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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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왕국, 항구 도시 레스터 근방.
“안드레 백작님.”
정찰병들이 말을 타고 달려와 안드레 백작의 앞에 부복했다.
안드레 백작은 흰 손수건으로 코를 막곤 선두 정찰병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안드레 백작.
팔란티어 왕국 군사 지휘부에 소속된 백작으로, 서른 중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인물이었다. 현재 갓 마흔을 넘겼으며, 본신의 명성보다 검공의 제자라는 것과 오만한 성격을 지녔다는 게 알려진 편이었다.
이번 아시리스 왕국, 아헨탈군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그가 일군을 이끌고 나타났다.
백작은 오자마자 선두 정찰병을 가리켰다.
“저놈을 끌고 가서 처형해라.”
“예?”
부관, 페노프 자작이 당황했다.
“감히 내게 흙먼지를 씌우지 않았더냐.”
“하지만 정찰을 해 온 병사인데…….”
“저놈 뒤에 있는 것들도 정찰병이다. 무려 다섯이나 더 있군.”
제 할 일에 충실했을 뿐인 정찰병이 끌려가자, 남은 다섯 정찰병은 얼굴이 굳어졌다.
다섯이나 더 있다는 건 또 다른 정찰병을 처형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레스터는?”
“기, 깃발이 바뀌었습니다. 후앙의 것이 아닌, 보석 눈이 박힌 까마귀 깃발… 그러니까, 아헨탈입니다.”
“후앙, 이 빌어먹을 것들. 빨리도 항복했구나. 아헨탈의 선단은 어찌 보이더냐? 수전을 치렀다면 정상이 아닐 텐데…….”
“그게… 이상하게도 전혀 전투의 흔적이 보이질 않습니다. 병사들도 쌩쌩합니다.”
“뭐? 잘못 본 게 아니냐?”
처형을 언급할 때처럼 백작의 목소리가 뾰족해지자 정찰병이 황급히 대답한다.
“여섯, 아니… 다섯 명 모두 똑똑히 봤습니다.”
“흐음, 내가 타지 않았더라도 겔프 백작의 소드 마스터가 하나 있었을 텐데…….”
원래라면 안드레 백작 역시 팔란티어의 선단에 합류했어야 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배를 타기 싫었던 그는 느릿하게 진군했고, 그런 안드레의 성정을 익히 아는 겔프 백작은 배를 몰고 홀로 나가 버렸다.
“물 위에선 따로 정해진 길도 없으니 얼마든지 엇갈릴 수도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아헨탈 쪽에서 돌아서 왔을지도 모릅니다.”
부관 페노프의 의견에 안드레가 혀를 찼다.
“쯧쯧, 겔프 그 작자… 한심해도 정도가 있지……. 배로 막아서는 것조차 못 한다니. 이 정도인 줄 알았더라면 내가 빨리 나설 걸 그랬다.”
다시 이야기는 정찰병의 보고 내용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아헨탈에선 누가 온 거냐? 그 망나니 둘째가 온 건가?”
“둘째를 상징하는 루비뿐 아니라 비취가 박힌 까마귀도 보입니다. 아헨탈 후작이 직접 온 게 틀림없습니다.”
“호오…….”
안드레 백작은 대어가 걸렸다는 사실에 입맛이 도는지 혀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아헨탈 후작이라니. 급수로 따지자면 거의 에이드리언 후작님과 동급이 아닌가.’
팔란티어 왕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부리는 막후가 에이드리언 후작이라면, 최근 아시리스 왕국엔 아헨탈 후작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 자가 직접 이곳까지 왔다니.
이건 기회였다.
‘드디어 스승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도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것인가.’
검공의 제자란 명성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처지.
자신도 이른 나이에 소드 마스터에 오른 기사이자 귀족이었다. 수려한 외모를 갖췄으며, 에이드리언 후작 계파에서 목소리를 내는 쪽이니 주목을 받을 만한 요소는 충분했다.
이번에 큰 공을 세워 8왕국 만방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겠다, 그런 목적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런 행복 회로를 제어하는 소임을 맡고 있는 건 부관, 페노프 자작이었다.
“조심해야겠습니다. 듣기로 아헨탈 후작은 비범한 자라 들었습니다. 쉬운 상대가 아닐 것입니다.”
저놈이 또 들뜬 마음에 찬물을 뿌리는구나.
안드레 백작은 눈가를 찡그렸다.
하지만 저런 페노프 자작이 여태 살아 있는 건 그의 말 대부분이 틀리지 않아서였다.
“범인은 아닐 것이다. 한 나라를 손아귀에 쥐었다는 건 평범해선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옳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치에서의 얘기이고, 여긴 전쟁터다. 놈은 장사치 출신 귀족에 불과하지. 해 온 일이라곤 사치품을 팔고 사업장을 늘리는 일뿐인데, 그게 전쟁과 무슨 연관이 있겠느냐?”
“물론 아헨탈 후작은 그럴 수 있습니다. 하나, 그 둘째는 다릅니다. 군재가 있는지 크롬벨과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더군요.”
“페노프 자작. 너는 아직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예?”
“크롬벨이 손쉽게 끝장난 건 저들이 잘해서가 아니다. 막말로 크롬벨이 한심해서지. 기다렸다는 듯이 후방에서 반란이 일어날 정도면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도 내정이 올바르지 못했다는 뜻이고, 나중엔 흑마술사들과 야합하고 있었다는 것이 실제로 드러나지 않았더냐. 그런 판국에 승리하길 바라는 게 양심 없는 것이지.”
“그렇긴 합니다.”
“더군다나, 망나니 둘째의 모든 행동은 사도의 입김이 들어갔을 공산이 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여태까지 망나니로 살던 놈이 군사지재로 다시 태어날 확률이 높은지, 아니면 성전에서 승리를 거둔 사도가 이전에도 영향력을 발휘했을 확률이 높은지.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 하니 뻔한 일이지.”
“확실히… 그게 더 의심스럽군요.”
페노프가 납득하자 안드레 백작도 신나서 부연했다.
“아헨탈이 전쟁을 모른다는 증거는 또 있다. 전쟁을 하는 것은 병사가 아닌 기사들이 하는 것이고, 기사들의 수준이 전황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하나, 아헨탈 기사단은 예전부터 약하기로 유명했지. 그런 것들을 이끌고 강을 건너왔다는 것부터가 놈들이 빈껍데기라는 뜻이다. 기껏해야 운 좋게 승리한 과거에 취해 주제도 모르고 여기까지 온 게 틀림없다.”
소문으로 듣기론 근래 소드 마스터가 하나 나왔다고 들었다. 하지만 마스터라고 다 같은 마스터가 아니었다.
기사단이 약하다는 건 보유한 마나연공법이 형편없다는 것. 그런 부실한 토양에서 자라난 소드 마스터는 뿌리도 얇고 깊이도 얕다.
안드레는 당장이라도 아헨탈의 소드 마스터를 베어 넘길 자신이 있었다.
“이제 좀 알겠느냐? 한 마디로 검공의 제자인 이 몸이 있는 이상, 이 전쟁은 지려야 질 수가 없다는 뜻인 거다. 하하하!”
그는 통쾌하게 웃으며 서둘러 말을 몰았다.
하나, 페노프의 마음속의 찜찜함이 모두 가신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안드레의 뒷모습을 보며 고민했다.
‘하지만… 아헨탈의 선단이 전투를 치르고 온 것이라면? 그랬음에도 저리 멀쩡하다면…….’
머릿속에서 가설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곧장 고개를 저었다.
생각할수록 말이 안 된다.
‘선상에서의 전투 경험이 일천한 건 내륙의 아헨탈도 매한가지다.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 어찌 피해 하나 없이 여기까지 도달했겠는가. 심지어 마법사까지 적잖이 탑승해 있었거늘.’
페노프는 고민을 지우고 뒤를 쳐다봤다. 자신의 뒤로 백이십에 달하는 안드레 기사단과 안드레 가문의 사병 삼천 명, 산하 귀족 가문의 기사 오십과 병사 일천 명이 뒤따랐다.
모두가 귀족 가문의 정규군으로 편성된 훈련받은 이들이었고, 팔란티어 왕국은 산마山馬의 산지인 만큼 대부분이 기병이었다.
그는 절대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
“모두 정지.”
어느덧 항구 도시 레스터가 보이는 위치까지 도달했다.
선두의 안드레 백작이 주먹을 쥐어 보이며 대열을 멈춰 세웠다.
왜 그랬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저놈들이 미쳤나?”
레스터를 둘러싼 성벽 아래로 까마귀 깃발이 펄럭이는 부대가 진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헨탈의 군대였다.
“레스터의 성벽이 아무리 낮다 해도 없는 것보단 나을 텐데…….”
페노프가 중얼거렸다.
농성을 하지 않고 요격이라니.
적이지만 최악의 수라고 생각했다.
아헨탈의 부대 선두엔 기사들이 있었다.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말 위에 탑승 중이었다.
“설마, 팔란티어의 기병을 상대로 회전이라도 펼쳐 보겠다는 생각인가…….”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더냐. 아헨탈은 전쟁에 있어서 빈껍데기일 거라고 말이다. 하하, 전투를 치르기도 전에 내 선견지명이 빛을 발할 거라곤 나조차 예상 못 했다만.”
제 가설이 증명되자 더욱 느긋하고 오만해진 안드레였다.
그는 곧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당장이라도 부딪칠 수 있을 만큼 진형을 형성한 후, 느긋하게 말을 몰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음성 확대 마법의 스크롤을 찢고 외쳤다.
“아헨탈 후작 있나! 전쟁을 치르기 전에 인사라도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보통 비교되는 적의 수준에 따라 정치적 체급이 결정되는 법이다.
이 자리에서 아헨탈 후작에게 멋들어지게 호통을 쳐 준 후 대승을 거둔다면 그것처럼 명성을 얻는 일도 없으리라.
바로 응답이 왔다. 아헨탈의 진형이 열리며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나섰다.
기대했던 이보다 훨씬 젊은 사내였다.
“아버지는 주무신다. 인사는 조용히 하고 꺼지도록!”
에레브의 목소리도 마법이 걸려 있어 모두에게 들렸다. 첫마디를 듣자마자 안드레 백작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잔다고? 무슨 개소리냐, 전쟁을 코앞에 두고!”
“크크, 전쟁은 무슨 얼어 죽을 전쟁이냐. 그것도 급이 맞아야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내가 말씀드렸다. 너 따위는 알아서 정리할 테니 낮잠이나 주무시라고.”
“뭣이?”
그제야 눈앞의 저놈이 망나니로 유명한 둘째, ‘에레브 폰 아헨탈’이라는 걸 떠올렸다.
‘주제도 모르고 미쳤구나. 저러니 형편없는 전략이 나온 것이지.’
소문대로 건방지고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절로 입안에 독설이 장착됐다.
“네가 그 소문난 망나니로구나. 듣기론 사도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들었는데, 주인을 찾으러 온 것이냐? 하하!”
피식.
조소를 띤 에레브는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물론 나는 신실한 여신교의 신도이므로 가이아께 바쳐진 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사도 예하가 없으면 아니 되지. 아무튼 실토를 해 주어 고맙구나.”
“뭐?”
“방금 네놈이 네 입으로 사도를 찾으러 왔냐고 말하지 않았더냐. 모두들 들었는가? 저 간악한 놈들이 사도 예하를 납치했다는 걸 제 입으로 인정했다!”
“뭐, 뭣? 내가 언제…….”
웅성웅성…….
기본적으로 8왕국의 사람이라면 9할은 여신교의 신도라고 봐야 했다.
당연히 에레브의 말은 반향을 일으켰다. 레스터의 성벽 위에 있던 항병들이 수군대기 시작했고, 안드레가 끌고 온 병사들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분위기를 읽은 안드레는 즉각 반박했다.
“다, 닥쳐라. 어딜 그런 망측한 모함을 하는 것이냐. 이 빌어먹을 침략자 놈! 그따위 모함으로 명분을 가지려 드는 것이냐!”
“모함이라니, 하하! 좋다. 그럼 내 말은 못 믿어도 교황 성하의 말은 믿겠지! 모두 잘 보아라, 여기 교황 성하가 보내 온 친서가 있다. 내가 친히 서신의 마지막 줄 만큼은 읽어 주겠다. ‘본 교황은 교단의 사도가 팔란티어 왕국에 피랍된 것으로 판단하여’……!”
“개소리 집어치워! 뭣들 하느냐. 쳐라!”
이것이 명분의 중요성이었다.
친서의 진위 여부를 가릴 생각도 없이 안드레는 바로 진격 명령을 내렸다. 제 발 저리는 판국에 그걸 일일이 확인할 입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병들은 주춤거렸지만, 안드레 기사단은 일체 고민 없이 뛰쳐나갔다.
두두두두두……!
‘젠장, 너무 급하지 않은가. 친서가 진짜인지부터 확인해도 늦지 않거늘……. 이대로라면 전쟁에 승리해도 뒷말이 나올 텐데…….’
기사들의 뒤를 따르는 페노프 자작이 낭패가 난 듯 울상이 되었다.
아시리스 측엔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다. 교단의 교황이 그런 상황에서 범인을 특정하는 친서를 보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크크. 메시의 말대로 이거, 효과가 좋군. 꼬리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뛰어오는걸.”
에레브가 돌격해 오는 적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라망 경, ‘때’가 되면 신호를 내리십시오.”
“맡겨 두십시오.”
때라는 건 간단했다.
적들이 충분히 마법의 사정거리로 넘어왔을 때.
회피 동작을 펼치기 어려울 만큼 말과 기사가 관성과 한 몸이 되었을 때.
그리고 돌격 진형이 망가져도 복구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만큼의 가까운 거리가 확보되었을 때를 의미했다.
그 순간은 금방 찾아왔다.
“전원, 발사―!”
무기를 들고 있던 아헨탈 기사들이 난데없이 보석들을 꺼내서 악력으로 깨뜨렸다.
그와 동시에 강력한 마나의 움직임이 허공에서 포착됐다.
화르르륵!
수많은 화염구가 생성되었고, 좌표가 찍히기라도 한 듯 앞으로 몸을 내던졌다.
“하하! 이 몸을 마법 기사 훌란 경이라 불러라, 이놈들아! 파이어 스톰!”
“마법사 오헨스 님의 마법이니라. 받아라, 헬 파이어!”
외침과 다르게 터져 나오는 건 단순한 파이어 볼 마법이었다. 3서클의 공격 마법으로써 가장 대중적인 마법이었다.
하나, 이것들이 소나기처럼 일시에 한곳으로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
두두두두두……!
“뭐… 씨발…….”
“저, 전원 산개해라!”
외침과 다르게 기사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돌격이 일어나기 직전만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때도 없다. 기사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불꽃 따위, 갈라 버리겠다!’
호르몬의 장난인지 이때만큼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부류.
‘이제 와서 다른 방향으로 틀면 밀려오는 후열에 깔려 죽을 거다……!’
정확한 판단으로 회피 기동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부류.
그리고 이런 이들을 향해 불꽃이 내리꽂혔다.
콰쾅, 콰콰쾅!
폭발음과 동시에 말의 울음소리, 사람의 참혹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히이이잉!
“끄아아아아악!”
불에 휩싸인 채 허우적거리며 제 말에 불을 옮겨 붙이는 기사나, 말과 함께 사이좋게 불타고 있는 이들이 속출했다. 기사가 입은 풀 플레이트 아머 사이로 화염이 새어 나오고 있는 광경까지 보였다.
중앙이 일시에 무너져 당황하는 안드레 백작군. 그들에게 연이어 후속타가 뿜어졌다.
펑, 퍼퍼펑!
수백, 수천 개의 화염구가 남은 전열을 향해 부딪쳤다. 강렬한 화염은 폭음과 고열을 생성시키며 기사들을 무참히 박살 냈다.
제아무리 브릴란트급 기사라 해도 연이어 쏟아지는 화염구엔 답이 없었다. 어블레이즈는 되어야 저 갑작스러운 화염 지옥에서 뒷걸음질이라도 쳐 볼 수 있었다.
그 와중, 새파란 오러 블레이드가 불꽃을 갈랐다.
“비겁한 새끼들 같으니. 마법사를 기사로 위장시켜서 전열에 배치해 놨을 줄이야……. 모두 정신 차리고 돌격해라! 마법사들에게서 핏값을 받아야 할 것 아니냐!”
얀드레 백작만큼은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혼자서라도 쓸어버릴 작정이었다.
말안장에서 뛰쳐나간 그는 마법사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죽어라―!”
서슬 퍼런 오러가 대기를 갈랐다. 하나, 장난처럼 새파란 오러가 검로를 방해했다.
쾅!
‘오러라고?’
놀라기엔 일렀다.
그저 마법사라 생각했던 자들이 갑자기 하나둘씩 검을 뽑아 들기 시작한 것이다.
부우웅…….
그리고 그들의 검에 빛무리가 엉기기 시작했다. 그뿐이면 좋으련만, 활활 타오르는 마나의 검까지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냈다.
최소가 브릴란트고, 최대가 어블레이즈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마법사가 아니었단 말이냐? 설마, 저 모든 게 스크롤이었다고?”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수천 장의 스크롤이면 그 가격이 얼마인가.
얀드레 백작령의 1년 예산을 몰아서 써도 구입이 힘들 것이다.
하나, 그는 몰랐다.
아헨탈은 마나수와 천재 프로크스의 발명으로 인해 보석 스크롤을 제작, 비용을 절감하였으며.
그 절감한 제작 비용도 만만치 않은 건 맞지만, 그만큼 돈이 썩어 넘치는 집안이라는 것을…….
“아헨탈 기사단은 들어라―!”
얀드레 백작과 검을 맞댄 기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사도 예하를 납치하고, 왕위를 함부로 갈아 치운 이 역적들에게 죽음으로 죄를 물려라. 아헨탈의 이름으로!”
“그렇구나. 네놈이… 아헨탈의 유일한 소드 마스터로구나!”
얀드레의 눈에 흉흉한 살기가 어렸다.
‘눈앞의 이놈만 처리하면… 다시 전세를 되돌릴 수 있다……!’
최단 시간 내에 바실러스를 죽이기로 마음을 먹는데.
갑자기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으아악!”
“저, 전부 조심해라! 놈들의 그림자 속에 이상한 놈들이 있……!”
서걱.
기사의 목이 순식간에 달아나고, 그것을 행한 검엔 오러가 어려 있었다. 기사들의 그림자 속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든 자들이 뛰쳐나와 얀드레 기사단의 뒤를 점했다.
하우엘과 백나비들이었다.
“이… 이것들은 또 뭐야……!”
초 단위로 뒤바뀌는 전황에 얀드레 백작이 당황하는데,
아직 당황할 것은 더 남아 있었다.
바실러스의 말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기사단장 ‘바실러스 폰 하와이어’가 명하노니. 아헨탈 기사단, 전원 개변을 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