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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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오, 배를 왕국에서 빌릴 수 있어서.”
아헨탈 후작과 용병 키메라(메시의 분신)는 선단을 이끌고 어머니의 강을 지나고 있었다.
티스리스트의 분노로 대대적인 전쟁이 선포됐다. 그게 10일이 조금 넘고 있었다. 가장 빠르게 반응한 건 아헨탈 가문이었다.
아시리스 왕국이 전시 체제로 돌아가기 위해 이제야 체질 개선을 하는 데 반해, 아헨탈 가문은 두 번의 전쟁을 거치며 익숙해졌고, 항시 전투 물자를 비축하며 전쟁을 준비해 왔다.
지출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긴 아헨탈이었다. 가문에 돈이 모자라다는 개념이 없는 곳이었다. 어떻게 쓸지 말지만 구분하면 되는 곳.
덕분에 아헨탈 가문은 아시리스의 선봉을 맡아 독자적으로 군사를 이끌고 출발한 상태였다. 티스리스트의 허락을 받은 건 기본이었다.
“티스리스트 전하도 아실 겁니다. 저들에게 왕이 없으니, 어수선한 정세일 때 빠르게 몰아치는 게 이득이라는 걸 말입니다.”
“그런데… 우린 그 뜻과 다르게 일주일씩이나 먼저 사자를 보내지 않았소? 정말로 놈들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 주겠소?”
“십중팔구는 그러리라 봅니다. 아, 역시 저기 기다리고 있군요.”
메시(분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뿌연 물안개로 흐릿하게 가려져 있지만, 분명 커다란 형태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대형 선박들이 강 위에 줄을 서서 진을 친 게 틀림없었다.
아헨탈 후작의 표정이 굳었다.
아무리 그라도 바다가 없는 이 세계에서 수전水戰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었다. 어떻게 싸울지 도통 상상이 가질 않았다.
“정말로 나왔군. 메시 경의 계획대로 수전이 벌어지는 건가…….”
걱정스러워하는 후작에 비해 메시는 느긋했다.
대양의 시대를 거친 21세기 현대에서 온 그였다. 적어도 이 수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그는 확실히 알았다.
제대로 수군이 육성될 수 없는, 아예 수군이란 개념이 없는 이 세계라면 더욱 확실한 수단은 단 하나.
화력.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날을 위해 준비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헨탈 마탑의 마법사들을 호출하시죠.”
메시의 장담대로, 불과 한 시간 만에 대장관이 벌어졌다.
화르르륵!
어머니의 강 위로 배를 따라 번지고 있는 커다란 화염들. 목조선이었기에 화염 마법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아시리스 왕국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되는 수전은 불과 1시간 만에 결판났다. 그것도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아헨탈 후작은 생소한 수전을 겪으며, 어째서 메시가 적들에게 침공을 알렸는지, 그것도 몇 날 몇 시에 배를 타고 갈 거라 친절하게 써 놨는지를 깨달았다.
‘섭식용 마나수와 가문의 보석술을 통해 마법 스크롤 대용품을 쉽게 제작할 수 있으니… 압도적으로 화력이 우세한 우리가 이기는 게 당연하구나.’
이 강 위는 오직 화력이 모든 걸 지배하는 전장이었다. 보석 형태의 마법 스크롤이 깨지며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화염이 적들에게 쏟아졌다.
땅 위였다면 온갖 복잡한 경우의 수와 환경을 고려했겠지만, 배 위에서 그딴 건 없었다. 어블레이즈도, 소드 마스터도 사이좋게 배 위에서 구워질 뿐이었다.
거기다 모든 배를 잃었으니, 이제 팔란티어 왕국은 역으로 침공할 모든 수단을 잃었다. 일방적으로 침략당하는 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메시는 이를 노린 게 분명했다.
“메시 경! 모든 게 계획한 대로……!”
기쁜 얼굴로 고개를 돌린 아헨탈 후작은 말을 하다 말았다.
어느새 그의 곁에 있던 메시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용병 키메라로 변장할 때나 썼던 장비가 주인을 잃은 채 허무하게 선상의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
‘환각?’
라이치스는 저도 모르는 사이 독에 중독이 됐나 싶어 검은 부리 가면을 점검했다. 혹시라도 독이 새어 들어왔을까 봐.
다행히 그건 아닌 듯했다.
눈앞의 두 존재는 각자 따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으니.
“예, 예하가… 둘로 나뉘다니.”
바르톨로메오의 말처럼 어느새 메시는 두 명이 되어 있었다. 하나는 자스펠로 만들어 낸 분신이었다. 알몸 상태로 똑같은 자스펠만 쥐고 있는 상태.
메시가 망토 발몽을 벗어 건넸다. 아무리 전투 중이라도 치부를 공개하는 건 좀 아니었기에.
그새 기억을 공유한 분신이 투덜거렸다.
“기껏 작전도 성공했겠다, 왠지 편하게 간다 했다.”
“여기 떨어져서 우리가 언제 편하게 간 적이 있었나?”
“그건 그렇군.”
당연하게도 피식 웃는 모습이 메시와 판박이였다.
그럴수록 적들의 표정엔 혼란이 어렸다. 분신과 본체가 대화를 나눠? 저런 마법이 가능하다는 건 듣도 보도 못 했다.
‘대체 무슨 사술이지? 무슨 조화를 부린 건지 알 수가 없군.’
라이치스가 고개를 저었다.
숲에서 상대했던 마물 중에 비슷한 존재가 있긴 했다. 도플갱어. 적의 모습을 흉내 내는 끔찍한 고대의 마물이다.
하지만 그건 타인의 존재를 탐하는 괴물이다. 오리지널이 되기 위해 기존의 적을 죽이려 드는 본능이 있었다.
지금 저들처럼 사이좋게 협력할 생각은 못 하는 게 정상이었다.
“뭘 멀뚱히 보고만 있어, 놈이 하나가 되든 둘이 되든 무슨 상관이야! 너흰 무려 서른 명이 넘지 않느냐!”
에이드리언 후작의 짜증 어린 일갈이었다. 하나, 맞는 말이었다. 라이치스가 즉각 신호를 보냈다.
‘어차피 마법으로 만든 분신이라면… 상식적으로 힘을 나누거나 본신이 가진 것을 덜어서 만드는 거다. 차라리 분신을 만든 게 기존 능력을 떨어뜨릴 테니, 차라리 잘된 건지도.’
라이치스의 손짓에 일제히 벌목꾼들이 뛰쳐나갔다.
채찍, 사슬, 화살, 검, 도끼 등등.
가용할 수 있는 공격은 모두 쏟아 냈다. 흉흉한 오러와 카켄시엘의 묘리가 기본적으로 둘러져 있어 보통 사람이라면 스쳐도 사망이었다.
하지만 두 메시는 즉각 대응했다.
‘쌍雙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 아스카론 변식變式.’
기존의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이 아닌, 아스카론에게서 얻은 개정판이었다.
원래 신체 내부의 마나 회로를 타고 하나의 큰 원을 그리듯 회전하는 게 원조의 이치라면.
아스카론 식은 작은 원을 그려 대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대신, 작은 원의 숫자를 3배로 늘려 부족한 힘을 보충했다.
그것이 메시와 분신에게서 동시에 펼쳐졌으니, 최소 여섯 개의 엔진에 시동이 걸린 것과도 마찬가지.
한 번 돌면 여섯 바퀴였고, 세 번만 돌아도 열여덟 바퀴였다. 회전 횟수에 비례해 반격기가 빨라진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었다.
스아아아아―!
“뭐… 뭐야!”
당혹스러운 음성.
이런 식으로 제 공격이 되돌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마법과도 같았다. 기껏 펼친 공격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되돌아오자 벌목꾼들은 황급히 몸을 틀었다.
하지만 늦었다.
“끄아아아악!”
단말마의 신음이 곳곳에서 터졌다. 아인하르츠로 가속화된 역공격을 피하지 못해 허리 아래를 잃은 자들이 속출했다.
대부분 마스터에 도달하지 못한 어블레이즈 급들이었다.
“이런 미친…….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이 틀림없다. 공격을 되돌리는 힘이 있으니 전부 조심하도록!”
라이치스가 활에 시위를 먹이며 외쳤다.
메시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까지 보기만 하고도 메시의 공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라이치스는 당연하다는 듯 알아봤다.
‘아인하르츠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군.’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가 없다.
“자비·자애로운 어머니 여신, 가이아시여. 이 열성자가 소원합니다. 불신자들에게 참회의 벼락을, 필벌자들에겐 과묵한 철퇴를 내려 감히 미혹을 떠들지 못하게 부디 침묵시키소서!”
메시에게 향하는 공격을 바르톨로메오가 막아 낸다.
그와 분신이 다른 벌목꾼들을 상대하는 사이, 메시는 즉각 방향을 꺾어 라이치스를 향해 뛰어올랐다.
퉁, 발사된 화살이 정해진 궤도를 타고 빨랫줄처럼 날아왔다. 카켄시엘의 묘리를 담은 오러가 둘러진 화살이라니, 그만큼 처리하기 까다로운 게 있을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화살은 바람을 거스르는 게 아닌, 바람을 타고 쏘아지는 것.
메시에겐 적절한 방어책이 있지 않은가.
‘실라이온, 처리해.’
차원이 바뀌었어도 정령과의 계약은 지켜졌다.
사자 형상의 바람의 정령은 가뿐하게 화살의 궤도를 틀어 다른 이에게 쏘아 보냈다. 끄아아아… 멀리서 비명이 울렸다.
퉁퉁퉁, 라이치스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물러나면서 계속 화살을 쏘아 댔다. 하지만 기묘하게 화살이 메시를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빗나갈 리가 없는데……. 설마, 바람까지 조종하는 것인가?”
장애물이 많고 바람의 길이 복잡한 숲에서도 마수의 눈에 화살을 꽂는 라이치스였다.
자꾸만 빗나가자 그는 눈치를 챘다. 바람의 정령과 활잡이는 상극. 활대를 메시에게 던져 버리고 검을 주워 들었다.
‘결단력이 좋군. 하긴, 그러니까 유적에서도 살아남았겠지.’
쾅!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블레이드 간의 충돌. 튕겨 나가지 않고 서로 접전이 일어났다.
엔조 무에테의 힘까지 검에 실은 메시였기에, 사실상 튕겨 나가지 않은 라이치스가 대단한 것이었다. 적이 가하는 힘을 절묘하게 분산시켜 제 몸에 퍼뜨렸다.
끼이이익, 끼익……!
검과 검이 긁히는 소리, 오러 블레이드가 긁히는데 불똥이 아닌 마나가 번쩍번쩍 튀었다.
날이 서로 맞닿은 상태에서 서로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 검과 손목을 비틀고, 위아래로 그었다.
신기한 건, 검은 절대 서로를 놓지 않겠다는 듯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사이에서 발과 반대편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서로를 걸고 넘어뜨리기 위해, 안다리를 걸기도 하고 적의 발등을 밟으려 진각을 구르는 등 온갖 잡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사람 간의 대련과 심리전은 메시의 승리였다. 애초에 상대가 다른 무술을 배운 이들이었다.
벌목꾼은 숲의 괴물들을 목적으로 했지만, 메시는 처음부터 대인 무술을 익혔다.
이는 차이가 꽤 큰 것이었다.
우드득.
교묘하게 빈틈을 내보여 공격을 유도하곤, 팔을 잡아 넘겨 관절을 비튼다.
메시의 솜씨에 라이치스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한 팔을 못 쓰게 만들자, 그것을 치워 버리곤 자스펠의 중심 칼날을 건틀렛 낀 손으로 붙잡았다.
하프 소딩으로 라이치스의 목을 찔러 들어갔다.
그때부터 마침내 접전에 변화가 생기려는데, 방해자가 있었다. 메시가 황급히 몸을 던져 피했다.
콰콰쾅!
주변에 있던 벌목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애초에 라이치스와 메시의 싸움을 보며 빈틈만을 찾던 하이에나들이었다.
“우웩……. 노, 놈과 닿는 걸 조, 조심해라! 뭔가, 뭔가 이상하다!”
메시가 손으로 잡은 부분이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라이치스는 피를 토하며 절규하듯 외쳤다. 그의 검은 부리 가면 안에는 피와 살점이 가득 찼다.
다른 벌목꾼들이 메시를 상대하는 사이, 라이치스는 가면부터 벗고 황급히 드라이엔델에게 달려갔다.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사도가 쓴 독에 당한 게 분명했다.
“후, 후작님. 해, 해독제가 필요합니다.”
“뭐? 가면을 쓰지 않았나?”
“사… 사도가 독을 쓰는 것 같습니다. 우, 우웩……!”
“독이라고!”
드라이엔델은 서슬 퍼런 눈으로 제 아비를 노려보았다. 번잡한 전투 상황 속에서도 보행기를 붙잡은 채 멀쩡히 서 있는 노인이었다.
이미 기사나 병사 여럿이 그 주변으로 접근했다가 고혼이 된 지 오래였다. 신체는 퇴물이라도, 독물가로서는 현역이었다.
‘설마, 저 인간이… 사도에게 독술이라도 가르친 건가?’
그건 말도 안 됐다. 사람을 중독시키는 건 며칠 만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독의 특성과 인체 기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안전한 사용법, 주변 환경까지 이용하는 법을 익혀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걸 복잡한 전투 중에 할 수 있을 리가.
보나 마나 한 가지 독의 사용법만 사도에게 주야장천 주지시킨 게 틀림없었다.
드라이엔델은 라이치스의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 냄새를 맡고, 혀끝에 살짝 댔다.
그때.
“억.”
일순 머리가 핑 돌며 현기증에 다리 힘이 풀린다.
잠시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수백 개의 독을 다루고 먹으며 내성을 기른 자신이었다. 이토록 제 몸을 무너뜨릴 만한 독은 몇 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이건 특히 고약한 것이었다.
“이런 개 같은……. 미각으로 분별할 수 있는 독만으로도 세 자리 이상……. 이런 미친 혼합 독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지…….”
천독궁.
살가라스의 극독과 더불어 전대 가주의 역작.
독 레시피까지 있었기에 어떻게든 따라 만들어 보려 했으나, 두어 번의 실패로 아까운 살가라스의 극독만 날린 아픈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만들려면 살가라스의 극독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아니, 잠깐.’
머릿속에 한 가지 사실이 스친다.
최근 자신이 살가라스의 극독을 한 병 썼다는 사실을. 그것도 성기사의 몸에 넣을 고독에게 썼다는 걸.
그제야 전후 사정이 파악된 에이드리언 후작의 얼굴이 검붉게 차올랐다.
“이이이익… 끝까지, 끝까지 날 가지고 놀았구나―!”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키는 후작이었다. 제 손으로 살가라스의 극독을 넘겼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뻗쳤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화만 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부들부들…….
이제 라이치스는 몸을 떨고 있었다. 카켄시엘 마나연공법으로 겨우 몸에서 독이 퍼지는 걸 막고 있었기에, 입도 뻥긋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에이드리언 후작은 몇 가지 중화제를 그의 입에 물과 함께 털어 넣었다. 미약하나마 도움은 되리라.
그리고 시선을 돌려 돌아가는 전황을 살폈다.
“으아아악!”
가장 많이 죽는 건 이종들이었다. 아무리 메시가 치료의 빛을 쏘아도, 천장에서 뿌려진 독연으로 인해 골고루 닿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서른여섯이었던 벌목꾼들도 어느새 숫자가 절반가량 줄어 있었다.
사도는 천독궁을 통해 경지가 한층 더 나아간 듯했고, 괴이한 사술을 통해 만들어진 사도의 분신체도 정신없이 오러를 뿌리고 있었다.
성전십장의 이름도 허명이 아닌지, 바르톨로메오 역시 맨몸으로 어찌어찌 마스터급 벌목꾼 하나를 감당하고 있었다.
에이드리언 가주가 뿌려 대는 독은 코와 같은 숨구멍이 아닌, 피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기사와 병사들이 온몸을 긁어 대며 난리였다.
이종들도 도망은커녕 목숨이라도 던져 방해를 하겠다는 듯 육탄 돌격을 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안 되겠다. 비상용 독까지 풀어야겠어. 하블린, 레오메즈! 어서 준비를…….”
드라이엔델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지만, 그만 입을 다물었다. 이미 레오메즈는 머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즉사였다.
라이치스가 쏘아 보낸 화살이었다. 실라이온이 이를 비껴 나가게 했는데, 빗나간 화살엔 눈이 달려 있지 않았다.
“이런… 무능한 놈. 끝까지 실패만 하고 가는구나.”
하블린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도망친 것인가?
손과 발을 잃어버린 드라이엔델은 근방에서 새로운 수족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곧 한 사람을 발견했다.
“어이. 거기, 너. 벌목꾼이 대체 안 싸우고 뭘 하는 거냐! 아무튼 잘됐다. 날 보호해라. 저기 기관 장치까지 안내하면 되는 거다!”
“…기관 장치에 뭐가 있슴까?”
키드먼이었다. 아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자리에 붙박이처럼 서 있기만 했다. 주변에 대해선 무관심한 드라이엔델은 이 사실을 몰랐다.
“뭐긴, 저 쓰레기들을 죽일 독이지. 사도 놈이 치료를 빨리한다 해도, 들이마시면 폐를 녹여 버리는 폐화산이다. 쉽게 치료할 수 없을 테지. 놈들의 대부분이 연구동 안에 들어온 이때야말로 최적의 기회…….”
“싫슴다.”
“뭐?”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지?
드라이엔델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제가 힘을 보태기로 한 건 사람을 이용하기만 하는 8왕국의 개돼지들의 멱을 딸 수 있단 얘기를 들어서였슴다. 근데 저 이종들을 이용하는 건 얘기에 없었슴다. 이리되면 제가 8왕국의 개돼지들과 다를 게 멈까?”
“이런, 미친 새끼가! 상황 파악이 안 돼? 여기서 무너지면 네가 말하는 그 대업도 완전히 거품이 되는 거란 말이다!”
“아무튼, 난 모름다. 아무것도 안 할 검다, 전.”
‘이… 이, 이런 개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