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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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이 사도 예하이시다? 아니, 예하이십니까?”
“그렇소, 경비대장.”
메시의 대답에 벨커스는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부하를 바라봤다. 병사, 도란도 똑같은 표정이었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난 건지, 도란이 질문을 곁들였다.
“어… 어디서 오신 겁니까?”
“어디서 오다니. 소식을 듣지 못했소? 난 납치를 당했소. 범인도 똑똑히 알고 있지……. 바로 에이드리언 후작이오. 자, 내가 탈출한 사실을 교단에 알리시고 추격자가 올지 모르니 날 보호해 주시오. 어서.”
“하…….”
벨커스는 이마를 감싸 쥐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좆 됐군. 보기 드문 이종에다가 차림새만 봐도 소문의 사도가 맞는데.’
메시의 차림새는 최고급 사제복을 입은 상태였다. 어찌나 고급에다가 화려한지, 시장 바닥에 던져 놓으면 혼자 눈에 띌 정도였다. 이런 차림새로 납치당해 여태 눈에 안 띄었다는 게 신기할 지경.
“음, 그리고… 오랫동안 식사가 좀 부실했소. 먹을 거라도 챙겨 주면 고맙겠소만.”
잘 먹어서 피부에 윤기가 도는데, 제 입으론 못 먹었다 하니 어쩌겠는가.
“…가져다드려.”
이내 간단한 식사가 나왔다. 토막 썬 야채가 동동 뜬 따끈한 오트밀 죽에 보존식으로 나온 딱딱한 빵이었다.
메시의 한 끼 식사를 복잡한 시선으로 보던 벨커스는 양해를 구하고 나와 도란과 머리를 맞댔다.
“어쩌면 좋지? 딱 봐도 저건 사도잖아.”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하… 네놈 말고 반스인지 한스인지, 그 영감이 입대했어야 하는데.”
“한스 할아버지에게 여쭤보고 올까요?”
빡!
도란의 뒤통수를 때린 벨커스는 빈방을 몇 바퀴나 빙빙 돌았다. 그의 발이 멈췄을 때는 그의 생각이 정리된 상태였다.
“도란, 애들 불러라. 이미 사도를 목격한 녀석들 위주로 불러. 입은 잘 막아 놨지?”
“어쩌시려고요……?”
“내가 오욕을 뒤집어쓸 순 없잖아? 사도가 있다는 걸 알면 당장 아헨탈군이 쳐들어올 텐데. 사태가 가라앉을 때까지 일단 독방에 가둬 두는 거다.”
“에… 그럴 바에야 에이드리언 후작이나 귀족들에게 바치는 게 낫지 않아요?”
“이런 멍청한 새끼야. 넌 입막음이란 말도 모르냐? 그 잔혹한 귀족들이 네게 입 다물고 살 기회라도 줄 거 같아? 우리 같은 것들은 길고 얇게 사는 게 최고야… 응? 일단 조용히 가둬 놓고, 주변 분위기 맞춰서 행동하자.”
벨커스의 말에 납득한 도란은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사도를 남몰래 포대기에 싸서 데려 나오기로 합의를 봤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내가 거하게 술 쏠 테니까… 응? 다들 빈틈없이 잘하자.”
우르르르-
병사 일곱이 한 방에 몰려 들어갔다. 누가 보면 집단 린치라도 하러 가는 듯했다. 벨커스는 음흉하게 웃으며 누가 보진 않는지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그렇게 기다리길 1분여.
묘하게 조용했다.
“이 새끼들, 왜 안 나오는 거야?”
도란까지 안 나오자, 의아함에 문을 살짝 열어 내부를 살폈다.
곧,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게 뭐야……?’
“오, 경비대장. 잘 오셨소. 이놈들이 아무래도 에이드리언 후작에게 사주를 받은 것 같소. 날 납치하려고 하기에 저항을 해 버렸다오.”
“저, 저항 말입니까?”
메시가 남은 오트밀 죽을 스푼으로 긁으며 천진난만하게 말하는데, 그 발치에는 신음 흘리는 병사만 일곱이었다.
이건 저항이 아니라 제압이 아닌가…….
굳어 버린 벨커스의 머리엔 한 가지 문장만 떠올랐다.
‘튀자. 이미 사도가 눈치 깐 거야.’
서서히 뒷걸음질 치는데, 메시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나저나, 경비대장은 운이 좋구려.”
“저, 저 말입니까?”
“아, 그대 말고 경비대장이 또 있나. 왕도 앞에 아헨탈의 군대가 진을 쳤다던데, 날 데리고 성문을 열기만 해도 팔자가 펼 거 아니오.”
우뚝.
거기까진 생각 못 하고 있었던 벨커스였다.
입담도 걸쭉하고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팔란티어 왕국의 국민이었던 그다.
국적을 넘어 배신한다는 개념이 머릿속에 있지 않았다. 메시의 말에 처음으로 교묘한 뱀이 마음속에 똬리를 틀었다.
‘…말 되는데?’
“아헨탈은 대단한 갑부지. 얼마를 줄진 몰라도 포상이 있을 거요. 나도 탈속만 안 했더라면 경비대장이 참으로 부러울 텐데.”
“크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만, 전 팔란티어 왕국의 신민으로 돈 몇 푼에 배신을 할 수 없습니다.”
“몇 푼이 아닐 텐데…….”
움찔.
“그리고 잘 생각해 보시오, 곧 누가 돌아오는지. 팔란티어의 진정한 왕이 복권할 텐데… 어찌 이 일이 배신이란 말이오? 게다가 그가 이 나라에서 믿는 이가 몇이나 되겠소? 그 와중에 경비대장이 눈도장을 찍으면? 허, 다음번엔 고위 귀족이 되어 재회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소.”
“제가… 귀족?”
벨커스의 머리에 번개가 내려치는 듯했다.
‘말이… 된다!’
생각해 보니… 딱히 배신도 아니었다.
케브론드 왕이 돌아오면 그건 정당한 왕권이 옹립되는 일이다.
거기다 사도의 말처럼 케브론드가 복귀해 봐야 원체 허수아비였던 왕이니, 믿고 쓸 만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자신이 중용되면 이후를 도모할 힘을 기를 수 있다. 그 이후 왕의 견제를 받는다 해도, 외세의 힘을 빌려 옹립한 왕이 무슨 명분과 권력이 있을까.
어쩌면… 이것은 차기 권력가로 우뚝 설 기회였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거 아니겠소, 운이 좋다고. 이렇게 에이드리언 후작의 사주를 받은 증인들까지 잔뜩 체포한 마당에 무엇이 무섭소?”
“…어느 쪽 문을 열면 되겠습니까?”
벨커스의 태세 전환은 빨랐다.
*
8왕국의 왕도가 처음으로 타국의 군대를 받아들였다.
왕도 멜뒤니어의 남문이 열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아헨탈 기마단이 쏜살같이 밀고 들어왔다.
이 갑작스러운 사건에 왕도는 대응하지 못했다. 그 시각 남문의 근무자들은 모조리 벨커스가 술을 먹여 만든 제 사람들인 데다, 혹시 몰라 제 경비대를 이용해 타 지구 경비대를 습격하는 참사까지 벌였다.
그뿐인가. 아헨탈의 진입 소식에 왕도의 도시민들이 대거 들고 일어서려 했으나…….
“다들 두 눈을 뜨고 똑똑히 봐라. 이분이 바로 사도, 메시 예하다! 에이드리언 후작이 납치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단 말이다. 이것이 나, 경비대장 벨커스가 돌아선 이유다! 알겠나?”
벨커스가 어느새 광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눈이 끈으로 가려진 채로 포박당한 이만 일곱이었다.
“그리고 이놈들은, 에이드리언 후작의 밀명을 받고 예하를 다시 납치하려 한 경비대원들이다! 이봐, 네놈의 죄를 고해라!”
“마, 맞습니다. 에이드리언 후작의 사주를 받았습니다. 돈을 받고 눈이 돌아가서 그만…….”
묶여 있는 한 사내의 머리채를 쥐고 묻자, 겁에 질린 듯 대답한다. 이미 폭행을 당한 듯 전신에 피멍투성이었다. 시키지 않아도 연이어 증언이 이어졌다.
무기나 날붙이를 들고 광장으로 뛰쳐나온 사람들도 저 얘기를 듣자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아닌가?”
“세상에. 팔란티어는 천벌을 받은 것이야.”
“빌어먹을 후작 놈! 나라를 망쳐도 유분수지, 이렇게 망쳐 놓다니!”
8왕국에 사는 이들 중 9할이 믿는 종교라는 건 대단했다.
타국의 군마에 왕도가 짓밟히는 초유의 사태를 이해 못 하던 신민들이 일순간 돌아서 버린 것이다.
천벌보다 이해하기 쉬운 게 어디 있을까?
결국.
아헨탈의 군대가 진입한 지 3시간 만에 왕도는 조용해졌다. 불이 붙었는지, 왕궁에서 작은 연기가 몇 가닥 올라온 게 다였다.
*
케브론드는 감회가 어린 얼굴로 팔란티어 왕궁을 훑어보았다.
‘이곳에 이리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리운 고향이면서 치욕의 요람이던 이 장소.
여기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커다란 정원수 아래 수풀이나 어두컴컴한 복도의 구석, 심지어는 아랫것들이 쓰는 뒷간까지. 어린 시절부터 쌓아 온 온갖 아픈 추억이 눈앞에 재생됐다.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이런 들뜬 기분으로 그 아픈 추억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거기다, 자신을 무시하거나 비웃는 눈초리로 바라보던 귀족들도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감히 눈조차 못 마주치는 꼬락서니라니.
‘저리도 나약한 존재들이었던가…….’
물론 제 뒤에서 따라오는 아헨탈 후작과 호랑이 같은 그 기사들을 무서워하는 것임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기뻤다.
생전 처음으로 권력의 위에 우뚝 선 기분. 왕이라면 응당 받아야만 했던 그 정점에 선 쾌감을 이제야 느끼고 있었다.
“앉으시지요.”
아헨탈 후작이 가리키는 자리는, 오랫동안 앉지 못했던 그리운 자리였다.
알현실의 황금 왕좌.
왕만이 앉을 수 있는 곳.
케브론드는 그 의자를 쓰다듬다가, 음미하듯 엉덩이를 붙였다. 등까지 등받이에 제대로 기대자 왕좌와 한 몸이 된 기분 좋은 일체감이 짜릿하게 척추를 타고 올랐다.
불편하기 짝이 없으나, 그 불편함까지 사랑해야 하는 자리.
케브론드는 저도 모르게 광소를 터뜨렸다.
“크… 크하하하하하하-!”
그 소성에, 팔란티어의 귀족들이 위축되어 어깨를 움츠렸다.
‘패배하여 꼬리를 만 개새끼들이 딱 저럴 것이다.’
더욱 만족하여 흐뭇하게 웃었다.
아헨탈 후작은 그의 기분을 이해하여 즐길 수 있도록 잠자코 기다렸다.
웃음을 겨우 그치자, 케브론드가 후작을 향해 말했다.
“기다려 주어서 고맙소, 아헨탈 후작. 참으로…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소. 이렇게 되는 날을 꿈에도 바랐거든.”
“팔란티어의 국민들도 진짜 왕이 돌아오길 기다렸을 겁니다.”
“그렇지. 물론 그랬을 것이오! 하하하!”
웃음이 저리 많은 양반이었나. 메시가 피식 웃었다.
때마침 케브론드도 메시를 바라봤다.
“그리고, 메시 경. 그대 덕분에 다시 이곳에 오르게 되었소.”
“별말씀을.”
“아니오. 그대가 내게 쪽지를 건넨 그날이… 바로 내 운명을 바꾼 날이었소.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나, 케브론드 라 팔란티어 3세는 죽는 그날까지 메시 경을 단 하나뿐인 친우로 기억할 것이오. 그 어떤 부탁이든, 그것이 몇 가지이든… 나는 그대의 친우로서 최선을 다해 들어줄 것임을 공표하는 바이오.”
케브론드의 말에 팔란티어의 모든 귀족이 쑥덕거렸다. 납치당한 걸로 알려진 사도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왕은 이를 무시하고 아헨탈 후작과 에레브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헨탈 후작, 영주 대리. 두 사람 모두 큰일을 해냈소. 아헨탈 역시 앞으로 이 케브론드의 둘도 없는 맹우요. 이는 내가 살아 있는 한 평생을 갈 약속이오.”
“감사합니다.”
“아헨탈 후작을 우리 팔란티어 왕국의 명예 공작으로 임명하겠소. 물론 모든 권리는 기존 작위와 같소. 영지도 있으며, 조세권도 있소. 단, 충성을 바치라는 의미가 아닌, 내 맹우로서 우정을 약속하시오. 가능하겠소?”
아헨탈 후작은 아들 에레브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곤,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시리스와 팔란티어를 잇는 교두보로, 그리고 전하를 지탱하는 친구로 항상 그곳에 머무르겠습니다.”
“아주 좋소!”
케브론드가 박수를 치며 웃는데, 가만히 이를 지켜보던 귀족이 하나 뛰쳐나와 입을 열었다.
팔란티어의 귀족, 브라운 후작이었다.
“아니 됩니다, 저하! 세상에 이런 법도는 없습니다. 남의 나라 귀족에게 작위와 영지를 주다니요!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케브론드의 얼굴도 얼음처럼 차갑기 그지없다.
놀란 귀족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브라운 후작도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깨달은 눈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
“그게 아닙니다, 저하! 제 말은…….”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
“여봐라!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 대로에 효수하라! 그리고 브라운 가문의 작위를 박탈, 영지와 자산을 회수하고 그 일가족을 모두 광노로 삼겠다-!”
천둥처럼 떨어지는 케브론드의 분노.
아헨탈 기사 두 명에게 끌려가면서 브라운 후작은 실성한 듯 괴성을 질러 댔다.
그 자리에 있는 귀족들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덧붙여, 케브론드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껏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었던 에이드리언 가문을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 똑같이 작위를 박탈하고 영지를 회수하며, 그 일가를 한 놈도 빠짐없이 처형하겠다! 근위대는 당장 에이드리언 후작, 그놈을 잡아 와라!”
메시가 냉큼 끼어들었다.
“에이드리언 후작은 진즉 도주한 것으로 압니다. 대신 꿩 대신 닭이라고… 그 아비가 있는 걸로 아는데, 처분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전대 가주가 살아 있단 말이오? 아주 잘됐군! 그놈이 자식 교육을 더럽게 하는 바람에 나라가 이 꼴이 됐으니,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지금껏 쌓아 온 한을 푸는 케브론드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눈은 광선이 나올 듯 번쩍였고,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칼이 되어 귀족들의 가슴에 박혔다.
“회수한 에이드리언과 브라운 영지는 아헨탈 공작, 그대의 것이오. 둘 다 후작령들이긴 하지만, 해 처먹은 게 많을 테니 부족하진 않을 것이오.”
“망극합니다, 전하.”
으득-
이를 지켜보고 있는 올도로프 공작.
그의 눈은 불이 날 듯했다. 속에선 용암이 들끓어 오르지만, 기적적으로 참고 참았다.
에이드리언 후작과 손을 잡고 이 나라를 좌지우지했던 그는, 입을 닫고 최대한 숙이고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 얼마든지 까불어 봐라, 케브론드. 네놈이 희희낙락하는 것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야. 아헨탈과 아시리스의 군대가 이곳에 천년만년 머무를 것 같으냐? 그들이 없어지면 어떤 귀족이 외세를 끌어들인 네놈을 왕으로 인정한단 말이냐!’
때를 기다려, 언젠가 다시 왕을 잡아먹고 말겠다는 야망을 키우는 올도로프였다.
그때, 케브론드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난 이번 국정 농단을 겪으며 크나큰 깨달음을 얻었소. 더 이상 이 나라의 운영을 귀족들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는 깨달음이오.”
“……?”
웅성웅성-
잠자코 있던 팔란티어 중앙 귀족들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지나가는 태풍인 줄 알았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예감한 것이다.
마침내 케브론드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그래서 나, 케브론드 라 팔란티어 3세는 이 나라의 국정 운영에 새로운 한 축을 세우기로 하였소. 그것은 바로… ‘교단’이오!”
“……!”
“에?”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입에서 나올 만큼 기절초풍할 소식이었다. 귀족들이 ‘어어?’ 하는 사이, 케브론드는 말을 계속 이었다.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나라의 체질을 깡그리 뒤바꾸겠단 말이오. 때마침 가이아 여신교에서도 오랫동안 꿈꿔 왔던 것이 교국 건설 아니겠소? 나는 이 나라를 왕권과 신권이 조화된 새로운 나라로 탈바꿈시킬 것이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몇몇 귀족이 주저앉았다.
저건… 듣도 보도 못 한 발상이다.
나라의 절반을 냅다 교회에 바치겠다는 소리와 다른 게 없지 않은가.
그만큼 왕과 귀족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하지만 올도로프는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빌어먹을, 기가 막힌 한 수로구나……! 이건 생각지도 못했다……. 만일 교국이 건설된다면 그들이 케브론드 왕을 지지하고 보호하겠지. 자신들을 끌어들인 당사자니까.’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란 점이다.
‘그뿐인가. 여신교가 권리의 절반을 가져가기 시작하면, 귀족들도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뭉쳐야 할 터. 교회와 대립할 수 있는 구심점을 위해서라도 왕권을 쥔 케브론드를 지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걸 저 허수아비 놈이 생각해 냈다고? 그럴 리가! 어떤 놈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기가 막히다, 기가 막혀!’
올도로프 공작은 누군지 모르지만 이런 계획을 짜냈다는 것에 경탄하고 경악했다.
절대 귀족의 머리에서 나올 수가 없는 수단이었다. 대체 이걸 누가 생각해 냈단 말인가?
올도로프는 웃고 있는 케브론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사도? 서, 설마…….’
메시가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케브론드를 처음 만나던 그날.
그에게 적어 준 쪽지에는 두 가지 내용이 쓰여 있었다.
하나는 몰래 숨을 수 있는 비밀 공간.
나머지 하나는 왕권의 절반을 포기하고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국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케브론드는 이를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메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것으로 아시리스와 팔란티어를 손아귀에 넣었다.’
두 왕국일 뿐이지만, 그 영향력은 막대했다.
합치면 8왕국의 절반이라고 볼 수 있는, 가장 큰 강대국 두 곳이었으며, 이를 움직인다면 나머지 왕국들에게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명분만 있다면 말이다.
‘곧 네 얼굴을 보러 가겠다, 티프리메이식.’