. 너희 가이아 교단이 악신이라 취급하는 오흐가나가 바로 차원을 관장하는 신, 헬무드라 불리는 존재다. 그런 그녀가 왜 악신이라 불리게 되었는지 아나?”
“…그녀의 상징물이 숲이라 그런 게 아닌가?”
“그건 오흐가나에 한정되는 얘기다. 차원의 신 헬무드에게도 상징물이 있지. 그것이 바로… 저 만월이다.”
메시의 눈이 밤하늘로 올라갔다.
후작이 이런 말을 하는 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여태 저 달이 뜨길 기다렸다는 건가?’
“그리고 만월을 상징물로 삼은 존재가 하나 더 있지.”
“…72악마 군주 나베리우스.”
“과연, 잘 아는구나.”
모를 수가 없다. 볼프 성에서 아스카론이 엘로이에게 전달한 붉은 양피지엔 나베리우스의 상징물인 ‘보름달’과 ‘숫양의 뿔’이 그려져 있었다.
“같은 상징물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헬무드는 악신이라는 오명을 썼지. 때마침 그녀의 다른 이름이 오흐가나이자 숲을 관장한다는 것을 알고 오래전 너희 가이아 여신교는 그녀를 악신으로 몰았다.”
“그거야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크크, 가이아의 사도인 네 녀석은 모른 척하고 싶겠지. 하지만 오흐가나는 분노했다. 자신의 소임에 충실했을 뿐인데도 피조물들에게 외면받는 현실에 화가 난 거다. 바로 네놈 같은 가이아 교단의 떨거지들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소임을 던져 버렸다.”
“……?”
메시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상 오흐가나의 사도인 자신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십중팔구 허황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았다.
만일 오흐가나가 정말로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자신을 뭣 하러 이 세계에 불러들였으며, 신성을 안겨 주었겠는가.
자신이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에이드리언 후작은 말했다.
“잘 봐라. 이게 그 증거일 테니.”
에이드리언 후작은 그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메시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현실이 아니라, 마드리의 기억 속에서.
‘열쇠!’
마드리가 유적의 북문을 열었던 그 열쇠였다. 아니, 형태는 같았으나 재질은 조금 달랐다. 마드리의 열쇠가 청동의 재질이었다면, 저것은 보랏빛 광물로 주조된 것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그걸 보자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다.
여태 천공성이 몇 년 동안이나 날뛰었어도 사라진 인간 제물들의 흔적을 찾지 못했던 이유.
그것은.
“설마…….”
“만월은 차원의 입구와도 같다. 이종, 너는 운이 좋다. 우리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다른 차원의 광경을 보는 자일 테니.”
드라이엔델은 보름달이 열쇠 구멍이라도 되듯 그것에 맞춰 키를 조심스레 높이 들었다.
그리고 문을 열 듯이 돌렸다.
철컥―
나서는 안 되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이미 세상은 뒤바뀌어 있었다.
*
불과 찰나였다.
후우우웅―!
불어닥친 흙바람이 오흐가나의 성물, 망토 ‘발몽’을 뒤집는다. 방금까지 있던 오솔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바람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게 정확하리라.
메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은 그대로였다. 에이드리언 후작도, 바르톨로메오도, 벌목꾼들도. 다만 풍경이 달라졌다.
푸석푸석한 황량한 대지 위에 그들은 서 있었다. 바람을 막아 줄 것이 없자 까슬까슬한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얼굴에 닿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정말 차원이라도 건너왔다는 건가.’
“하하하! 그 얼굴, 마음에 드는구나. 드디어 비루한 네게 걸맞은 표정이 나왔어.”
드라이엔델이 한껏 비웃었다. 고개를 뒤로 돌려 보라 하고 싶었다. 바르톨로메오의 경우엔 충격이 컸는지 거품을 물고 있었으니까.
후작은 여유롭게 이 세계를 가리켰다.
“환영하마, 멸망한 차원에 온 것을.”
“멸망한 차원이라고……?”
“그래. 여기도 한때 인간이 번성했을 것이다. 우리와 똑같이 생긴, 어쩌면 다른 이름을 지닌 자가 살았을지도 모르고.”
메시의 기억 속 1억 666개의 차원 기억 속엔 이런 풍경은 없었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으며, 오로지 있는 거라곤 검은 재가 쌓인 듯한 황무지.
‘하긴……. 오흐가나는 1억 666개 차원의 미래를 내게 연결시켰을 뿐, 1억 666개가 차원의 전부라고 하진 않았다. 그럼 정말로 여기는…….’
멸망한 세상.
메시는 주저앉아 생명력이 잃은 땅을 매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온 검은 흙이 쓸쓸한 바람에 실려 천천히 사라진다.
그사이 에이드리언 후작은 다시 대열을 움직였다. 벌목꾼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아는 눈치였다.
힐끔, 그들은 메시를 쳐다만 볼 뿐, 따라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잘만 하면 버리고 갈 기세였다.
하지만 메시는 그 뒤를 쫓았다. 굳이 자신에게 따라오라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명백했다. 이 멸망한 세상에서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는 뜻이었다.
“예하, 제 뒤에 꼭 붙어 계십시오. 제가… 반드시 돌아가게 해 드리겠습니다.”
어느새 바르톨로메오 역시 풀려나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는 통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리라.
오랫동안 통곡을 한 탓에 눈이 팅팅 불어 있었고, 목은 쉬었으며, 애가 닳아 안색이 나쁜 그였지만.
정신만큼은 다시 듬직한 성기사로 돌아와 있었다. 여기서 사도를 지킬 건 자신뿐이라는 걸 자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그의 뒤에서 보호를 받을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도리어 앞으로 나섰다. 바르톨로메오가 놀라 외쳤다.
“예하!”
“따라가자. 이런 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긴 하지만… 궁금하구나.”
“예?”
“과연 저것들이 내게 무엇을 보여 줄지 말이다.”
메시는 씩 웃었다.
상황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이 정도의 일에 놀랄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차원을 건넌 건 메시에게 두 번째 벌어진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의 입장에서 놀랄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잘된 일이 아닌가? 다른 차원에 숨겨 둘 정도라면… 정말로 놈들의 핵심에 다가섰다는 말과 같다.’
이번 작전, ‘암흑의 핵심’이라 명명된 납치를 가장한 계책은 적들의 숨겨진 핵심에 도달하는 데 있었다.
성공한 셈이다. 아군의 지원은 오기 힘들 게 된 거 같지만 말이다.
‘상관없다. 어차피 처음부터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일이었다.’
후작의 뒤를 쫓는 메시의 걸음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검은 산이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