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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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가주를 보자마자 메시가 떠올린 의문은 단 하나였다.
‘대체 왜 저런 꼴이 된 거지?’
위세를 떨치던 과거는 온데간데없고, 이젠 늙고 신체마저 성치 않은 꼴이었다.
[기… 기분 나쁘다뀨~.]거기다 뀨의 말대로 불쾌하게 히죽이죽 웃는 모습이 정신마저 불안정해 보였다.
“저 노인입니다.”
바르톨로메오가 은근슬쩍 메시를 뒤로 물렸다.
성전십장이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품을 만큼 전대 가주는 불길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되네. 나쁜 인간이 아니야. 지금까지 왕자님을 맡아서 치료해 주는 사람이지.”
알토다르의 말에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칠 뻔했다.
나쁜 인간이 아니라기엔, 자신이 아는 노인은 악마 그 자체였다. 사부와 마드리를 비극 속으로 밀어 넣은 존재였으니 그럴 수밖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바라보는데, 마침내 노인이 킬킬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왕자께서 모처럼 의견을 제대로 말하시다니. 이는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짝짝짝.
왜 자꾸 박수를 치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다. 패사다 왕자가 쓴웃음을 지었다.
알토다르가 메시를 가리켰다.
“노 의원, 새로 들어온 자이니 인사라도 하시오.”
“오늘은 새로운 손님들이 많은가 보군. 이 늙은이가 모처럼 호강을 하겠어.”
“노 의원 앞에서 옷을 벗을 자들은 아닌 듯하니 헛물켜지 마시오. 괜히 그런 말 했다가 머리 깨지지 마시고.”
“그거야 두고 볼 일 아닌가.”
늙은 변태 마귀로구나……. 아, 가이아시여.
바르톨로메오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전대 가주는 보행기를 끌고 메시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메시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오.”
처음엔 짧은 탄성을 흘리더니.
“와.”
감탄을 하기도 하며.
“흐음…….”
침음을 흘리기도 했다.
사부의 피독주 반지를 붕대로 감은 손가락에도 시선이 잠시 머물다 떨어졌다.
[뭐냐뀨! 왜 이러냐뀨!]메시는 바로 뒷짐을 진 채 주먹을 쥐었다 펴며 언제라도 에이드리언 가주의 머리통을 날릴 각오를 했다.
수상한 짓이라도 한다면 즉시 으깨 버릴 참이었다.
하지만 전대 가주의 다음 말은 예상외였다.
“신체는 더할 나위 없이 참으로 훌륭하나… 자질이 몸을 못 따라가고 있구나. 형편없어. 쯔쯔.”
‘……?’
뭐라는 거지 이 작자가.
메시로선 다소 어이가 없는 발언이었다.
신체야 엔조 무에테를 받아들이는 중이니 그 발언은 이해가 가지만, 자질은 무려 알란아스터의 것이었다.
지금껏 많은 기사와 벌목꾼들의 신체 정보를 받아들였으나, 알란아스터의 자질을 뛰어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전대 가주는 혀를 찬 것이다.
메시는 픽 웃었다.
“노인분께서 남의 몸을 본다고 뭘 알겠습니까. 보아하니 제 몸 하나 못 챙기신 분인데, 신경 끄시지요.”
대답이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전대 가주가 곱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 저런 말을 하니, 돌아가는 대답이 예쁠 리 없었다.
“그, 그건 너무 심한 말이잖은가.”
“형편없다는 말은 되게 예의 가득한가 보지?”
“그야 아니지만…….”
알토다르가 도리어 찔끔했지만, 전대 가주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웃어 댔다.
낄낄낄낄낄!
“무엇이 그리 웃깁니까?”
“재밌어서 그런다. 마치 너는 조각난 헝겊을 기워 놓은 누더기 같구나. 그런 녀석이 내 몸을 비웃다니.”
메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뭘 알고 하는 말인가?’
메시의 몸은 지금까지 신체 정보를 받아들인 대상들을 따라갔다. 자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뒤섞인 지점이 있었다.
아무리 몸이 엔조 무에테를 따라간다 해도, 이전에 받아들인 라우드, 라망, 가스통 등 그 흔적은 남기 마련.
‘그걸 알아봤다고?’
“나는 훼손되었어도 순수하다. 허나, 너는… 잘리지 않았어도 기워 댄 흔적이 역력하니, 그곳에 ‘너’는 없구나. 슬프게도 걸레로 밖에 쓰이지 못할 운명이다.”
쿵!
노인의 말에 충격을 먹은 건 메시가 아니었다.
호신용으로 주운 돌을 도로 떨군 채 바르톨로메오가 입을 쩍 벌렸다. 그의 자아로는 감당할 수 없는 폭언이었다.
“이, 이, 이, 이단이다―!”
그가 눈이 뒤집혀 덤벼들려 하자 메시는 한 손으로 어깨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예하, 제가 저 늙은 이단을 분쇄시키겠습니다! 한 시간만 주시면 죽는 날까지 경전만 암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니. 경은 가만히 있어라.”
메시는 흥미로워하는 기색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한 존재가 있었나. 거의 초창기의 에레브뿐이었다.
그마저도 자신의 능력을 보곤 입을 다물었는데, 저자는 제 능력의 부작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누더기라 말했다.
“안목이 보통이 아니신가 봅니다.”
“몸과 얼굴이 이리되니 쓸 만한 건 몇 가지 남지 않더군. 눈이라도 반쪽이 살아 있으니 다행이지.”
알토다르가 말했다.
“우리가 왔을 때부터 있던 노인일세.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의학과 약초 지식이 워낙 해박하더군. 그래서 노 의원이라 부르게 됐지.”
“…해박할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죠.”
의미심장한 말에 시선이 메시에게로 모였다.
“약과 독은 종이 한 장의 차이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에이드리언 가주?”
“뭐, 뭐?”
알토다르가 놀라 뒷걸음질 치고, 기운 없던 왕자마저도 번쩍 몸을 일으켰으니.
그 반향이 작지 않았다.
아무리 갇혀만 지냈어도 6년이란 시간이다. 누가 자신들을 가뒀는지 정도는 알았다.
“노 의원이… 에이드리언 가주란 말인가?”
“정확히는 전대 가주라고 해야겠지.”
메시의 목소리엔 살심이 뚝뚝 묻어났음에도, 노인의 얼굴엔 소름이 끼칠 만큼 해맑은 웃음이 떠올랐다.
씨익.
더없이 기뻐하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이 드는데, 답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를 알아봐 줬군! 내가, 내가 그렇게까지 바깥에 알려졌는가? 평은 어떤가? 위대한 에이드리언 가문의 전성기를 열었다던가?”
간단했다.
‘그렇지……. 이자는 극한의 야망가였어.’
오직 가문의 부흥을 위해 미쳐 산 이.
몰락한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독에 손을 대고, 심지어 마약까지 손을 대 유통시킨 자.
그뿐인가. 만족하지 않고 자질이 뛰어난 제 딸과 아들에게 가엾은 굴레를 덧씌워 옭아매려 했던 자였다.
오로지 고지의 달성만을 바라본 괴물.
“기쁘구나, 기쁘구나! 이 반쪽만 남은 얼굴을 알아볼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가문이 부흥했다는 말인가! 아아, 참으로 기쁜 날이야. 죽어도 여한이 없다!”
[착각을 해도 제대로 했다뀨.]‘그만큼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긴 시간 살아왔다는 뜻이겠지. 정신도 나가 버렸고. 꼴을 봐서는… 아들에게 제대로 축출당한 거 같은데.’
전대 가주가 저런 상태라면 현 가주인 드라이엔델의 솜씨일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의 모든 걸 바쳐 가문을 일으켰는데, 불구가 되어 쫓겨난 셈이다.
그런데도 가문이 부흥했다는 착각만으로도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었으니.
‘진짜 광기란 저런 것인가…….’
모두가 질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메시가 물었다.
“드라이엔델이 당신을 가뒀습니까?”
“가두긴. 녀석은 내가 살아 있는 줄도 모른다. 꼼짝없이 30년 전에 죽은 줄 알지. 어리석은 녀석, 못난 녀석, 가여운 녀석! 제 부하인 하블린이 내게 고독을 받아먹은 줄도 모르고. 흐흐.”
“그래서 아직 살아 있었군요.”
“당연하지. 에이드리언 가문이 최고의 가문이 되었다면 그에 걸맞은 가주를 모셔야 하는 법. 이 몸이 어서 돌아가서 자리를 채워야지. 죽을 수야 있나.”
‘저 꼬락서니가 되고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단 말인가. 저 끈질김만큼은 배워야겠군.’
생각과 다르게 메시는 능청스럽게 가주의 말을 반박했다.
“하지만 가주 없이도 에이드리언 가문은 최고가 되었는데… 그럼 아드님이야말로 걸맞은 가주가 아닙니까?”
단순히 성질을 긁어 보려고 한 말이었다.
하나 반응이 보통을 넘어섰다.
“아, 니――야아아아아아!”
콰르르르…….
낡고 너덜너덜한 성대가 찢어지면 저런 끔찍한 비명이 나올 것 같다. 좁은 굴속으로 한 맺힌 울음이 울려 퍼졌다.
“내가 모든 걸 준비했다! 그 못난 녀석은 내가 세운 기반을 받아먹었을 뿐이야! 더러운 녀석,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녀석!”
극과 극은 통한다던가. 기쁨의 극에 달했던 게 불과 몇 초 전인데, 나락으로 떨어져 분노의 극점에 도달해 버렸다.
‘감정 변화가 거의 카심급 속도군. 역시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다.’
그러나 에이드리언 가주는 단순하게 미친 노인이 아니었다.
연쇄살인마는 늙어도 연쇄살인마인 것처럼, 저자는 한때 8왕국의 모든 독과 약을 가지고 놀았던 자였다.
오히려 제정신이 아니기에 더욱 위험하다.
하지만…….
‘그거, 나한테는 잘된 일이 아닌가?’
지금 저토록 에이드리언 후작을 증오하는 이가 저 노인 말고 더 있을까? 더군다나 그 노인은 독의 황제이니.
‘적의 적은 나의 친우라더니…….’
메시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못된 생각을 하는 표정이다뀨.]‘아니지. 우리에겐 좋은 생각이지.’
*
바르톨로메오는 느닷없이 메시로부터 받은 지령에 당혹스러웠다.
‘거짓말이라니……. 아아… 이래도 되는 겁니까, 가이아시여.’
그는 마음속으로는 고해성사를 올리며, 입으로는 거짓을 담았다.
“에이드리언 가문은 8왕국 제일의 가문이 되었지요. 혹시 얘기를 들으셨는진 모르지만, 교황청 건물의 절반을 에이드리언 가문이 지어 줬다는 말이 있습니다.”
“뭐, 뭐라. 그게 사실이냐?”
“예. 이미 벌어들이는 돈도 아헨탈 가문의 2, 3배이니… 어마어마하지요. 저희 교황 성하께서도 에이드리언 가문의 눈치를 보실 정도이니……. 휴. 독신자로서 근심이 큽니다.”
에이드리언 가주는 눈망울을 반짝였다.
그는 흔히 말하는 가문 뽕에 취해있었다. 신실한 성기사의 입에서 그런 대리 만족 가득한 얘기가 나오자, 노인은 한 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얌전히 듣고 있었다.
듣고 있던 메시가 옆에서 거든다.
“팔란티어 왕국뿐 아니라 8왕국 전체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다른 가문들은 에이드리언이라 하면 껌뻑 죽지요. 모두가 에이드리언을 본으로 삼고, 가주께서 어떻게 기반을 쌓아 올렸는지를 공부합니다. 그러니 제가 가주의 얼굴을 바로 알아봤지요.”
“과연, 그래야지. 그래야지! 선두를 쫓으려면 선두를 닮는 것부터 해야 하는 법. 다들 멍청이는 아닌가 보군!”
뽕에 취하다 못해 절여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아예 이성을 놔 버린 건 아닌지, 가끔씩 지금처럼 개연성을 따지기도 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저 성기사는 날 알아보지 못했는데?”
바르톨로메오는 등 뒤에 땀이 주르륵 흐르는 걸 느꼈으나, 메시가 서둘러 수습했다.
“솔직히 바르톨로메오 경은 교단에서나 사는 사람인데, 바깥 세상에 관심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알아보지 않았습니까.”
“그렇군. 맞는 말이야.”
고개를 열심히 주억대는 게, 쉽사리 납득한 기색이었다. 아니, 납득하고 싶은 건지도.
메시는 슬슬 불을 지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요즘 에이드리언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 역시 가주의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벌떡!
보행기에 몸을 의지해서 걸어 다니던 노인이 맞는 건지, 즉각 몸을 일으켰다.
장작 하나를 던져 넣었을 뿐인데 바로 효력이 발휘되다니. 불을 지피는 수준이 아니라 바로 1,600도 이상의 화덕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여기 있어선 안 돼. 어서 내가 나가야겠군…….”
광기에 찬 중얼거림. 메시의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나간다 하더라도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벌목꾼들이 46명이나 있고 병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뱀의 혀가 에이드리언 가주의 귓가에서 속삭였다.
“혹시… 뭔가 준비하고 계셨던 게 있으십니까?”
“준비, 준비, 준비하던 것……. 물론 있지.”
떠듬떠듬, 뭔가를 떠올리자 환희에 차오르는 가주의 얼굴.
노인은 누가 들을 세라 목소리를 낮추고 메시와 바르톨로메오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내겐… 아들이 있었어.”
흠칫. 메시의 몸이 잘게 떨렸다.
에이드리언 후작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지칭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뛰어난 자질을 지닌 아들이었지.”
“…그런데요?”
“녀석이라면 가문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난 아들을 그렇게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지…….”
바르톨로메오는 헛소리라 치부하고 있었지만, 메시는 진지하게 들었다.
사부의 얘기라는 걸 알았으니까.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킬킬. 그런데 정작 제대로 보지 못한 게 있었지. 우습게도 내가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다는 걸 못 봤던 거야……. 둥지도 필요 없이 알을 깨고 자라서 날아가는 새라니. 그리고 그걸 키우려 했던 나라니. 이 얼마나 우습냔 말이야.”
역시.
바르톨로메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망령 난 노인이 지껄이는 것 뿐인데… 예하께서는 어찌 이리도 귀를 기울이신단 말인가.’
뜬금없이 아들 얘기가 나올 때부터 글러 먹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사도 예하의 눈은 반짝였다.
대체 왜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금세 밝혀졌다.
“그럼… 안 쓴 둥지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는 뜻이군요?”
자신이 존경하는 예하는 노인의 헛소리에서도 답을 찾아내는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